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정리

책상에 꽤 큰 서랍이 세개 달려 있는데요.

첫번째 서랍에는 자주 쓰는 문구류나 통장, 케이블, 백업 시디 등등이 잡다하게 들어가 있고 

둘째 서랍이랑 셋째 서랍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역시나 잡다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옛날 수첩 옛날 뱃지 옛날 티켓 옛날 지도 옛날 엽서 옛날 라디오 옛날 문구류 옛날 통 옛날 상자 등등

정리 잘 하는 사람이 보면, 아니 정리를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들이 보면 당장 내버리라고 하는 것들이 잔뜩 있어요.ㅋ

그리고 그 중에 옛날 애인에게 받은 편지들이 있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부치지 못한 편지도 한참 썼는데 그것도 같이 있구요.

처음에는 아쉬워서 갖고 있었고 나중에는 귀찮아서 버리지 못한.

그냥 버리기는 좀 그렇고 찢어버리거나 태워버려야 할 텐데

아님 은행에라도 갖고 가서 세절기에 넣거나 해야 할 텐데 귀찮아서 미루다가 그냥 다른 잡동사니들이랑 같이

제 서랍에서 세월을 살고 있네요ㅋ

오늘 모처럼 약속이 없는 주말이라 서랍정리하고 그 편지들이랑 통장들은 은행 신세를 져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상자를 열어서 편지들을 읽고 말았습니다.

음... 이제는 지나가 버린 한 사람의 사람의 청춘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이제 연애한지도 까마득하게 오래 되어서 사람에게 그런 달콤한 기분 그런 애타고 속상한 기분 느껴본 것도 기억도 안 나는데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싶은, 나이든 기분?ㅋ

편지들이랑

그리고 또 나름 추억이 있는 다른 잡동사니들 뒤적거리다 밤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 저에게 서랍정리는 너무 어려워요.

서랍정리에 all or nothing이라면 너무 거창하지만ㅋ

사실 서랍에 '사용하기 위해서' 있는 물건은 정말 한줌밖에 안 되거든요.

그 한줌 남기고 죄다 버리거나 지금까지 갖고 있었는데 뭘... 하면서 죄다 갖고 있거나 둘중의 하나.

    • 저도 정리에 약한데. 정리하는데 있어 최대의 적은 잘 버리지 못하는 마음 같습니다.
      시시콜콜한 물건 하나도 다 의미가 있고 언젠가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건 천성인 것 같아요. 비단 물건에 대한 태도 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데도 똑같이 적용되거든요.
      이런 성품을 가진 사람은 자기에게 아무리 상처를 준 사람이라도 스스로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죠.
      상처받고도 그리워하는.
    • 저는 서랍 없는 책상(티테이블입니다^^;)을 쓴지 5년쯤 됐어요. 그때부터 버리는 습관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상자마다 분류해서 담긴 하는데 거기까지 가느니 휴지통으로 굴러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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