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상...
1.투자로 10억이 생기면 어떨까? 로또로 10억이 생기면 그걸로 뭘할지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지만 투자로 10억이 생기면 그 10억으로 떡볶이 사먹거나 오마카세 가거나 람보르기니 산다는 생각을 못 해요. 오직 그 10억을 가지고 다음 번 도박을 할 생각...그거 이외에 다른 선택을 못하게 되는 거죠. 그걸로 다음 판에 또다시 10억 먹어도 다시 한번 그 10억을 합쳐서 다음 판에 도전하고 하는 걸 무한히 반복할 뿐이예요.
2.그렇다면 투자자가 10억으로 뭘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건 어떤 때일까? 바로 10억을 잃었을 때예요. 10억을 버는 게 아니라 잃어야만 현실로 돌아와서 '아..그걸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수 있었는데.'라고 행복한 상상을 할 시간을 잠시나마 가져볼 수 있죠.
3.여기까지 읽었다면 이미 눈치챘겠지만 요번에 2주일동안 10억을 잃었어요. 그래서 10억을 가지고 얼마나 재밌게 살 수 있는지 상상하면서 시간을 보냈다죠. 나같은 사람은 돈을 벌면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제일 재밌는 일만 생각하거든요. 바로 도박 말이죠.
그래서 10억을 잃고나서야 그 10억원어치 칩을 현실의 돈으로 바꿔서 마음껏 써보는 나를 상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 호텔스위트룸에서 1년 호텔살기, 각 백화점마다 VIP 달기,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마음껏 먹기, 아는 웹툰 지망생 친구들에게 등록금 쏴주기, 가보정 가서 소고기 먹기, 페라리랑 람보르기니 둘 다 사기, 에비앙스파에서 제일 비싼 마사지 매일 받기, 퍼스트클래스 타고 여행가기...같은 것들 말이죠. 상상해보니 정말 신났어요.
물론 그 상상이 끝나고 나면 씁쓸하긴 해요. 내가 그 10억을 가지고 도박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10억만 환전해서 따로 빼놓고 현실에서 신나게 쓰면서 가까운 사람들과 기쁨을 나눴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같은 후회가 드니까요.
4.휴.
5.그렇게 상상을 해보고 나면 깨달아요. 사실 그건 지금 당장도 할 수 있다는 걸 말이죠. 여기서 10억을 복구한 뒤에 할 게 아니라 그냥 남은 돈을 좀 써서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몇년동안 내 글을 읽어온 사람은 알겠죠. 내가 그러지 않을거라는 걸요.
그럼 이번에 잃은 10억을 복구하고 나면 그때는 돈을 쓸까? 그럴 리가 없죠. '하하, 이제야 원금을 복구했잖아! 드디어 다시 스타트라인에 섰군.'이라고 하면서 또 다음 번 도박을 하겠죠. 거기서 돈을 따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또다시 큰돈을 잃을 때까지는 도박 생각만 할 거니까요.
그러다 또 어느날 큰돈을 잃으면 그때 또다시 멈춰서서, 그 돈을 현실에서 쓰는 나를 상상하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겠죠. 그때는 훨씬 많이 잃었을지도.
6.이제는 내가 나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 봐야지..저런 점은 고쳐 봐야지...'같은 헛소리는 안 쓰게 됐어요. 내가 원하는 건 더 큰 도박을 하는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거니까요. 도박에서 이기거나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오늘 얼마나 큰 판을 벌이고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한 거예요.
뭐 그래서 내가 돈을 벌어서 만끽할 수 있는 특권은 상상의 단위가 커지는 것밖에 없어요. 있는 돈을 좀 쪼개서 그중에 10억원을 쓰는 나...20억원을 쓰는 나...30억원을 쓰는 나를 상상하는 권리를 얻는 거죠.
7.물론 실제로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상상만 하는 거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렇게 물어볼지도 모르죠. '어차피 상상만 할 거면 1조원, 10조원, 100조원 쓰는 상상을 해도 되잖아?'라고요.
하지만 이게 또 그렇지가 않거든요. 있는 돈을 쓰는 걸 상상해야 재밌지, 없는 돈을 쓰는 걸 상상하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있는 돈을 쓰는 걸 상상하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요.
8.내가 도박성 투자를 끊기를 기대하지는 않아요 이제는. 1년 뒤에 내가 이 글을 다시 봐도 나는 여전히 도박을 하고 있겠죠. 그럼 어차피 도박을 하는 김에, 지금보다는 큰 도박을 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예요.
이거를 못 끊는 이유는 내게 희망이 넘치기 때문이예요. 내 인생이 잘될 수 있을거라는 희망...희망이 이루어지길 기도하며 살고 있거든요.
기도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