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고 댓글다는 소모임 첫회, 앤 섹스턴의 키스.

http://djuna.cine21.com/xe/?mid=board&page=3&document_srl=1735357


아침에 쭈뼛쭈뼛 올려봤는데 의외로(!) 호응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시작해봅니다. 한국은 아침시간인데 좀 끈적끈적한 시를 올리나 싶기도 하고요. 손에 잡히는 시집(아 가지고 있는 시집 자체가 몇권 없어요)에서 짧은 걸로 골라봤습니다.


THE KISS


My mouth blooms like a cut.
I've been wronged all year, tedious
nights, nothing but rough elbows in them
and delicate boxes of Kleenex calling crybaby
crybaby , you fool !


Before today my body was useless.
Now it's tearing at its square corners.
It's tearing old Mary's garments off, knot by knot
and see -- Now it's shot full of these electric bolts.
Zing! A resurrection!


Once it was a boat, quite wooden
and with no business, no salt water under it
and in need of some paint. It was no more
than a group of boards. But you hoisted her, rigged her.
She's been elected.


My nerves are turned on. I hear them like
musical instruments. Where there was silence
the drums, the strings are incurably playing. You did this.
Pure genius at work. Darling, the composer has stepped
into fire.


첫째, 둘째 연에 대한 감상으로 시작해볼게요 (아무도 호응안해주셔서 시작만 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ㅇ';). 첫째 연에서의 클리넥스 상자 얘기때문에 두번째 연의 찢어지는 이미지가 마치 티슈가 찢어지는 걸 연상하게 해요. 그러면 곧바로 이어지는 "부활" 부분이 수수께끼로 남는군요.


그리고 마지막 연에서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 (turned on)을 중의적으로 표현해서 악기, 작곡가, 그리고 불속으로 발을 내딛는 작곡가의 이미지로 이어지는 게 좋아요. 앤 섹스턴은 결혼생활 중에 애인이 있엇는데 (자세한 얘기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런 연애의 이미지가 자꾸 겹쳐지는군요. 




아침에도 써먹은 사진이지만 앤 섹스턴 사진과 제 목걸이랑 스카프(응?) 사진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미인이에요.

    • My mouth blooms like a cut 이 부분 참 인상적이네요.
      시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분은 good kisser였을 것 같아요,
      항상 아름다운 것들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
    • 피처럼 피어나는 입술이라니 좀 무서우면서도 임팩트가 장난이 아니에요.

      그리고 제가 감사해요. 이런 수다를 떨 데가 잘 없어요.
    • 좋은데요 에로틱하고.
      저는 '나는 쓸모 없는, 칠이 벗겨진, 바닷물 위에 떠 있지도 않은 나무보트, 널판지의 집합들이었을 뿐'이라는 3연이 좋아요.
      육체적인 '감정'을 시상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서 시인이군요 첫 문장도 강렬하구요.
    • 세번째 연의 물의 이미지가 또 네번째 연의 불의 이미지로 이어지는 것도 좋아요.

      놀라운 건 앤 섹스턴이 결혼 후에 정신과 치료의 일환으로 (의사의 권유로) 지역 글쓰기 교실 같은 걸 다니면서 시를 처음 배웠다는 거에요.
    • 그러고 보니 시랑 목걸이랑 일관된 주제로 ㅎㅎ 앗 스카프도 나름.
      이런 래빗님 같으니라고. ㅎㅎㅎ.
    • 앗 같은 빈티지샵에서 저 세 아이템을 동시에 샀는데 졸지에 센스토끼가 되어버린 건가요 훗훗훗.
    • 영시라니.. 전 일단 영어공부 먼저 해야겠어요. ㅜ_ㅜ
      영어공부 삼아 해본 비루한 직독 직해나;;

      내 입은 상처처럼 벌어졌다.
      난 온 해 동안 틀렸다. 지루한
      밤들, 그안에 남은것은 거친 팔꿈치
      그리고 울부짖는 연약한 클리넥스 박스 울보
      울보, 바보야!

      오늘 이전에는 내 몸은 쓸모없었다.
      이제는 그것은 그것의 네모난 모서리에 찢어진다.
      그것은 낡은 마리의 옷을 찢는다. 매듭 하나하나.
      그리고 봐라 -- 이제 그것은 이 전기 충격을 온통 받아낸다.
      징! 부활!

      예전에 이것은 배였다. 나무로 만든
      해야할 일도 없고 그아래 소금 물도 없으며
      칠도 벗겨져있다. 이것은
      널빤지 묶음 이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네가 그녀의 밧줄을 감아 올리고 그녀의 돛을 달았다.
      그녀는 선택되었다.

      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나는 그것을 마치
      악기와 같이 듣는다. 드럼이 침묵하고 현악기가 구제불능의 연주를 하는 곳. 네가 이것을 했다.
      순수하고 특별한 일. 그대여, 작곡가는 뛰어들었다.
      불구덩이 속으로.

      틀린부분이야 물론 많겠지만 친절히 알려주시면 영어공부에 도움되겠습니다. 쿨럭;
      멋진 감상 같은건 없는 댓글이지만 이런 글도 시 읽기 모임에 하나의 활력소가 되길 바라면서! />_
    • 그러고 보니 블룸이 그런 의미네요. 제가 좀 순진해서 잘 몰랐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야한 시군요. 우와아아앙!
    • 아니 레옴님! 우왓. 지금 읽어보고 있어요.
    • 아.. 처음에는 뭔가 자꾸 찢어지고 마구 비관적이라서 암울한 시인가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_-;;;; 영어실력이 부족하다보니;;
      키스해서 피어난다는거였어;;; 15금인데요. ㅋㅋ
    • 레옴님 대강 봤는데요 마지막 연은
      '원래 침묵만이 있던 곳에 이제 드럼과 현악기들이 제멋대로 날뛰고 있다.' (의역;;;)
      그니까 드럼이 침묵하는 게 아니라 드럼은 현악기랑 같이 북치고 장구치고 ㅎㅎㅎ
    • 레옴님 우리말 해석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저도 해보려고 했는데 자신이 없었거든요.

      유일하게 제가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은 네모난 모서리에 찢겨진다기 보단 네모난 모서리"가" 찢겨지는 거 아닐까 하는 정도요.
    • 세틀러님 댓글을 보니까 첫키스 하면 귀에서 종소리.. 뭐 이런 얘기가 생각나네요. 이건 동서양 공통이었나!?
    • roko님 저도 pure genius가 좀 재밌었어요 시쳇말로는 그냥
      '너 완전 잘한다'
      blooms like a cut은 roko님처럼 해석할 수도 있고 레옴님처럼 상처처럼 벌어진다-꽃이 필 때 잎이 벌어지는 거
      상처가 벌어지는 거가 다 겹치는 메타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 레옴님 해석이 더 야해서 좋아요;;;;
    • settler님 말씀이 맞네요. 어쩐지 그부분이 이상했어요. 막 좋아야되는데 왜 음악이 저따위; 라고;;
      원래 조용하던곳이었는데 드럼이랑 현악기가 마구 울리고 있는거군요. ㅋㅋㅋㅋ
      아.. 영시라 저에겐 첨부터 뭐가 막 다가오는건 없지만 해석하며 새로운 내용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네요.
    • 2연의 Mary's garment와 그 매듭은 처녀성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해요. 1연에서 입술부터 해서 Old Mary's garment를 찟고 몸이 피어나는 모양으로 확장되는 것 같아요.
    • 아.. 그러고보니 Pure genius도 잘못 해석했네요. ㅋㅋ 이건 많이 실수인듯.. 아 이런 앙큼한 천재~ 이런 느낌이었군요.
    • 전 blooms에서, 얼마나 많이 했길래 부풀어? 이랬다가 a cut에서 막혀 바로 포기했어요.

      레옴님 해석 감사합니다.
    • settler / 노렸습니다. -_-;;
      etude / 아.. 매듭이야기가 뭔소린가 했는데 그.. 그런.. 암울한 시인줄알았는데 알고보니 15금 -> 알고보니 19금;;
    • 아 에뛰드님 이거 궁금하던 부분이었는데! 왓.

      그럼 꼬리를 무는 질문: 1-2연 연결은 이해가 얼핏 되는데 2-3, 3-4연 연결은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어요.
    • 연결이랄 건 2연-내 몸은 쓸모 없었는데 3연 얼마나 쓸모 없었냐면 뭍에 버려진 조각배, 널판지들의 집합 같은 칠 벗겨진 오래된 배처럼 쓰잘 데 없었지 4연 그런데 이제 키스도 잘 하는 네 덕분에 나는 내 신경이 온통 되살아나 악기처럼 난장의 연주를 하는 걸 듣고 있단다
      불구덩이에 뛰어 든 작곡가처럼.

      이 정도? -_-;;;
    • 앗 말이 되는군요! 저는 클리넥스 티슈 이미지에 너무 집착을 했었나봐요. 그래서 1-2연만 계속 눈에 들어오고.
    • Rigging은 세일 보트에 돛을 세우는 거니까, 돛대없이 땅에서 낡아가던 배가 이제 바람에 돛을 부풀리고 항해할 준비가 된 거지요. 그러면 1,2연에서 피어난다, 부풀어 오른다는 이미지와 계속 연결되지 않을까요? 덤으로 rigged boat 사진.
    • 와 덤 좋아요. 그러고보니까 섹스턴도 보스턴 출신일걸요.
    • 제니레이크/ 혹시 시인을 부러워하신 거면, 결국 우울증을 못이기고 목숨을 끊었어요. 전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예쁜 사람이 왜, 이런 생각을 가끔 해요.
    • 시인은 아니고 상황이죠, 네, 그래서 나중에 천천히 읽어보려구요, 어떤 사람인지..
    • ^^ 출근길에 매일 보는 경치랍니다. 요즘은 눈세상이지요.
    • etude님 어디가 저렇게 예쁜가요 가보고 싶군요
    • 1연 : 키스 시작(?). 나는 너무나 헛살아서 크리넥스 통만이 대화상대였을 정도였다
      2연 : 오늘에서야 내 몸은 의미를 찾고 사면이 찢기면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3연 : 이전에 나는 (고향인/혹은 존재 의의인) 물 속으로 갈 일 없는 정박된 상태의 보트였으나 네 덕분에 준비 완료
      4연 : 네 덕분에 내 신경은 침묵을 벗어나 살아움직이게 됐다. (하지만 전 교성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웅? -_- )
    • 제 맘대로 이렇게 해석하며 "와...야하다", "부럽다!"를 연발 중입니다.
    • 문조/ 기쁨과 고통과 연애감정과 죽음과 부활 이미지가 이렇게 공존할 수 있나 싶어요.
    • 원래 삶에 대한 욕구=에로스는 죽음에 대한 향수=타나토스로 통한다고
      문학 개론 시간에 블라블라 들었어도 뭔 소리여 그랬는데
      살다 보니 또 그런 것 같기도;
    • Cambridge시와 Boston시를 잇는 Longfellow bridge로 Charles 강을 건널 때 서쪽으로 보이는 보스턴 백베이(Back Bay) 지역입니다. 지하철 Red line이 이 다리를 건너기 때문에 매일 두 번 봅니다. ^^ http://en.wikipedia.org/wiki/Longfellow_Bridge
    • 세틀러, 문조/ 그녀의 다른 시 야매로 읽었지만 이것도 야한 시가 맞긴 맞을 거에요;;;
    • /etude 그렇군요 보스톤은 마이 춥다고 하니 날씨 풀리면 꼭 가보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저 근방도 들러야겠어요.
    • 야하게 보면 한도끝도 없이 야해지는...시예요.
      그러면서도 침묵에서 찢기는 소리로 이어지다 마지막 연에서 악기까지 등장하고 fire로 끝맺는.
      다 타서 재가 되어버리는 느낌을 줍니다.
      참 좋네요.
    • 저는 첫째 연의 '완전 헛살았음 속절 없는 밤들 팔꿈치는 꺼칠해가지고' 라는 부분이 왜 이렇게 좋죠 ㅎㅎ

      근데 말로가 실비아 플라스랑 비슷하네요
      재능이 일종의 질병의 부작용 같은 사람들이 있죠. 덕택에 우린 잘 먹고 잘 살면서 위험부담 없이
      아름다움만 따다 먹구요.

      뒤늦은 샤워하고 축축한 머리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페레로 로쉐 다크버전 까먹으며 이 게시물 구경하고 참견하느라
      참 즐거웠어요. 좋은 프로젝트인 듯. 래빗님 브라보 *_*
    • 마초사이트에서라면 '크리넥스'만으로도 엄청 야하게 해석이 가능한 시.ㅎ
    • 토끼님, 저도 퇴근하고 저녁 해 먹고 밀린 이메일 정리하다 들어와서 재미있게 놀았네요. 고마워요.

      settler님, 네 지금은 춥고 눈도 엄청나게 많이 와서 갖다 버릴데가 없어서 난리구요, 사진에 있는 보트하우스는 4월 중순은 되야 연답니다. 그때까지는 세일보트 타기에는 춥다는 얘기죠...
    • 감사를 당연히 받겠습니다. (거만거만)

      자본가님 휴지를 그렇게 연결시키는 건 우리나라랑 일본 정도뿐인 것 같은 느낌도 드는걸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어요). 훗훗.
    • 매우 늦게 감상달러 왔습니다.
      어제서야 출력해서 낭독해보고 내가 이리도 영어를 못하는구나 새삼 좌절하고-ㅂ-

      전 둘째연이 참 좋아요. 첫 행부터 인상적이었고, 뭔가 파드득 깨어나는 기분이 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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