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간만에 해결 숙제 무비 하나, '캐논볼' 잡담입니다

 - 1981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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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포스터의 저 제한 속도 숫자가 아주 의미가 깊은 영화였네요. 그 시절의 저야 당연히 몰랐죠. 인터넷을 찬양하라!)



 - 무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네요. 정부의 자동차 주행 속도 규제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열린 '캐논볼 런'이라는 실제 이벤트가 있었대요. 교통 경찰의 단속을 피해 어떻게든 신나게 과속하며 달려 목적지까지 도착한다... 이런 거였다고 하고 영화에선 규제 저항 얘긴 빼놓고 걍 요 대회만, 마치 원래부터 존재했던 유명한 대회인 것처럼 등장합니다. 전세계의 다국적 레이서들이 우루루 몰려와 자기가 최고라는 걸 보여주겠다며 시끌벅적 사방에 민폐를 끼치며 달리고 또 달리는... 그냥 이게 내용의 전부에요. 일단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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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거의 다 '그냥 바보들'이어서 특별히 차별화되는 느낌은 없는 가운데 성룡 참 젊네요. ㅋㅋ)



 - 어렸을 때 티비에서 봤는지 비디오로 봤는지 암튼 보긴 봤어요. 하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고 중간중간 띄엄띄엄 봐서 그냥 제목과 컨셉, 그리고 007이랑 성룡이 나오더라... 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던 영화인데 왓챠에 있길래. 걍 뇌를 비우고 가볍고 흥겹게 즐길 거리가 필요해서 봤습니다.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지금 목숨이 오늘내일 오락가락하는 왓챠의 찜 목록을 줄이기 위해서(...) 앞으로도 왓챠를 좀 열심히 이용해 주려구요. 언제 떠나실지 모르는 서비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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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진 차로 경찰차와 추격전을 벌이는 멋진 모습으로 시작합니다만. 정작 본편이 시작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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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이런 것만 잔뜩 보게 됩니다. ㅋㅋㅋ 그 와중에 맨 좌측 배우님 웃음을 참지 못하셨고...)



 - 온통 헐리웃 배우들이고 배경도 미국이며 성룡은 카메오도 아닌 무명 단역 배우처럼 조금만 나오지만 홍콩 영화입니다. 엄밀히 따지고 들면 홍콩-미국 합작이라 봐야겠지만 어쨌든 메인이 골든 하베스트 제작! 근데 참 희한하죠. 제작사는 홍콩 회사여도 감독도 작가도 모두 미국인인데 영화를 보면 초장부터 딱 홍콩 영화 삘이 납니다. 그 시절 홍콩 코미디 영화들 말이죠. 뭐 그 시절 미국 B급 코미디 영화들도 각본 엉성하고 유머 막 나가는 건 마찬가지이긴 했는데 그래도 홍콩 코미디 특유의 산만 번잡하고 '난 내 유치함이 부끄럽지 않아!' 라며 달리는 그 분위기가 되게 강하게 느껴져요. ㅋㅋㅋ 명색이 레이싱 대회이고 나름 실력자란 애들이 몰려오는데 하나 같이 다 도착할 때 사고를 내고. 사람들 놀던 수영장에 빠져 가라 앉은 차에서 헤엄쳐 나온 레이서들이 태평하게 밥이나 먹으러 가고.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아서 차 상태는 멀쩡하고 주인들은 '와! 차가 깨끗해졌어!!'라고 좋아하고. 이걸 보고 관객들 웃으라고 하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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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재밌었던 건 로저 무어 흉내에 일생을 건 부잣집 잉여를 연기하는 로저 무어였습니다. ㅋㅋ 바이크 탄 깡패 피터 폰다도 그렇고 배우 개그가 있는 영화였어요.)



 - 찾아보니 각본을 쓴 브록 예이츠란 분이 일생에 영화 각본을 몇 편 쓰질 않으셨고 2016년에 돌아가셨어요. 근데 쌩뚱맞게 2023년작 '페라리'의 작가로 나오길래 확인해 보니 그 영화 이야기의 베이스가 되는 책을 쓴 거더라구요. 이 영화와 그 책을 생각할 때 이 분이 자동차에 격하게 꽂힌 분이라는 걸 대충 짐작할 수 있겠죠. 어쩌면 그래서 자동차들, 레이스 장면들 말곤 그냥 대충 막 쓴 것 같기도 하구요(...) 연출을 맡은 할 니드햄 감독은 스턴트맨 출신이고 연출 경력보다 스턴트 경력이 훨씬 많습니다. 무려 1957년부터 스턴트를 시작하셨으니 그쪽으론 완전 고인물이셨던 것이고, 어차피 이야기보단 다 몸으로 하는 액션, 스턴트가 중요한 이 영화에는 적합한 감독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대표작으로는 캐논볼 1, 2 외에 '스모키 앤 밴디트'가 있습니다. 이 영화도 주연은 버트 레이놀즈이고... 무려 샐리 필드 여사님도 나오셨는데 장르는 '코믹 액션'으로 같아요.


 그래서 뭐랄까. 네임 밸류가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차피 자동차들 부릉부릉 몰려 나오는 팔랑팔랑 가벼운 액션 코미디 영화... 라는 정체성을 생각할 때 나름 적절한 인재들이 모여서 만든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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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대를 해 보았으나!!!)



 - 그래서 그 결과물은 뭐... 대충 예상대로입니다. 그 시절 가볍고 아무 생각 없는 코미디 영화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견적이 있잖아요. 거기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아요. 대체 왜 이런 영화에 로저 무어가 나와서 '나이 먹고 철도 없고 직업도 없이 로저 무어를 사칭하며 007 흉내내고 다니는 철부지 아들래미' 캐릭터 개그를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구요. 거의 황당무계하고 유치하며 무례하고 얄팍한 1차원적 개그 장면들이 개연성도 통일성도 없이 걍 뚝 뚝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느슨하게 나열되는 그런 영화입니다.


 근데 당황스러운 건, 영화 내내 자동차들이 나오긴 하는데 카 체이스랄까, 레이싱이랄까... 뭐 이런 장면이 거의 없어요. 그냥 각양각색의 꼴통들이 우루루 몰려 나와서 서로 엿 먹이고 경찰도 엿 먹이고 쌈박질도 하는 가운데 어쨌든 자동차를 타고 달리고 있는 느낌. 애초에 레이스가 시작 되는 데 40여분이 걸리거든요. 클라이막스 즈음엔 차 몰고 점프라든가, 드리프트라든가... 뭘 하는 장면이 좀 나오긴 하는데 정말 짤막하게 지나갈 뿐더러 기껏 고생해서 스턴트로 찍었을 게 분명한 그 장면들이 별로 강조 되지가 않습니다. ㅋㅋㅋ 그러니 아무래도 지금 와서 보기엔 많이 싱거운 영화가 됩니다. 그냥 80년대식 캐릭터 개그가 9할이고 나머지 1할이 자동차... 이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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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달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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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있는 수영장으로 달려드는 자동차라든가... 설명으론 있어 보이는 장면들이 실제로 보면 그냥 다 싱겁습니다. 감독님이 스턴트는 잘 해도 연출은 좀...;)



 - 당연히도 요즘 시대엔 참 안 맞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일단 영화의 메인 빌런부터가... 무려 쪼잔하고 치사한 환경 운동가에요. ㅋㅋㅋ 즐겁고 명랑한 우리의 주인공들이 정부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 자동차 시위 좀 해 보겠다는데 고작 환경 문제 따위로 시비라니!! 아주 톡톡히 놀려 먹고 망신을 시켜 주겠어! 뭐 이런 식이구요. 여주인공에겐 아예 뇌가 없고 유일한 여성 참가자 듀오는 우승 전략이 야한 옷 입고 몸을 배배 꼬아서 교통 단속 경찰들에게 용서 받고 달리는 것이고. 유태인 농담, 흑인 농담 계속 나오구요. 제작사인 골든 하베스트 픽으로 들어갔음이 분명한 성룡은 무려 일본인 레이서 역할을 맡고서 영화 속에서 계속 중국어를 하지만 일본인입니다. ㅋㅋㅋㅋ 이런 무신경함도 문제이고, 그보다도 난감한 건 이 캐릭터가 영화 내내 다른 캐릭터들과 상호 작용 없이 혼자만 따로 논다는 겁니다. 클라이막스 즈음의 대난투 장면에서도, 마지막의 사람 좋은 대동단결 강강수월래 우리 모두 여기에 엔딩 장면에서도 끝까지 다른 인물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없어요. 그 시절에야 이런 헐리웃 스타들 나오는 영화에 성룡이! 라며 감탄했겠지만 2025년에 이걸 보는 동양인 입장에선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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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배우님은 한때 존 카펜터랑 많이 작업하다 결혼까지 하셨었죠. '안개'나 '뉴욕 탈출'에도 나오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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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내 멍청한 소리 하며 웃기만 하는 바보 금발 미녀 클리셰 그 자체에 존재감도 없지만 담당 배우는 '미녀 삼총사'로 잘 나가던 파라 포셋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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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성룡이 실제 촬영장에서 저 헐리웃 스타들과 함께 연기한 상황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심지어 액션씬도 따로 찍은 느낌인데 뭐... 그냥 성룡이 바빴던 걸로 하죠.)



 - 근데 뭐 저 시절 영화를 보면서 요즘 기준으로 진지하게 따지고 들면 안 되는 거죠. ㅋㅋ 그래서 사실 저런 부분은 크게 신경 안 쓰고 봤는데요.

 제게 이 영화의 정말 큰 문제는 요즘 보기엔 재미가 없다. 라는 거였습니다. 보는 내내 와! 옛날엔 이게 재밌었단 말이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하하;

 이야기가 너무 헐겁고 싱거운 가운데 옛날식 개그의 약빨도 다 떨어진 거죠. 자동차 스턴트가 되게 멋진 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분명히 심심한 기분으로 봤구요. 하지만 아무래도 '추억의 영화'란 게 갖는 메리트란 게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심심한 가운데에도 계속 피식 피식이라고 웃고는 있었고. 또 이 영화가 아니면 우리가 어디에서 성룡에게 두들겨 맞는 피터 폰다를 볼 수 있겠습니까!! 하하.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흐뭇해(?) 하는 걸로 정신 승리를 하며...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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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ㅋㅋㅋㅋ)



 + 워낙 결말이 뻔한 장르니까 스포일러는 끝 부분만 간단히.


 서로 물어 뜯고 시비 걸고 속여서 엿 먹이고 하며 즐겁게 달리던 참가자들은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도로 사정으로 한 곳에 멈춰 대기하다가, 저엉말 쌩뚱맞게 나타난 바이크족들과 패싸움이 붙어요. 처음엔 좀 우세한 듯 하다가 숫자에 밀려 불리해지려는 순간, 주인공의 바보 파트너가 '캡틴 카오스'로 각성해서 빨간 망토를 두르고선 순식간에 다 두들겨 패 버립니다. 이게 대충 그 친구가 너무 사람이 좋아서 어릴 때부터 호구로 괴롭힘 당하며 살다가 스스로 만들어낸 제 2의 인격 이런 건데... 대충 넘어가구요. 그래서 형세가 역전 된 후에 다시 길이 뚫렸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다 우루루 차에 타서 달려갑니다만. 이유를 알 수 없게 (사실은 매우 잘 알지만;) 성룡 캐릭터만 남아서 피터 폰다를 포함한 아직 덜 맞은 바이크족들을 화려한 곡예 기술로 쥐어 팹니다. 그러다 결국 늦게 출발하구요.


 와다다다 달려서 거의 동시에 결승점에 도착한 주인공 & 비중 있는 캐릭터들이 차에서 내려 결승점에 자기네 티켓을 꽂아 우승을 확정하기 위해 달리는데요. 이때 버트 레이놀즈가 자기 한 몸 희생해 나머지를 한 번에 자빠뜨리면서 동료에게 티켓을 맡기는데. 이 동료가 열심히 달려 티켓을 꽂으려는 순간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가 물에 빠졌어요!!" 라는 소리가 들려요. 그래서 동료는 (아니 이미 결승점 도착이라 그냥 티켓 꽂고 가면 되는데 굳이;;) 우승을 포기하고 도우러 가고, 결국 어부지리로 섹시 여성 2인조 팀이 캐논볼 대회에서 우승을 합니다.


 그래서 동료가 구해온 '우리 아이'는 강아지였구요. 그래도 잘 했다고 뿌듯해 하는 동료를 버트 레이놀즈가 막 때려요. 그러면서 이제 다시는 캡틴 카오스는 하지마!! 라고 그랬더니 동료는 알았다. 괜찮다. 라면서 갑자기... "난 원래부터 캡틴 USA가 되고 싶었거든!!!" 이라면서 파란 망토로 변신을 합니다. 그걸 보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지는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 다 같이 훈훈한 가운데 치사하고 더러운 환경 운동가가 뒤늦게 도착해서 투덜거리고. 우리의 로저 무어 워너비 로저 무어씨가 '담배나 한 대 피우시죠' 라며 시가를 건네주며 자기 차로 유인해서 라이터 잭으로 위장한 강제 사출 버튼을 누르게 하려는데... 어인 일인지 아저씨는 무사히 불 붙여 담배를 피우고 있고 '어라 이게 왜 안 되지?' 라며 시가잭을 눌러 본 로저 무어 워너비님만 슝~ 하고 하늘을 날아 바다로 떨어집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다 같이 하하 호호 웃는 전 출연진의 모습을 보여 주며 엔딩... 이에요. 끝.

    • mbc 첫 더빙 방송인가...학교에 가니 그래도 친구들이 재미있다 재미있다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여자아이는 왜 핑크색? 이런 논쟁의 주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참 이상하지요? 달려라 번개호 시절부터 부르릉 소리만 들으면 피가 들끓으니까요. 그러니까 저 영화도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게 봤다..뭐 이겁니다 ㅎ

      • 로켓 달고 붕붕 나는 자동차, 점프해서 기차 뛰어 넘는 자동차, 초음파 장치와 적외선 카메라로 밤중에 불 끄고 닌자처럼 달리는 자동차... 에다가 딱 한 번이지만 성룡의 액션까지 나오니 그 시절 어린이들에겐 재미 없는 영화이기도 쉽지 않았겠죠. 저도 당시엔 분명히 재밌게 봤습니다. 그래서 찾아 본 것인데... 나이를 그렇게 곱게 먹은 작품은 아니었네요. ㅋㅋ

    • 성룡과 공공칠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어른을 졸라 극장에서 봤는데 어린 나이에도 재미가 별로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 그 공공칠이 사실은 공공칠이 아니라 공공칠 흉내를 내는 공공칠이랑 똑같이 생긴 아저씨였다는 게 개그였는데. 어린이들에겐 먹히지 않을 성격의 개그였을 것 같기도 하구요. 본문에도 적었듯이 그나마 그거 하나 빼면 정말로 웃기는 장면도 없고... 뭐 그랬습니다. ㅋㅋ 그래도 영화가 독특한 면은 있어서 그런지 컬트 팬들이 지금도 있는 것 같더라구요. 리메이크도 계획 중이라고 하구요.

        • 말씀이 정확할 듯 합니다. 배우가 공공칠이라는 것만 알았고 극중에서 어떤 역할인지는 지금 기억도 하나도 안나고 이해도 못했을 겁니다 아마.

          리메이크는 많이 기대가 되지는 않고 만들어진다 해도 그냥 보러 가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그럴 정도의 추억을 불러오기에도 원작이 살짝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라도 뭔가 재미있는게 나오면 좋겠습니다!
          • 이번에 원작을 제대로 한 번 보니 리메이크가 아무리 허술해도 이것보다 완성도는 높겠다 싶구요. ㅋㅋ 하지만 '추억의 영화' 버프가 있으니 이것보다 특별히 오래 살아 남기란 힘들어 보이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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