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버킷리스트, 대학교재입학


 1.추석 전에는 기대감이 엄청 컸는데 추석이 끝나고 금, 월, 화 3일동안 또다시 5억을 잃었어요. 저번에 5억을 잃은 걸 회복하고 좀 벌다가 다시 돈이 날아간거죠.


 이상하게도 이럴 때에만 퍼뜩 생각이 나요. 돈을 벌어서 뭘 하고 싶었는지 말이죠. 버킷리스트가 하나하나 떠오른단 말이죠.



 2.오늘은 커피맨을 만났어요. 이미 그는 내 포트폴리오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얼마 잃었냐고는 묻지도 않고 밥을 사겠다고 했어요. 고맙게 얻어먹었죠. 어쨌든 식사를 하고 버킷리스트에 대해 말했어요.


 '이번에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내 원래 꿈은 대학교에 다시 가는 거였어. 요즘 한학기 등록금이 5백만원일려나? 5억원이면 대학교 등록금을 실컷 내고도 남을 텐데 말이야.'



 3.듀게에서도 지겹게 들은 사람들이 있겠죠. 언젠가는 대학원에 가고 싶다고 틈만 나면 얘기했으니까요. 그때는 대학원이었지만 생각해 보니 역시 갈 거면 학부를 가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요. 하여간 추석 직전에만 돈을 빼놨으면 대학교에 다시 다니는 꿈을 이룰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물론 지금도 대학교는 갈 수 있어요. 하지만 어차피 내게 원금이란 건 고점이니까요. 단 한 번이라도 찍어본 고점이 원금인거예요. 원금을 되찾을 때까지는 버킷리스트 따윈 언감생심이죠.



 4.휴.



 5.어쨌든 버킷리스트 계획을 접게 되니까 괜히 꿈에 대한 갈증이 강해졌어요. 그래서 문예창작과가 있는 학교가 어딘지 찾아봤어요. 그런데 이럴 수가! 생각보다 명문대가 없더라고요. 적어도 내가 이미 나온 대학교보다는 좋은 곳이어야 하지 않겠어요? 내가 나온 대학교보다 안좋은 학교를 다니는 건 학벌 세탁...이 아니라 학벌 오염이 되어버리니까요.


 '이 사람은 왜 고상한 듀나게시판에서 학벌 같은 형이하학적 이야기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학벌은 중요해요.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학벌이란 건 직장을 다니면 사실 필요없거든요. 실력이 중요하니까요. 한데 나중에 백수생활을 할땐 이야기가 달라요. 똑같은 백수여도 서울대를 나오면 풍류를 아는 한량이 되고, 안좋은 학교를 나와서 백수짓을 하면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이 돌아오더라고요.


 어쨌든 그나마 제일 좋은 학교는 동국대학교였어요. 동국대학교라. 옆에 신라호텔이 있다는 것 정도가 유일한 장점인 학교죠. 물론 그게 꽤나 큰 장점이긴 하지만.



 6.그래서 문예창작과 말고, 뭔가 창작을 하면서 다닐 수 있는 학부. 그리고 과제가 적은 학부. 그리고 과제를 안 해도 되는 학부가 뭐 또 없나 골라보는 중이예요.


 물론 만화과를 가도 되겠지만 글쎄요. 그건 너무 장난치는 것 같으니까 곤란하죠. 마치 엔딩을 본 데이터를 가지고 뉴 게임을 눌러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새로 대학교를 다닌다면 어쨌든 내가 학생의 자세로 임할 수는 있는 곳이어야 해요.


 영화과를 가면 어떨까? 원래 영화 제작같은 건 전혀 관심 없었는데 이제는 ai로 영상을 만들 수 있으니까, 사람들에게 욕하고 윽박지르면서 현장 통제를 할 필요 없이 나 혼자 다 만들면 되니까요.



 7.어쨌든 나에게 학교든 뭐든 다닐 곳이 필요한 이유는 몰입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어요. '딴짓'을 할 기회를 얻고 싶다는 거죠. 술집을 가거나 호텔을 가거나 여행을 하는 게 시간이 많아서 하는 거면 재미가 없거든요. 사실은 학교에 가야 하고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데 그걸 빼먹고 노는 게 최고로 재밌는 거니까요.


 지금은 사실 어딘가 놀러 가거나 여자를 만나는 게 본업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리고 이걸 본업으로 삼아서 하고 있으면 재미가 진짜 없어요. 이 짓거리가 본업을 제쳐 두고 딴짓으로 하는 거여야 재밌는거죠.



 8.다시 내가 학교에 가게 된다면 그곳의 커리큘럼이 너무 재밌어서 제 2의 인생을 살게 될 수도 있어요. 영화 감독이 되거나 아니면 파인아트 미술가로 재탄생할 수도 있죠. 그렇지 않으면? 역시 심드렁해져서 수업을 빼먹고 여자나 만나러 다닐 수도 있죠. 


 하지만 어느 쪽으로 살게 되든 학교를 다니는 내가 지금의 나보다 재미있게 살 거란 건 확실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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