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리메이크하면 재밌을 것 같은, '사운드 오브 길티' 짧은 잡담입니다

 - 2021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4분. 스포일러를 적기 어려운 영화인데 걍 결말만 간단히 적어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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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환타지 호러 같은 느낌의 포스터지만 그런 건 아니구요. ㅋㅋ 그래도 인디 영화 치고 준수한 포스터라서 맘에 듭니다.)



 - 광장 공포증에 역행성 건망증(?)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는 비운의 젊은이 윈터스군이 주인공입니다. 대체로 가난해 보이는 아파트에 세 들어 살며 집 안에서만 생활하죠. 직업은 사운드 엔지니어이고 그래서 집안이 온통 음향 장비들로 가득해요. 이 양반의 멘탈이 이렇게 누더기인 건 플래시 백을 통해 간단하게, 어려서 학대를 당하고 집을 뛰쳐 나왔다가 지나가던 동네 아줌마에게 구조 되었는데 그 트라우마로 기억을 다 잃고... 뭐 이렇게 설명이 되는데요. 암튼 그래서 정상이 아닙니다. 아파트의 지적 장애 관리인을 매수해서 온 집안에 도청 장치를 박아 넣고 그걸 들으며 갸들이 자기 가족이라고 상상하는 놈이니 불쌍을 넘어 변태스럽기도 하구요. 


 뭐 어쨌든,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런 우리의 주인공이 그렇게 남의 집 소리들을 훔쳐 듣다가 살인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공포증 때문에 집 밖엔 못 나가겠고, 할 수 있는 건 집구석에서 소리 엿듣는 것 뿐인 주인공이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과연 어린 시절 이 양반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경험은 무엇일지!! 잃어버린 기억은 되찾을 수 있을지!!! 은인의 장례식엔 대체 왜 안 간 건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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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즐기는 '이창' 놀이!)



 - 일단 대놓고 '이창'이잖아요. ㅋㅋㅋ '컨버세이션'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어 왔을 거라 생각할 수 있겠구요. 막판 전개를 보면 '필사의 추적' 쪽에 더 가까워 보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둘을 조합해서 만든 이야기가 흔치는 않았으니 아이디어 측면에선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신선한 느낌도 들고 그게 막판까지 이 소박한 인디 영화를 조금은 '있어 보이게' 만들어주도록 잘 활용되기도 해요. 다만... 뭐 특별히 깊이 있고 완전 기발하게 활용하는 정도까진 아니구요.


 주인공의 괴상한 캐릭터를 잘 살려내는 부분도 칭찬할만 합니다. 대충 요약해도 아동 학대 피해자에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고 그로 인해 소시오패스가 되었으며 변태처럼 다른 사람들 사생활 침해를 삶의 낙으로 삼는... 주인공인 것인데요. ㅋㅋ 이걸 주인공의 은인 부부와의 꼬여 버린 인연 드라마와 엮어서 상당히 잘 풀어내는 편입니다. 중반쯤 넘어가면 이 무지막지한 스탯의 주인공이 진심으로 딱해 보이고, 어떻게든 잘 풀리길 바라게 되거든요. 이 영화의 각본에서 가장 잘 된 부분이었습니다.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스테리 릴레이도 꽤 효과적으로 먹힙니다. 디테일한 설명 없이 계속 이 사람, 저 사람, 이런 상황, 저런 물건 같은 게 툭툭 던져지면서 '이건 또 뭔데?'를 한 열 번은 반복하게 만드는데 덕택에 별다른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초반부도 흥미롭게 볼 수 있구요. 결국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루하단 생각은 한 번도 안 하며 잘 봤습니다. 그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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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은 그냥 스릴러지만 이건 살짝 호러가 가미 되어 있습니다. 본격 호러까진 아니고 걍 토핑 정도?)



 - 각본을 감독님이 직접 쓰셨던데. 아... 좀 유능하고 경력 많은 분이 붙어서 이것저것 많이 손을 봐드려야 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구멍이 너무 많아요. 애초에 후반부를 보면 데이빗 린치 스타일까지 의도를 한 각본인 건 분명해 보이지만, 그게 그냥 쌩뚱 맞고 뜬금 없을 뿐 신비롭거나 환상적이라는 느낌까진 안 가는 게 많아서 난감해지구요. 또 주인공이 계속해서 소리와 녹음들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 그리고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데... '그래서 쟤는 지금 저걸 왜 듣고 있는 건데?' 라든가. '지금 쟤가 듣고 있는 저건 어디에서 난 거야?' 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일이 잦았으니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겠죠. 

 간단히 요약하자면 '매력적으로 꼬는 건 잘 해놓고 뒷감당을 못 하는 이야기'랄까요. 대충 느낌상 감당이 된 퍼센트가 60% 쯤 되지 않나... ㅋㅋㅋ 그러니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잘 짠 각본이라 말할 수는 당연히 없겠구요. 거의 같은 평가를 영화의 완성도에도 반영할 수 있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잘 만든 영화는 아니에요. 그나마 저는 이 정도로 얘기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관심 생겨서 보셨다간 저한테 악플 달고 싶어지실 확률이 높다는 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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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까놓고 말해 개연성 엉망진창 이야기지만 휴먼 드라마 파트가 쌩뚱맞게 괜찮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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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알짝 안소니 퍼킨스 느낌 나는 무명 주연 배우님의 연기도 괜찮아서 그럭저럭 봤습니다.)



 - 그래서 추천은 안 합니다. 잘 만든 이야기는 분명히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꽤 맘에 들었는데, 처음에 적은 대로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또 중반까지 떡밥을 계속 추가해가며 쌓아가는 미스테리도 좋았구요.

 의외로 진지하고 애잔한 주인공의 인생사, 특히 애초부터 자신의 입양을 반대했던 의부와의 드라마가 꽤 좋았어요. 관계를 잘 짜놓기도 했고 또 평생 출연작이 몇 편 안 되는 무명 배우님들이 예상치 못하게 연기를 상당히 잘 해줬거든요. 

 하지만 마무리가 영 모자라서 아쉬운 거죠. 대충 흔한 B급 살인마 영화 느낌으로 흘러가 버리니 그간 쌓아둔 드라마도 좀 약해지고, 또 영화의 개성도 약해지구요. 결정적으로 그동안은 묻혀 있어서 눈치를 못 챘던 앞뒤가 안 맞거나 그냥 불가능해 보이는 설정들이 결말과 함께 그 실체를 드러내기 때문에... 하하;

 그러니까 보지 마세요. 하지만 저는 잘 봤습니다. 끄읕.




 + 스포일러를 정말 대충만 적어 보면요.


 1. 주인공은 어느 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정황을 불법 도청(...)을 통해 파악하고. 매수한 아파트 관리인을 통해 그게 사실이란 것도 확인합니다.

 2. 기억도 잃어 버리고 멘탈도 심각하게 안 좋았던 어린 자길 거둬줬던 은인 아줌마... 의 장례식 참석도 거부하고 집구석에 처박혀 살고 있고. 그래서 처음부터 입양을 반대했던 아저씨와의 관계도 최악입니다. 근데 이 아저씨는 그래도 은근 주인공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계속 좌절하고 더 더 열받고 그럽니다.

 3. 그 와중에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이웃 여성, 가난한 세입자들 쪽쪽 빨아 먹으려고 작정한 빌런 건물주, 건너편에 살며 섹시한 모습을 자주 보여서 주인공이 열심히 훔쳐 보는 미인, 우편함에 도착한 물건들을 대신 갖다 주는 이웃 등등이 조금씩 얼굴을 비치며 '누가 범인일까요' 놀이를 하게 만들구요.

 4. 그러는 동안 자꾸만 주인공에게 정체 불명의 누군가가 보낸 우편물들이 오는데. 대부분 소리와 관련된 이것들이 주인공의 잃어 버린 기억을 조금씩 두드리며 일깨웁니다. 그러다 결말은...


 구조되기 전, 주인공이 겪었던 일 & 잊혀진 기억이란 바로 연쇄 살인마 아버지에게 누나와 함께 학대 당하며 자랐다는 거였습니다. 늘 동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던 멋진 누나가 결국 주인공을 탈출 시켰는데, 이게 성공하면 동생 덕에 자기도 탈출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주인공이 기억 상실 상태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배신당했다! 라는 기분으로 더 오랜 세월을 학대 당하고 심지어 아버지의 살인 행각에 강제로 동참 당하던 누나는 결국 아빠처럼 아무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이는 멘탈을 갖게 되어 자기 아빠를 죽이고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났어요.


 그러고나니 자길 버렸던 동생이 궁금해질 거고, 찾아보니 이 인간이 예전 기억 다 잊어 버리고 새 가족과 단란하게 살고 있고, 열 받아서 동생이 믿고 의지하는, 그러니까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 버린 새 엄마를 먼저 죽였구요. 다음엔 동생이 자길 기억하게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물건들을 보내고 주변 사람들을 정리(...)하고 뭐 이랬다는 게 사건의 진상입니다. 


 마지막엔 주인공이 드디어 기억을 되찾는데, 이때 새 아빠가 누나에게 납치 당해요. 영화 내내 지지고 볶다가 막판에서야 마음을 열고 이해하게 되어서 주인공을 돕다가 변을 당한 새 아빠... 이기에 주인공은 처음으로 자신의 트라우마 겸 공포증을 극복하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 자신이 원래 살던 집을 찾아가구요. 그 곳에서 결박 당한 새 아빠와 싸이코가 된 누나를 마주치는데요. 여기 전개가 좀 괜찮습니다. 숨바꼭질하며 싸우는 게 아니라 어떻게 나를 잊어버릴 수 있어!!! 라며 절규하는 누나와 대화를 하며 자신이 누나를 잊지 않았음을 밝혀요. 자신이 구조된 순간, 기억 상실이 오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 누나 이름이었다는 걸 새 엄마에게 들었다고 이야기하며 누나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결국 누나는 너라도 새 삶을 잘 살아 보라면서 자살합니다.


 마지막은, 주인공이 혼자 살던 아파트를 정리하고 새 아빠의 집. 그러니까 자기가 자라난 집으로 돌아와 새 아빠와 이제부터 진짜 가족이 되어 건전하게 살아갈 거라는 희망을 던지며 엔딩이에요.

    • 흥미로운 소재에 캐릭터를 잘 비빈 것 같고 저 부부와의 관계 드라마가 좋다니 제가 흥미롭게 볼 타입인데 디테일한 완성도 측면에서 많이 아쉬운 모양이군요 이런... 




      그래서 미련없이 스포일러를 긁어보니 이야기의 진상과 막판 전개는 또 괜찮네요. 그냥 심심할 때 봐볼걸 그랬나봐요 하하;;

      •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와 소재들을 기대 이상의 드라마, 캐릭터와 잘 버무렸는데 디테일이 와장창창 수준이라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되는 작품... 이라는 느낌이어서 어디에다 함부로 추천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로 그냥 스포일러 긁어 버리셨다니 차라리 제 맘이 편하네요. ㅋㅋㅋ 

    • 글 잘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제가 [컨버세이션]을 아직 못봤어요>_< 오늘 극장 가는 날이었어요.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와 [부고니아] 보려다가 말았어요. 일주일에 영화 다섯편 보기도 힘든데... 


      로이배티님 정말 대단하셔요.

      • 아니 극장 가서 다섯 편 보시는 것과 방구석 OTT 감상 편수를 비교하시면... ㅠㅜ ㅋㅋㅋ 제레미님이야말로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영화 가장 열심히 보러 다닐 때도 그렇게는 못 봤거든요. 비디오 빌려다 보고 케이블 영화 채널 방영작들 보면서 극장은 일주일에 두 번이나 많아야 세 번 정도가 한계였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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