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우주선 이야기가 맘에 안 드는 이유는...

제가 우주선, 외계인 나오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라는 건 아실 거고. 하여간 그런 입장에서 이 기사의 이야기가 사실여부를 떠나 맘에 별로 안 듭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명왕성 궤도라는 표현입니다. 물론 거기서 우주선이 다가올 수도 있죠. 하지만 이게 사람들의 선입견에 의존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얼마 전에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는데도 대부분 사람들은 명왕성 궤도를 태양계의 공식적 변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니거든요. 사실 명왕성의 궤도는 아주 불안정해서 종종 해왕성 안쪽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지금도 그렇던가? 잊어버렸습니다. 하여간 명왕성 궤도는 천문학적으로 별 의미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기보다는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티가 납니다. 저라면 그렇게 안 씁니다. 


HAARP와 SETI를 연결한 것도 너무 손쉽습니다. HAARP는 아마 이 단체가 음모론자들에게 인기가 있기 때문에 선택한 것 같고, SETI는 외계문명 탐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했겠죠. 하지만 두 단체가 이런 식으로 정보를 교환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음모론 안에서도 성격이 달라요. 심지어 SETI는 더 이상 국가지원 프로젝트도 아닌걸요. 게다가 이들이 명왕성 궤도 근방의 지름 240킬로미터 물체를 광학적으로 확인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최근에 발견된 명왕성의 두 위성들도 허블 망원경으로 찾은 겁니다. HAARP가 허블을 썼다면 기사가 밝혔겠죠.


디테일이 너무 약합니다. 이 정보가 정말 전문가에 의해 유출된 것이라면 최소한의 형식이 있어야죠. 지름 240킬로미터짜리 물체가 인공물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라마를 읽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근데 그 기사는 막연히 우주선이래요. 그걸 도대체 어떻게 알아냈다고. 하긴 명왕성 궤도에서 화성 궤도까지 2년이라면 속도가 조금 애매하긴 합니다. 하지만 우주선 속도로 봐도 애매하죠. 크기도 애매합니다. 240킬로미터라면 명왕성 지름의 10분의 1인데, 스케일로 기를 죽이기엔 좋을 것 같지만, 상식적으로 이 정도 크기의 물체를 보고 단번에 인공물이라고 주장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이 크기라면 중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형이 되거든요. 물론 구형이 아니라면 우주선이라는 증거는 되겠지만 그랬다면 이미 밝혔겠죠. 하여간 정보의 질이 너무 나빠요. 


결론지어 말한다면 이렇습니다.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로 괴상한 사건을 다룬 나쁘게 쓰여진 기사입니다. 가짜라면 그냥 성의가 없고요. 

    • http://bit.ly/gp8ojY

      전 이 기사 보고 그냥 여느때처럼 구라 기사였구나 하고 생각 중입니다.
      그래도 잠시 설레긴 했어요.
    • 사실 여부를 떠나 이야기가 너무 안 좋습니다. :-/
    • 혹시 혜성을 우주선으로 착각한 건 아니겠죠? ㅠㅠ; 아무튼 무서워요 ㅠㅠ
    • 저는 2012를 노린 떡밥들 전체가 마음에 안 들어요. 공포심을 자극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요..
    • 지름이 240킬로미터인 혜성이라... 핼리 혜성 크기가 15 x 8 x 8 km입니다.
    • 2012년은 너무 뻔해서 언급할 생각도 안 들더군요.
    • 이런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정작 사람들은 우주에 관심이 없다라는 걸 얘기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 애초부터 농담조로 놀려먹던 기사인데요. 뭐...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명왕소행성의 정식명칭은 명왕성인가 궁금하네요.
    • 이런 건 척 봐도 딱 타블로이드용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진지한 메이저 언론이 떡밥을 물어버리니 좀 그렇잖아요.
    • YTN 뉴스에도 나오더라구요--;;
    • 이런 류의 음모론(?) 이야기 중에 딴지일보 파토님이 쓰신 외계문명에 대한 글이 참 재밌었던 기억이 나요.
    • 듀나님, 이 글을 퍼가도 될까요?
    • 과학에 대해 무지한 저는 그 멀리서 오는 게 우주선인지 혜성인지도 알 수 있구나! 하고 태평스럽게 생각했을 뿐이고(...) 외장은 어케 알았담..; 그래도 한편으로는 꿈이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했는데. 아니었다니 조금 실망스럽기도 하네요;
    • 머 저는 재미있어 좋더군요. 2012년에 세상이 망하려는데 외계인도 온데.. 라면서 현금자산의 20%정도는 유흥으로 써줘야겠군. 또 10%는 사고싶은거 사야겠다. 라고 결정할 명분도 되고요. 아. 오늘 치맥도 먹어야지.. 세상이 망하는데 살좀 찌면 어때... 이런느낌..
    • 루비/ 맘대로 쓰시옵소서.
    • 다 인터넷 때문이죠.
      예전 같았으면 소년지 한 귀퉁이에나 있어야 할 이야기들이 지금은 순식간에 전세계 토픽이 돼버리니.
    • 아무리 봐도 듀나님은 회의주의자가 맞아요.
    • 아니라니까요! 전 UFO도 믿고 네시도 믿고 귀신도 믿어요! 마이클 셔머가 들으면 치를 떨 온갖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다 믿는다니까... 물론 믿음은 좀 강한 말이긴 하지만... 하여간 전 그냥 눈뜬 채 당하기 싫을 뿐이에요.
    • 뭐 회의주의자들 사이에도 각각 정도의 차이는 있으니까요. 믿음이 강한 표현이라고 말하신 것도 그렇고 제가 보기엔 믿음이라기보다 희망에 가까워보여요. 그 편이 더 재밌다고 생각하시는게 아닐지. 듀나님은 진짜로 믿는 사람들의 태도에 비하면 상당히 온건한 편이죠.

      마이클 셔머는 이름 틀린 것에 더 화를 낼 것 같군요. 하하.
    • 이제는 답글을 수정할 수 있지요, 으하하.

      믿음을 주려면 일단 이야기가 그럴싸해야 하지 않습니까.
    • 수정을 하시다니 반칙이군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저 정도의 이야기도 그럴싸해 보일겁니다. 뭐 언론사조차 속을 정도니. 듀나님은 너무 아는게 많아서 비회의주의자가 되기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지식(특히 과학)의 정도와 회의주의적 성향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봐요.
    • 구라기사에 디테일이 너무 좋으면 나중에 벌쭘하니까 일부러 어설프게 한거 같아요 ㅎ
    • 해왕성을 천왕성이라고 썼는데, 아무도 지적하는 분이 없었군요. :-/
    • 기독교문명권에서 만든 음모론이 아니면 한번 관심을 가질 가치가 있겠죠
      결국 이런 음모론들은 크게보면 에스카톨로지의 변주.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7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9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