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굿보이]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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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면서 막연한 예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개가 뭔가를 발견하고 불안해하면, 주인도 같이 불안해할 것이고 개가 주인을 구해내는 상황이 이어지지 않을까. 영화를 보면서 그게 어느 정도 인간중심적 사고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영화의 '주견공' 인디는 아기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는 사람의 말을 할 줄 모르고 뭔가를 더 예민하게 감각할 뿐입니다. 인간 토드는 인디가 아무리 낑낑대고 신호를 보내도 태연합니다. 이 이상한 집에서 인디는 여러가지 징후를 계속 발견하지만 토드는 계속해서 이 집에 머무릅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이라면 좀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에서 인디가 시종일관 앓는 소리를 내거든요. 키우는 개가 없는 저조차도 이 영화를 보면서 여러번 속이 상하더군요. 인디가 영화에서 겪는 증상이 심리적이라 한들 이건 피로이자 스트레이입니다. 불안해하고 무서워합니다. 그런데 그게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언어적 소통의 실패와 누군가에게 귀속된 존재의 무력함을 그리고 있습니다. 공포를 혼자 지각하고 계속 경험하는데 옆에 있는 주인은 그걸 몰라줍니다. 보는데 괜히 야속하더군요. 토드도 우울증을 겪고 있어서 남을 케어할 처지는 안되니까 딱히 할 말은 없겠지만요.


귀신이 나타나면 개가 인간을 지켜줄 거라는(그리고 얼마 후 무참하게 죽은 채로 발견되는) 그 생각을 완전히 고쳐먹었습니다. 개도 공포를 느끼는 존재겠죠. 아마 무서운 건 피하고 싸움은 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디는 벽에 실시간으로 퍼지는 얼룩도 보고 그림자도 보고 희뿌연 형체의 사람도 보고 심지어 악몽도 꿉니다. 이 영화에서는 개가 인간을 지켜준다는 전제가, 인간도 개를 지켜준다는 전제로 작동을 안합니다. 인간은 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다는 전제 하에서요. 그래서 영화를 보며 그럴 수 밖에 없나, 그럴 수 밖에 없으면 그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럽 어떤 나라에서는 개를 키우면 무조건 두마리 이상을 키워야 동물학대가 아닌 걸로 간주한다는 걸 얼핏 들었는데 그걸 너무 이해했습니다. 인디는 계속해서 외롭고 불안해하니까요. 오히려 같은 멍멍이 친구가 있었으면 둘이서 힘을 내고 덜 겁에 질렸을 겁니다.


인간 주인공의 얼굴이 거의 안나온다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그건 영화가 사람보다 개에게 초점을 더 맞추려는 전략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개의 시점에서 키가 훨씬 큰 인간을 바라볼 때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사람이 사람의 존재를 완전히 인식하는데 얼굴이라는 조건이 필수적이라는 걸 볼 때, 인디는 존재하되 불명확한 이와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인간과 함께 사는 개에게 '반려인간'이란 어떤 표식이 아니라 자신을 챙겨주는 친절과 호의의 연속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영화의 결말이 어찌보면 인디에게 제일 큰 슬픔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책임을 갖고 있는 존재를 잃어버리는 거니까요. 날 따라오지 말고 거기 있어! 라는 마지막 명령에 자리를 지키는 것도 괜히 찡했습니다. 그래도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인간 친구를 구해내보겠다고 그 무서운 지하실까지 와준 걸 보면 개가 인간에게 주는 끝없는 우정과 사랑을 또 생각해보게 되고요. 아마 이 귀신들린 집에서 오래전 머물렀던 할아버지의 개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호러 장르의 여러가지 실험들을 보게 되서 흥미롭습니다. 거대한 특수효과나 테크닉보다도 민감하고 약한 상태의 존재에 초점을 두고 보면 세상의 공포는 또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네요. 




    • 저도 신기한 호러라고 생각했으나 볼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있어요. 호러도 힘든데 개가 시종 겁내는 호러라니...


      그래도 쓰신 글을 보니 여러 가지 생각거리는 있을 거 같네요. 개를 위한다지만 인간 중심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요. 저도 개가 있을 때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지, 이게 개한테도 좋은지 모르겠고 궁금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글로라도 접하게 써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 어떤 견주들은 진지하게 비추를 하고 있던데 그걸 이해했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 속 관계가 반려견과 인간의 적나라한 현실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개가 개의 악몽을 꾸는 건 영화에서 처음 봐서 신선했습니다.

    • 이럴수가! 마지막이 대체 어떻길래 우리 가나디가 슬퍼진단 말씀인가요. 아니 진짜 궁금한건 아니고 속상해서....수사적 질문이었습니다. 역시나 개 키우는 사람은 부담돼서 못볼 영화인걸까요....


      일단 제가 개 키우면서 알게된 바로는 개는 자기가 정말 무서우면 사람뒤에 숨습니다....(그게 고양이와 차이라고 하더라고요. 고양이는 정말 무서우면 도망간대요) 자기가 할만하다 싶은 상대한테만 짖어요. 그리고 사람은 얼굴로 다른 사람을 인식하지만요 개는 냄새로 인식해요. 자기들끼리도 사타구니 냄새 서로 맡는 것이 인사잖아요. 그들은 인간에 대해서도 사타구니 냄새;;;를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얼굴이 보이지않는 게 큰 문제는 아닌것 같습니다. 물론 개는 같이 사는 인간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므로 인간이 자기에게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혹은 안 쓰는지 다 알지요. 그 인간이 자기자신을 잘 돌보는지 아닌지도 다 알고 있을것 같습니다.
      • 아 그렇군요? 그러면 영화 속에서 인간 주인의 얼굴이 거의 안보이는 게 개 시점에서 충분히 그럴만 해서 그랬겠네요 영화는 후각을 살리기는 어려운 매체이기도 하고... 




        이 영화 속에서 주인은 제법 친절합니다. 인디에게 소중한 친구 맞습니다. 악령이 훼방을 놔서 그렇지...

    • 사전정보 공개됐을 때부터 개의 관점이라는 것 때문에 제법 관심을 모았던 작품으로 아는데 저도 보면서 맘이 아플 것 같아 걱정은 됩니다만 일단 나중에 VOD라도 챙겨는 보려구요. 본문은 스포라니 감상 후에 읽겠습니다. ㅋㅋ

      • 나중에 보고 감상 들려주세요 ㅎ

    • 저도 어제 극장에서 보고 왔어요! <하드코어 헨리>처럼 시점을 통해서 재밌는 실험을 할거라고 예상했는데-이를테면 색상에 대한 강아지의 가시광선 파장이나 후각에 대한 능력 등등-그렇진 않았던 것 같아요. 인간은 강아지의 감각 능력은 분석할 수 있어도 강아지의 체험은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소니님이 말한 것처럼 인디를 인간을 뛰어넘는 초감각적인 것으로 소재화하기 보다는 감정을 느끼는 존재로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1층과 2층을 반복해서 오르내리는 장면들은 어떻게보면 공포영화로서는 지겨울 수도 있으니까요. 인디가 꾸는 악몽이라거나 티비 속 오래된 비디오 장면으로 감정을 풍부하게 드러내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 쓰신 댓글을 보니 영화의 의도가 더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감정을 느끼는 존재'... 개를 감각이 아닌 감정의 존재로 다룬 게 좋았네요. 




        주인놈 제발 영화 좀 끄고 자라고 뒤통수 때리고 싶었습니다. 그 딴 짓을 계속 하면 귀신 안들린 집에서도 악몽 꾸고 심신에 악영향이 갈텐데...

    • 저도 궁금하지만 절대 볼 수 없을거라 글로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에 멍멍이가 혼자 남는다니…그것만한 공포는 없으니까요(영화나 드라마에서 멍멍이나 야옹이가 나오면 그 순간 긴장과 집중도가 올라가요)

      맨 처음 멍멍이가 바라보는 사진 너무 귀여우면서 동시에 울컥하게 되네요. 이놈들은 정말 사랑입니다.
      • 인간 주인공이 처음부터 갤갤대기 때문에 좀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더군요. 다행히 인디는 주인공 누나가 챙겨서 데리고 갑니다. 그래도 주인공의 영혼이 악령에게 끌려가기 전에 멈춰! 라고 말을 했기에 그걸 따라서 제자리를 지켰던 인디가 어떤 마음일지 좀 궁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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