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그림, 소리없는 영상



그냥 같이 듣자는 포스팅입니다








오...

이 모든 게 끝나거든 나를 깨워줄래

저 얼음들이 모두 녹아 사라진 후에...

다시 깨어나 굶주림이 나를 엄습할 즈음엔

무사히, 아무 달라진 것 없이, 그저 나이만 들어 있도록

어쩌면 곰들보다 두 배는 더 늙어 있겠지

그 정도 각오는 했으니


그런데

그대는 어디에 있었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지

내가 땅 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을 때

내가 동굴 속에 매몰되어

기도서를 한 장씩 찢어 입 속에 넣고 있을 때

그게 내 겨울 식량이었어

한 장 씩, 결국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찢어 삼켰지

마치 움직이는 그림

혹은 소리없는 영상처럼

움직이는 그림이나

무성 영화의 장면처럼


이 모든 건 단지 깨어나지 못한 꿈이었을까

나의 심장은 천천히 잦아들어

점점 더 느려지다가

이제 거의 움직이지 않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저 밖에서 비추이는 섬광은 

사랑인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 최소한 아름다운 무엇일 거라고

하지만 문득 돌아봤을 때

가늘게 뜬 두 눈 사이로 들어온 것은

내게로 돌진하는 헤드라이트였지


진실이란

그토록 가혹하고도 급작스레

두 자락 그림자를 드리운 동물들을 엄습한다


스러진 윤곽을 따라 하얀 점선이 그어지면

가엾은 몸뚱어리는 그 안에 갇혀 벗어날 수도 없겠지


그대는 어디 있었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어

내가 땅 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었을 때

내가 동굴 바닥에서 찾아낸 기도서를

갈갈이 찢어 뜯어먹고 있을 때 말야

생존을 위해 난 성경이 아니라 그 무어라도

찢어 삼킬 수 있었어

거대한 침묵 속에서

마치 움직이는 그림이나 소리없는 영상처럼


먹먹한 침묵 속에서

그저 서서히 움직이는 영상이 되어





moving pictures, silent films / great lake swimmers

translated by lonegunman

















    • 차갑고 적막한 겨울새벽 어두운 방 이불 속에서 듣고 있으려니 좋네요. 잘 들었습니다.
    • 가슴 아파오는 노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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