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본 '푼돈 도박꾼의 노래'

스포일러 포함된 글입니다.


에드바르트 베르거(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영화입니다. 

'서부전선 이상없다', '콘클라베'를 좋게 봐서 기대를 하며 틀었는데.

제가 안 좋아하는 쪽의 영화였습니다. 가끔 예술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민폐형 무대책 자기파괴적 행위의 나열이 전반부에 이어집니다. 이 영화는 예술가가 아니고 콜린 패럴이 연기하는 도박꾼이자 사기꾼이 주인공인데 그 중독성과 자기합리화가 유사하면서, 화면이 아름답게 제시되어 더욱 불쾌한 소감이 남았습니다. 내용의 설득력이 떨어져도 영상을 보는 즐거움은 있었다는 감상이 남는 영화가 있지만, 이 영화는 아름답게 찍힌 영상이 아름다움으로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인 느낌을 더했습니다. 배경이 마카오입니다. 특급호텔과 카지노, 지역의 신을 모시는 축제, 해변과 보트와 바다를 배경으로 도박으로 돈을 잃고 행운의 여신이 찾아와 돈을 엄청 따고 손을 터는 것이 큰 줄거리입니다. 이 중독자가 돈을 엄청 딴 다음에 손을 털게 되는 것은 그 행운의 여신의 도움으로 인해 얻은 교훈 때문입니다.

 

어떤 작품을 본 후에 그 이면을 살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으나 이 영화는 그렇지가 않았네요.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하고 배경이 마카오, 홍콩이라 영국 쪽 사람이 와서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역사적인 의미에서 속죄의 살풀이 뜻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가 있다고 누가 설명하면 영화가 달리 보이겠는가....아닌 거 같아요. 오히려 동양을 대상화시킨 장면이라는 느낌을 지금에 와서도 갖게 되는, 의도가 아니라도 저에게 그렇게 전달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이 도시들은 여전히 도박과 유흥의 화려함으로 표현되어 있고, 아름다운 동양 여성은 중독자에게 기회를 주는 행운의 여신입니다. 원작이 원래 그런지 각색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콜린 패럴의 일인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든 장면에 나옵니다. 진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콜린 패럴을 실컷 볼 수 있습니다. 팬이시라면 보셔도 될 듯요. 그리고 틸다 스윈튼이 나옵니다. 열심히 연기하십니다. 


또 다시 아무리 실력 있는 감독이라도 매번 좋은 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 저도 이 감독이 벌써 신작이 나왔네? 싶어서 확인해보니 콜린 패럴에 틸다 스윈튼도 출연하는데 평가가 애매해서 망설여졌어요. 써주신 그런 내용이라면 저도 편하게 볼 것 같진 않은데 완성도가 아주 훌륭한 것도 아니라면야...




      이거 이후에도 차기작이 두 개나 확정되어있는 걸 보면 참 열일하는 감독인가봐요. 007 차기작 후보에도 올랐었다가 최종적으로는 드니 빌뇌브에게 밀렸다죠.

      • 기대하던 감독이라서 아쉬움, 안타까움, 그런 감정이 드네요. 직접 보시면 또 다른 면을 보실지도 모르지만 혹시 보신다면 담담한 마음으로? 시작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드니 빌뇌브 007은 기대가 됩니다. 이 감독님의 다음 작품은 잘 나오면 좋겠어요.

    • 영화를 안 봤지만 thoma님 글이 궁금해서 그냥 읽고서는 '이왕 이렇게된 거!' 하고 리뷰들 좀 찾아 읽어 보니 눈에 띄는 재밌는 해석이, 사실 주인공은 이미 다 망해서 죽었고 연옥에서 꿈이나 꾸고 있는 게 아니냐... 라는 얘길 하는 리뷰어가 있네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냥 주인공이 개차반이니까 어여쁜 동양인 여성을 승리의 여신으로 삼기도 하고, 마지막에 과분하게 성공해서 잘 먹고 잘 사는 해피 엔딩이고 그래도 문제는 없겠구요. ㅋㅋㅋ 적어주신 걸 보면 정말 이 해석대로는 아닐 것 같긴 하지만요. 영화가 맘에 안 들면 이렇게 정신 승리라도!

      • 후반을 그렇게 해석하는 게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나비였는지 나비가 나였는지, 하는 말처럼 조금 그런 식으로 가거든요. 하여튼 도박 중독을 벗어난다는 것이 그 정도로 힘든가 보죠.ㅎ 신비한 힘의 개입이 없이 사실적인 드라마로는 설득이 어려운갑다 합니다..


        색채감 같은 영상미에는 공을 들인 것 같은데 그런 공이 아까워요..

    • 한 20분 보다가  안보고 있는데, 안 봐야겠네요. ㅋㅋ

      • 콜린 패럴을 많이 좋아하신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20분 보시고 뭔가 안 맞으셨으면 계속 안 맞으실 것 같습니다.

    • 다시 생각하니 주인공이 아일랜드 노동자 출신이라고 하는 대사가 나왔었습니다. 그래서 그 '여성'이 같은 처지임을 알아 보았다고 하나 봐요. 본문에 제가 영국 쪽에서 와서 속죄의 살풀이라고 쓴 부분은 잘못된 해석 같네요. 두 인물은 동질감 때문에 한편 먹고 협력(?)해서 고리를 끊어내나 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혼자 생각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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