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보고(스포있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빠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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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댓글에도 썼지만 영화를 본 후 가장 이상한 캐릭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밥입니다. 그는 집에서 탈출하는 동안 부대가 통로에 넣은 최루탄에 당하고, 눈물 콧물흘려가며 딸을 찾고자 고군분투합니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이 장대한 구출극에서 정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맙소사). 중간에 록조를 저격하려는 시도는 있었죠. 근데 실패했거든요. 그 저격장면도 묘사되는 것만보면 부대에 별 손상이 없었어요. 딸과 마침내 재회했을 때는 이미 상황은 종료된 상태였고 딸은 무사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밥이 겪는 고난은 순전히 본인만의 것입니다. 딸 윌라는 기지를 발휘해서 아빠없이 스스로를 지킨 셈이고, 중간에 자신을 구해준 건 오히려 자신을 바로 죽이지 않은 아난티 Q에 가깝죠. 어떻게 보면 리암니슨 주연 테이큰의 안티테제같은 영화처럼 보였어요. 게다가 둘이 친자관계가 아님을 알고나서는 레오나르도의 여성편력과 더불어 딸캐릭터의 미래가 잠재적으로 위험해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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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이 생각나는 장면도 있었지만 가장 기시감을 느낀 부분은, 영화찍을 때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국관객에게는 치킨 공장이 가동중단된 것이 현대자동차 공장의 가동중단과 겹쳐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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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친구의 배신은 윌라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윌라를 보호해주고 수녀원까지 바래다 준 여성이 맹세코 모른다고 말해줘도 다 그렇게 말한다며 안믿어주는 고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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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펜의 캐릭터에 대해 다들 호평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기를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캐릭터가 독특한데 플러스로 변태적이라서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신이 나쁜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그런 곳에 맡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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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은데, 딸 윌라를 연기한 체이스 인피니티에 대한 관심도 많더군요. 케이팝을 좋아한다고..
1 에서 언급하신 내용이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한 때는 사회 변혁을 위해 혁명을 외치며 과격한 행동을 했던 밥이 이제는 술과 대마(?)인지에 찌들어 개인화되어 과거를 잊고(암구호를 잊고) 나태해 있고, 그래서 쌩 고생 좀 하면서 정신차리는 과정인 거 같아요.
딸을 구하는 게 아니고 딸이 오히려 밥의 정체성을 확인시킵니다. 도로 추격 장면 마지막에 빌런에게 물었던 암호를 밥에게도 묻잖아요. 나다 아빠다, 그래도 되묻습니다. 생각해 내서 답을 하자 총을 거두죠. 혈연이 아니라는 걸 자신은 알지만 아직 밥은 모르는데 이런 것도 기존과는 다릅니다. 보통은 부모들이 먼저 알고 자식에게 쉬쉬하다 알리는 식인데요. 윌라는 이제 밥보다 정보가 많고, 밥에게 암구호를 대라고 하는 장면은 윌라가 밥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고 봤습니다.
앞에 은근 슬쩍 알 수 있을듯한 그런 부분이 잠깐 나오긴 하죠. 밥이 팻이던 시절 퍼피디아를 의뭉스럽게 보거나, 마트에서 육아용품 쇼핑하는데 계산대에서 뒤에 나타난 록조가 윌라의 개명전 이름을 듣고 흑인 여자아이 이름같다고 했죠. 밥은 진실여부가 안나오지만, 윌라는 친아빠가 아니어도 받아들이기로 한 결말이 좋았씁니다.
네 동의합니다. 중요하지 않게 취급한 것이 분명합니다.
딸이 총을 거두는 부분은 정확하게.. 암구호를 말하다가 끝까지 다 말하진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이 급진 테러리스트 단원이라기 보다는 이제는 그냥 아빠가 된 사람으로 여겨졌고요. ㅎㅎ
어중간한 밥입니다. 그에 반해 윌라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거듭 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차로 질주하는 액션은 많이봤는데, 꿀렁꿀렁하듯 오르락 내리락 하는 액션도 보통 영화는 없는 액션장면이었지요. 신기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