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감독 신작 '세계의 주인' 보고 왔습니다.

'우리들', '우리집'에서 각광받은 (비록 어둡고 냉혹한 현실을 다룰지라도) 특유의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과 사려깊은 연출이 이번엔 더욱 넓어진 관점과 세계와 사람들을 끌어 안으면서 돌아왔네요. 무척 기대하고 있었는데 6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고 괜히 오래 걸린 게 아니구나 싶습니다.


그냥 '주인'이라는 고교생 소녀의 이야기라는 것만 미리 알고 보러가시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미리 공개된 시놉시스나 예고편에서 불필요한 정보 노출을 잘 차단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감상평이나 씨네21 한줄평 같은 것도 다 피하시는 게 좋겠어요. 무슨 대단한 반전 같은 서술트릭이 있는 건 아닌데 초반에는 그냥 주인공의 일상생활과 주변 이야기를 산발적인 에피소드식으로 보여주다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어떤 영화였는지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 구조를 취하고 있거든요.



독특하게 내세울만한 연출이나 그런 건 딱히 없는 겉멋 없고 투박한 영화인데 끝까지 다 보고나면 2시간의 러닝타임이 꼭 필요한 씬들로 정확하게 채워져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데뷔작만으로 엄청나게 주목을 받았고 단 두 편만에 '다정한 거장'이니 하는 수식어가 붙는 게 능력과 상관없이 좀 설레발 섞인 게 아니었나 싶었었는데 세번째만에 벌써 이렇게 장인처럼 감탄이 나오는 완성도로 뽑으셨는지 많이 놀랍습니다. 


전작 두 편은 주인공인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것과 별개로 소재와 스토리 때문에 맴찢하고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그게 많이 줄어들었고 그러면서도 훨씬 풍미가 깊어진 맛이 납니다. 그러면서도 후반부에 울컥하게 훅 들어오는 순간들은 늘어지지 않고 정확하고 강하게 꽂히구요.



원래 아역들 연기지도로 유명한 감독인데 이번엔 청소년이 주인공이고 어른들도 많이 나오는데 여전히 연기가 고르게 다들 좋습니다. 유명하신 분들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배우들, 신인급 배우들이 골고루 잘 섞여있구요. 장혜진 배우가 이번에도 주인공 엄마 역으로 나오는데 훨씬 비중이 높아졌고 그만큼 훌륭한 연기를 더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고 여기서 가장 잘나가는 배우는 왜 굳이 포스터에 이름도 빼고 예고편에서도 감췄나 했는데 영화를 보니 이렇게 활용하려 했구나 역시 계획이 있으셨구나 했습니다.



여러분도 관심 있으시다면 될 수 있으면 빨리 보러 가셨으면 좋겠어요. 어제 개봉했는데 상영관도 넉넉치 않고 오늘 저도 10명도 채 안되는 관객들이랑 같이 본 것 같네요. 너무 비싸진 티켓값을 할만한 장르의 영화여야 극장에서 가성비가 맞는 분위기가 됐고 저역시 그렇지만 작품이 정말 너무 좋아서 관객이 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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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역할의 신수빈 배우는 캐릭터와 이미지가 완벽히 들어맞는 캐스팅이기도 하고 당연히 연기도 좋았는데 무엇보다 완전 터프하고 멋짐이 넘쳐서 바로 팬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막 경력 시작하는 신인이던데 오래 보고 싶어요.



https://x.com/lovethisdrama/status/1980949260565954685

올해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미리 관람한 박정민 배우의 소감


    • 이번주 주말에 보러가려고 예매 했습니다. 여기저기 극찬이라 안볼수가 없네요

      • 저는 내일 2회차 관람갑니다. 즐겁게 보시고 감동도 받으시길 바래요.

    • 보셨군요! 하하. 이번 주말은 시간이 영 안 나는데 사방에서 극찬이라 심란합니다. 보나마나 며칠 안에 싹 다 내려갈텐데... orz

      • 요즘 다시 극장관람에 발동이 걸리신(?) 김에 심란해하지 마시고 황홀해(?)하심이 어떨지! ㅋㅋㅋ 근데 정말 영화가 너무 좋아서 나중에라도 꼭 챙겨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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