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전장연 집회 다녀왔습니다

전장연 집회는 이제 혜화역이 아닌 국회의사당역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확인하고 갔습니다. 제가 사는 곳과는 더 가까워져서 가는 게 편하긴 했지만 도착하니 뭔가 좀 씁쓸하더군요. 저는 혜화역을 전장연이 싸우는 '성지'같은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그 격전지가 하나 더 늘어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싸움이 끝나지 않고 여기저기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뜻인데 도대체 전장연이 얼마나 많은 역에서 얼마나 더 많은 집회를 해야 이 투쟁이 마무리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국회의사당역에서 전장연 분들과 피켓을 들고 서있는 게 조금 이상했습니다. 왜냐하면 국회의사당역은 윤석열 탄핵 집회를 하기 위해 드나들던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평일 퇴근하자마자 이 곳으로 와서 윤석열 탄핵집회에 참여하고 소리지르고 그랬는데, 같은 곳에서 전장연 집회를 하고 있자니 머릿속이 좀 복잡했습니다. "적"의 존재가 선명하면 싸우자고 하는 건 쉽습니다. 문제는 그 "적"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독재를 꾀하는 몇명의 정치인들에게는 구체적으로 소리치고 비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25년 가을 오전의 국회의사당역에는 전장연의 적이라 할만한 존재가 없습니다. 결국 슬픈 결론이 도출됩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반민주주의 세력은 언제나 우리와 같은 시민들이다. 다만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는 그 대상을 소수로 압축해 타겟팅하는 게 용이했을 뿐입니다. 전장연 집회에서는 그게 안됩니다. 평범한 시민들의 평범한 방조와 무관심만이 이어질 뿐입니다. 그리고 이것에 맞서 싸우기에 그 적의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아마 어떤 시민들은 말은 안해도 그냥 안쓰럽거나 적당한 짜증으로 주변을 지나치고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수많은 집회나 사회문제에 그냥 지나치고 있을테니 감히 뭐라고 할 수도 없을 따름입니다.


일반시민들의 출근길에 난입하는 이 시위의 형태가 많은 질문을 끌어올립니다. 모든 집회는 일상의 패턴에 노이즈를 일으킵니다. 이것을 어떤 사람들은 "민폐"로 인식하고 말터인데, 그 불편함이나 낯설음을 섣불리 꾸짖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자본주의와 법치주의가 보장하는 이 일상이 너무 평화롭게 유지가 된다면 그것 또한 의심을 해봐야 하는 일입니다. 마이크를 건네받는 바람에 저는 시위는 어떤 사람들이 내지르는 사회적 비명이라고 했습니다. 아파서 쓰러진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것에 대고 우리는 조용히 하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걱정하고 뭐라도 조치를 취하려고 하죠. 이것을 사회적 단위에서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장연은 이제 이재명과 다른 책임자들을 호명하며 장애인 예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장연이 오세훈을 호명하고, 이준ㅅ과 적대할 때는 심적인 동지의식이 참 쉽게 일어나죠.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상식인을 자처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나 이재명 지지자들, 혹은 현재진행형 권력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어떤 시선을 보낼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뇌내망상보다도 한번 더 나가는 게 중요하다 싶지만요. 



    • 시위하시는 분들 너무 오랜 시간 고생하는데 빨리 좀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그러게요. 참으로 오래가는 투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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