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끼치면서 못 봤던 영화들.

1.

 

연휴기간에는 보고싶었는데 못 본 '쩨쩨한 로맨스'와 좀 오래된 '공주와 개구리'를 보았습니다.

저는 DVD방이 좋아요.

남자친구만 얌전히 있는다면 개봉 시기 신경 안써도 되고 편안한 쇼파를 차지할 수 있으니까요.

막눈에 막귀라 모니터보다 큰 화면에 만족하고 제 방 스피커보다 큰 소리에 만족하고 그렇습니다.

가격은 오히려 영화관에 가는게 더 싼거같지만..

 

가장 큰 만족의 이유는 감정표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과

혹시 영화를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되더라도 안락하게 잡담 등으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는 것 입니다.

 

사실 녹색귤님 글 보고 굉장히 찔렸어요.

저는 영화관에서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지는 않습니다.

뭘 잘 먹지도 않아요. 제가 씹는 or 마시는 소리도 거슬려서.

 

하지만 특정한 경우에는 감정표현을 참을 수가 없어서, 비명을 지르는 건 아니지만 헉!하거든요.

가끔 쓰읍-하고 숨들이키는 소리나....옆사람 손을 너무 꽉 잡아서 옆사람이 아프다고 낮게 투덜대는 경우도 가끔은..

아주 드문 경우지만 영화 중간에 도저히 못참고 나가버린 적도 있네요.

거슬리셨던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최대한 제가 못보는 장르는 천만관객 어쩌고 난리가 나도 피하고 보지만

간혹 여러 사람이 모여서 영화 선택의 여지가 없거나

특정 장면들, 상황 연출 등에서 예상치 못하게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더군요.

 

2.

 

저는 일단 귀신영화는 못봅니다.

안 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는 민폐 경험도 없어요.

 

영화 중간에 나온 경험은 두 번 있어요.

정말 도저히 못보겠어서 이기도 하지만 눈을 가리고서라도 더 오래 앉아있기 불가능한 상황이면 나옵니다.

심하게 놀래서 곧 딸꾹질이 날 것 같은데 더 앉아있으면 그게 더 민폐인 것 같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예요.

 

한번은 예전에 친구와 '화려한 휴가' 보러갔을 때인데,

영화 내용을 몰랐다거나 폭력장면에 놀랐다기 보다는

예전에 시위에 나갔을 때 제 바로 앞에서 폴리스라인이 무너지면서

뒷걸음질치다 넘어진 제게 전경들이 쫓아오던; 상황이 떠올라버려서.

 

당시에는 뒤에 도망가던 사람이 다시 제게로 와 일으켜주었고 그럭저럭 잘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로 보니까 갑자기 덜덜 떨리더군요. 어리버리하고있던 실제상황보다 실감나는 이상한 경험이었죠.

아마 그 때도 듀게에 글 썼던 거 같은데, 이런 시대가 다시 올 것 같아서 무섭다고요.

 

다른 한번은 최근의 '초능력자' 였네요.

저 같은 사람은 스포일러를 충분히 숙지하고 영화관에 가야 하는 사람인데

하필 즉흥적으로 포스터를 보고는 혹시나 하면서도

내 강동원을 볼수 있다면 입에 재갈이라도 물고 보리라는 굳은 결심으로 입장했다가

목 돌아가는 장면때문에 20분인가..만에 나와버렸어요. 재갈도 못 물고 있겠는게, 속이 메슥거리면서 구역질이.

 

딸꾹질, 구역질같은 신체적인; 변화가 없을 때는 가능하면 그냥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어요.

못 볼 것 같다고 예상되는 모든 장면에서.

그런 영화가 몇 개 있었는데,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못 본 터라 기억도 안난다는 문제가 있네요.

한 번 겁을 먹고 눈을 가려버리면, 어느 타이밍에 손을 떼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결국 내내 장님이 된다는 이야기..

 

단 하나 기억나는 건 '남극일기'예요.

친구들과 단체로 보러 갔는데 그나마 여기서는 하얀 얼음위에서 걸어가는 장면만은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온통 하얀 얼음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3.

 

이렇게 쓰고 보면 굉장히 겁쟁이같지만

저는 사실 전쟁영화 같은 데 나오는 잔인한 상처 장면 같은 건 잘 보거든요.

 

또 웃긴게 귀신도 아시아 귀신만 무서워해서

초등학생때 한동안은 비디오 대여점에서 거의 매일

'무서운 영화 주세요'라고 해서 외국 귀신/괴물 나오는 이것 저것 보던 집중기;도 있었단 말이지요.

벌벌 떠는 동생 놀려가면서...(그러나 전설의 고향 시간에는 전세 역전)

 

아마도 서양 귀신은 우리나라까지 올려면 비행기도 타고 배도 타야 되니까

좀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있었나봐요.

일본이랑 중국은 어쩐지 귀신 이동 능력의 커버 범위 같았어요.

 

막상 따지고 보면 더 잔인하거나 하지도 않은데 볼 수 없는 영화들이 있어서 신기해요.

보통 굉장히 안전한 선택만 하기 때문에, 제가 어떤 류의 영화를 못보는지 정확히 정의하지는 못하지만..

 

무섭지 않은데 볼 수 없었던 유일한 영화로는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이 있네요.

명절에, 몇 부를 몰아서 보는데 처음에 좀 보기 시작하다가 계속 도망만 가길래 

지루해서 잠깐 졸다 깨어 보니 아직도 도망가고 있어서

앞으로 5시간 가까이 도망만 가는거야? 라고 동생에게 물었더니 '그렇다'고 해서 푹 잤어요.

 

하지만 해리포터는 좋아해요. 나니아 연대기도 사랑스러웠어요(1편만).

어떤 점이 제 마음에 안들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 남자친구만 얌전히 있는다면 <-- 이게 자꾸 눈에 거슬려서 신고 -_-;


    • 외국 귀신이라고 안심하시는 분들이 꽤 있네요.
      배타고 우리나라까지 찾아오는 드라큐라 백작 이야기입니다. ㅎㅎ
    • 저도 신고....하아 orz
    • 앗..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저도 무서운 장면이나 놀랄만한 장면의 경우엔
      많은 분들이 그러시고 저도 그렇기 때문에 뭐라할 입장이 못되는되요, 아래 제가 쓴 상황은 정말 고요한 극장안에 외마디 비명이었어요;
      영화 속 장면이 그 정도로 강렬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 bap, D-80 / 감사합니다 이 글의 목적은 아니었지만 평소에 늘 신고받아보고 싶었어요..(?!)

      Wolverine / 저는 태어나기도 전인데 귀신들은 국제화 시대였군요. 다 커서 보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녹색귤 / 처음엔 찔려서; 글을 써야지 했는데 쓰다보니 개인적인 영화취향에 대한 글이 되었네요 :-)
    • Wolverine / 악, 내가 유일하게 극장가서 본 드라큐라 영화 '관속의 드라큐라'였군요. 제목이 기억이 안 났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리가 직접 우리나라에 날아와서 일주일도 안되게 촬영마치고 날아갔었습니다. 저 촬영지가 집에서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리 촬영을 구경갈까 엄청 고민했었죠.
      얼마전에 필모그래피를 찾아봤는데 이 영화는 아예 들어가 있지도 않더군요.;; .

      헉, 반전 지금 찾아보니 크리스토퍼 리가 아니라 켄 크리스토퍼라는 듣보잡 인가요;;;
      추억이 거짓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네요.

      네이버 홍성진 영화해설
      허위 과대 광고로 물의를 빚은 영화로, <드라큐라>로 유명한 미국 명우 크리스토퍼 리가 유례없는 개런티로 출연한다고 하고선, 실제로는 고교시절 연극을 한 경력이 있을 뿐인 켄 퀘린(자막상에는 켄 크리스토퍼)이라는 한 미국 병사가 140만원 받고 2주 동안 휴가를 얻어 출연했음이 개봉 후 밝혀지는 헤프닝을 겪었다. 그래도 4만 5천여 명이 관람했다. 한편, 이 영화의 드라큐라를 상대하는 해결사는 스님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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