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책 얘기
올해 마지막 구매한 책들이 막 도착했어요. 어쩌면 온라인 서점에서 새 책을 살피고, 다른 사람의 추천 책을 확인하고, 선택하고, 새 책 박스를 뜯는 게 저의 취미인가봅니다.
앞의 세 권은 이제 도착, 두 권은 읽은(읽고 있는) 책, 마지막은 펀드한 듀나 님 책입니다.
이제 전집에 속한 책이 아니면 단행본은 책값이 이만 원대가 기본이 되었습니다. 책은 사이즈가 좀 작아지는 추세이고 가격은 올랐어요. 다른 물가가 엄청 올랐으니. 반영되었음이 눈에 확 띄네요.
[훌륭한 군인]은 문예출판사에서 이번에 개정판을 내면서도 가격을 고정시킨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판형도 들고 다니지 않는 저에게 가장 익숙하고(140*210) 본문 인쇄도 선명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책 뒷면에 적혀 있는 내용은 모르고 읽는 게 나을 듯한데, 안나 카레니나가 불륜의 관계를 맺고 끝이 그러하다는 걸 아는 게 작품 읽는 것에 방해가 되느냐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처럼 이 소설도 이 정도 내용은 알고 시작해도 되는 고전 반열인가 짐작합니다. 다른 책에서 작가의 이름이 자주 나와서 이번에 접해 보려고요.

[뭉크를 읽는다]
표지는 아주 마음에 듭니다만 본문 페이지의 상하좌우 여백들이 좁네요. 특히 상단이 자로 재보니 다른 책에 비해 짧아요. 이것도 비용과 관련 있을지도요. 뭐, 다른 책과 여백이 조금 차이날 뿐 읽는 데는 아무 상관없고 괜찮습니다.
페이지를 열면 주한 노르웨이 대사의 추천글이 나옵니다. 노르웨이의 잘 알려진 소설가가 쓴 노르웨이의 대표적 화가에 대한 책이라 출판사 요청에 화답하여 대사가 읽고 추천글을 썼나봐요. 저는 다른 분의 후기가 좋아 궁금해서 샀습니다. '그렇게도 작은 공간에 그렇게나 많은 간절함이'가 우리 책에는 부제로 적혀 있는데 이게 원제입니다. 제목이 좋지 않습니까. 그래서 고른 것도 있어요. 저자는 [나의 투쟁]이라는 대표작이 번역되어 있어요. [나의 투쟁]은 전에 구매한 줄 알았는데 보관함에 넣어만 뒀나봅니다. 지금은 세 권으로 된 이 소설의 1권이 품절이네요. 전자책으로는 나와 있으니 이번 책 읽고 좋으면 소설도..

[소설의 기교]는 보관함에 있던 책 중 한 권인데 역시 오다가다 읽은 글 중에 언급되는 걸 다시 보고 이번에 샀어요. 저자는 영문학 교수인데 소설도 썼다고 합니다. 1935년 생이니 이제 글이 나오긴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이 책은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의 기교에 대한 칼럼을 정돈하고 보완해서 냈다고 합니다. 칼럼이 본체였기 때문에 많이 어렵지 않으리라 기대하는데 저자의 서문을 보니 마냥 쉽지만은 않을 거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1장부터 50장까지 이어지는 화제 중심의 목차를 보면 흥미롭습니다. 서스펜스, 십 대의 눈으로 바라보기, 서간체 소설, 날씨, 우연, 전화...이런 제목들. 이런 책은 일종의 사전 역할을 하기 땜에 자신에게 맞는 책들을 갖고 있으면 좋은 거 같아요.

[마더링 선데이]
이 책을 왜 샀을까요. 조쉬 오코너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를 보기 전에 책부터 읽으려고 샀다는 거 아닙니까. 이런 정성스런 팬이라니... 그런데 알고 보니 저자가 줄리언 반스, 이언 매큐언과 더불어 현대 영미문학의 거장이라네요. 몰랐던 현대 영미문학의 거장이 많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주인공은 고아로 보육원에서 자라 하녀, 서점 점원, 마침내 작가가 되는 제인이라는 여성입니다. 마더링 선데이에는 하녀들이 어머니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루 쉬었다고 합니다. 이십 대 초반의 제인은 찾아갈 엄마가 없고 이웃 저택의 상속자 폴과는 몇 년 전부터 몰래 만나는 사이인데, 그날 낮에 저택에 혼자 있는 폴의 초청을 받아 갑니다. 늘 마굿간이나 풀숲에서 만나다가 그날은 저택의 정문으로 오라는 초청을 받아요. 소설 뒤로 가면서 구십 대에 이른 작가 제인이 인터뷰하며 드러내는 말과 내면의 독백이 섞여가며 한 사람의 작가가 탄생한다는 것의 비밀을 엿보게 하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우리가 작가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는 제한된 정보와 작가가 진짜 품고 있는 비밀이, 소설로 표현되면서는 조금 더 드러나서 짐작의 여지가 많아진다는 느낌입니다. 제인은 이십 대에 조지프 콘래드를 알게 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을 속에 깊이 담았습니다. 그것은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넘어야했다'로 표현됩니다. 책은 길이가 짧고 폴과의 하루를 제외한 나머지는 제인 인생에 중요한 고비들만 언급되는 전개라 많은 부분을 독자가 채워가며 읽도록 합니다.
영화도 보았습니다. 폴의 사건이 어떤 성격인지 책은 확실하게 표현하는데 영화는 좀 애매하게 표현하더군요. 그래도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린 편이었어요. 제인이 원탑이기도 하고, 제인에겐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이 영화에서 조쉬 오코너가 그리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진 않습니다. 소설에서도 캐릭터가 애매모호한 인물이긴 해요. 팬이 된 입장에서는 잘 봤지만요. 이번 해 하반기에 '웨이크업데드맨'과 '챌린저스'로 즐거움을 주어 이 정도 찾아 보기는 할 수 있어야죠!
옆에 붙어 있는 사진은 지난 번에 읽은 그레이엄 그린 [사랑의 종말]을 원작으로한 닐 조던 감독의 영화입니다. 영화는 비오는 런던을 배경으로 고전적인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설의 신랄함과 깊이를 다 담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두 사람은 성당에서의 만남이 끝인데 영화는 그 이후에 만나서 여행을 가더군요. 그리고 남편과 연인이 함께 간호를 하고요. 원작에서 주인공이 남편에게 전화로 통보를 받는 가혹함 같은 것이 주는 효과가 어딘가로 가버립니다. 그리고 소설 후반에 인물이 고민하는 다른 경로를 다루지 않았네요. 하지만 랄프 파인즈와 줄리안 무어, 젊은 시절 두 배우는 참 아름다웠고 연기도 좋았고, 특히 둘 다 눈이 신비롭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친구] 이 책은 지금 시작했습니다. 세 번째로 만나는 시그리드 누네즈의 책입니다. 이전 책에서 뉴욕 지식인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에 위화감도 느꼈었지만 즐거움과 자극을 주는 것도 분명 있었습니다. 이분 특성으로 느낀 에세이와 픽션의 섞어쓰기가 이번 책에서는 어떻게 다가올지. [그해 봄의 불확실성]을 올해의 책으로 꼽는 분들이 있어서 좀더 열린 마음으로 이 책을 마저 읽어 보려고 합니다.
[그해 봄의 불확실성]은 주인공이 앵무새를 맡게 되더니 이번엔 지인의 개를 맡게 되는 얘기라 해서 주저 반, 기대 반으로 시작했습니다.

[몰록]
듀나 님의 첫 장편이라고 합니다. 오래 전에 웹진에 연재되었는데 이제야 책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왜 진작 묶어내지 않았을까요. 24년 걸렸답니다.
북펀드 중이고 1월 21일 발간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드보일드 SF미스터리 갈래라고 해요. 저는 하드보일드 좀 재미있어 하므로 잘 읽을 듯해요. 혹시 관심 있으시면 펀딩하시라고 알립니다.
표지를 보면 요즘 영화나 드라마가 떠오르는데 다문화 환경에서 인종 차별, 외국인 혐오의 내용을 품고 있다고 하니 24년 전에 나온 작품이란 걸 생각하면 문제의식에 있어서 앞서가는 분이신 건 분명합니다.

글 자체는 길지도 않은데 막상 사진 옮기고 쓰자니 오늘따라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급마무리하면서 연말 인사 드립니다. 한 해 정보도 주시고 즐거움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이틀 마음 편안하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제가 귀여우면 쏘맥 님은 귀여움의 화신? 끝판왕?
한 해 동안 전반기에 페드로 파스칼, 후반기에 조쉬 오코너라니 저에게는 있기 어려운 사건입니다. 팬심이래 봤자 영화 찾아 보는 정도지만 그래도 여기서 리스트가 불어나면 무리입니다 무리. 하지만 파스칼 보다는 오코너가 나으니 앞으로 점점 더 나은 인물이 등장한다면 그건 환영할 일이겠죠. 하하!
이번 웨이크 업 데드맨 보고나서 조쉬 오코너에 푹 빠져버리셨군요. ㅎㅎ 이건 출연작 중에 평가가 꽤 낮은 축에 속하는데 영화 보시려고 원작까지 사시다니!
그런데 지금 다시 검색해보니까 올리비아 콜먼에 콜린 퍼스까지 나오네요. 저도 요즘 조쉬 오코너의 연기에 매료되고 있어서 땡깁니다.
원작을 발견했는데 소설 평가가 괜찮은 것입니다. 그럼 당연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올리비아 콜먼과 콜린 퍼스가 나오긴 나옵니다만 우울한 사연을 지닌 부부로 잠시 나옵니다. 하지만 조쉬 오코너를 보시려면 말리지 않을게요.(연기를 보려는 기대는 마시고, 몸을 아주 많이 볼 수 있어요...)
뭉크의 전기적 내용도 들어가지만 뭉크에게 영향받은 작가, 영화감독 등과 나눈 대화도 들어가고, 여러가지 형식으로 화가에게 접근하는 책 같아요.
모든 취미의 종착지는 결국 뭔가를 수집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는 덕후들의 금언도 있지 않습니까. ㅋㅋ 그래도 thoma님은 열심히 읽으시고 후기도 올려주고 하시니 괜찮은 걸로!
대표작이 '나의 투쟁'이라고 해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근데 검색을 해 보니 정말 원제도 똑같군요. 허허;;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작가가 밝혔다지만 저처럼 당황할 사람들은 많을 듯 해요.
듀나님이 그런 면이 확실히 있으시죠. 요즘도 가끔씩 '옛 영화 리뷰' 게시판에 가서 오래 전 듀나님 리뷰들을 이것저것 읽어 보곤 하는데 당시보다 오히려 요즘 시대상에 걸맞는 시각을 종종 발견하곤 해요. 미래를 상상하는 게 일이셔서 그랬을까요.
저도 역시 올 한 해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이제 24시간도 안 남은 2025년 편안히 마무리하시고 내년엔 내내 행복하세요! 그리고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있는 책을 보자고 생각하지만 잘 안 되네요. 집에 아직은 공간도 좀 있고 다른 곳에 크게 지출하지 않고 숨만 쉬고 사는 편이라 그러는 거 같습니다. ㅎㅎ
책 제목이 저도 처음 봤을 때 좀 그랬어요. 여러 나라 번역되고 평은 좋네요.
옛날엔 듀나 님 글이 특이해서 좋아도 사람들이 두루 감응할 수 있는 폭이 넓진 않았지 싶은데, 지금은 그런 건 없는 듯하죠. 듀나 님 같은 분이 크게 특이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네요. 잘 할 수 있는 것만 집중하면서 세상 눈치 크게 안 보고 지금까지 꾸준히 책을 내고 있으니. 그 덕분에 우리도 여기서 계속 놀게 되고 말이죠.ㅎ
본의는 아니더라도 듀게 지킴이 비슷하게 되어 수고 많으셨고, 올해도 영화 보고 글 올려 주신 꾸준함에 감사드립니다. 건강 잘 관리하시길 바랄게요.
책 가격... 진짜 많이 올랐더군요. 책 단일 품목에 한에서는 가격을 보지 않고 구매한다는 식이었는데 이제 마구 그러기는 좀 두려워졌습니다. 10만원어치 사면 느껴졌던 그 볼륨이 이제는 아니에요.
[뭉크를 읽는다]는 표지가 정말 간결하네요. 뭉크라는 작가의 엄청 유명한 작품 외에는 아는게 거의 없어서 뒷 이야기가 확실히 궁금합니다. 상하좌우 여백이 좁아지는 것에 대해 개인적인 지론이 있는데요. 책이 스마트폰 해상도로 변해간다는 지론입니다. 이미 그 수준에 이른 책들도 많고. 거장들은 어떤 합의로 누가 뽑아서 정리하는 걸까요. 파악하는 입장에서는 편하긴 한데... 예를 들어 중국의 3대 추리소설계 대신大神들이 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묶이는 거겠죠?
이 글 읽고 잊고 있었던 [몰록] 펀딩 결제했습니다. 그 웹진이 인터넷 아카이브에 일부 살아있거든요. 그런데 전부 볼 수 있는건 아니고 부분 부분 빠져 있습니다. 초반부는 안보이고 중후반은 약간 듬성듬성, 에필로그는 또 안 보여요. 인터넷 폐허에 남은 벽 같은 것들인데, 오래 전에 이렇게라도 읽고 나머지 부분이 너무 궁금했는데, 이제야 속 시원하게 전부 볼 수 있겠군요. 아마 신간으로 나오면서 편집이 있었겠죠? 당시에도 변함없이 탄탄함이 느껴지더군요. 듀나-클리셰라고 불러볼만한 부분도 다 있고.
( https://web.archive.org/web/20020210002838/http://www.emazine.com/bbs.php?mode=list&table=f3 )
저는 보통 비소설만 읽는 편인데, 소설은 표지로 뭔가 알고 갈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그런 편인데, thoma 님의 글을 보면 혹할 때가 많네요. 얼마 안 남은 헌 해 잘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 많으시길.
P.S. 뭉크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Archives - Munchmuseet Fotoarkiv 여기서 잔뜩 봤네요.
제가 서점에 잘 안 가고 집에서 몇 권씩 받아 보는데도 책의 사이즈와 가격 변화가 피부에 와 닿아요. 그런데 그럼에도 장 한 번씩 볼 때 나가는 돈 생각하면서 책 가격은 비싸다고 하면 안 되겠다고 마음 먹지요..책도 올랐지만 다른 물가 생각하면 참.
저도 책 소개에 박히는 '거장' 이나 최고, 어디 선정 몇 위 등등에 의구심이 있어요. 아마도 큰 언론사나 출판사의 띄우기, 스타 만들기도 있을 거 같고요. 그래야 책시장이 사니까 기본이 되고 가능성이 있는 작가에 대해서는 과장된 표현을 허용하는 거 아닌가 합니다. 어떨 때는 좀 피곤한 표현이기도 해요. 읽고 실망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말씀처럼 정보가 제한된 일개 독자로선 들여다 보게 됩니다. 믿을만한 일반 독자들의 후기가 저는 참조가 좀 되더라고요.
이런 예전 정보가 많으시네요. 뭔가 추억이 돋는 화면입니다.
해마다 하는 소리이지만 내년에는 규칙적인 독서 생활을 희망하며 잔인한오후 님처럼 비문학 독서를 늘이고 싶네요. 비문학 책들 가끔 소개해 주시길요.
감사합니다. 잔인한오후 님의 새해도 평화롭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