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관심병에 대한 독한 농담, '해시태그 시그네' 짧은 잡담
- 2022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간단하게요. 오늘도 졸립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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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를 직역하면 '아픈 여자'라는군요. 한국식 발랄한(?) 제목보단 이 쪽이 어울리는 이야기이긴 해요.)
- 번역 제목대로 주인공의 이름은 '시그네' 카페 직원으로 일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꽤 넉넉해 보이는 예술가 지망생 남자 친구 토마스와 함께 살아요. 그런데... 이 예술가 남자 친구란 놈이 좀 괴상합니다. 여기저기에 가서 물건을 훔쳐 오는 게 삶의 낙이자 로망인 녀석이고 그게 무슨 예술 같은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시그네가 그걸 싫어하지도, 말리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자기가 그런 아이디어를 내고 주도하지 못하는 것에 열등감 비슷한 걸 느낀다는 거죠. 나도 인정 받고 싶다, 주목 받고 싶다... 라는 열망에 사로 잡힌 시그네는 충동적으로 여기저기에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런 기행이 어느 성도의 소소한 성과를 거두자 "그래! 이 길이야!!" 싶었던 시그네가 더 큰 관심과 보살핌에 고파서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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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배우도 많고. 처음 보는 배우님이신데 연기가 아주 훌륭했습니다... 만. 배경의 거대 사이즈 빵에 더 눈이 가는군요. 맛은 없게 생겼지만요.)
-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온 '드림 시나리오'를 재밌게 보고서 이 감독님 다른 영화는 뭐 있나... 하고 검색하다 찾은 영화였는데요. 지금 확인해 보니 제가 그걸 봤던 게 작년 9월. 그러니 찜만 해놓고 실제로 보는 데는 또 한 세월이 걸렸네요. 제가 늘 이렇습니다만. 어쨌든 봤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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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에 시그네의 흑화 계기가 되는 이 사건을 볼 때부터 알아 챘어야 했죠. 웃기기 보단 많이 불쾌하고 끔찍한 이야기라는 걸요. ㅋ)
- 감독이 노르웨이 사람이고 이 영화도 노르웨이 영화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죠. 북유럽 감성!! 이란 것이 매우 낭낭한 작품이거든요. 한 마디로 독해요.
분명히 블랙 코미디를 의도한 영화인데...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아니, 지금 이걸 보고 웃으라는 건가!!!" 라는 장면들이 가득가득. 솔직히 다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이건 블랙 코미디도 아니고 바디 호러에 가깝지 않나... 라는 거에요. 그 정도로 이야기가 다크하고 보기 불편합니다. 뭘 먹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는 분명히 아니구요. 하지만 전 군만두를 우적우적 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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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그리고 더 많은 관심을 달라!! 는 사람의 이야기이니 요즘 세상을 풍자하려는 의도는 아주 선명하게 드러나고 또 시의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죠.)
- 어떤 이야기인지를 대충 설명하자면, 두 인물. 시그네와 그 남자 친구를 중심에 두고 흘러갑니다.
말하자면 둘 다 21세기 대유행 최악의 질병... 이라 할 수 있는 관심병 중증 환자들이구요. 늘 사람들이 자신을 봐 주고 칭찬해 주고 부러워 해 주길 바라구요. 그걸 이루기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 둘이 정말로 그 '뭐든지'를 계속해서 벌여가며 불러 일으키는 대환장 파티를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이야기가 되겠구요.
그리고 영화는 이 둘을 정말 철저하게 비호감 그 자체로 그려요. 참말로 천생연분인 것이, 둘 다 참으로 완전한 자기애의 화신들이에요. 처음엔 그래도 이 놈들 싸움도 안 하고 서로 배려도 좀 해주고 그러네? 라고 생각했는데 보다 보면 그 반대라는 걸 알게 되거든요. 정말 철저하게 자기 자신에게만 신경 쓰기 때문에 오히려 함께 살 수 있는 관계랄까. ㅋㅋㅋ 그리고 둘 다 매우 확실하게 선을 넘습니다. 토마스가 하는 짓은 그냥 형사 처벌 대상이구요. 시그네가 하는 짓은 형사 처벌까진 모르겠으나 분명히 부도덕하고 인륜에 벗어나는 일들이구요. 근데 둘 다 가책이란 게 아예 없어요. 이야기는 대충 파국 비슷한 느낌으로 마무리 되지만 아마도 이 둘은 자기들이 한 짓을 후회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냥 실패한 부분에 대해서 아쉬워하다가 새 길을 찾아 가겠죠. 정말 그럴 것 같은 인간들이에요.
그래서 이 둘의 막장 행각을 보며 비웃고 조롱하며 즐거워해라... 라는 게 의도인 듯 한데. 문제는 앞서 말 했듯 북유럽의 독한 맛입니다. 웃음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아요! ㅋㅋ 배우들의 연기도 내내 진지하고 음악도 장중한 걸 깔아 주면서 분위기도 내내 무겁습니다. 살짝만 가벼운 톤으로 표현하면 코미디 맞을 것 같은 장면들이 참 많은데 그게 그렇지가 않거든요. 그리고 역시 이미 적었듯이... 중반 이후의 시그네는 계속해서 바디 호러의 비주얼(...)을 하고 다니기 때문에 쳐다 보기 부담스러울 정도. 정말로 호러, 고어 쪽에 내성이 약하신 분은 안 보시는 게 좋을 법한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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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황당한 짓들을 계속 저지르지만 그게 수위만 높을 뿐 은근 주변에서도 비슷한 행동하는 사람들은 어렵잖게 볼 수 있어서 공감은 가능하다는 게 포인트.)
- 근데 또 그렇게 독하기 때문에 풍자가 살아나는 부분이 분명히 있긴 합니다.
시그네나 토마스가 갖는 동기라든가. 이들이 만족을 위해 벌이는 일들... 의 근본 바탕은 보통 사람들 거의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존재하는 거거든요. 인정 욕구, 관심 받고 챙김 받고 싶다는 마음. 이게 뭐 특별한 게 아니잖습니까. 이렇게 보편적인 욕구를 설정해 놓고 그 욕구의 파워를 어마어마하게 높여 놓는 식으로 짜 놓은 이야기라서 주인공들이 아무리 괴상한 짓을 해도 아예 이해가 안 가지는 않아요. 그냥 그걸 적당선에서 조절하지 않으면 사람이 얼마나 우스워지는지, 혹은 무시무시해지는지 보여주는 영화인 거죠. 그리고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정말 호러 그 자체여서...
또 한 가지 맘에 들었던 건 이렇게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들의 관심병을 소재로 다루면서도 인스타나 틱톡, 트위치 같은 게 안 나왔다는 겁니다. ㅋㅋ 인플루언서도 안 나오구요. 그러니까 자꾸 인스타, 인플루언서 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 마치 원래 사람들은 멀쩡한데 저 서비스들이 뭘 잘못한 것 같잖아요. 이 영화는 '원래 우리가 그렇게 될 소지가 다분한 생명체들이란다' 라는 이야기이고 이 쪽이 차라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는 더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큰 어른들이 자꾸 자기들 잘못을 다른 데로 돌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지 않겠습니까. ㅋㅋ
덧붙여서 종합적으로 만듦새가 상당히 좋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뭐 '드림 시나리오'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감독님이 기본기가 아주 좋죠. 화면 잡는 거나 장면 연출, 음악 활용 등등 다 좋고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참으로 절묘하게 얄밉고 재수 없으면서 찌질한 남자 친구 역할 배우님도, 뭔가 짠한 듯 하면서도 완전히 구제 불능이라 보는 사람 질리게 만드는 시그네도. 캐릭터 개성도 확실하지만 또 배우들이 잘 살려줬어요. 그래서 영화의 완성도는 상당히 훌륭한 편이라 하겠구요. 문제는 취향의 영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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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연기 다 좋았구요. 다 보고 나서 돌이켜 보면 은근 저 남자 친구 캐릭터도 걸작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ㅋㅋ)
- 그래서 결론적으로 저는 재밌게 보긴 했는데... 두 번 보기는 싫습니다. ㅋㅋㅋ 워낙 속터지는 이야기인 데다가 후반부엔 시각적으로도 내내 부담스럽구요.
뭔가 답을 주는 류의 이야긴 아닙니다. 시그네의 기행에 뭔가 불행한 전사 같은 게 있는 듯 암시는 주지만 그게 중요하게 부각되진 않구요. 이야기가 끝날 때도 '그러니까 이러저러하게 살아라' 라는 식의 교훈 같은 건 없어요. 걍 요즘 세상에 부각되는 어떤 문제들을 극단적으로 강조해서 보여주고선 '자, 각자 생각도 해 보고 토론도 해 보렴'이라는 식이어서 딱히 결론도 없는 이야기구요.
하지만 보는 동안 참 끔찍한 방향으로 재밌고. 감독 의도대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생각은 해보게 되니 본인이 의도한 건 어느 정도 잘 이룬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 관심이 가신다면, 특히 북유럽 작품들 분위기 좋아하신다면 한 번 볼만할 겁니다. 다만 '코미디' 쪽에 큰 기대는 마시라는 거. 차라리 호러라니깐요. ㅋㅋㅋㅋ
+ 이 영화로 주목 받고 헐리웃 건너가서 '드림 시나리오'로 연타석 성공을 거둔 우리 감독님은 이제 로버트 패틴슨과 젠다야를 데리고 신작을 찍고 계시다네요. 또 얼마나 괴상한 걸 만들고 있을지... ㅋ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이런저런 소소한 거짓말들의 성공으로 잠시 행복해지는 시그네이지만 그 관심들은 결국 오래 못 가구요. 스윗한 척 하면서 실은 자기만 주목 받고 싶어서 시그네가 조금만 튀려고 하면 살벌하게 찍어 누르는 찐따 남자 친구 덕분에 인정 욕구는 더 불타오르고. 급기야 시그네는 인터넷 서핑하다 우연히 마주친 기사에서 아주아주 심한 피부과 부작용을 유발하는 러시아산 약(아마도 수면 진통제인 듯 합니다)을 발견하고는 그걸 불법으로 대량 구매해요. 그리고 그걸 열심히 먹습니다! 끝 없이 노력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는 거니까 시그네도 꿈을 이루어서 아주 보기 흉한 피부과 질환 득템에 성공하고 이후로도 그걸 계속 먹어요. 정말 열심히 먹습니다. 더 심해져야 더 관심을 받을 테니!!
처음엔 입원을 했는데 친한 친구나 가족들 중에도 안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 격하게 좌절하구요. 그래서 약을 더 열심히 먹으며 질환을 키우는데 그 와중에 병원 가서는 심층 검사 같은 걸 거부하고, 그러고 나와서 친구들에겐 의사도 원인을 모르는, 아마도 인류 최초의 희귀 질환이라며 떠벌리고 다니는 게 개그 포인트 되겠습니다. ㅋㅋ
그리고 그게 정말 먹히고. 거기에 참으로 못된 짓도 좀 해가며 드디어 시그네는 유명인이 되고 앞날도 탄탄대로처럼 되었는데... 문제는 이 러시아산 알약의 부작용이 시그네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심했다는 겁니다. 피부만 망하는 게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급기야는 피를 토해요. 그 와중에 남자 친구는 잡지 인터뷰에서 당당하게 본인의 도적질 행각을 자랑하는 뻘짓을 저지는 바람에 경찰에 끌려가구요.
그래서 뜨던 분위기는 다 가라앉고 다시 또 평범한 시민 1이 되어 버릴 위기에 처한 시그네는 양심 고백인 척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기사로 써 준 친구를 불러다 진짜 사정을 알려주거든요. 하지만 "이러면 친구가 내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고선 책을 써보라고 하겠지. 내 책을 읽은 남자 친구는 나에게 더욱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겠지. 그리고 서점에 가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내 책을 사겠지..." 와 같은 망상과 다르게 기사 써 준 친구는 버럭! 화를 낸 후에 절교를 선언하고 떠나 버릴 뿐 책 제안 따위 안 하구요. 결론적으로 시그네는 잠시의 관심을 즐긴 후 남자 친구 및 주변 사람들을 몽땅 잃고 앞으로 딱히 뭘 해서 먹고 살 구석도 없는 중증 종합 질환자... 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엄마가 소개해줘서 전에도 잠시 들렀던 난치병 환자들 회복 모임에 나가 있는 시그네의 모습입니다. 이젠 정신 차릴 때도 되었건만, 여전히 택도 없는 거짓말들을 해가며 그 모임에서 관심 받고 주목 받으려 발버둥 치는 시그네의 모습을 짧게 보여주다가... 엔딩이에요.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고나니 볼 용기(?)가 안 나서 스포까지 긁어보니 진짜 좀 극단적인 관심병 이야기네요. '드림 시나리오'도 참 골때리는 내용이었는데 감독님이 그래도 할리우드 진출 첫작품이라고 좀 몸을 사렸던 거였군요. ㅋㅋㅋ 차기작은 일단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을 결정했다는 게 별로 정상적인 작품은 아니라는 증거가 되겠네요. 젠데이아와의 조합까지 궁금합니다.
엄청 많이 본 건 아니지만 북유럽 갬성 영화들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어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작품들도 그렇고 초능력자 어린이들이 나오는 '이노센트'도 참 묘했죠.
주연배우님이 사진 검색해보니 참 매력적이신데 다른 출연작들 중에서 국내에서 볼 수 있는게 매즈 미켈슨 주연의 23년작 '약속의 땅'이라고 있네요. 2시간 반에 가까운 시대극이라 좀 부담이 가지만...
흔한 소재를 택했으니 아주 극단적으로 달려 보겠다! 뭐 이런 컨셉이었던 것 같은데 그게 일회성이 아니라 감독님 스타일인 것 같아서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아이디어도 많고 영상미도 잘 뽑아내고 배우들도 잘 활용하고... 크게 되실 소질이 다분하신 분 같아요.
뭔가 퍽퍽 삭막하게 느껴지는 감성 같은 게 있죠. 제가 감정 넘쳐 흐르는 동아시아 사람이라 그렇게 보이는 거겠습니다만. 같은 '서양'이어도 북미나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스타일이 있어서 좋습니다.
저도 보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두 시간 반짜리 사극이라니. 허허. 정중히 패스하고 다른 재미난 영화를 기대해봅니다... ㅋㅋㅋ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인스타..'의 잘 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어요.
어느 나라에서는 어린 친구들에게 SNS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기도 한다네요.
...라고 말은 하지만 저도 트위터(X) 조회수 높이려고 사진 예쁘게 찍으려고 노력해요>_<
저는 일주일에 다섯편, 일년에 250편의 영화를 보아요. 나이가 드니 선택 기준이 무난하고
말랑말랑한걸 찾게 되더라고요. 로이배티님 리뷰를 읽고있노라면 아무리 XYZ급 영화를
좋아신다고 해도... 정말 대단하셔요!
그게 미국에서 시작된 건데, 인스타의 공식 정책이 되어서 현재 우리 나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 중입니다. 다만 요즘 청소년들 중에 인스타를 본인 나이, 신분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하나도 없어서 체감상으론 그냥 없는 정책 같구요(...)
아니 jeremy님이 압도적으로 대단하신 것 아닙니까. 어떻게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매주 다섯 번씩 극장에서 영화를 보시죠. 존경스럽습니다... ㅠㅜ
막 엄청 끔찍한 건 아닌데 딱 북유럽스럽게 건조하고 사실적인 분위기에 그런 것(?)이 얹혀 있으니 그 징그러움이 3배로 강해진달까... 그런 느낌이었네요. 보고 나서 기분이 거시기해지는 작품이라 막 추천은 못하지만 잘 만든 영화이긴 합니다. 혹시라도 언젠가 보시게 된다면 재밌게 보시길...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