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소맨 레제편 봤는데요
재밌었어요. 그런 경우 많잖아요. 말이 극장판이지 그냥 TV판 수준의 완성도를 가진 작품을 약간의 스펙터클을 첨가했을 뿐 그냥 시간만 늘여 놓은 거 같은 경우요. 그런데 체인소맨은 아니에요. 전 다들 재밌다는 넷플릭스 시리즈도 좀 애매했는데 극장판은 정말이지 극장에 어울리는 영상물을 만들었어요. 시청각적 포만감이 넘쳐 치사량 수준으로 달려주는 애니메이션이에요. 한 번 쯤 경험해 볼만한 영화적 체험이 아닌가 싶어요. 원작도 그렇긴 했지만 구구절절한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영상과 음악 그 자체의 힘으로 설득되었어요.
원작대비 좀 더 좋았던 부분은 원작에선 액션에서 기승전결 없이 갑작스레 명장면만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던 걸 충분한 맥락 정보를 넣어서 훨씬 자연스럽고 볼만하게 만들었던 점이에요. 인물들의 심리 묘사도 깊이가 생겨서 좀 더 이입이 되도록 만들어 주었구요. 물론 이건 원작의 정신나간 느낌이 약간은 희석된 듯하기도 해서 호불호는 있을 수 있을 듯해요. 하지만 원작 감성의 수위를 살짝 낮춰준 게 훨씬 보기에는 편했어요. 희석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도수 높은 위스키에 물 조금 탄다고 그게 안 독한 건 아니니까요.
레제 겨드랑이... 포스터가 그렇게 인기라던데요. 이해합니다.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뭔가 겨드랑이에 집착하게 되는 게 또 납득이 되는 거 같은 캐릭터이기도 하달까요. 레제를 비롯해서 새삼스레 캐릭터 그 자체인 듯 연기하는 성우들도 참 대단하다 느꼈고요.
애니메이션 왕국의 장인들이 각잡고 만들면 이런 물건이 역시 아직은 나와 주네요. 요즘 극장가를 먹여살리고 있다는 양대 애니메이션 중 하나죠. 한일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성적이 좋다고요. 그런 걸 보면 어느 정도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애니가 아닐까 싶어요. 모 평론가는 이 애니의 흥행이 너무 맘에 안 드는 걸 넘어 모욕감 같은 것까지 느끼시는 모양이던데요. 괜찮아요. 그냥 우리끼리 볼게요. 어차피 이거 재밌게 보시려면 다시 태어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지 않을까요.
평론가 이야기는 무슨 말씀인가... 해서 검색 해 보니 허허. 웃음이 나오는군요. 아직도 저런 양반이 평론가 직함을 달고...
체인쏘맨은 하나도 안 봤고 같은 작가 원작의 '룩 백' 애니메이션만 봤는데요. 흔하고 익숙한 그림체인 것 같으면서도 뭔가 느낌이 있고 개성이 느껴지고 그렇더라구요. 성공한 만화가가 되려면 그런 부분 하나는 확실히 있어야 하는 거겠죠. 말씀하신 괴상한 검색어를 호기심에 찾아 보니 더더욱 그러한 것 같구요(...)
암튼 귀멸의 칼날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이렇게 길게 화제 되고 잘 나가는 걸 보면 역시 만화책을 한 번 읽어 봐야 하나 싶고 그렇습니다. 아직은 보지도 않았으니 다짜고짜 만화책을 전질로 구입하긴 부담스러운데, 만화방이 다 망해 없어져 버린 게 아쉽네요. 하하;
이 게시물 보고 나서, 극장 예매 했습니다. 극장 갈까 말까 했었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