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모욕

인터넷이 막 확장 보급되기 시작하던 어언 몇년 전 (정말 기억이 안 납니다)

개인게시판을 운영했었는데요 PC 통신 시절부터 동호회 활동을 좀 해서 정기적으로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게시판엔 그냥 잡념잡담 일상다반사를 끄적여 놓았는데요

 

처음으로 악플...이라기엔 좀 뭣하고 악의적인 댓글을 받고 한동안 상심에 빠졌더랬습니다.

 

제가 쓴 글은, 홍대 앞 놀이터에 가면 쭉 좌판 늘어놓고 물건 파는 거 그게 재밌고 예뻐 보여서 해보고 싶다는 걸

주렁주렁 낭만적으로 써놨는데요

댓글인즉슨 누구님 지켜봐 왔는데 실망이다 유리구슬 안에 홍대도 넣어주고 좌판도 넣어줄 테니 거기서 예쁘게 잘 노시라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귀끝까지 얼굴이 달아오르고 미친 듯이 창피하더군요

그땐 그게 창피해서 화가 난 건지도 몰랐지만 말이에요. 여하간 제대로 상처 받은 건 그게 틀리지 않은 말이었기 때문이겠죠.

 

뭐 놀이터 앞 좌판에 생활형 판매자들만 있는 건 아니지만

여하간  댓글을 단 사람이 제 어떤 점을 비웃고 있는 건지- 마음 깊은 곳에서 알겠더라구요.

유리구슬 안에서 좌판 차리고 잘 놀라는 냉정한 표현도 가슴이 아플 만큼 정곡을 제대로 찔렀구요

 

기왕이면 좀 상냥하게 가르쳐 주지 홱 내지르고 가버린 덕택에 무안하기도 했고 당시로선 꽤 충격이라

거의 울 정도였거나 아마도 울었을지도 모르지만;

길고 긴 시간 동안 되새기며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알려주는 좋은 기표가 되었어요.

 

 

전 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평가에 꽤 동의하는 편입니다.

이게 주눅이 잘 드는 사람들의 특징일지도 모르지만, 어떨 때에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제 자신에 대해 더 정확하고 가감 없는 정보를 주기도 하더군요.

 

 

쨌든 부정적인 코멘트를 듣는 걸 좀 두려워 하는 편이라  어디서나 가급적 몸을 사리는 편이긴 하지만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결정적인 한 마디들 기억하고 계신가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나를 화나고 상처 받게 하기 위해 한 말들이 나에게 어떤 약이 될 수도 있을까요.

아니 내가 그걸 약으로 쓸 수는 있을까요.

 

 

 

 

 

    • 오만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뼈아프게 들은 적이 있죠. 나의 적으로부터요. 약이 되었어요 ^^
    • 1) 구두가 불편한게 아니라 살쪄서 발이 커서 그런거야~
      2) (닮고 싶지 않을 뿐만아니라 정말 싫어하는 누군가를 들며) 둘이 자매에요?
      3) 다리 굵으면 나이 들어서 좋아~
      + 기본 옵션 쌍꺼풀(? 플?) 꼭 해라.

      -.-;;

      전 제 외모에 꽤 만족하고 사는 편이었는데 주관적인 저와 객관적인 저는 많이 다르구나..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그 이후로 나름 신경쓰고 체중이나 외모도 바뀌려고 노력도 했고 좋아진 편이지만(이것 역시 제 생각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결과가 저에게 긍정적이 되었다고 해서 그 말의 모욕감이 사라지지는 않네요. 희미해지긴 했지만...
      분노의 씨가 뿌려진 곳에는 그 열매가 맺고~~ -.ㅠ
    • ...

      이런저런 비판들이 있었지요. 그 중에서도, 외모에 대한 비하 발언들은 정말이지 조금이라도 듣기 괴롭더군요.
      나이가 들면서, 쓴소리 안하고 나도 쓴소리 안 듣겠다는 강고한 방패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철저한 무관심으로, 안전 거리 유지하기에 점점 더 익숙해지는 것 같네요.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면서, 물론 예전보다 훨씬 덜 다치게 되지만,
      동시에 가까운 이들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는 문제점이.. 조금 더 외로워집니다.
    • 외모에 대한 악평은 다른 데서 들은 좋은 얘기로 상쇄하지요
      저는 눈매가 무서우니 안경 쓰란 얘기도 들은 적 있지만(눈 좋은데 흑;)
      반면 이 언니 너무 착하고 순진하게 생겼단 얘기도 들었거든요 둘다 맘에 안 드는 얘기지만 그렇게 제로섬해서 처리해 버려요
      외모에 대한 건 뭐 어쩔 수도 없으니 대강 잊어 버리는데 다른 게 더 힘들어요

      저를 좋아하고 아껴주는 친구들은 제 단점을 적나라하게 말해 주지 못하더라구요
      그래도 지켜봐 주다가 얘기해주면 그건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는데 대신 덜 아파서 그런지 더 잘 잊어버려요
    • 며칠 전에 듀게에서 된통 들었죠. 별로 소중하게 간직할 생각은 없는데 아무래도 최근 일이라 아직 잊어먹질 못했네요.
      모욕은 모욕일 뿐이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따끔한 조언을 주는 경우는 찬성이지만, 모욕은 뭐. 그냥 똥바가지 던지는 것일 뿐.
    • - 넌 사람한테 참 차갑게 말을 하는 경향이 있어. 너 때문에 아픈 적 꽤 많았어 (라고 동성에게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당신이 그런 말 들을 만 하니까 했지' 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꼭 뾰족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표현법이 많은데 나는 왜 그랬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나이먹은 덕일까요)

      - 넌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이야

      역시,동성에게 초등학교 6학년 졸업식이 다가올 무렵에 들었습니다.(봄방학때..요즘도 봄방학이 있나요?)
      ...'기회주의적'이라는 말의 뜻을 몰라서 슬프진 않았는데 그 말을 한 친구와 함께 있던 친구들(3명)이 전부
      6학년 내내 '나의 친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이었는데 냉정한 얼굴로 저 얘기를 하고 또 그걸 제지하지
      않고 함께 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때문에 슬펐습니다. 집에 와서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더 많이 울었지요.

      그래서 고쳐졌느냐..

      1번의 경우는 많이 노력하는 중이고, 2번은..여전합니다.
      여전히 전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데다 심지어 무식해(-_- )
    • 인터넷은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오프라인에서는 드러내지 않고 또 해주지도 않을 말들을 여기서는 픽픽 다 하니까..
      어떤 때는 저도 자신을 드러내보이고 뜨끔한 악평들을 마구 받고 싶은데, 그냥 저는 제가 더 잘 아는 것 같아서 별로ㅎㅎ
    • 외모에 대해 대놓고 악평하는 사람이 많은가요? 놀라울 따름입니다 ... ;;
    • 모욕과 공격이 러시님 말대로 그냥 두들겨 패는 행위일 때도 물론 많지만
      비판 받는 부분에 대해 스스로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 경우엔 시간이 흐른 후 분노의 수면 아래 -_-;;;
      어떤 결정체 같은 게 남는 거 같긴 해요
    • [완벽주의, 혼자만의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그에 맞추지 못하면 지나치게 좌절한다.]
      라는 말을 참 여러 사람들에게 들었습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고민을 말하면 열 명 중 아홉 명은 "저기, 꼭 AA할 필요가 있니? 약간 BB해도 되잖아" 라고 대답하죠.
      그럼 저는 "안 돼, AA는 꼭 AA해야 돼. 그래야 한다고!" 라고 박박 우기구요.
      무슨 양 한 마리 그려 달라는 어린 왕자도 아니건대 말입니다...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님이 생각하는 AA가 BB,CC 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아예! 가나다 인 면도 있어요. 그렇지 않나요?]
      라는 말을 들은 후부터 그 강박관념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 친하던 친구로부터 성격에 대해 모욕까지는 아닌데 비난? 가까운 말을 들었었어요.
      다같이 길을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밑도끝도없이 넌 차갑고 쌀쌀맞아. 라고 하더군요.
      그 친구는 저를 무척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으로 생각해서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을 했던것같은데
      당사자인 저는 당시 상처+충격을 받아서 오랫동안 고민을 했었지요.
      그렇게 표현될만한 면이 저에게 있기는 합니다. 제가 마이페이스인데다 남들 영향을 잘 안받는 경향이 있어요.
      전애인한테 '너는 이기적인건 아니지만 네 위주다'란 말을 들은것도 비슷한 선상에서의 표현이지 싶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으니
      제가 그런 면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고
      똑같은 저의 성향을 무척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다들 저와 맘을 터놓을 정도로 친한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그후로 성격의 문제는 상호적인 거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그 친구가 말한 성향이나 문제가 없다고는 생각 안하지만
      그것을 그토록 자신에게 아픔이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인건 또한 그 친구와의 상성문제이기도 해요.
      그때 그 친구한테 그게 무슨말인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물어봤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질 못했죠.
      또한 그 친구는 자기 입으로 자기가 소심하다고 말하고 다니는 성격이었는데
      그러면서도 가끔 친한 친구들에게 상처를 쿡 쑤시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면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의 말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면도 있긴 합니다.
    • 아주 오래 전, "그래봤자, 넌 온실 속 화초야." 라는 말을 들었는데 아직까지 생생해요.
      당시에는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함부로 말하냐고 코웃음쳤지만, 내심 찔렸죠.
    • "니 혼자 잘났지 이 X아" by 엄마
      제가 진짜 저 혼자 잘나빠진줄 알고 살았거든요. 하하하. 엄마도 날 이렇게 생각하다니 나의 같잖은 오만함이란...
    • 엄마에게 '넌 약자인 척하면서 책임을 회피한다, 마음이 약해서 못한다고 하면서 누구 등뒤로만 숨는다'는 말도
      들어 봤는데 쿡 아팠어요 아 정확한 말들의 비수란.
    • 근데 사실 외모에 관한 악평은 당시에만 발끈하지 심리적 충격은 별로 없고, 있어도 오래 가지도 않잖아요.
      인격 전반을 아우르는 나라는 인간에 대한 통찰을 타인의 말에서 발견할 때, 시간이 갈 수록 두고두고 곱씹히는 것이.. 부끄럽고, 씁쓰름하고,.
    • 나이들고 보니 살면서 겪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지적이란 것 중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도 많았어요.
      (그래선지 세세하게까지 기억에 남질 않네요.)
      카네기의 책에도 나오듯이 피해자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혹은 평생) 뼈에 새겨질만한 아픔으로 다가온 타인의 평가나 대우가 사실은 별 의미없는 것일 경우도 많아요.
      특히 외모나 사소한 버릇에 대한 것이면 더더욱 신경쓸 필요조차 없지요.
      그때문에 위축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지나치게 신경쓰는 사람들을 상당히 많이 보는 것 같아요.

      무조건 무시하라는 얘기는 물론 아니고 가치가 없는 지적도 꽤 된다는 얘깁니다.
    • 전 며칠전 "널 정말 어쩌면 좋니?"란 말을 듣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는데...계속 곱씹다보니 약이 된 것 같아요.
      더 좋은 약이 되려면 앞으로도 한참을 더 곱씹어봐야 겠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주더라고요.
    • 전 어렸을 적 외모에 대한 비난이 견디기 힘들었어요. 요즘은 그냥 저 사람 그릇이 저기까지인가보다, 해요.
    • 근데 '모욕'을 소중히 간직하시다니..독특하셔요.하하.
      '나에게 모욕감을 주다니. 그건 니가 첨이야' 하면서 사랑이 이루어 지고...(뭐이녀석아!)
    • 거만하다. 사람을 밀어낸다. 뭐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그런 말을 듣는 순간은 당연히 상처를 받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을 땐, 저의 어떤 면을 그들 나름대로 평가하게 된 후였더군요.
      남의 말들이 일백퍼센트 무결하게 적절한 나의 평가는 아니지만 아 그래서 사람은 남의 말을 들어먹고 살아야 하는구나.. 싶긴 하더군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되기까지 엄청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 전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하고는 말도 섞지 않습니다.. 하하. 혹시나 제 독설이 득이 될까봐요.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에게 따끔한 충고가 필요할 때도 있지요.
      하지만 외모비하는 저질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 러시님 말씀에 동감.
      저는 온라인광견에 물린 적이 있는데, 몽둥이로 사정없이 후려쳐 주지 않은것이 아쉽습니다.
      그 개에게나 나에게나 유익했을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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