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비홍전 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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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붕 감독, 1949년작.
세계 최초의 황비홍영화ㅂ니다.

임세영은 근대에 광동지역에서 활약한 이름난 무술가로, 말년에는 홍콩에 정착했습니다. 이양반의 사부님은 생전에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임세영의 사부라는 이유로 훗날 이름이 알려지게 됩니다. 황비홍이요. 뭐 이소룡 사부라는 이유로 나중에 유명해진 어떤 분이랑 비슷하달까...

임세영의 제자중에 주우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그래서 요새 방송 오락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그친구 볼때마다 전 걍 피식거리게 됩니다) 이사람이 작가였어요. 사부님의 사부님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냈고 이게 불티나게 팔렸답니다. 황비홍이 인기가 있으니까 주우재 말고도 이런저런 사람들이 달라들어 황비홍 소설을 마구 찍어냈는데, 주우재는 실제 황비홍 문파 사람이니까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일종의 보증이 딸린 셈이었죠. 그렇다고 해서 주우재가 쓴 황비홍 이야기가 다 사실이냐면, 한사람의 일화라고 보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를 쓴 데다, 이야기 패턴이 뻔했다고 해요. 뭐 호붕 감독이 황비홍 영화를 만들게 되면서 주우재한테 어디까지 사실이냐고 물어봤더니 주우재가 얼버무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뭐 어쨌든, 이 영화도 주우재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있습니다.

호붕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황비홍 문파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했고 그래서 임세영의 제자들이 영화에 이런저런 형태로 참여했습니다. 주인공 배우에게 황비홍 무술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직접 출연해 이런저런 연무 시연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황비홍역은 당시 경극배우로 이름이 높았던 관덕흥이 맡았습니다. 그리고는 그후 약 7,80편의 황비홍 영화에 계속 출연해서, 홍콩 사람들에게는 배우가 아니라 진짜 황비홍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죠. 

초기 황비홍 영화들엔 조달화, 석견, 원소전 등 홍콩영화계의 원로들이 참여했고, 임세영의 제자인 유담이 자신의 사부인 임세영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는데, 유담의 아들이 유가량과 유가영입니다. 훗날 홍콩 영화계에서 유가량의 영향력을 생각해본다면 홍콩영화계와 황비홍의 인연이 참으로 절절하다 하겠죠.


영화가 나온 시기는 공산당이 대륙장악에 성공했던 때입니다. 그때까지 중국영화의 중심이던 상해 스투디오가 무너지면서 상해에서 중국 표준어-북경어로 영화찍던 사람들이 대거 홍콩으로 몰리게 되어, 홍콩에서 지역언어-광동어로 영화찍던 사람들이 타격을 받게 되었다는데, 이때 홍콩 광동어 영화계를 구한게 황비홍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황비홍 영화가 엄청난 히트를 했다고 하네요.
그 시작이 되는게 이 [황비홍전 상집]이니까 그만큼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 영화가 그만큼 명작이냐하면..... 당시 홍콩사람들한테 황비홍의 인기가 정말 대단했던 것 같네요.




영화 시작하면 사자춤 추는것만 한 10분 나와요. 영화를 만든 목적중 하나가 광동지역의 문화를 기록하고 알리는 거였다고 해서, 후반에는 전통민요 부르는 장면이 또 한 5분쯤 나오고 그러는데, 물론 홍콩사람들에겐 중요한 거겠지만 솔직히 관심 없는 사람이 보기엔 좀 지루합니다. 이 사자춤도 황비홍 영화의 필수요소쯤 되는 것 같네요.

사자춤을 마친 황비홍이 양관을 만나 제자로 삼습니다.
곧바로 어떤 사람이 황비홍을 찾아오는데 악당이 자기 주인을 폭행하고는 주인의 아내를 납치해갔답니다.
황비홍이 악당의 무관에 찾아가서 말로 설득해보려 하지만 들을리가 없죠.
싸움이 벌어졌는데 황비홍은 싸우던 도중에 부상을 당해 도망가버립니다. 뭔가 우리가 아는 황비홍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것 같은... 어쨌든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와서 상대를 참교육시...키는 게 아니라,
사부가 도망가 숨어있는 동안 황비홍의 제자들이 우루루 몰려가서 악당을 때려잡고 여자를 구합니다.
그게 끝이예요. 뭔가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전개에서 벗어난 것 같은... 어쨌든 그 뒤로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번엔 양관이 설레발치고 다니다 악덕 도장 사람들에게 붙잡힙니다.
황비홍은 이번에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찾아가서는 황비휴라는 사람에게 도전하게 되는데...
막 싸움이 시작되려는 순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속편을 봐주세요"
라는 자막이 뜨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아니 뭐 제목에서부터 상집(1편)이라고 써붙이고 시작했으니까요...
2편은 곧장 개봉했다고 합니다.
2편 제목이 '황비홍 패왕장을 불태우다'
뭔가 1편보다는 좀 더 재미날 것 같은 분위기의 제목이죠.
참고로 1편의 부제는 '연편 바람으로 촛불을 끄다'인데, 이게 1편의 라스트 장면이예요.

두편을 합해봐야 두시간 조금 넘는 것 같으니 둘 다 봐야 평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니까 뭐 당시 홍콩 사람들은 '황비홍이 살아움직인다'라는 것만으로 감동먹지 않나 싶어요.
영화의 액션은 지금 사람들 보기에는 당연히 성에 차지 않습니다. 그래도 당시 사람들에겐 대단한 구경거리였겠죠. 그러니 히트했겠죠.
요즘 사람들이 보면 '저런 영화가 히트했다고?'라는 의구심이 생기지 않으리란 법은 없을 것 같지만 뭐 고전을 요즘 시각으로 함부로 평가해선 안되겠죠.




봉을 들고 싸우는 사람이 황비홍입니다.

    • 글과 동영상 잘 보았어요. 감사합니다. 쓰신 글 읽을땐 뭔가 싶었는데 영상 보니 좀 알겠네요 :)


      처음에는 어설퍼보였는데 굉장하네요. 더구나 당시의 관객들에게는 처음이었을테니 '문화적 충격'이었겠어요.




      그나저나 서극이 만들고 이연걸이 나온 [황비홍] 처음 본지 삼십년도 넘었어요ㅠ.ㅠ 


      관지림의 큰 눈망울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 전 서극 황비홍하면 관지림이 자전거 타고 가는 걸 원표가 넋놓고 보던 장면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제 친구는 그장면 보고 나디아를 베꼈다고 하더군요ㅎㅎ

    • 티비가 없던 오래 전 옛날에 극장용 영화들이 길게 시리즈로 이어지며 티비 드라마 역할을 대신 하던 거... 딱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 영화였던 모양입니다. 제작 연도를 감안하면 액션이 부실하고 이야기가 허술한 것도 대충 납득은 되겠는데요. 그렇게 생각해도 적어주신 1편의 줄거리는 정말 웃기고 좋네요. ㅋㅋㅋㅋ 그래도 만든 사람들은 진지했다니 죄송하지만요.

      • 미국에선 아예 일주일마다 극장가서 한편씩 보는 연속극이 있었다고 하니까 그시절쯤엔 극장이 티비 대용 역할을 했던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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