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보고 보지말아야지 했는데 부모님 같이 보시는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보고 있어요.
못보겠어서 아이폰으로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귀로 들리는 것만도 괴로워요. 방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겠고
인간은 정말 죄많은 동물같아요. 이런거 보면 정말로 2012년 종말이 다가와서 한방에 다 죽어도 싼 것 같습니다ㅠㅠ
주된 시청자들은 이런 이슈를 다뤄주는게 고맙죠. 외면한다고 현실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요. 현대 사회의 소비의 일환으로서의 동물과 관련된 산업과 소비의 환상에 가까운 겉모습만 보고 결실을 취하면서 현실은 굳이 외면하는건 '애완 산업의 소비자'로서만 스스로의 위치를 자리매김하는 자기기만이고요.
전 잘한 편성이라고 생각해요. 동물이 귀염떠는 게 좋다면 한 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도 관심 기울이는 게 좋겠죠. 지난 번에 게시판에서 먹기 위한 도축 이야기도 나왔는데, 먹기 위한 도축에 대해서도 다뤄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쪽 업계에 대한 비난으로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런 고발이 특정 업계 비난으로 흐르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거든요.
처음에는 그저 귀여운 동물이 나오는 프로였는데 요즘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과장편집같은게 가끔 문제되긴하지만.. 아이들도 많이 보고 하니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잔혹한 장면은 빼야겠죠) 비슷하게 저는 오션스를 극장에서 봤었는데 절대 상어지느러미는 안먹겠다고 다짐했어요. 모피도 물론 안입을겁니다.
2 - 고백하자면, (듀게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뵐 수 있는 분들 말고) 그냥 평범한 대부분의 '애완 산업의 소비자'들은 (개/고양이 외의)동물학대에 일반인 수준으로 무감각할 거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그 편견은 결국 '개/고양이 분양'을 하는 '애완 산업'자체가 동물학대를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몇번의 나쁜 경험에 기반을 둔 제 또다른 편견 때문일 거고요.
3 - SBS의 '동물농장' 을 정말 가끔 케이블 재방송 등으로 봤던 제 감상으로는, 그 산업과 상당히 매우 많이 유착된 프로그램처럼 보였었습니다. 사실, VCR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자막에 '(동물이름) 엄마' 라는 표현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게 무척 큰 인상으로 남아있긴 합니다.
아무튼 그래도, 저런 심각한 꼭지를 간간히 소개해서 주의를 환기시키는 건, 안 하는 것보단 나은 일이라고 보긴 합니다. 그 꼭지가 나온 다음에 MC가 소개하는 다음 꼭지가 '말하는 강아지 땡비' 같은 아이템이라는 게, '이제 심각한 거 끝났으니 시청자여러분 다시 웃으면서 일요일 아침을 즐기고 다음주에도 봐주세요.^^' 하는 것 같아 조금 묘한 기분이긴 하지만요.
경쟁프로도 없고 (주주클럽이라든가는 진작 없어졌죠), 고정 시청자가 있어서 (일요일날 9시 반에 오로지 이 프로 본다고 일어나주다니! 제가 그래요!!) 흥미성 위주 이야기에만 목을 맬 필요 없다면, 더구나 제작진 입장에서 오랜 시간 동물들을 취재하다가 자연스래 그들의 상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이런 문제들을 들이파기 시작하는건 사실 당연한 수순이라고 봐요. 마치 15% 언저리의 고정 시청자층은 확보되었다고 봐도 좋은 무한도전이 입담이나 까는 찌질이 성장기에서 사회불평들 환경 정치이야기까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하기 시작할 정도로 성장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달까요. 요 근래 1~2년간 방송을 보면서 제가 느껴온 느낌은..동물농장 제작진은 상당히 건실하다는거였어요. 단순한 '애완동물 애교구경방송'에서 '동물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쪽으로 방향도 꾸준히 틀어왔고, 그 방향도, 나름의 내용도, 일요일 아침 9시 반 방송 프로인 것을 감안하면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평해주고 싶어요.
설날이나 연휴 특집이면 유기동물 이야기를, 사람들이 좀 불편한 수준까지 해주기도 했죠.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학대받은 강아지'이야기들은 상당부분 동물농장에서 방영해준거구요. 예를 들면 누렁이라던가..더 놀라운건, 누렁이 1년 후 상황을 사후 취재까지(+ 단지 방송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성실한 해결책 제시까지) 했다는거죠. 예상대로 정서적 트라우마 때문에 입양 된 가정에서 제대로 적응을 못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심리치료에 해당하는 조치들을 취해줬다는..
재미있는게, 동물농장의 오랜 시청자 입장에서는 애교 부리는 평범한 강아지 고양이 이야기(별로 재미없어요. 그냥 그게 그거 같고;;) 보다 이런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어요. 그리고 (동물농장과 매체들에서 널리 다룬 덕분에 유명해진 유기견 유기묘 등등 건으로) 반려동물 주인들이 아닌 보통 분들이,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에게 '개새끼 이뻐하다가 못행기거나 병 들면 가져다 버릴 놈들'이라는 광범한 편견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인데 (DC 동물관련갤러리에서 놀다 보면 그런 생각 가진 찌질이들이 게시판 공격하러 늘 오기 때문에 ㅋㅋㅋ)...사실 요새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시스템을 뒤엎을 정도는 안 되지만 (개농장을 근절하거나..사실 이건 미국에서도 안 되고 있던데-_-) 적어도 견제하기 시작은 했답니다. 대형포탈에 동물관련 글 밑에 달린 리플을 보시면 아실거에요. 이제 막 싹튼 동물권리에 대한 개념들이 넘실거리죠. 아직 어리고 미숙하고 감정적으로 툭툭 터지지만..확실히 시작되었어요. 그런 사람들의 요구를 방송사가 자연스럽게 반영하고 있다고 봐도 될거에요. 그리고 이런 의식? 개념?은 반려동물 안 키우는 사람보다 키우는 사람들이 확실히 크고요. 아무리 지적이고 의식이 잘 정립이 된 사람이라도, 부모가 되어서 자식을 직접 키워봐야 아이들 문제에 감정이 가미된 행동력까지 동원되어 반응을 할 수 있죠. 그것과 비슷하달까..
그런데 정작 오늘은 동물농장 못 봤다는..
흠..근데 동물농장 제작진이(MC들의 입을 빌려) '우리 프로 SBS에서 만든거에욧!!' 하고 대놓고 강조 한 적이 있어요. 케이블에서 하도 틀어대다보니 시청자들이 보기는 신나게 보는데 정작 어디 방송사 것인지는 몰랐나봐요. 케이블에서 4~5년 전 것도 막 보고 하다 보면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만, civet님이 정확히 지적하신대로 진보적인 감각이 있는 요즘의 동물농장 방송 내용과 SBS라는 방송사 이름과 매치가 잘 안 되는 것도 영향이 있을거라 생각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