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잡담. 칭기즈칸


 1.매번 쓰듯이 난 이리저리 다니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은 장소를 찾아가거나 체험을 하려고 이리저리 다니겠지만 나는 아니죠. 새로운 사람들이 어디 없나 기웃거리러 가는 거예요.


 요즘 좀 레인지를 늘려서 의정부에 사는 여자들과 경기도에 사는 여자들을 봤어요. 그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고 이런저런 만남을 가진 후 돌아오면 굉장히 지치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무시무시한 거예요. 나는 나름대로 멀리 뛴다고 열심히 뛰었는데 겨우 의정부나 경기도 권이라니. 지구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아주 약간 진출한 것에 지나지 않거든요. 광주나 부산에 있는 사람이나 일본, 태국, 미국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려면 이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건가?


 

 2.현대 문명의 산물들을 타고 다니는 나도 이렇게 영역 넓히기가 힘든데 칭기즈칸은 대체 어떻게 그 많은 영토를 점령한 걸까...라고 생각해 보곤 해요. 자동차도 비행기도 없는 시대에 말을 타고 유럽까지 갔다고? 그것도 그냥 간 게 아니라 목숨을 걸고 막아서는 전사들의 영토를 점령하면서 진출했다고?


 그리고 말을 타고 가면서 비바람과 폭풍우, 더위, 온갖 질병들을 만났을 거잖아요? 밤에는 차가운 이슬 맞으며 노숙을 했을 거고요. 그렇게 힘들여 다른 지역을 방문해서 맛사지를 받거나 푹 쉬는 게 아니라 곧바로 전쟁을 했다고? 그렇게 아시아를 돌파하고 유럽까지 진출했다고? 이게 정말 인간이 해낸 일인가 싶을 정도예요.



 3.뭐 그래요. 나는 다른 지역에 놀러갈 때마다 징기스칸 생각을 한단 말이죠. 그에 비하면 현대의 전사란 놈들은 고작 몇 분간의 주먹싸움을 위해 에어컨이 펑펑 나오는 비행기를 타고 맛사지를 받고 컨디션 케어를 넘치도록 받으며 이동한단 말이죠. 새우잠 자다가 싸우고, 맛이 간 컨디션의 몸으로 혼자서 수십명 도륙낸 뒤에 또다시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자마자 곧바로 갑옷과 무기를 들고 싸우던 놈들은 뭐하는 놈들이었지? 내가 그런 놈들의 후손이라고? 놀라운 일이예요.



 4.휴.



 5.어쨌든 최근에도 강북 위쪽으로 멀리 갔다오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 딴에는 진짜 멀리 갔다가 돌아오는 여정이지만 칭기즈 칸에게는 잠깐 마실 나가는 정도의 거리가 아니었을까 하고요. 


 물론 옛날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구역에서 평생 살았겠죠. 서울 정도 크기의 구역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정도의 활동 반경은 그리 없었을 거예요. 그 점은 감안해보면...나의 활동 반경도 제법 되겠지.



 6.뭐 위에는 저런 소리를 썼지만 어쨌든 서울은 넓어요. 옛날에야 밀도가 낮았으니 딱히 매번 멈춰서서 탐험할 구석이 없었겠지만 나는 아직도 서울 맵 하나조차 제대로 탐험하지 못하고 있죠. 다녀보면 다녀볼수록 '사람'이라는 보물이 묻혀 있거든요.


 요즘은 연신내나 수유 같은 강북쪽을 가봤는데, 이런 조그마한 구역만 해도 제대로 파악하고 놀려면 한달은 걸려요. 대충 서울의 역 하나에 한달 쓴다고 치고. 이런 식이면 베이징이나 상하이, 항저우, 오사카, 도쿄, 뉴욕같은 곳을 내가 원정갈 일이 있을까...싶단 말이죠. 큰 도시의 큰 상권도 좋지만 중국 도시의 뒷골목, 뉴욕의 뒷골목에 뭐가 있을지 궁금하단 말이죠.



 7.음 오늘은 어딜갈까. 한 3가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해요. 익숙한 곳에 가서 익숙한 사람을 볼지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볼지. 또는 익숙한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볼지 말이죠.


 사실 그래서 돈을 버는 건 단순해서 좋은 부분이 있긴 해요. 돈은 똑같이 생긴 놈을 계속 만나는 거거든요. 아무리 많아져도 똑같은 놈들이 더 많아지는 거라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사람이란 건 아무리 평범한 사람을 만나도 세상에 그 사람은 그 사람 하나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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