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바낭] 귀엽지만 귀엽지 않은 소녀 성장극, '이사' 잡담입니다

 - 1993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2시간 4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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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 리마스터링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티빙엔 1080p로 서비스 됩니다만. 어쨌든 화질은 요즘 영화급으로 아주 좋은 편이긴 합니다.)



 - 렌은 초등학교 4학년 어린입니다. 배경은 당연히 그 시절 일본이겠죠. 엄마, 아빠와 셋이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아빠가 '이사'를 가요. 네... 그러니까 제목은 살짝 훼이크(?)이고 결국 부모의 이혼을 겪는 어린 아이의 이야깁니다. 이후의 줄거리에 대해선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이 사건으로 인해 렌이 겪게 되는 혼란과 고통으로 가득한 심정을 따라가는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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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아주고 키워주신 원수놈들을 지켜보는 주인공의 시선. 콜래트럴 데미지!!!)



 - 일단 영화가 무척 예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보게 되는 모든 장면들이 다 정갈하고 단아해요. 그게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고 서늘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계속해서 뭔가 '회고조'라는 느낌이 드는 따뜻한 톤의 화면에 보기 좋게 잘 잡은 구도를 유지합니다. 그 안에서 특별히 부족할 것도 넘칠 것도 없는 적당한 '서민' 느낌의 캐릭터들이 나와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요. 

 일단 눈으로 보이는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처음엔 '아 대체로 사실적이면서 관조적인 정서의 이야기구나'라고 혼자 넘겨 짚고 착각을 했죠. 그게 정말 단단히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에 거의 런닝 타임 절반이 걸렸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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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순한 영화잖아. 순한 영화일 거야. 순한 영화였던 것 같은데......)



 - 그러니까 부모의 이혼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는 11살 아이의 내면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또래 어린이답게 대략 예측 불허에 들쭉날쭉해요. 깔깔대고 웃으며 여유롭게 넘기는 듯 했다가 갑자기 대형 사고를 치고, 막 슬퍼하는 듯 했다가 갑자기 또 씩씩하게 넘겨 버리기도 하구요.


 그래서 처음엔 정말로 유유자적 여유롭고 소소해 보이는 에피소드를 이어가던 이야기는 렌이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여감에 따라 점점 어둡고 강렬해집니다. 그러다가 중반부의 어떤 결정적인 사건 이후로는 현실 감각까지 놓아 버려요. 보다가 상당히 당황했던 부분인데요. ㅋㅋ 다 보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무지 이해도 안 되고 극복은 커녕 감당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한 어린 아이니까요. 덕택에 영화의 클라이막스에는 거의 호러에 가까운 장면까지도 출동하게 되는데... 참으로 오묘한 경험이었네요. 보이는 상황이나 행동은 분명히 비현실적인데 그게 주인공의 마음을 가장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다만 좀 길었습니다? ㅋㅋㅋ


 암튼 편안한 마음으로 쉽게 쉽게 볼 수 있는 류의 영화는 아닙니다. 뭐 다루는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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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은 영화 내내 달리고 또 달립니다. 캐스팅할 때 달리기 실력을 확인하고 뽑았나 싶을 정도로 참 잘 뜁니다. 그리고 정말 계속 뜁니...)



 - 뭔가 영화가 신기하고 낯선 느낌입니다. 제가 모자라서 구체적으로 설명은 못 하겠는데 그냥 내내 분위기가 그래요.

 앞서 적었듯이 참으로 일본 영화스럽게 예쁜 비주얼을 뽐내는 작품인데요. 그게 그냥 평온하고 단정한 느낌이 아니라 뭔가 역동적이랄까. 어떤 감정이나 에너지 같은 걸 쟁여 놓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빈번히 활용되는 롱테이크 촬영 때문에 그래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또 이 촬영이 되게 절묘해요. 굉장히 자주 나오는 달리기 장면들 같은 것도 참 흔해 보이지 않게 잘 찍었구나... 싶었지만 렌의 집안 장면들이 인상적인 게 되게 많았습니다. 평범한 공간을 좀 덜 평범해 보이게 찍어낸달까요. 렌과 아빠의 기린 인형 장면처럼 단절감을 보여주는 테크닉도 감탄스러웠고.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엄마에게서 도망치는 장면 같은 것도 그랬고. 막 대단한 기교가 쓰인 건 아니지만 엄마가 아빠가 방문했다 떠나간 후에 후배들(?)에게 이것저것 털어 놓는 장면 같은 것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계속 이래요. 평범할 것 같은 장면을 자꾸 안 평범하게 찍어내는 느낌. '어떻게 이렇게 찍었지?' 라는 것보단 '어떻게 이걸 이렇게 찍을 생각을 했지?'라는 쪽으로 자꾸 감탄하게 되는. 그렇게 찍어낸 장면들이 하나 같이 다 보기도 좋고 또 의미심장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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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생 때 학교 과학실 생각이 나서 잠시 정겨웠네요. 알콜 램프 위에 석면망(!) 올려 놓고 이것저것 끓이던 추억!)



 - 또 그런 신기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등 공신이 주인공 렌 캐릭터인데. 이걸 연기한 배우님이 참 대단하십니다. 정말 두 시간 내내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어린이였어요. ㅋㅋ 당연히 훌륭한 각본과 적절한 연기 지도의 결과물이겠지만 어쨌든 그걸 우리가 확인하는 건 배우의 연기를 통해서이기도 하고. 또 그냥 너무 매력적이기도 했거든요.


 뭐랄까... 정말 그 나이 또래 아이의 생기, 생동감이라는 게 화면을 뚫고 팍팍 튀는 느낌이에요. 그냥 귀엽다든가 이쁘다든가 하는 수준을 넘어서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달까요. 게다가 이 렌이라는 녀석이 사실 그렇게 사실적인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아이의 언어로 표현할 지언정 자꾸만 너무 적절하고 예리한 '일침'을 날려대는 것도 그렇고요. 어린 아이니까... 라고 생각해도 이 녀석이 영화 속에서 저지르고 다니는 일들은 거의 평범한 어린 아이의 수준은 아득하게 넘기고 그래요. 그게 캐릭터 내면의 표현이라 생각하고 넘기더라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긴 쉽지 않은데요. 그래도 어쨌든 배우 덕분에 소화가 됩니다. 찾아보니 이 영화로 어린 나이에 상도 꽤 받았고 또 지금까지도 현역 배우로 활동하고 계시더라구요. 그 중에 제가 본 영화도 몇 있던데 다시 한 번 확인해 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인상적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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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잘 활동하고 있는 배우님이지만 우주대스타가 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매력도 쩔고 연기도 대단했어요.)



 - 어찌 보면 살짝 만화 같은 느낌이 드는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 만화책이 슬쩍 스쳐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뭐 그 당시에 워낙 인기작이었으니 우연히 그렇게 된 거겠지만 살짝 닮은 구석도 있다고 우겨볼만하지 않나 싶었네요. ㅋㅋ 아다치 만화의 스타일이 대체로 그리 다양하진 않은 표정들의 미묘한 차이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걸로 유명하기도 하고. 또 등장 인물들이 하나 같이 애늙은이들이라서 본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숙한 대사들을 타이밍 좋게 날려대구요. 또 어른들은 주인공 청소년들 대비 상당히 철이 없어서 오히려 폐를 끼치고 그러는데 어쨌든 악의는 없고. 이 영화의 렌이나 부모들도 대충 비슷한 느낌이더라구요. ㅋㅋ


 다만 이런 만화책스러운 인물이나 사건들이 또 되게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톤의 베이스랑 잘 어우러져 있어서 '이게 말이 되냐!' 같은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배합? 의 비율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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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후반부는 배합이고 뭐고 거의 환타지 느낌으로 달리긴 합니다만. 이야기 흐름상 자연스러워서 괜찮았어요. 다만 너무 길었을 뿐. ㅋㅋ)



 - 산문처럼 시작해서 시로 끝나는 영화랄까. 그런 느낌을 받았구요.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클라이막스 즈음에 렌이 겪는 어떤 모험... 은 제겐 좀 길었습니다. ㅋㅋㅋ 또 마지막에 렌이 누군가를 포옹하는 장면 같은 부분처럼 너무 딱 떨어지는(?) 장면들이 자주 나오는 것도 좀 그랬구요. 등등 100% 제 취향이나 스타일에 맞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만.

 일단 주연 배우님의 압도적인 아우라 때문에 두 시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그냥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고. 또 뭔가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낯설고 신선한 느낌이 영화 전반에서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이런 감독이 계셨다는 걸 이 오랜 세월 동안 잘도 모르고 살았군요. 반성합니다... ㅋㅋ

 그래서 생각보다 많이 강렬하고 센 성장담이라는 거. 현실적인 쪽이나 기승전결 분명한 이야기 전달에 크게 매달리지 않고 환상적인 연출들을 많이 사용하며 소녀의 내면 풍경을 그려내는 데 주력하는 작품이라는 거. 대충 이런 부분이 취향에 맞으시면 한 번 보셔도 후회하지 않을 법한 작품이었네요. 잘 봤구요. 감독님의 다른 영화들도 궁금한데 vod로는 볼 수 있는 작품이 더 없는 것 같네요. 이런;;

 암튼 그렇게 잘 봤다... 는 얘기였습니다. 끝이에요.




 + 엄마 역 배우님이 마지막에 갑작스레 의외의 노래 실력을 뽐내주는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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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해 보니 본업이 가수였던 분이었고. 놀라웠던 건...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 제가 신문 기사로 이미 소식을 접했던 분이었다는 겁니다.

 다름아닌 "통일교가 서울에서 완전 초대형 이벤트를 여는데 거기에 일본의 탑 배우 겸 가수가 참가해서 결혼식을 올린다더라" 라는 기사 속 주인공이 바로...;;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디테일은 거의 생략한 무성의 아주 초간단 요약이에요.


 그래서 아빠의 이사 후로 렌은 좌충우돌 난리 부르스... 를 시작하는데요. 처음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가볍게 여기며 엄마 아빠 사이를 오가며 양쪽의 복장을 터뜨립니다만. 학교에서 부모가 이혼해서 본의 아니게 빨리 성숙해 버린 친구와 우연히 교감을 나누게 되면서. 그리고 자기가 요구하는 일들에 대한 엄마 아빠의 실망스런 반응들을 보면서 서서히 상황을 깨닫게 돼요. 그러면서 반 친구와 싸대기 날리기 배틀을 벌이기도 하고. 또 이혼 가정 친구를 놀리고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화내다가 알콜 램프로 과학실에 불도 지르고(...) 뭐 그러는데요. 그러다 자기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남자애의 제안으로 재결합 요구 농성을 벌이면서 참 험한 일이 벌어집니다. 렌의 고집에 질린 엄마가 아빠를 소환했는데, 여기에서 렌이 다 듣고 있는데도 둘이서 마구 원색적으로 서로 비난해대고 난리를 치다가 급기야 엄마가 홧김에 렌이 들어가 잠근 화장실 문의 유리창을 맨손으로 와장창 깨고는 피를 철철 흘리면서 렌을 끌어내며 막 고함을 치고 이걸 말리던 아빠와 엄마가 또 서로 폭언 배틀을 하고 등등... ㅠㅜ 결국 렌도 분노와 슬픔으로 눈물을 흘리고 그럽니다.


 하지만 며칠 시간이 지나 그 사건의 충격이 조금 가시자마자 다시 또 맹랑한 짓을 벌이는 렌. 엄마의 카드를 슬쩍해서 (본인 용돈 모아 놓고 안 준 거 쓴 거니까 괜찮다고 주장합니다. ㅋㅋ) 매년 엄마, 아빠랑 가던 지방 축제 숙소를 예약해 버려요. 그러고 엄마에게 애교 반 똥고집 반을 복합 시전해서 결국 여행을 가는 데 성공하는데요. 거기에서 또 이런저런 일을 겪다가... 그냥 밖으로 뛰쳐 나가 버립니다. 그리고 처음 만나 금방 좀 친해진 할아버지와 축제를 보구요. 애타게 찾아 헤매던 엄마와 간신히 멀리 거리를 두고 마주치지만 엄마에게 가는 게 아니라 "엄마! 나 빨리 어른이 될게!!" 라고 외치고는 또 샤샤샥 사라져 버리고선 혼자서 아무도 없는 산속을 밤새 헤매구요. 그러다 바닷가의 꺼져가는 모닥불 옆에서 새우잠을 자다가... 새벽녘에는 환상을 봅니다. 예전에 겪었던 일인지 본인의 소망인진 확실히 모르겠으나 축제 뗏목 앞에서 하하 호호 웃으며 즐겁게 물장난을 하는 아빠, 엄마, 자신의 모습을 보구요. 그러다 갑자기 모든 것이 불타 없어지고, 엄마 아빠도 물 속으로 사라져 버려요. 그러고서 바닷가로 돌아온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 꼭 끌어안아 주는 렌. 잠시 후에 밤새 자길 찾아 헤맨 엄마가 나타나니 태연하게 엄마에게 돌아가서는... 뭔가 깨달은 사람 마냥 편안한 표정이 되어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둘이 함께 집으로 돌아가요.


 ...라는 게 제가 방학 동안 겪은 사건이었습니다! 라고 교실에서 발표한 후 담임쌤과 친구들의 박수를 받고, 격려 쪽지까지 받고선 씨익 미소 짓는 렌. 담임쌤과 친구들과 함께 가는 하굣길에 갑자기 혼자 옆으로 스슥 빠지더니... 가로수 뒤로 한바퀴 쓱 도니까 옷이 바뀝니다? 그리고 거리엔 매우 환상적인 분위기로 애들이 놀고 있고, 엄마가 친구들과 앉아 있고, 또 아빠가 동료들과 대화하고 있고 그래요. 사뿐사뿐 걸어서 애들이랑도 놀고, 엄마 곁에 잠시 앉아도 보고, 아빠랑 장난도 좀 쳐 보고. 그러면서 걷다가 다시 또 샤샥 의상이 바뀌는데 이번엔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네요. 그러고 씩씩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으로 걸어오는 렌의 표정을 보여주며 엔딩입니다.

    • 저 배우분을 처음 본게 아마 피와 뼈였던 것 같네요. 그외에는 NHK대하드라마 신선조였나... 꽤 오랜 기간 배우활동을 하신 걸로 아는데, 출연작은 많지 않군요; 공개당시 태풍클럽을 만든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리뷰 잘 읽었습니다.

      • imdb 기준으로 영화, 드라마 합해서 출연작이 94편이니 많지 않다... 고 하긴 좀 어렵지 않나 싶지만, 한국에 그렇게 잘 알려진 작품은 적은 것 같긴 합니다. ㅋㅋ

    • 세상은 넓고 제가 못 들어본 훌륭한 감독은 많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소마이 신지를 보셨군요. 이제 '여름 정원'과 '태풍 클럽'도 보셔야죠? '이사'가 높여준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고, 역시 철없는 남자애 3인방이 종횡무진하는 '여름 정원'을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같은 한 여름 배경이지만 '태풍 클럽'은 청소년 그룹이 주인공이고 에피소드들이 때로 튀어서 저는 앞의 두 영화에 비해 실망하긴 했습니다만. 올해 국내 개봉한 3 영화 모두 수준 이상이기는 했습니다.  

      • 어제 이 댓글 보고 검색했을 때만 해도 나머지 두 작품이 없었는데요. 오늘 티빙에 새로 올라온 영화 란에 '여름 정원'이 추가되어 있네요. ㅋㅋ 왠지 이것까지 보고 나면 또 며칠 후에 '태풍 클럽'도 올라오지 않을까 싶구요. 근래 한국 극장가의 불황 덕분에 이런 영화들이 극장에도 걸리고 VOD로도 제공되는 걸 보면 참 생각이 애매해지네요. 암튼 일단 내일은 '세계의 주인' 극장 관람을 시도(...)해 보구요. '여름 정원'도 조만간 보겠습니다!

    • 저도 아는 거 하나 없이 보러 가서 중반 이후에야 영화의 성격을 깨달았고 렌의 모험이 많이 길기도 하면서 얼마나 위태롭던지... 이런다고?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다 보고 나니 인상적이어서 다시 봐야할 느낌도 들었고요. 무슨 애가 그렇게 철저하게 파내려가는지.


      저도 어릴 때 집 나가서 돌아다닌 적이 있지만 해가 슬슬 지고 저녁 먹을 때가 되면 제깍 집을 향해서 아무도 집 나간 줄 모르는 타격없는 몇 시간의 경험이었죠. 확실한 매듭을 짓는 렌은 크게 될 인물... 


      여행지 장면은 일본 최대의 호수가 있는 지역의 축제를 내용에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보여 주고, '여름정원'을 봐도 그런 느낌이 좀 있는데, 이 감독님이 일본적인 것들을 영화에 그리 티나지 않게 잘 녹이지 않나란 생각도 해봤습니다.       

      • 그렇죠. 정말 한 번 맘 먹으면 어떻게든 끝장을 보는 게 아니 저게 말이 되나... 싶으면서도 응원하게 되는 신기한 캐릭터였어요. 하하.




        그 축제 장면이 참 절묘했던 게, 이전까지의 일상적인 분위기에서 훅 벗어나는 장면이면서 또 막판의 환상적인 전개와 자연스럽게 이어져서요. 결정적으로 다 아주 아름답고 멋지게 찍어 놓기도 했구요.




        일본에서 인정 받는 감독들 보면 거의 말씀대로 '일본적인 것들을 티나지 않게 잘 녹이는' 재주들이 있는 것 같다... 는 생각을 저도 하고 있었는데요. 어찌보면 외국인들이 볼 때 한국의 유능한 감독들 작품도 비슷한 평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우리는 익숙해서 잘 못 느끼는 한국적인 정서나 문화 같은 게 어디에든 녹아 있긴 할 것 같아서요. ㅋㅋ 물론 일본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이런 걸 훨씬 잘 한다는 생각도 하구요. 지방 관광지들이 관광 상품 개발해내는 걸 보면 참 대단하더라구요.

    •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소마이 신지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처음 알게되었어요. 


      '호불호'를 많이 탈텐데 저는 살짝 불편해요. 




      엄마 역 배우 분의 머리와 옷 입는게 제 스타일이어요. 고급스럽고 세련됐어요! 


      제가 그 시대의 사람이어서 그런걸까요?>_<

      • 본 게 이 작품 하나 뿐이라 감독의 성향까진 얘기 못 하겠지만 일단 이 영화도 그리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긴 했습니다. ㅋㅋ




        아뇨 제가 보기에도 엄마 캐릭터는 세련되고 멋지고 그랬습니다. 극중 설정으로도 잘 나가고 돈 잘 버는 능력자 여성이었고, 또 담당 배우님의 본래 직업 같은 부분도 영향을 줄 수 있었겠다 싶구요.

    • 엉뚱한 소리인데, 지금 생각하니 국민학교시절(배티님도 국민학교 출신?) 알콜 램프가 엄청 위험한 구조였던 것 같아요... 망도 석면 망이라..

      • 저도 당연히 국민학생이었습니다. ㅋㅋㅋ 생각해 보면 그렇죠. 잘 넘어지게 생긴 물건은 아니지만 넘어뜨리면 대책 없고, 또 불이 약하면 심지를 뽑아 쓰면 된단다. 라는 가르침대로 뽑다가 팍팍 뽑아서 불꽃쑈 하는 친구들도 여럿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석면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하하.

    • 한 초중반까지만 해도 언급하신 일본 특유의 정갈한 비주얼과 분위기의 성장영화인가 싶었는데 롱테이크 활용법 같은 게 특이하고 뭔가 여러가지로 명확히 구분하긴 어렵지만 이 감독님만의 구별되는 개성이 꽤 있다고 느꼈어요. 제가 이걸 밤에 봤는데 솔직히 클라이막스의 그 이어지는 씬들은 워낙 길기도 하고 중간에 좀 졸았어요. ㅋㅋ 그 끝에 인상적인 연출은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하여간 너무 길고 과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그냥 끝나는구나 싶다가 엔딩씬은 또 상당히 기발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더군요.




      주인공 소녀는 중간 중간 다소 과한 언행들을 보이고 후반부에 너무 큰 사고(?)도 치지만 예민한 시절에 이런 일을 겪으면 충분히 저럴 수도 있을 것 같았고 배우님이 이후로도 꾸준히 많이 활동했다는데 저는 어디서 본 기억이 없네요.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나 재감상 해봐야하나 싶구요.

      • 많이 길었죠. 저만 그랬던 게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그래도 전반적으로 잘 만든 영화였고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아서 다 보고 나서 소감은 좋았던 걸로. 엔딩도 재밌었죠. 장하고 짠하고 그런 느낌이 복합적으로 밀려들더라구요.




        저도 '분노' 하나 정도 본 것 같습니다... ㅋㅋㅋ 당시엔 이 배우의 존재를 모르고 봐서 무슨 역할이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하하. 어차피 오티티에 있으니 나중에 한 번 다시 틀어서 확인이나 해 보려구요. 어려서 데뷔작으로 이런 레전드급 모습을 보여줘 버리니 나이 먹고 나서 활동들이 다 약해 보이는 게 안타깝지만 뭐 꾸준히 생존해 계시니까 승리자인 걸로!

    • https://x.com/challanfilm/status/1963784170628673822?s=46&t=TKkBrjwIXFGcvOEuPGWvjg

      한국 개봉기념 인사영상인데 얼굴이 그대로 컸네요.
      • 맞아요 나이만 먹으셨더라구요. ㅋㅋ 검색하면 나오는 영화, 드라마 사진들은 좀 어둡고 우중충하게 꾸민 것들 뿐이었는데 이렇게 밝게 웃는 표정 보니 정말 어릴 때 얼굴 그대로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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