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가 넷플릭스에 11월 초 올라올 예정이지요. 지금 소수의 극장에서 상영 중이기도 하네요. 

이 영화가 곧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집에 사두었던 책이 마침 있어서 최근에 읽었어요. 

 

저는 이전에 나온 고전 영화 비롯해서 프랑켄슈타인 영화들 본 게 없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토막 내용과 그림으로 만난 괴물의 이미지만 갖고 있었어요. 

메리 셸리의 책을 이번에 읽어 보니 갖고 있던 이미지와 좀 다르네요. 기존 이미지는 머리에 나사가 박히고 바느질 자욱으로 짜집기된 괴물인데, 과묵하여 눈으로만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원작의 괴물은 달변이었어요. 원작은 오래 전의 소설들이 흔히 취하는 기법을 쓰고 있었습니다. 처음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이 아니고 첫 화자일 뿐이고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는 매개체가 됩니다. 첫 화자의 이야기 속에서 우연히 만난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 속에 괴물이 이야기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의 화자들은 처음 시간대로 와서 마지막에 대면하고요. 


괴물은 외모로 인해 멸시당하고 완전히 혼자 헤매다니면서 깊은 원한을 갖게 됩니다. 외모는 처음부터 그렇게 생겨났지만 처음부터 사악하지는 않았습니다. 악해지는 이유는 외로움과 불행감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쓰고 있으니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 생각이 납니다. 이 영화의 경우 엠마 스톤의 외모를 한 피조물은 사랑스럽습니다. 잘 보살펴지고 경험도 주어지고 그래서 갈수록 현명해지며 자기 편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의 외모는 바로 보기 힘들 정도로 추하기 그지없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추방된 자가 되어 영원히 혼자여야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 괴물 본인이 독학으로 깨우친 언어 능력과 사고 능력으로 상세하게 표현됩니다. 

원작을 보니 어째서 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재해석의 욕구를 불러일으켰는지 알 것 같아요.

작품 자체가 훌륭하다고 생각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오래 전 소설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작품 중에 시대를 의식 못할 정도로 좋았던 소설이 있었음을 생각해 본다면 관념적인 단어의 계속적인 나열이 단조롭고 인물들의 행적도 설득력이 부족한 면이 있어요. 하지만 집필시 19세라는 작가의 나이를 생각하면 캐릭터의 창조는 참 놀랍습니다. 괴물이 진정한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요.   

  

이번 영화 예고편을 보면 원작처럼 괴물의 입장이 비중이 있어 보입니다. 일단은 상영관 찾아서 보고 싶은데 띄엄띄엄 있는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영화는 고전 흑백판부터 케네스 브라나 버전까지 다양하게 보았는데, 책은 어렸을 때 봐서 그런지 기억이 매우 어렴풋합니다. 괴물이 달변이라고 하니 '페니 드레드풀' 속 괴물이 가장 원작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데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역을 무대 출신 배우인 로리 키니어가 맡아서 엄청난 달변가로 연기했었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괴물의 캐릭터와 다른 사려깊고 우수에 찬 고전 소설 주인공 느낌을 잘 살렸던 것 같습니다.  

      • 원작에서는 독자 입장에서 괴물을 보며 우수와 사려 깊음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인간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완전히 저버려진 사건 이전이었고, 이후에는 어떤 이타심도 남지 않고 자신의 목적만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과정이 설득력이 있었어요.   

    • 언급하신 가여운 것들도 그렇고 올해 기예르모 감독님의 '프랑켄슈타인'이 나오고 내년 개봉 예정인 매기 질렌할의 두번째 연출작 'The Bride!'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를 주인공으로 다룬다고 합니다. 제시 버클리가 신부, 크리스챤 베일이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할이래요. 갑자기 이 소재에 관심을 보이는 창작자들이 여럿 겹쳤네요.




      가여운 것들에서 엠마 스톤의 주인공 캐릭터의 그런 설정을 통해 감독의 의도나 어떤 실험의 목적은 잘 와닿았으나 이걸 엠마 스톤 캐릭터의 엄마 관점에서 보면 참 끔찍한 얘기였죠;;

      • 넷플릭스에서 크리스찬 베일과 마고 로비,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나오는 '암스테르담'을 최근에야 봤어요. 여기서도 베일은 얼굴에 흉이 지고 의안을 한 역할을 하더군요. 살을 또 빼가지고 나이도 들어 보이고 캐릭터 자체도 애처럽고, 좋아하는 배우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또 괴물 역할을 하는군요. 평범한 인물은 너무 싱거운 맛인지? '암스테르담'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와 비슷한 면이 있었어요. '암스테르담'은 상영 시간이 길다는 사실이 의식이 된다는 게 달랐지만요.ㅎ 그래도 괜찮게 봤습니다. 


        '가여운 것들'은 저는 괜찮게 보진 못했어요. 배우들 연기와 그림 보는 느낌은 좋았지만 이야기가 그냥 납득이 좀 안 되는 부분이 보인달까, 즐겁게 못 봤달까, 그랬습니다. 

    • 헉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미디어의 이미지에 오염된채로 봐서 원작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그것'이 생각보다 불쌍하게 느껴지더군요. 굉장히 이성적으로도 느껴지고.




      아마 제 머릿속을 가장 강하게 점령했던 건 이토 준지 만화책의 프랑켄슈타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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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소설을 집필할 때 메리 셜리가 낙태를 경험해서 그 죄책감이 반영되었다는 해석도 많더군요. 좀 수긍이 갔습니다.




       

      • 읽으신 분들은 다 괴물의 입장에 수긍되는 바가 있을 거예요. 


        집필하던 시기에 여러 가지 고난이 있었다고 합니다. 나이에 비해 책을 많이 읽어 학식이 높았다는 것 외에 인생에 닥칠 수난도 매우 이른 나이부터 많이 겪었더라고요. 낙태는 아니고 첫 아이가 조기출산이었고 태어난 아이가 며칠 못 살고 죽었다고 합니다.   

        • 아 맞네요. 아이가 죽었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어서 틀린 정보를 말했네요 정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최근에 읽었는데 말씀하신대로 상당히 이성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저는 배우자를 만들었다가 눈 앞에서 없애버리는 인간 쪽에 더 충격받았어요. 그 맥락도 처음엔 이해가 안 되었고. 서서히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인간은 자신들이 그들보다 못할까 두려웠구나 싶더군요. AI를 악당으로 하는 영화를 수만개 만들어온 실제 사람들처럼요.


      북극이란 공간의 쓰임새에도 놀랐고, 결론도 꽤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첫 SF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렇게 치면 꽤 뛰어나지 않나 생각했어요.)
      • 프랑켄슈타인은 머리가 좋을지는 몰라도 신중함은 부족해 보이고 갈수록 판단력도 신뢰가 안 갔습니다. 이랬다저랬다 하고 뒤로 가면서 사실 제정신도 아닌 거 같죠. 제정신이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리고 없애버린 건 그들이 종족을 번성시킬까 두려운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고 하는데 만드는 것도 없애는 것도 뭔가 감당없이 지르는 느낌이 있었어요.




        맞아요, 북극은 접근이 어려운 시기였을 텐데 그곳을 배경으로 삼아 인물들이 모이게 썼다는 게 대담하죠. 괴물 캐릭터의 내면 표현도 뛰어나고요. 당시 사람으로서 상상력 하나는 정말 거침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넷플릭스에서 알림만 해두고 있었는데 글 보고 찾아보니 제가 사는 지역의 극장에도 의외로 간간히 있네요. 가능한 시간 맞춰봐야겠어요.

      메리 셜리의 원작 보긴 한거 같은데, 제 기억력이 그렇듯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거 같아요. 영화보기 전에 다시 봐야겠습니다!!
      • 극장에서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저도 시간을 확인하긴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델 토로 감독 님 덕분에 집에 묵혀 두었던 책을 보게 되었어요.ㅎ 2차 창작의 영향을 받은 막연한 생각이 원작을 확인하니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 좀 우습기도 했어요...

    • 이게 다 영화 때문이다... 라고 생각하며 검색을 해 보니 의외로 최초의 프랑켄슈타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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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렇게 생겼었네요. ㅋㅋ 에디슨 쪽에서 만든 12분짜리 단편 영화이고 무성 영화이기도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에겐 대사가 없는 듯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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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익숙한 비주얼은 1931년작 이 영화에서 처음 나온 듯 합니다.


      확인해 봤더니 역시나 얘도 말은 거의 안 해요.




      영화가 잘못한 게 맞는 걸로... ㅋㅋ 하지만








      제가 극장에서 본 첫 프랑켄슈타인은 좀 더듬거리긴 해도 할 말은 다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영화 제목부터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달고서 원작 충실 재현을 목표로 했던 작품인지라... ㅋㅋ


      당시엔 프랑켄슈타인이 뭐 이리 안 무섭냐고 투덜거렸는데. 나중에 이게 원작에 가까운 거란 정보를 접하고 반성했던 추억이 있어요. 하하;



      • 네 31년작 출연 그것이 제가 가진 이미지입니다. 


        마지막은 드니로 배우네요.ㅎ 목소리 들으니 금방 알겠습니다. 책에 보면 숨어서 말을 익히고 노인에게 처음 활용해 보는 장면이네요. 나중에 프랑켄슈타인을 만나서 그간의 일을 얘기할 때는 완전히 구구절절 말을 잘 합니다.


        그런데 말을 하면 무섭지가 않잖아요. 말이 없을수록 무섭죠. 그래서 책도 무서운 건 하나도 없어요. 자기 얘기를 상세히 하는 괴물이 무섭진 않고 그 고생을 하는 게 안쓰러웠어요. 함부로 만들고 대책이 없는 프랑켄슈타인이 비호감이고 그랬어요. 인간들이 책임을 좀 생각하면 비극을 줄일 텐데 싶고요.


          

      • 오스카 아이작이 미남과이긴 하죠. 원작도 추격전이라고 볼 수 있어요. 북극, 추격전 등을 보면 원작에 충실한가 봐요. 저는 이런 거 좋아하는데 일이 생겨서 아직 못 봤습니다. 많이 좋진 않으셨나봐요....

        • 제가 말을 잘못했는데 괴물 프랑켄슈타인이 잘 생겼어요. 오스카 아이작은 조금 독특한 외모가 어머니가 구아테말라 사람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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