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를 보고 잡담입니다.

궁금하던 차에 어제 마침 시간이 맞아서 보게 됐어요. 

상세한 내용은 없으나 주관적 감상이 강한 후기입니다.


씨네21에 평이 좋아요. 평을 보면 가부키 배우들의 그 분야 예술을 추구하는 과정이 무척 강렬하게 전개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영화는 생각보다 무난했습니다. 주인공의 인생은 당연히 평범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지만 시간 순으로 인물들의 일생을 따라가는 전개가 티브에서 만들던 옛날 드라마스러운 면이 느껴집니다. 가부키 예인의 곡절 많은 일생을 따라가며 감흥을 제대로 주기 위한 세 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이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그런 느낌을 준 것 같네요. 요시다 슈이치란 작가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비슷한 소리가 되겠지만 소설의 산문적인 느낌이 영화에서 느껴집니다. 소설을 읽지 않아 어떤지 확실하진 않지만 제 느낌으로는 영화가 갖는 특이점이 두드러지는 영화는 아니었어요. 이 영화만의 특별한 점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가부키 공연을 눈 앞에 보여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꽤 길게 들어가 있는 가부키 무대가 조금이라도 가부키를 아는 사람이거나, 또는 자국민 눈에는 인상적인 포인트가 되었을 테지만 저처럼 그 분야의 눈이 없는 이에게는 다만 무대 위의 색채의 아름다움만 주 감흥이었어요. 이 아름다움이 별것 아닌 것은 아니지만 영화 전체의 감동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제 경우에는요.


가부키는 여자 역할도 남자가 하기 때문에 남자가 얼마나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연기를 하느냐가 공연의 감동 요소 중 하나가 될 것 같네요. '고생한 만큼 잘 하네. 과거 일본 여자들은 저랬을까. 연극적인 과장이 들어가서 고정된 형식이지. 우리 여성국극처럼. 그런데 이 가부키의 경우에는 내외부가 기대하는 일본의 미의식과 결합되어 더욱 극적으로, 고급예술로 발전한 느낌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보는 저에게 주는 매력은 크지 않았습니다. 가부키는 17세기에 시작 되었는데 풍기문란의 문제 때문에 한때 자체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여성 연기자를 없애고 남성 연기자만으로 새로이 시작했다고 하네요. 이 영화에서 연습의 대부분은 여성스러운 몸 연기를 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으로 채워집니다. 과거와 달라진 사회 환경이니 여성 역할을 여성에게 맡기면 저런 고통스런 연습은 안 해도 될 텐데 사서 고생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문제가 있어서 바꾸었으니 또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외부인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겠지요.

영화 외적으로 알게 된 것은 가부키도 '가문' 중심의 계승이라는 것입니다. 혈연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 사회를 다시금 확인합니다. 그놈의 '피'. 그래서 이상일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것에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습니다.

 

한 인물의 예술 인생을 긍정하는 영화입니다. 다만 인물이 악마와 거래하든 말든 그 분야의 일인자가 되었으니 결과에 의해 모두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었고, 이러한 전개가 무난하게 펼쳐진 영화였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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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인', '분노' 등의 쎈 영화로 유명한 재일한국인 감독이 뜬금없이 가부키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서 자국에서 흥행대박을 터뜨렸다길래 궁금했는데 대략 어떤 느낌일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에서는 잘나가는 영화배우, 가수 보다도 가부키의 권위를 더 높게 쳐준다고 들었어요. 마츠 다카코도 그런 집안 출신이라 든든한 빽으로 활동했다고하고 어떻게 그렸을지 궁금하기는 한데 세시간이나 투자해가면서 볼 정도의 흥미를 자극하지는 않네요. ㅎ

      • 좋은 면을 찾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전체적인 인상이 평범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무슨 집안 출신이라는 게 지금도 대중적으로도 별 거부감도 없고 통하는가 봅니다. 


        영화관 자주 못 가는데 세 시간이나 투자해서 제 심정이 좀 그랬습니다.ㅠㅠ

    • 지인께서 보고 오셔서 정말 좋다고 강력 추천을 날려 주셨지만 '조금이라도 가부키를 아는 사람이거나, 또는 자국민 눈에는 인상적인 포인트가 되었을 테지만 저처럼 그 분야의 눈이 없는 이에게는 다만 무대 위의 색채의 아름다움만 주 감흥이었어요.' 와 같은 일이 제게도 일어날 것 같아서 큰 관심은 안 두고 있습니다. ㅋㅋ 근데 그동안 읽은 평으론 되게 강렬한 느낌의 무언가일 줄 알았는데 그런 스타일은 또 아닌가 보네요. 일본에서 어마어마한 돌풍을 일으킨 비결이 궁금하지만 확인은 다른 분들께 맡기는 걸로... 하하하;

      • 저도 강렬한 느낌을 주는 예술인 영화인가 생각했어요. 담고 있는 내용은 그런 게 맞습니다만 영화의 표현 방식은 그렇지 않았어요. 가부키 예인들의 인생을 갈아넣는 이야기인데 긴 세월에 걸쳐 한 사람의 일생을 따라가서 그런지 담담한 느낌이에요. 소리를 위해 딸의 눈을 멀게하고 극한 고생을 하던 '서편제' 같은 영화를 봐서 이 정도는...그런지도. 어떤 후기에 가부키를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하던데 저는 가부키의 비중을 생각할 때 좀 알면 낫겠다 싶어요. 인물들이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아름다움이란 것이 영화에서 가부키 장면으로 표현되는데 모르니 공감이 덜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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