동방불패 - 사실은 소오강호

1993년에 지관에서 발표한 롤플레잉 게임
지관에서 김용하고 계약 맺어서 김용작품들을 연속으로 게임으로 냈습니다. 첫빠가 소오강호와 사조영웅전이었던 걸로... 둘중에 어느 게 먼저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조는 여래금강권의 흐름을 이은 3인칭 시점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였고 소오강호는 아이소메트릭 시점의 롤플레잉이었습니다.
그무렵쯤 서극이 소오강호의 영화판과 속편인 동방불패를 내놓아서 대박이 났었죠.
그게 게임에도 꽤 반영이 되어있습니다. 글구 KQ6 이후 생겨난, 게임 본체보다 동영상데모를 더 빡세게 만드는 유행에도 영향을 받아, 이 게임은 당시 상당한 대용량 게임이었는데(표지에 22메가라고 써있네요), 전체 용량의 한 반정도는 동영상이 차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재보지는 않았음...) 당시로선 상당히 임팩트있는 영상이어서 꽤 화제가 되었었죠.
그럼 그 영상 빼고 게임 본체는 어땠냐면.... 냉정하게 말해 영 아니다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ㅎㅎ
명색이 롤플레잉 게임이지만 머리쓸 일이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복잡한 미로 퍼즐 이런거 없고 걍 나있는 길따라 쭉 가면서 계속 벌어지는 싸움에서 계속 이겨 죽지 않고 살아만 있으면 절로 진행이 되는.... 공략이란게 아예 필요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다만 전투는 좀 어려워서 개중 몇몇 부분은 욕나오는 난이도이기도 했죠.
그래도 뭐 당시엔 사람들이 재미나다고 했었고 나름 인기도 있었던 듯...
이 게임의 제목은 소오강호이지만, 국내에선 동방불패라는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근데 문제는 이 게임에 동방불패가 안나온다는 겁니다. 애초에 원작에서도 동방불패는 (설정상 중요인물이긴 하지만) 실제 등장시간은 새발의 피만큼도 안되는 분량이라 영화판 소오강호에선 삭제해버렸죠. 마찬가지로 이 게임도 게임 끝날때까지 동방불패는 안나옵니다.
그러고는 게임 다 마치고 나서 엔딩에 뜬금없이 '이제부터 동방불패 때려잡으러 갈거임.'이러고 끝나요. 동방불패 영화속에 나오는 임청하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그림 한장 띄워놓고요. 영화상으로 소오강호 속편인 동방불패가 있었으니까 이렇게 하는게 가능했을 겁니다.
근데... 한국판 제목만 보면 엔딩에 그림 한장 달랑 나오는게 다인 캐릭터를 제목에다 붙여버린 거죠.
동방불패란 제목에 낚여서 게임한 사람들은 당연히 영화 동방불패를 머리속에 떠올리며 기대했을텐데 내용이 달랐다는 건 둘째치고, 타이틀 캐릭터가 콧배기도 안보이니 꽤 실망했을듯요...
그니까... 원작에서 캐릭터 분량상 게임에 동방불패가 안나오는게 이상할 건 없고 2편에 동방불패가 나올거라고 예고한 것도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겠지만.....
한국에선 영화 소오강호는 반응이 그저그랬고 속편인 동방불패만 초대박이 났기 때문에 지관 한국지사에선 소오강호 게임에다 동방불패라는 제목을 붙여버린 거죠. 이건 명백히 사기라고 봐요.(뭐 원판 표지에서부터 동방불패가 크게 그려져 있었으니 그쪽도 살~짝 사기 냄새가 나긴 하지만.....)
아마도 지관의 계획으론 그렇게 예고 때리고 영화판처럼 동방불패가 메인이 되는 속편을 만들 생각이었을텐데.... 그렇게 예고한 속편이 아예 나오질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니 국내한정 제목인 동방불패는 완전 사기인 것으로 확정.... 만약 20년쯤 뒤였다면 동방불패 더 비기닝 이렇게 제목을 붙였을 수도 있을것 같지만...ㅎㅎ
근데 말입니다. 이 지관이라는 회사가요... 사조영웅전도 대충 중간에 끊고 게임이 끝났는데 속편 안나왔고 그거 말고도 중간에 끊어버리고 후속작 안내놓는 걸 밥먹듯이 했습니다(사실 세어보면 실제로는 몇번 안될 수도 있지만 임팩트가 그랬습니다ㅎㅎ 혹시 수십년쯤 뒤에 후속작을 냈는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그것까진 몰라서...)
뭐 어쨌든... 이 소오강호 게임을 연습삼아 이듬해에 지관은 비슷한 시스템으로 의천도룡기 게임을 내놨고요. 글고 뒤이어서 역시 같은 시스템으로 아마도 지관제 게임중 제일 유명할 김용군협전까지 나오게 되죠. 그니까 소오강호 게임은 그저그렇지만 김용군협전이 나오게 되는 발판 정도는 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
의천도룡기가 국내에서 나름 히트하자 한국 지관은 이번엔 또 김용군협전의 제목을 의천도룡기 외전으로 둔갑시켰던.....
동방불패는 원래 엔딩에 붙은 광고에 나오는 2편의 가제였는데 말입니다...
이 게임은 처음 보는데 김용군협전은 정파, 사파로 다 깨보느라 밤새던 시절 추억이 떠오르네요. 처음에 갖고있는 구린 야구권 버리고 다른 무공 열심히 배웠었는데 사실은 끝까지 연마하면 야구권이 제일 쎘었죠? 김용 소설이 다 나오는데 왜 그냥 '의천도룡기' 외전인가 궁금했었죠. ㅋㅋ
야구권은 일본 야겜에서만 보던 거라 이게 왜 무협게임에 나오나?...했습니다ㅎㅎ
생각해 보면 저는 이 시절에 나오던 대만 게임들 중에 거의 해 본 게 없네요. 게임 참 열심히 하던 시절인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애초에 무협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요. 아예 어릴 때 '무술' 영화들은 즐겨 봤는데 '무협'의 시대에는 큰 관심이 없었어요. 사극이라서 그랬나... ㅋㅋㅋ 결국 근래에 매우 잘 나가는 레드캔들 게임즈 작품들이 제가 즐긴 대만 게임의 거의 모두인 듯 합니다만. 이 회사가 워낙 훌륭하니 대만은 게임 잘 만드는 나라인 걸로!
그시기 대만 게임이 기술적으론 상당히 앞서있었던 것 같아요. 미술센스가 꽝이고 독창성은 좀 부족했지만.
게임에 나오는 사람들 그래픽과 동영상에 나오는 사람들 그래픽이 달라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ㅎㅎ
영화 이야긴줄 알고 들어왔는데 게임 이야기군요. 얼마전 영화 요약 리뷰에서 다시 보고 반가웠던 영화 소오강호. 주제가가 소오강호인줄 알았는데 "창해일성소"더라구요. 뭔가 호방한 기운이 느껴지는 노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