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투자 잡담..(자산의 효능감 느끼기)


 1.나의 목표가 10억이던 시절도 있었어요. 부동산 뺀 현금 10억 말이죠. 10억을 달성하면 1억쯤은 빼서 맞춤 양복을 10벌 맞추고 구두도 몇 켤레 사고 거기에 어울리는 시계도 하나 사고, 유럽여행도 한번은 가보고 자동차도 사기로 했었죠.


 하지만 10억을 달성하니 10억에서 1억을 빼서 쓰는 건 너무 큰 뭉텅이가 빠져나가는 느낌인 거예요. 그래서 15억이 되면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2.하지만 10억을 달성할 때까지 유럽여행을 안 간 사람은 15억이 되든 20억이 되든 30억이 되든 돈을 못 써요. 애초에 돈을 따는 재미 때문에 테이블을 안 떠나는 중독자가 된 거니까요. 여기서 얼마를 더 벌면 그땐 써야지...꼭 써야지...되뇌이는 걸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죠. 


 한데 유럽을 가고 안 가고, 돈을 쓰고 안 쓰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문제는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숫자만 커질 뿐 좋은 기분을 느끼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돈을 꼭 소비하지는 않아도 원하던 액수에 도달하고 갱신하는 행위에서 보람이든 도파민이든 느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안 돼서 헛헛하긴 했어요.  


 투자가 잘 되고는 있지만 그 돈을 쓰는 재미는 없고, 어쨌든 도파민은 느끼고 싶은데 어떡해야 하나...하다가 우연히 어떤 영상을 봤어요. 



 3.어느날 인터넷을 보다가 유튜버 진용진의 없는영화 로또편을 클릭했거든요. 그 영상에서 주인공은 18억 로또가 되자마자 마치 뒤가 없는것처럼 행동해요. 직장에서 쌍욕을 박고 뛰쳐나오고 친구들에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고 착한 여자친구랑 헤어지죠. 그리고 포르셰를 타고 온갖 명품을 휘감고 친구의 여친과 바람펴요.


 한데 그 영상에 나오는 주인공은 아주 한심한 인생은 아니예요. 어쨌든 여친도 있고 직장도 있고 괜찮은 친구들도 있는 인생이란 말이죠. 그런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돈이 고작 18억이라니?! 그 영상을 만든 유튜버가 괜찮은 청년을 미치게 만들기에 현실적이라고 여기는 액수이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거겠죠. 그래서 그 영상을 보며 기분이 묘해졌어요. 18억은 내가 한참 전에 지나온 지점이었으니까요. 


 18억이 저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해도 되는 돈이라고? 18억을 지킬 생각은 안 하고 포르쉐와 고가품들을 사고, 직장을 때려치고, 인간관계를 파탄내고도 도파민 넘치는 인생을 계속 살아가게 만들어 주는 돈이라고? 그럼 나는 저것보다 더 막 나가도 된다는 건가? 라는 궁금증과 함께 영상 3편을 끝까지 봤어요.

 


 4.휴.



 5.영상을 보고 계산해 보니 배당주만 잘 챙겼으면 그 정도의 패악질은 가능한 돈이긴 하더군요. 영상이 제작된 당시 기준으로 말이죠. 그래서 나는 내가 돈을 쓰진 않았지만 18억을 마음껏 쓰는 웹드라마 주인공을 보며 효능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나도 저래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그때 알았어요. 타인의 시야를 훔치는 방법을 쓰면 된다는 걸요.



 6.그래서 그후로는 엠엘비파크나 이런저런 남초 게시판에 10억이나 20억, 30억이라고 검색해 보곤 해요. 그럼 10억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올린 글이 주르륵 뜨거든요. 분명 그 글을 쓰는 순간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을 사람들의 글들이 말이죠. 10억이 가지고 싶다...10억이 있으면 20년동안 매월 400만원씩 써도 돈이 남는다라고 말하는 글을 보면 나는 간접적이나마 그 사람이 지닌 view와 간절함을 체험해 볼 수 있단 말이죠. 


 사실은 오래전에 나도 가졌었지만 잊어버린 view 말이죠. 나도 멀티버스를 타지 못했다면 일요일 밤에 출근을 앞두고 그런 글을 썼을 거거든요.


 

 7.또는 디씨인사이드에 '10억 파이어족' '20억 파이어족' '30억 파이어족' '40억 파이어족' '50억 파이어족'순으로 검색을 해보곤 해요. 그럼 파이어족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글이 수천 개쯤은 뜨죠. 심지어 글을 읽다보면 3억이나 5억으로 파이어족을 노리는 놈들도 있어요. 10억 파이어로 검색하면 '10억이면 파이어족으로서 안정적'이라는 분석글들이 올라오죠.


 그리고 '20억 파이어'라는 검색어까지만 넣어도 굳이 50억 파이어는커녕 30억 파이어도 검색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껴요. 20억 파이어로만 검색해도 '미친놈들아. 20억까지 모으고 파이어를 하겠다니 현실감각이 없냐? 일반적인 생애 소득이 얼만지는 아냐?'라는 글들이 보이니까요. 



 8.그래서 요즘은 수익을 낼 때마다 '10억 파이어'나 '20억 파이어'라는 검색어를 치고, 파이어족의 꿈을 꾸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곤 해요.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열심히 살아온 어떤 청년들이 미친 듯이 바라는 것을, 나는 달성하고 또 달성하고 계속 갱신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는 거죠. 그걸로 돈 한푼 안들이고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거예요.


 물론 내가 그 글을 쓴 사람앞에서 돈자랑을 하거나 비틱질을 해서 효능감을 느낀 거면 나쁜 짓이겠죠. 하지만 그 글을 읽은 것만으로 내가 열심히 불려온 것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거니까 여기서 피해보는 사람은 없죠. 이래서 인터넷이 좋은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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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간 사람들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법을 몰라요. 그래서 계속 다른 사람의 시야를 간접체험하는 건 중요해요.


 문제는 원래부터 부자인 놈들에겐 이 방법도 소용없다는 거죠. 그래도 인생의 한 때에는 본인도 그랬었던 적이 있어야 남의 시야를 훔칠 수 있는 거거든요. 한데 금수저들은 애초에 그렇게 간절했던 시절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야를 봐도 그냥 소설 속 이야기로밖에 느낄 수 없죠.


 그래서 가끔 쓰듯...나는 원래부터 부자인 놈들이 아주 부럽지는 않아요. '가난한' 건 좋지 않지만 '가난했었던' 건 인생에 나름대로 도움이 되죠.








    • 듀게에서 자산자랑할거면 듀게의 과거 네임드 휴브리스님을 꺽고 오시길 바랍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올해 6월 2일부터 7월 1일까지 신분이 변동된 대통령실 전·현직 비서관 등 고위 공직자 145명의 재산을 오늘(26일) 관보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신고 재산이 가장 많은 퇴직자는 김동조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비서관으로, 김 전 비서관은 본인 소유의 증권과 아파트 등 모두 239억 4천888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2037194?sid=102



    • ↑자랑글은 아니긴 한데 그렇게 싸움붙이고 싶으면 네가 휴브리스한테 연락을 넣어줘. 그정도 성의는 보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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