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입니다.

 

왜 이럴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권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영화를 즐겨보셨겠죠.

저도 그렇습니다. 초딩때부터 비디오는 물론이고 읍내에 하나 있던 극장을 무척 좋아했드랬죠.

마침 터울이 좀 있는 형 때문에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영화나 팝음악 등에 눈을 떴어요.

참 의욕적으로 많이 보고 듣고 했습니다.

 

제 취향은 지극히 대중적입니다. 90년대 중반 우후죽순격으로 생긴 영화 잡지들이

한쪽 지면에 으레 잡지의 품격을 높여줄거라는 생각으로 소개하던 작품들엔 별 관심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그럴 깜냥이 되지 않기도 했지만 자의식 과잉이던 시기에 젠체하려는 마음에서라도 타르코프스키를 입에 올린 적은 없었죠.

대신 친구들끼리 모여 터미네이터를 밤새 몇 번이나 돌려보면서 T-101이 용광로로 사라질 때 존 코너와 함께 울부짖었습니다.

 

부지런하진 않았지만 꾸준히 영화를 보고 리뷰도 끄적거리면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급격히 영화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는 것 같아요.

새 영화가 개봉되도 전혀 기대되는 것도 없고, 꼭 보고 싶다는 생각도 안들어요.

예전엔 연초에 소개되는 '올해 개봉예정 대작' 리스트만 봐도 두근거렸는데 말입니다.

애초에 영화 얘기를 하기 위해 만든 블로그도 언젠가부터는 영화 얘기보단 시시껄렁 먹는 얘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해 버렸고...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생활 전반이 무기력해진 것 같기도 한데 그 중 영화에 대한 부분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웬만큼 재밌는 영화를 봐도 예전처럼 가슴 떨리는 흥분을 느끼는 일도 없고 그저 시큰둥하기만.

 

생각해보면 그동안 영화를 진심으로 뜨겁게 좋아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 애정이라면 이렇게 쉽게 식어버리진 않았을 거라는 뭐 그런.

 

요즘 심경이 이렇다보니 한때나마 영화를 즐겼던 사람으로서 끊임없이 많이 보고, 많이 쓰는

듀나님과 조성용님 같은 분들이 참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다시 영화를 예전처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까요.

 

 

 

 

 

 

- 본문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 저도 요즘들어 영화보다 먹을게 더 좋아지고있어요.ㅠ
      보고 싶은 기대작들은 챙겨보는데(주로 좋아하는 감독들 신작) 예전만큼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줄어든 것 같아서 뭔가 기분이 안좋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 저는 듀게에 있는 분들의 평균보다 영화에 대한 관심도도 낮을거고 보는 영화 편수도 적은 편이지만... 좋아서 열심히 보러다닐때가 있고 몇달동안 안볼때도 있고 그래요 기복은 어디에나 있는거 아닐까요...
    • 영화말고도 재밌는 게 많이 생겨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그 재밌는 것들이래봤자
      게시판에서 기웃거리다가 첨부한 사진 같은 거 보고 혼자 낄낄거리는 수준이니...
      뭐랄까. 요즘 유행하는 말로 취미가 참 잉여로워졌다랄까요.
    • 12월은 열심히 달렸는데, 1월은 한시적인 권태기입니다.

      제 기준으로 볼만한 개봉작이 없네요.

      27일에 개봉되는 것 중에 느낌 오는 것 좀 있었으면 하네요.
    • 듀나님 곽재식님 글을 정독하시면 다시 의지충만 해질듯
    • 저는 2월에 라푼젤을 엄청 기대중이에요.ㅋㅋ
    • 네 다른 재밌는 것들이 생기면 영화가 시시해지기도 했는데 그러다가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항상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이렇게 영화는 변덕쟁이 제가 가장 오래 붙들고있는 놀이가 됐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영화를 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인것 같습니다만.
    • 영화에서 관심이 멀어진 세월이 꽤 됐어요. 그래도 예전엔 신작 나오기 전에 줄거리는 물론, 배우나 감독 하다못해
      인상적인 단역배우의 이름 정도는 외웠는데 지금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죠. 아무리 호불호는 개인에게
      달렸다지만 감도 떨어졌는지 남들 다 칭찬하는 영화가 굉장히 시시하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았구요.
      곧 예전 느낌을 되찾겠지 했는데 그럴 기미가 안 보입니다.그래서 그냥 냅두기로 했어요.
      처음에야 왜 이러지, 왜 이러지 했지만 하도 관심을 안 뒀더니 이젠 신작영화나 감독 이름 모른다고 특별히 답답할 것도 없더군요.
      요즘은 그저 그해의 화제작들이나 알음 알음 들어서 보는 수준입니다. 근데 화제작이라고 특별히 재밌지도 않고...
      이런 상태다 보니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는 화끈한 액션영화가 최고라능. 갈수록 뇌가 단세포화 되고 있나 봐요.
    • 자본주의의돼지/ 27일에 굵직한 작품이 몇 개 개봉하던데. 저는 타운을 기대중입니다.

      ㅋ'/ 늘 정독이야 하죠. 감탄하면서. 의지충만과는 관계없더군요.ㅎ

      사람/ 간만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기다리고 있는 분들 많으실 것 같아요.

      아이리스/ 그쵸? 결국 즐기기 위해 보는 건데. 강박관념 따위에 휘둘릴 필요는 없겠죠?

      크라피카/ 저는 그래도 영화가 뜰지 안뜰지를 캐치하는 능력은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제가 본 영화들 중 뜬다 싶은 건 다 뜨고 안 뜨겠다 싶은 건 안 뜨더군요. 대표적으로 의형제와 아저씨, 그리고 황해. 그런데 헐리우드 영화들은 대중적으로 별로겠다 싶은 영화도 성공하는 걸 보게 되는 일이 몇 번 있었는데 아무래도 배급 규모가 헐리우드 영화들은 같은 상업영화라도 영화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 영화는 어느 정도 화제작인 경우 개봉관 버프를 받는데 있어서 대동소이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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