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추천] 넷플 '은중과 상연' 다 봤습니다

총 15화에 회당 50분~1시간 정도입니다. 나름 빨리 본다고 하루에 두 편을 보기도 했지만 스킵(?)한 날도 있어서 결국은 딱 15일에 걸쳐서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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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망'과 '원망'은 각운을 맞춘 거긴 한데 둘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정확한 표현이기도



김고은이 연기하는 주인공 류은중은 크게 유명하진 않지만 꾸준히 활동하면서 그럭저럭 잘 먹고사는 40대(로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의 드라마 작가인데 같이 일하는 PD가 차기작 구상을 하던 도중 그 수상소감 영상 봤냐고 물어봅니다. 바로 박지현이 연기하는 또다른 주인공 천상연이라는 아주 잘나가는 한국의 영화사 대표가 백상 예술대상에서 상을 타면서 소감 마지막에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친구 류은중'에게 감사를 전했다는 거였습니다. 이걸 듣는 은중의 표정은 복잡미묘하구요.


어떤 사이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그냥 어릴 때 알던 사이라고 했지만 겨우 그 정도 인연으로 저렇게 언급했을리가 있냐고 계속 물고 늘어지자 결국 한 때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지금은 절교한지 10년이 넘었다고 털어 놓습니다. 학생시절 친구들끼리 소원해지고 연락 끊기는 일이야 매우 흔하지만 굳이 '절교'라는 표현을 쓰는 게 흥미롭다며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으니 이걸로 각본을 써보면 어떻겠냐는 PD의 제안에 처음엔 난처해하던 은중이지만 딱 그 타이밍에 상연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오게되고 10여년만에 만난 자리에서 어떤 부탁을 받게 됩니다.


집에 돌아온 은중은 결국 상연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수십년에 걸친 둘의 인연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작중 은중이 쓰는 각본이 곧 우리가 보는 '은중과 상연'의 내용이 되는 거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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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한 캐릭터가 상대에게 하는 표현이었지만 다 보고나면...



기본설정을 봤을 때부터 워낙 감명깊게 봤던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가 떠올랐고 두 주연배우 캐스팅도 워낙 좋아서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애증으로 뒤섞인 그 어떤 연인보다 뜨거운 우정을 나누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 친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아이디어를 빌려온 것이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긴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과 전개는 당연히 많이 다르기도 합니다.


...소울메이트에서는 첫 만남부터 바로 절친이 되고 무난히 쭉 가다가 삼각관계로 인해 중간에 한 번 크게 어긋난다면 이 작품은 초반부터 서로 호감을 가지면서도 미묘하게 대립하며 계속 엇갈리는 관계로 그려집니다. 영화에 비해 전체 러닝타임이 훨씬 넉넉한만큼 둘 사이의 역사와 감정선을 깊고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6~8부 미니시리즈가 익숙한 최근 스트리밍 드라마 트렌드에서 오랜만에 시간을 들여서 감정을 이입할 작품을 만나게 되서 반가웠다고나 할까요?



크게 과거 10대, 20대, 30대 세 파트에 걸쳐 뜨거운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는 은중과 상연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현재 40대로 돌아와서 마무리 되는 구조입니다. 1화 마지막에 드러나는 상연 캐릭터의 어떤 사정 때문에 마지막화는 사실상 통째로 신파인데 그동안 공들여서 쌓아온 두 주인공의 서사 덕분에 억지스럽게 눈물을 짜낸다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다소 감상적으로 길게 늘어뜨리는 감은 있지만 여기까지 쭉 감상해온 시청자들에겐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하는 게 당연할 것 같구요.


10대는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이 생각나는 두 어린 소녀의 우정 이야기, 20대는 대학 청춘 연애물, 30대는 직장 트렌디물 정도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 파트가 따로 튀지않고 결국 둘 사이의 드라마 안에서 자연스러운 서사로 진행되며 결국 마지막화의 어떤 한 대사를 향해 달려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순간 눈물이 주룩 흐르더군요. 간만에 정말 자연스럽게 감성을 울리는 찐한 멜로 드라마를 봤습니다. 기대를 꽤 많이 하고 봤는데 실망시키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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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초반까지는 아역들 비중이 높은데 워낙 귀엽고 감정 연기들을 잘해서 초반부터 이입이 팍 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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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메이트'에서는 원작, 국내 리메이크에서 모두 삼각관계를 이루는 이 남캐가 별다른 개성없이 그냥 순전히 갈등을 위한 도구적으로만 쓰여야했고 그게 맞았는데 이번에는 제법 상당한 비중을 부여받았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제법 공감이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은중과 상연사이의 애증섞인 관계성에 깊이를 더해주는 역할을 잘 수행했습니다. 배우가 가장 알려진 출연작이 '더 글로리'에서 아주 한심하고 나쁜 악역을 맡았었는데 저처럼 뒤늦게 알고 은근히 깼다는 반응들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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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중의 캐릭터가 무난히(?) 예쁘고 무난히 공부, 일 잘하고 어릴 때 가난했다는 거 빼면 적당히 잘 사랑받고 잘 크는 어떻게 보면 심심하고 지루할 수 있는 설정인데도 불구하고 김고은이 정말 탄탄하고 노련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잘 붙잡아주고 있습니다. 작품의 전개구조상 시청자는 은중에게 감정을 주로 이입해서 상연을 이해해야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작년 '파묘', '대도시의 사랑법'에 이어 이 작품까지 김고은은 이제 국내 젊은 배우들 중에서 연기력, 매력, 작품 선구안까지 전부 가장 안정적인 탑급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고 생각됩니다.


반대로 상연은 처음에는 부잣집에 예쁘고 공부 1등에 인기도 많은 엄친딸로만 보이다가 비극적이고 기구한 운명을 겪게 되면서 연민이 가다가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폭주하는 복잡한 캐릭터인데요. 특히 30대 파트 마지막에 두 주인공 사이의 갈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급발진은 그동안의 작품 전체 톤과는 다르게 전형적인 드라마 속 악녀처럼 "너를 뿌셔버리겠어!" 같은 대사를 치게 만드는 전개라서 보면서 '아.. 이건 좀' 하실 가능성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 조차도 최소한의 설득력, 개연성을 부여하는 것에 박지현의 엄청난 열연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조연급으로 인지도 올리다가 영화 '히든페이스' 이후로 탄력 받고 있는데 이제 당당히 주연급 스타배우로 쭉쭉 치고 나가실 것 같습니다. 필모를 찾아보니 김고은의 초기 대표작인 '유미의 세포들'에서 김고은을 방해하는 조연급 악역으로 나온 적도 있었다는데 이젠 당당하게 같이 투톱으로 작품을 이끄는 위치가 됐으니 캐스팅 당시 본인도 많이 뿌듯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OST도 상당히 좋습니다. 오버해서 시청자들의 감정을 조작하려하지 않고 딱 작품 감수성에 맞는 노래와 연주곡들로 채워져있는데 특히 권진아씨가 쓰고 부른 주제가에 가까운 'Reason'이라는 곡과 이 노래가 가장 좋더군요.


전에도 글로 한번 올렸었던 제이레빗 노래입니다. 작중 가장 청춘청춘한 장면들에서 나와서 그런지 매우 맑아요.



두 배우의 팬이시라면 당연히 놓쳐선 안되고 '...소울메이트' 좋게 보셨던 분들, 이런 캐릭터들간의 관계를 깊이 탐구하면서도 멜로드라마 장르물로서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을 원하는 분들께 강추합니다.



    • 드디어 다 보셨군요!! 축하합니다(?)

      15회라는 압박이 있지만 평도 좋으니 저도 일단 찜을 해두겠어요ㅎㅎㅎ

      다음으로는 어떤 시리즈를 보실 예정이신가요ㅎㅎ
      • 감사합니다? ㅋㅋㅋ 일단 묵혀뒀던 에이리언 어스에 도전해보려구요. 슬로우 호시스 시즌 5도 마찬가지로 그냥 기다렸다가 완결나면 한번에 달리고

    • 호 무척 보고 싶게 추천글을 잘 쓰셨네요. 저는 사실 두 인물의 신경전이 피로하지 않을까,라는 선입견도 좀 있었거든요.



      • 사실 영업글입니다. ㅎㅎ 둘이 작중 내내 날카롭게 신경전을 펼치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대학파트 까지는 찐친우정에 더 가까운데 이미 1화부터 시청자들이 알고 시작하지만 결국 이 둘이 어떻게 완전히 갈라지게 됐을까 계속 불안감을 주는 건 있어요.

    • 감정선을 따라가야 하는 작품이라 찬찬히 봐야겠다 하고 있어요. 요즘 추세에 비하면 회차가 기네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김고은 참 매력 넘치죠.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박지현 배우 나오면 멈추고 봤었어요. 챙겨보는 작품이 아니었는데 시선을 붙잡아서 저한테는 그 작품의 진주인공이에요.
      • 몰아서 달리기 보다는 한 회씩 음미하면서 즐기는 게 어울리는 작품이에요. 김고은은 '은교' 때부터 쭉 좋다고 생각했지만 작년 두 출연작에서 확실하게 믿고 보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저는 박지현을 히든페이스에서 처음 봤는데 이렇게 예쁘고 연기도 좋은 배우가 어디 있었지? 싶었는데 역시 그전에도 드라마에서 주목을 받고 있긴 했더라구요.

    • 드디어 다 보셨군요! 예상 외로(?) 마지막까지 호평이시니 결국 보긴 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박지현씨 얼굴이 참 매력적이더라구요. 살짝 평범한 '스타일'인가 싶다가도 헉 소리 나게 예쁘고. 또 상황 따라 분위기가 휙휙 달라지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 드라마가 은근히 화제인가 봐요. 이런 이야기 거의 안 보는 이제 환갑 가까우신 선배들 톡방에서 너도 나도 보면서 감동했다느니 하는 후기가 올라와서 좀 놀랐습니다. ㅋㅋ 

      • 30대 파트에서 공교롭게 이렇게 주요인물들이 다 재회하다니 너무 우연에 기대는 전개 같기도 하고 적었듯이 상연의 급발진 흑화 같은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사소하게 느껴질만큼 좋은 부분들이 훨씬 많았어요.




        출연작 포스터나 사진들 보면 그렇게까지 눈에 확 들어오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데 실제 작품을 보다보면 말씀대로 헉 소리 나오게 예뻐요.




        무슨 오겜처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는 그런 케이스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꽤 많이들 봤고 반응도 대체적으로 다 호평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분량 때문만이 아니라 요즘 짧은 자극적인 소재의 컨텐츠들 대비 막장성도 없고 잔잔하면서 감동적으로 잘 만든 드라마라 중장년층에서 반가워하나 싶기도 하구요.

    • pd의 전작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되게 좋아했었어요. 박지현 배우는 거기서도 ㅆㄴ포스를 풍기지만 사실 필모의 대부분이 그런 역할이기도 하죠. pd의 스타일이 ‘더 내성적인 안판석’같다고 느껴지고 실제로 두 감독의 작품에 거의 고정 출연중인 서정연 배우가 그 증거같습니다.

      • 마스크가 딱히 악역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데 유명한 예전 출연작들에서 악역을 맡는 경우가 꽤 있었나봐요. 그러고보면 '히든페이스'도 ㅆㄴ처럼 보여질 여지가 많은 배역이었구요.




        여기서는 시청자가 딱하게 여겨야할지 미워해야할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만큼 복잡한 다층적인 캐릭터라서 더 연기력이 빛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정연 배우는 여기서도 좋았는데 같이 엄마를 연기한 장혜진과 함께 분량이 아쉬웠어요.

    • 저도 다 보았어요.


      보면서 총도 안쏘고 피도 안나는데 피가 마르네.. 하면서 보았어요. 대본도 연기도 쫄려서요.


      하나 이상 하루에 못 보겠더라고요. 근데 마지막에 가서는 한번에 4화정도 달린 것 같네요.


      저는 20대 부분이 좋더라고요. 하지도 않은 캠퍼스연애 한 것 같고. 거기서 나온 니콘 카메라 FM2는 딱 제가 그 맘때 산 기종이라 창고에서 꺼내서 어루만져 보기까지 했네요.


      영화 프로덕션의 이야기가 정말 세밀하게 나와서 당사자들은 어떻게 이걸 보고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애마도 그렇고, 은중과 상연도 그렇고 얘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하여간 재미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강추합니다. 어떻게 보면 피곤한 구도인데 대사들이 진부하지 않고 연기력들이 멱살 잡아채고 끌고 가는 드라마입니다. 

      • 30대 파트 전까진 딱히 아주 크게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은 많지 않은데도 정말 말씀대로 피가 마르는 느낌이 있어요. 20대 파트가 워낙 청춘청춘하니까 보면서 훈훈하면서도 둘(+1) 사이에 확실하게 감정적으로 커다란 금이 가는 계기가 있어서 가장 재미가 있죠.




        영화 프로덕션 얘기가 저도 재밌었는데 굳이 삼각관계 얘기를 여기서도 반복하면서 그렇게 마무리할 필요가 있었나 싶긴 했습니다. 프로덕션이 막 재밌어지려는 부분이라서 아쉬웠어요. 1화에 나오는 '요즘 영화 만드는 사람들 다 시리즈로 간다'는 대사도 현실을 잘 반영했었죠.

    • 내용이 재밌을 거 같아 찾아봤는데, 안녕 소울메이트 판권 사서 만든 작품이 아니에요?? 


      그냥 늘 끈끈한 우정 얘기보다 긴 호흡으로 보기엔 이런 우정 얘기가 재밌더라고요. 서로 약간 애증?으로 엮여 있는 관계다 보니 얘깃거리도 많고요 ㅎㅎㅎ



      • 네 저는 포스터랑 카피문구만 보고 곧바로 떠올랐는데 일단 공식적으로 판권을 구입한 리메이크란 얘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미 리메이크 영화는 김다미, 전소니 주연으로 나왔었죠.




        무슨 서로 쉴새없이 날선 말 던지고 독하게 대립하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가까웠으면서도 항상 미묘하게 존재하는 얄궂은 운명의 엇갈림을 15화 동안 잘 풀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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