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백년 되는 영화를 봤습니다

어쩌다 우연히 영화의 전당에서 아벨강스의 나폴레옹을 상영한다는 걸 알게되서 부랴부랴 보러갔다왔습니다.

제가 영화예술에 관심없다고 여러번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래도 옛날에 영화광 흉내내고 다니던 시절의 허영심은 조금 남아있어서 극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유명영화를 볼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든 가보고는 싶어지거든요. 그치만 반쯤은 귀찮아서 안가고 싶기도 했어요.

나폴레옹은 '겁나 유명한 영화라는 것'만 알고있었습니다. 솔직히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는 전혀 안했어요. 그런데 예상외로 재미있었어요. 

2016년 복원판 20fps로 5시간 반짜리ㅂ니다.(그것도 알려진 제일 긴 거에 비하면 반밖에 안되는 거라는듯...)
두개의 시대로 나눠져있고 한 시대가 각각 2막으로 나눠져서 4막 구성. 원래는 인터미션이 세번 들어가야 하는데, DCP가 각 시대당 한개로 나눠져 있어서 세시간/두시간 반짜리 두편의 영화로 간주해 따로 상영하고 인터미션은 흔적만 남기고 건너뛰어, 실제로는 약 15분정도 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특히 1막이 아주 흥미진진했고, 2막에서 전쟁장면이 너무 길어 집중력이 살짝 떨어지긴 했는데 어쨌든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중에 제일 재미있게 봤습니다. 무성영화는 난해하지 않아서 좋아요ㅎㅎ
영화는 나폴레옹의 가장 빛나던 시절까지만 영상화하고 어두분 부분은 완전히 배제해서 완전히 위인전 형태이고 아주 경건한 자세로 만들어져서, 구세주를 찬양하는 복음서 같기도 했습니다. 근데 결국은 프랑스 혁명을 찬양하는 영화였어요. 중간까지는 혁명의 어두운 부분을 꽤 강조해서 나폴레옹을 띄우려고 저걸 까나? 싶었는데 끝까지 보니 혁명을 찬양하려고 나폴레옹을 끌어온 건 아닌가 싶은 느낌이더군요. 뭐 둘 다 위대하다는 거고...ㅎㅎ

상영 안내에서 감독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중극장에서 상영한다고 적혀있어서, 처음엔 뭔소린가 했어요. 그냥 원래 대극장에서 상영하라고 만든 영화니까 중극장(어쩌다 보니 이름은 중극장이라고 붙었지만 전국적으로도 상위급의 대극장이죠)에서 하나보다 생각하고 봤다가 피날레에서 뒤통수 맞았습니다. 진짜 중극장에서 상영해야 되는 영화였어요. 아니 중극장도 모자랐습니다. 어쨌든 이건 극장에서 안보면 의미가 없겠다 싶더군요.

여러모로 놀라운 영화였어요. 저 말고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관객들이 많았고 다끝나곤 정말 오래간만에 영화관에서 박수소리 들어봤습니다.
1927년 작이니까 2년뒤면 백년이죠. 백주년 기념으로다가 좀더 폭넓은 극장상영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중극장은 4:3 마스킹은 안된다는 걸 알게되었고(1.85:1 마스킹에 양옆이 약간 비는 형태로 상영) 더불어서 약간의 키스톤이 있다는 것도 알았네요.
    • 헉 제목 보고 이 영화 떠올리고 들어왔는데 맞았군요. 키아누 리브스가 좋아하는 영화라고 하더군요.

      말콤 맥도웰은 큐브릭이 나폴레옹이 먹던 식단대로 먹는다고 하더군요. 나폴레옹 영화 만드는 게 큐브릭 숙원이었잖아요




      저는 이 영화도 그렇지만 1900년도 보고 싶어요. 화면이 아름답더군요,베르톨루치 영화가 그렇지만. 젊은 드 니로,드파르디유,도널드 서덜랜드 보고도 싶고요.


      7월에 순응자 재개봉할 때 집에서 먼 롯시라 안 간 게 후회

      • 큐브릭은 아벨 강스 버전을 싫어했다죠.




        저번달부터 영화의 전당에서 대부 1,2편을 연속상영했었는데 오래하겠지 생각하고 천천히 보자고 개기고 있었더니 생각보다 오래 안하더군요. 하나만 보러가긴 싫고해서... 진작 갈걸 하고 후회중입니다.

        • 대부2에서 시칠리아 사투리하는 드 니로 보고 나니 1900년이 보고 싶어졌어요. 대부 1,2는 영화가 길고 관객 연령층이 높아서인지 그만큼 관크도 심합니다.


          리들리 스콧은 나폴레옹의 상승과 몰락을 배경으로 한 콘라드의 소설을 갖고 결투자들을 장편 데뷔작으로 만들고 후에 나폴레옹을 찍었죠
    • 오래 전 대강 대강 봤어요 라떼...완전정복 표지에 나오는 나폴레옹이랑 비슷해서 아름 답게 느껴졌습니다. 잘 그린 대형 유화가 한장씩 이어지는 것도 같았고요

      • 집중해서 보기엔 좀 부담스러운 시간이죠. 나폴레옹의 젊은 시절 이야기인데 배우가 그리 젊어 보이지는 않았던게.... 감독 본인이 역할을 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감독은 '프랑스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역으로 출연했는데 자기 얼굴을 제일 크게 클로즈업....ㅎㅎ

    • 예에엣날에 어딘가에서 그리 길지 않은 소개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로 옛날이었죠 지면으로 읽었으니까요. ㅋㅋ 그러고 역시 꽤 오랜 세월을 잊고 살다가 이 글로 기억이 살아나네요. 이럴 때마다 기분이 신기합니다. ㅋㅋ




      암튼 다섯 시간이라니. 인터미션이라니. 그걸 이겨내고 재밌게 보셨다니 작품이 위대한 건지 돌도끼님이 대단하신 건지 궁금해집니다만. 아마 전 이제 평생 못 보겠죠. 세 시간만 되어도 힘들어요(...)

    • 이렇게 좋게 말하시니 모르고 지나친 게 아쉽네요. 영화의 전당은 일반 극장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장소가 쾌적해서 자주 이용하거든요.  


      백 년 된 영화 글 두 개 올리셔서 어쩐지 닉네임하고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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