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는 컴퓨터 v 게임기로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죠
90년대 중반쯤 컴퓨터 통신의 게임동호회에서 활발히 벌어지는 키배 떡밥중 하나가 컴퓨터와 게임기중 어느게 더 게임하는데 좋은가 하는 거였습니다. 딱 90년대 중반쯤에만 가능한 토론이었습니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감히 컴퓨터가 게임기에 대항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못했었으니까요. 게임기는 게임만 하겠다는 목적으로 집중화된 전용 컴퓨터ㅂ니다. 범용 컴퓨터가 거기 대항할 수 있을리가 없었죠. 그치만 컴퓨팅 환경이 32비트로 넘어가고 그래픽과 사운드의 성능이 향상되면서(옵션으로 별도로 달아야하긴 했지만) 16비트 이하 게임기는 추월해버린 거죠.
90년대 중반쯤 게임기도 32비트로 넘어가긴 했지만 그시기는 개인용 컴퓨터의 발전속도가 정말 미쳐있던 시기거든요. 원래 게임기란 건 게임만 돌아가면 된다고 해서 다른 기능을 다 깎아버린 물건이고, 기본적인 컴퓨팅 파워만 따지자면 애초에 게임기가 피씨보다 나았던 적이 역사상 한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피씨(주변기기)의 오디오 비디오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최신 32비트 게임기와도 붙어볼만큼하게 된거죠. 그래도 게임기는 그간 쌓은 노하우가 있다보니 (도스에서 윈도우로 바뀐 환경에) 아직 제대로 자리를 못잡고 빌빌거리던 컴퓨터 게임환경에 비해 장점들이 있어서 둘이 정말로 싸움거리가 될만 했습니다.
거기서 시기가 더 지나가면 컴퓨터의 미친 발전 속도가 게임기를 뛰어넘게 되어, 게임을 최상의 환경으로 하고싶으면 피씨버전으로 해야하는 형편이 되니까... 딱 90년대 중반에만 가능했던 논쟁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피씨의 그 미친 발전속도를 보고는 앞으로는 피씨가 게임기를 잡아먹어서 게임기가 사라져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티비도 비디오도 오디오 기기도 피씨가 다 잡아먹어버려서 피씨가 모든걸 통합해 버리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게임기는 단순 성능의 문제가 아닌 이런 저런 시장논리로 그후 더 세력이 커지게 되어 여전히 생존했습니다.(지금은 꺾이는 중인 것 같지만요)
그리고 피씨가 다른 모든걸 잡아먹을 거라는 생각은 어찌 비슷하게 되기는 했지만...... 전화기가 피씨를 잡아먹어버릴 거라는 건 꿈에도 생각 못했네요ㅎㅎ
지금 관점에서 보자면 그저 병림픽에 불과할뿐이지만 그때는 참 진지하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죠.
피씨통신의 온라인 공간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누가 이 떡밥 던지면 금새 불타오르곤했죠.
저의 경우는 유독 PC유저들이 게임기쪽에 시비를 건 적이 많았습니다.
너네들이 즐기는 액션, 슈팅, 대전격투 등등 아케이드 계열 게임들 지금 PC사양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다만 이식을 하지않아서일뿐이라고.
그러면서 예시를 제시한 게임들이 안타깝게도 286XT~AT 시절에나 즐기던 골든액스, 시노비, 이카리, 더블드래곤 등등 열악하게 다운이식된 게임들이 전부...그나마 골든액스는 쬐금 나은편이었지만.
물론 죠앤맥(케이브맨 닌자)나 라이덴 처럼 그럭저럭 아케이드와 비스무레하게 이식된 작품도 더러 있긴 했었지만요.
무튼간에 현실은 정영덕판 혹은 US골드판 스트리트파이터나 저어기 대만산 삼국지 무장쟁패, 쾌타지존 따위가 전부였죠. 영국에서 나온 바디블로우인가 하는 격게도 있긴 했었고.
후에 라이즈오브로봇, 원모스트폴2097 같은 게임이 등장했지만 이때는 오락실에 버파, 철권이 돌아가던 시절이니 뭐.....
그나마 스파2X(터보)가 나와서 오오오~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죠.
아, 모탈컴뱃 시리즈도 있었는데 이쪽은 오락실, 게임기 유저들한테 비주류 취급이라.....
그리고 이 논쟁은 32비트 게임기들이 주류가 되던 90년대 중후반부터는 슬슬 사라지더군요.
서로 알아서 갈길가는 그런 분위기? 혹은 당시 PC, 게임기의 특성이 서로 다름을 그제야 비로소 이해한 느낌이었죠.
물론 이때부터 PC에 버파2 등등 3D 격게가 이식되기도하고 에뮬의 등장으로 오락실 게임들을 그대로 즐길수 있긴했습니다.
그리고 삼국지나 워크래프트, 대항해시대, 심시리즈같은 시뮬레이션게임이 PC의 주류게임으로 오래 자리잡으면서 서로의 영역이 다름을 완전히 깨달았던거였죠.
저런 게임들을 게임기로 하려면 가독성 꽝인 배불뚝이 브라운관TV에 잔뜩 글자 폰트키워야하고 마우스없이 패드로 불편하게 컨트롤해야했으니까요.
또 당시 PC가 게임기에 내장된 부드러운 스크롤 기능을 구현하게 매우 여러웠다는 것도 이때야 다들 알게 되었죠.
한가지 안타까운건 그때 PC유저들이 X68000이나 FM타운즈의 존재만 알았다면 그 논쟁에서 쉽게 이겼을텐데 뭐 그당시에는 그런 기종은 커녕 매킨토시도 구경하기 어려웠으니까요.
MSX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그나마 게임잡지에서 오락실 게임이 완벽이식가능하다던 아미가라는 기종도 있었는데 알고보니 스크린샷으로 낚은거였습니다.
그래픽, 사운드 기능은 좋은데 이식도는 거진 다 엉망이라.
한가지 재미있는건 이런류의 논쟁이 한국이 아닌 일본에도 있었다는 것.
PC VS 게임기도 있었지만 일본은 게임기 유저간 싸움이 장난아니었다는군요.
특히 세가빠의 그 빠심은 세계적으로 유명했고. 이들은 중심으로 안티 임천당 운동도 있을 정도였다니?
또 한가지 재미있는건 2등 싸움이 그렇게 치열했다고합니다. 애초에 8비트 패미컴, 16비트 슈퍼패미컴으로 1등은 계속 닌텐도였으니 2등인 메가드라이브 유저와 PC엔진 유저간의 싸움이......
물론 네오지오 유저들은 코웃음치면서 그들을 비웃었겠지만요.
근데 왜 유달리 PC쪽 유저들이 게임기 유저들을 공격했는가 생각해보면 윗글에도 언급했듯 PC로는 채우지못하는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결핍이 컸다고봅니다.
이들 역시 액션, 슈팅, 격게를 하고 싶지만 당시 학부모들의 성향이 어딜감히 공부도 안하고 오락기 따위를! 그런고로 정보와시대에 발맞춰 자녀들의 정서함양에 컴퓨터가
좋으니 게임기보다 열배씩 비싼 PC를 놔준거죠. 그러니 억지로? PC유저가 되었으나 늘 하고싶은 게임은 게임기나 오락실에 있던 게임들이니 어떻게든 그 비슷한 부류의 게임이라도
해보려고 애들써댔고 자신들의 PC로 즐기지 못하는 게임을 즐기는 게임기 유저 역시 곱게 보일리없었던거겠죠.
반대로 게임기 유저들은 PC에 별 관심 자체가 없었습니다.
게임기의 주류 게임들이 JRPG나 액션, 슈팅, 격투게임인데 PC게임의 주류인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플라이트시뮬레이터 장르에 관심이 있을리가 없었죠.
그런고로 삼국지, 울티마, 위저드리, 가브리엘나이트, 7번째손님같은 게임을 즐겼던 헤비PC유저들 역시 게임기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만 이들은 연령대가 조금 높은 경우가 많았죠.
그러나 천사들의 오후, 동급생같은 게임이 등장하면서 서로의 입장이 뒤바뀌어 게임기유저들은 PC유저들을 부러워하기 시작했죠. 물론 오래가진 않았지만ㅋ
요즘도 많이 싸우고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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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PC 게이머의 선봉장 슈퍼맨씨의 짤... ㅋㅋㅋㅋ
암튼 요즘도 이 떡밥은 현재 진행형인데 한국 콘솔 시장에서 플스 팬들 쪽수가 많아서 그런 건지 유독 플레이스테이션 vs PC로 흘러가고 그러죠. 저야 뭐 가성비를 중시해서 게임패스 가입하고 엑스박스 + PC로 즐기고 있습니다만. 스위치2도 있지만 저는 잘 안 쓰구요.
다음 세대 엑스박스가 스팀도 돌아가는 콘솔+PC 하이브리드로 나올 수도 있다는 루머가 도는데 적당한 성능과 가격으로 나온다면 다음 번엔 그걸 구입해 볼까 하구요. 이제 폐쇄적인 컨셉으로 승부 보는 콘솔 생태계는 갑갑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