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를 하는 이유, 종교적 믿음이란,

1.

 

케이블에서 지나간 동물농장을 보다가, 돌고래 조련사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젊은 여성조련사가 돌고래 등을 타고 서핑을 하고, 돌고래를 발판으로 물 속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등 대단한 재주를 보이더군요. 돌고래들은 그녀를 사랑해서, 그녀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알아서 수영스피드라던가 밸런스들을 조절해주곤 한다더이다. 그녀 역시 돌고래들을 너무너무 사랑했어요. 툭 하면 돌고래 머리를 껴안고 키스를 퍼붓더군요. 리포터가 물었어요.

 

 

'왜 키스를 하는거에요?'
"표현해주는거에요. 내가 너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고. 동물들은 귀신같이 알거든요. 조련사가 자신들을 진심으로 대하는지, 아니면 쇼를 잘 하기 위해서 그 때만 잘 해주는 척 하는건지."

 

보면서 중얼거렸어요. '내가 콩이한테 하는 거랑 똑같네. 여자들은 다 똑같애. 이쁘고 사랑스러우면 부여잡고 뽀뽀부터 한다니까.'

 

그러고보면 제가 어릴 적에 100일이 채 안 된 사촌동생을 보고 처음 한 짓은 얼굴을 꼭 끌어안고 입술에 뽀뽀를 하는 거였지요. 나이가 들어서는 귀여움에 못 이겨 사람에게 뽀뽀를 한 적은 없지만, 동물들에게는 귀여움에 못 이긴 뽀뽀를 많이 해대곤 했지요. 꼬꼬마 때 키웠던 병아리에게도 (뿌리에다 뽀뽀 쪽) 잠깐 키웠던 고양이에게도, 같이 살았던 여러 강아지들에게도, 뽀뽀를 쪽쪽 거리고 하곤 했어요.

 

그리고 지금 집에 있는 녀석에게도 뽀뽀를 해대곤 해요. 이녀석은 기분이 좋을 때..즉 제가 아침에 막 일어났을 때와, 제가 밤에 일을 끝내고 들어올 때만 입에다 뽀뽀를 해주죠. 평소에는 제가 뽀뽀를 할라 치면 고개를 홱 홱 돌리며 피하기 바쁘죠. 나쁜뇬! (그치만 귀여운걸..귀여운뇬 -_ㅠ) 하긴..입에만 하나요. 강아지가 홀랑 뒤집어서 배를 까고 귀여움을 떨면 배방구(-ㅅ-)를 하며 가슴이며 배에다가 뽀뽀를 해대곤 하죠. 또 강아지 발 냄새는 향기롭(???)기로 유명하죠. 고소한 누룽지냄새? 약간 쿱쿱한 깨소금냄새? 하여간 맛있는 냄새가 나요. (막 태어난 어린 강아지들 입냄새도 정말 좋아요. 꼬소한 냄새가 남 ㅎ) 그래서 심심하면 강아지 발을 부여잡고 킁킁 냄새를 맡다가 꼬소꼬소한 냄새에 희뭇한 나머지 발바닥에 쪽쪽 뽀뽀를 해요. (음..변태가 따로 없군;)

 

그러고 보면 여자들은 종종 사랑스러운 대상에게 뽀뽀를 해요. 손으로 쓰다듬는 방법도 있고 껴안아주는 방법도 있는데도,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 없으면 입술부터 먼저 나가죠. 거의 무의식적인 것 같아요. 아..'여자들'이라고 말하면 좀 아닌가요. 저는 그래요. 그리고 일부 여자들도 종종 그러는 것 같아요.

 

이상한 일이죠. 저는 어머니에게 키스를 많이 받아보지 못했어요. 애정어린 포옹도 받아본 일이 거의 없고요, 심지어 머리 쓰다듬 등 쓰다듬 같은 스킨쉽도 많이 받지 못했어요. 연년생 동생이 태어난 다음 부터는 스킨쉽에서 먼 어린시절을 보냈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사랑스러운 대상을 보면 뽀뽀를 해요. (주로 동물만..음, 기르는 식물 잎사귀에다 뽀뽀를 해주기도 해요. 잘 자라라고. 그러고보니 사람에게는 안 하네요-_-;;;;;) 그러므로 이건 물려받은 습속이라기 보다, 그냥 본능 때문인 것 같아요.

 

입이 먹는 것과 관계가 있고, 먹는다는 행위는 기쁘다는 감정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어릴 때 엄마 젖을 빨던 기억과, 그 후 입으로 맛있는 것들을 먹으며 느끼는 기쁨이 입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사랑스럽다는 감정을 쪽쪽 뽀뽀하며 표현을 하는건 머리 속에 있는 '기쁨, 쾌락' 감정 중추가 어릴 때 부터 '입'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남자 분들은 귀여운 동물이나 아이나 뭐 이런 것들을 보면 (연인에게 하는 쪽쪽이는 제외-ㅅ-;;;) 너무 너무 귀여운 나머지 뽀뽀를 쪽쪽거리고 하는 경우들이 많나요? 여자들에 비해서 잘 못 보긴 했는데...보통 어떤가요? 저런 쾌락중추랑 키스가 연관이 있다면 사랑스러움, 귀여움을 느낄 때 뽀뽀를 하는건 남녀 차이가 크지 않아야 정상이지 않을까요.

 

오늘 밤도 저희집 강아지뇬은 제 뽀뽀를 피했어요. 쳇.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좋아라 품속에 파고 들며 쪽쪽 해줄꺼면서.

 

 

 

2.

 

저 앞에 벌어진 종교 관련 댓글을을 보고 잠시 (좀 오래) 생각에 잠겼다가...

 

 

지금 읽고 있는 '축의 시대'에서, 한때 수녀원에 들어갔으나 꽉 막힌 교리와 생활규율에 진저리를 내고 뛰쳐나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며 지금의 도킨스에 버금가는 기독교 안티이자 인문주의자가 되었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슬람교 불교 등 다른 종교들을 접하고 새로운 영성의 단계로의 (그녀 스스로의 표현에 의하면) '돌파'를 경험한 카렌 암스트롱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성취한 지적 사상적 영적 발전에 있어서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던 시기는 축의 시대였다고, 아직까지도 인류는 이 시대 정신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그리고 그 시대 종교 정신의 핵심은 바로 타인과의 '공감'이라고.

 

폭력적으로 덥쳐오는 외부의 거대한 힘에 의해 내 안의 자아가 깨어지든 (야훼의 종교)  내 안에 있는 영원한 우주의 본질을 발견하고 그곳과 소통하든 (인도의 종교)  나라고 믿고 있는 존재가 사실은 단지 사고적, 언어적 습관에서 비롯된 것일 뿐 사실상 진정하고 영원히 변치 않는 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든(불교), 믿기만 하면 믿는자의 소원은 무엇이든 들어주는 신에게 모든 사랑과 헌신을 다하든(흰두교), 신앙의 형태, 믿음의 종류, 심지어 신의 존재 유무는 다 다르지만, 이 모든 것의 결과는 '나'라는 개인,  자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그로 인해 나 이외의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고, 이 능력을 바탕으로 '내 자신이 받기를 바라는 대로 타인을 대접'하는 황금률의 윤리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믿음이란...가끔은 '신의 교리를 믿는다'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과는 다른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예컨데 (초기) 불교에서 '믿음'이란, '이 세상의 고통을 영원히 벗어날 수 있는 해탈-니르바나-이라는 상태가 분명 존재하며, 나는 이 생애 내에 그 상태에 도달할 수 있고(즉 이 생애에 피할 수 없게 느껴지는 고통-죽음까지 포함하여-에서 영원히 탈출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것이 내 노력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믿고, 그 믿음 하에 가없는 성실성과 굳센 결의로 수행을 -행동을- 해 나가는 것이라고. 결국 믿음이라는 것 역시나 '행동'을 이끌어 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라고.

 

그래서 결국 종교의 모든 것은 '행동'이라고. 종교 교리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그 교리의 논리적 타당성을 따져보아야 결론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따라 살아보고 자신의 삶 속에서 결과를 관찰해 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교리도 신조도 규약들도 다 좋지만, 결국 종교의 궁국적인 역할은 인간을 아주 깊숙한 곳, 아주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변화시키는 것이며, 그 변화를 위해 행동들이 필요하고, 그 행동을 위해 믿음과 신념체계과 끊없는 수련이 필요한 것이라고.  결국 인간 대변혁, 다시 태어남...이 목적인 만큼, 변화를 위한 꾸준한 수련은 당연한 것.

 

그러므로 결국 종교는 행하지 않으면, 그로 인해 인간의 깊은 본성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개신교인이 해야 할 것은 예수님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 즉 그의 삶의 행적을 모방하여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것...그렇게 하다가 자신의 삶이 또 다른 신의 자녀의 삶이 되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

 

 

물론 이런 과정들이 몇몇 영적인 천재를 제외하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든 길이기 때문에 (혹은 인간들이 저런 고행의 길을 가려는 의지를 도무지 내지 않기 때문에) 각종 쉬운 길들을 따로 마련해놓기도 하지만...하여간...

 

 

뭐 그렇다고 합니다.

 

이 책에 대한 평론 중 하나는 그렇게 말하더이다. '그녀는 현대인들이 가장 알고 싶어 했던 것, 즉 종교를 가지지 않고서도 어떻게 하면 종교적으로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고. 저도 동감이에요. 기존의 종교의 창시자들은 종교를 창시한 적이 없어요. 그들은 특정 행동을 하자고 했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지지자들과 같이 그렇게 행동하며 살다 갔을 뿐이죠. 종교라는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후에 사람들의 관심과, 그에 따른 권력이 개입되면서 부터지요. 그렇기에 종교라는 조직으로 박제가 된 사상의 종교성, 영성은 점점 사그라져가고, 그러면 또 다른 종교 천재가 나와서 새로운, 하지만 결국은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그것은 또 기존 종교로 포섭이 되고...그리고 또 다른 종교 천재가 나오고.....

 

카렌 암스트롱은, 그리고 많은 종교학자들은 그렇게 말하더이다. 종교란 것은 결국 인간 정신의 개혁을 이야기 하는 것, 인간 행동의 변화를 이야기 하는 것, 그것을 위한 행동강령과, 그 행동강령을 위한 믿음체계, 사고체계들을 전해주는 것. 그렇기에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맞써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왜냐하면 새 시대에는 결국 동일하겠지만 (생물들에 대한 존중, 타인에 대한 친절과 사랑, 그리고 황금률에 기반한 윤리..) 방식적으로는 또 다른 새로운 행동강령이 필요할 것이기에.

 

읽으면 읽을 수록, 기존 종교, 특히 성서문자주의 복음주의 개신교나 보수 이슬람과 같이 박제 되고 극단으로 달리는 종교에 대하 비판적이 되면서 , 동시에 '종교성' '영성'이라는 것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납니다. 그들은, 종교 천재들이자, 종교를 창시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자신의 말과 일치하는 행동을 하며 삶을 살다 간 그들은, 자신의 교리의 참됨을 삶 그 자체로 보여줬거든요.

 

그리고 더불어 도킨스 아저씨는 빨리 더 극단으로 달리다가 나중에 나이 들면 '영혼의 진화' 이런 책이나 썼으면 좋겠어요-_- (그렇게 될 것 같다능.)

 

 

  

 

 

 

 

 

 

 

    • 2. 축의 시대가 읽고 싶어졌습니다. 맞아요, 자신의 오만한 아상에서 벗어나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주기 때문에 신심은 인간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이 종교의 핵심이라는 말에 동의해요. 아쉽게도 종교를 믿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걸 충족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지요. 멋진 리뷰 감사해요.
    • 입은 많은 사람들한테 성감대죠
    • 축의 시대때 성인들이 준 깨달음이 말씀하신 것처럼 '타인과의 공감'이었고, 또 한가지의 깨달음은 인본주의와 현세주의의 확립이라고 생각합니다.
      축의 시대 이전의 종교가 내세를 통해서 사람들을 억압한 공포의 종교였다면 - 예를 들어 인신공희와 순장이 횡행하던 마야와 잉카문명, 중국 은왕조, 메소포타미아 문명처럼 종교가 사람들을 공포와 두려움으로 통제하던 이전 시대였는데, - 축의 시대때 등장한 성인들은 한결같이 인간을 억압하는 내세와 그 내세를 강요하는 종교의 횡포에 저항해서 지금 현세의 삶, 그리고 사회적인 관계로서의 삶을 종교의 중심으로 새롭게 세우는 위대한 깨달음을 이루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수,석가,공자,조로아스터,예레미야, 소크라테스 이런 성인들이 대부분 거대한 보편종교의 시조가 되지만, 어떻게 보면 인류 최초의 인본주의자들입니다.
      인간의 시선을 내세에서 현세로, 그리고 신에서 인간으로 돌리게한 큰 혁명을 이루어낸 것이죠.
    • 1. 뽀뽀하고 싶은 마음이야 같지만, 행동은 자제하지요.-_-
      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많이~받으세요.^^
    • 소크라테스는 종교의 시조가 아니죠.

      공자를 여기에 포함시키는 건 좀 임의적인 것 같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그는 전형적인 인본주의 철학자이죠.

      하긴 실제 예수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정말 존재했는지도.
    • 결정적으로 인간이 과거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동물이라면 가치있는 무언가를 또다른 종교로 만들지 말아야 할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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