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의 기품

 

친구가 회사에서 본사인가 거래 은행인가. 법무팀이랬나 재무팀이랬나. 

아무튼 서울에서 내려온 엘리트 직원들과 회의를 할 일이 있었대요. CPA 자격증도 갖고 있고 뭐 그런 친구들이랬는데

이 친구들이 자기와 나이 차이는 얼마 안 나는데 딱 보자마자 느껴지는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더래요.

깔끔한 외모에 매너있는 행동과 말투. 거기에 능력까지 갖춰 도무지 흠 잡을데가 없더라는 거예요.

 

일 마치고 회식하러 간 식당에서 자기는 그런거 잘 모르는데 친하게 지내는 과장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하는 말이 "야 쟤네 구두 좀 봐라. 다 구찌야"

자기는 요즘 회사 공사중이라고 잠바에 노타이 차림이었는데 그 친구들은 차림새까지 말끔하니

괜히 위화감도 들고 그랬다네요.

 

그런데 한 가지 특이했던 게.

이 친구들은 회의를 하든 회식을 하든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고 직급이 높은 사람 앞에서도 담배를 막 피우더래요.

자기는 당연히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장소를 가려가면서 담배를 피우는데 그 친구들은 그런 개념이 아예 없는 것 같더라고.

깎듯한 매너와 말투 같은 건 공부를 잘해 엘리트 코스를 밟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익혔겠지만

담배를 가려가면서 피우고 하는 건 공부를 잘하고 엘리트이고를 떠나 사람들과 부대끼고 살면서 익히게 되는 건데,

그 친구들의 위치라면 어려서부터 실패도 거의 안하고 자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이뤄온 삶이기에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게 아닐까 싶더군요.

 

좀 스케일이 다르긴 하지만 정몽준이 요즘 버스비 70원 정도 하냐고 한 얘기나,

이재용은 상품권을 어떻게 쓰는지 모른다라는 김용철 변호사의 얘기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 듀게에도 그런 기품있는 분들이 많은것 같아요
      전 그냥 찌질이 ㅠㅠ
    • 그런 기품이라면 돈으로 바르면 만들어지는거겠죠. 물론 개중에 집안 자체도 인격됨됨이가 좋고 본인도 인격이 훌륭한 경우를 봤을때
      더 좌절스러웠던 기억이 ㅋㅋ ㅠㅠ
    • 사람/ 요즘은 어딜가나 있죠. 양극화의 시대잖습니까.

      타보/ 제가 글 솜씨가 없어서 묘사가 잘 안됐는데 단순히 돈으로 바른 그런게 아니고, 매너와 말투 이런 게 딱 배운 사람 티가 나더래요.
    • 담배 예의를 굳이 지켜야 할 게 아니라고 상급자들이 생각해서 편하게 피우라는 경우도 있죠. (글로 보건대 상급자들이라고 하면 자기네 상급자들일 것 같아서요. 물론 상급자들이 친구분들 쪽 분들이라면 무례한 경우겠지만)
    • 글과는 무관한 리플입니다만 이제껏 전 푸른새벽님이 여자분이신줄 알았어요!! 저 듀게 눈팅한지 1년 조금 넘고 엄청 자주오는데 오늘에서야 남자분인걸 알았지뭐여요. 뒤에 어느 글에 리플다신것 읽구요. <푸른새벽>하면 한희정 목소리가 바로 연상되서 그랬나봐요.
    • truffle/ 그 부분을 좀 더 풀어서 쓰려다 그냥 썼더니 그렇게 읽혔군요. 친구쪽 상급자를 얘기하는 거였어요.
      그 친구들이 아무리 엘리트여도 본사 임원인 친구네 사장보다는 아래였을테니.
    • 라면먹고갈래요?/ 예전에 어떤 분도 제게 푸른새벽 좋아하냐고 물으시던데. 그 푸른새벽은 아니고 그냥 한때 새벽마다 듀게질하다가 지은 겁니다. 원래 닉은 따로 있었는데 한 번 바꿨어요.
    • 일종의 학습효과도 있어요. 외부에서 일을 많이 하는 형식이라 일관된 스타일이 있거든요. 외국계 컨설팅펌 사람들 옷차림도 늘 비슷하죠. 예전 여피 스타일. 집단의 분위기대로 가는 거죠. 비슷한 스펙이라도 내근을 많이 하능 사람은 또 안그래요 ^^
    • 학습효과에 대해 동의하는 부분이 있네요.
      지금까지 굳이 그러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 처한적이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 엘리트 근로자들도 스펙트럼이 워낙 넓어서요. 친구분도 결국은 첫인상이자나요. 알고보면 찌질이도 있고 그래요.
    •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 아닐 것 같은데, 폄하하자는 게 아니라 그런 느낌까지 가지실 필요는 없어 보여요.
      물론 공부 열심히 한 사람들이겠지만, 무슨 김주원도 아니고 좌절을 모르고 살았다거나 남의 눈치 볼 학습이 필요 없었다거나
      할 정도로 배타적인 환경에 있는 사람들인가요 결국 같은 직장인 아닌가요 남 밑에서 일하는
      이미지 메이킹에 속아 쓸데 없는 위화감을 느끼신 걸지도 몰라요.
    • 푸른새벽 / 예전에 제가 푸른새벽 좋아하시냐고 물었었던, 그 사람이군요. ^^;
      그나저나, 외적으로 보이는게 다가 아니란걸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를 보면서 깨달았죠.
      하지만, 정말 엘리트스러운 외모-인성을 다 가진 사람은 부럽기 그지없다는..
    • 담배는. 조직의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속한 조직만 해도 직속상사는 물론. 본부장. 사장앞에서도 담배는 프리.(물론 흡연허용구역이라면.) 컨설팅펌에 있을때도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은 지탄받을 일이지만. 상사앞에서의 담배예의는 가리지 않았던 것 같군요.
    • settler/ 직장인들은 연봉만으로도 레벨이 나뉘곤 하는데 핵심부서에서 근무하고 cpa 자격증까지 있다면 같은 직장인이라기엔 차이가 좀 클 듯 한데요.

      서리*/ 그분이 서리님이셨군요. ㅎ

      아드소/ 그 친구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친구와 같은 조직이 아니었기에 특이하다고 느꼈던 건데, 담배 예의도 조직에 따라 다를 수 있군요. 아드소님에게도 엘리트의 기품이...^^;

      roko/ 자음 남발하고 싶은 댓글입니다. ㅋ 남편분한테 맺힌 게 많으셨나봐요. 친구도 뭐 그냥 겉모습을 보고 느낀 거니까 그 말끔하던 사람들이 실제로 어떨지는 알 수 없죠. 동네 대포집에서 막걸리 마시다가 청담동 와인바 같은데 갔더니 눈이 휘둥그레 커지더라. 뭐 그런 얘기죠.
    • 저는 미국에서의 두번째 직장이 서울에서 하던 거랑 영 다른 일인데 지금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여자 남자 직원들을 안가리고 옷도 흠잡을 데 없이 잘 입고 매너도 좋아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 업계가 일종의 서비스업이라서 그런가 하는 것. 위에 선셋님도 말씀하셨지만 조직내에서 학습되는 게 꽤 크죠. ... 제가 느끼는 압박은 옷을 좀 사야겠다 하는 것 (-_- 응?)
    • roko님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roko님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22


      (근데 웃으라고 하신 이야기 맞으시죠??;)
    • 제 선입견으로는,
      엘리트라면 담배를 안 피우질 않을까, 라는.
    • 이제 엘리트를 보여주세요
    • 글쎄, 담배같은 건 편견일 거에요.
      오히려 머리회전 좀 있는 이른바 '엘리트' 들은 엄하게 그런 데에서 점수깎일 행동은 안하죠.
      위계관계나 상사에 대한 에티켓 같은 거에 대해서 경우가 좀 없는 경우는 사회생활을 하는 엘리트가 아니라 학교에 계속 남아계신, 본인 잘난 맛에 사시는 분들 중에서나 종종 볼 수 있죠.
    • 본문에 묘사된 사람들을 두고 앨리트라고 하는지 아닌 지 모르겠지만 상사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사실 예의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죠.

      예의가 아니라고 보는 관점은 한국식인 겁니다.

      어쩌면 더 열려있고 배웠기 때문에 담배의 기준으로 예의를 운운할 수 없다는 관념이 자리잡힌 사람들 일 수도 있죠.

      (상사도 마찬가지 입니다.)

      P.S. 아마 복장에 대해서도 진짜 앨리트(? - 차림새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얘기)라면 솔직히 '구찌' 제품 안 신을 거에요.

      앨리트라서 돈을 좀 벌 가능성과 그 가능성이 곧 고가의 구두를 여유있게 신을 수 있는 재력이라 옷차림을 얘기했다면,

      정말 클래식 복장(정장, 양복 따위의 드레스코드로써)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은 비싼 돈 주고 괜히 구찌 제품 구매 안 할 겁니다.

      하물며 구두는 더 그렇죠. 최소한 정장 차림에서 구찌 구두 신는 건 뭘 잘 모르는데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니까

      멋모르고 산다는 의미로 보이기 십상이죠. 구찌 구두는 디자인은 차치하더라도 퀄리티 나쁘고 천박한 경우도 많거든요.

      특정 시즌의 컬렉션으로써 레어 아이템이라면 모를까..일반 클래식 복장의 드레스 구두로는 그냥 흉내내기만 할 뿐이죠.

      진짜 안경 좋아하거나 잘 아는 사람들이 프라다, 돌체와 가바나, 아르마니, 디올 등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안경테를 취급하지 않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그건 그냥 브랜드로 밀고 나가려는 '우리도 안경테 나와~' 식의 흉내내기로 나오는 거니까요.
    • 엘리트란 표현은 좀 낯간지럽고 사회의 그 어디에서나 권력의 핵심으로 향할수록
      오히려 정치가 조밀하고 치열하죠
      CPA 따려고 공부 열심히 했겠지만 CPA보다 더 대단한 자격증을 가지고도 직장생활하면서 남의 눈치 특히 상사눈치
      안 봐도 되는 특권은 못 누립니다. 소위 말하는 사자들도요.
      정말 그렇게 대단하신 분들 아닙니다. 기품씩이나 방사할 정도로요. 제 생각이에요.
    • 타일러님과 settler님은 예능으로 듣고 넘길 얘기를 다큐처럼 분석하시네요.
      엘리트란 단어가 이렇게 가려가면서 써야하는 단어였을 줄이야.
      그러고보니 저 아래 가영님 게시물에서 모친 살해한 경찰한테도 엘리트라고 했는데 앞으로 함부로 쓰면 안되겠어요.
    • 푸른새벽/ 저는 엘리트란 단어를 가려쓰라고 한 적도 없고 엘리트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도 않아요. 다만 사회적인 시선이 어떤가보다,
      싶은 뉘앙스만 알 뿐이지요.
      다만 본문에서 묘사된 저런 모습을 가진 사람들을 가리켜 일반적으로 '엘리트'로 부르는 지 모르겠다고 했을 뿐인데
      예민하게 받아들이신 듯 합니다. 더군다나 상사 앞에서 담배 피우는 행위가 예의와 상관 없다는 얘기를 한 거잖아요?
      그리고 고가 구두 여유있게 신을 사람들은 구찌 안 신을 거라고 했고요.
    • 글쎄요. 제가 쓴 글과 댓글을 보시면 '엘리트의 기품'이라고 한 얘기는 '똑똑하고 잘나가는 사람들의 느낌'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텐데... 타일러님께서 '진짜 엘리트'는 구찌 구두를 안 신을 거라며 드레스코드를 언급하신 건 결국 저 사람들은 엘리트가 아니라는 얘기잖아요. 담배에 관한 얘기는 위에서 다른 분들께서도 조직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말씀해주셨고 저도 듣고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얘기했습니다.
    • 불편하게 해드리려고 했던 건 아닌데 제가 본의 아니게 글에 딴지를 건 게 됐네요
      말씀대로 제가 엘리트란 단어를 안 좋아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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