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나]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아주 밝거나 아주 어두운 대기에 둘러싸인 채.

 

우리가 사랑을 나눌 때,

달빛을 받아 은회색으로 반짝이는 네 귀에 대고 나는 속삭인다.

너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너는 지금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가.

 

사랑해. 나는 너에게 연달아 세 번 고백할 수도 있다.

깔깔깔. 그때 웃음소리들은 낙석처럼 너의 표정으로부터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

방금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미충 한 줄기.

잠시 후 그것은 네 얼굴을 전혀 다른 손길로 쓰다듬을 수도 있다.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여러 번 만났다.

우리는 그보다 더 여러 번 사랑을 나눴다.

지극히 평범한 감정과 초라한 욕망으로 이루어진 사랑을.

 

나는 안다. 우리가 새를 키웠다면,

우리는 그 새를 아주 우울한 기분으로

오늘 저녁의 창밖으로 날려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웃었을 것이다.

깔깔깔. 그런 이상한 상상을 하면서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

 

우리는 사랑을 나눌 때 서로의 영혼을 동그란 돌처럼 가지고 논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정작 자기 자신의 영혼에는 그토록 진저리치면서.

 

사랑이 끝나면, 끝나면 너의 손은 흠뻑 젖을 것이다.

방금 태어나 한 줌의 영혼도 깃들지 않은 아기의 살결처럼.

나는 너의 손을 움켜 잡는다. 나는 느낀다.

너의 손이 내 손 안에서 조금씩 야위어가는 것을.

마치 우리가 한 번도 키우지 않았던 그 자그마한 새처럼.

 

너는 날아갈 것이다.

날아가지 마.

너는 날아갈 것이다.

 

 

                                  새   -   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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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
      글을 다시 쓰려니 정말 난감하네요; 작정하고 1년 만에 써내려 갔는데, 태그 수정하다가 다 지웠네요.
      필름 사진 처음 찍을 때가 생각났어요. 찰칵 거리는 소리가 좋아서 미친듯이 찍고 돌아 다녔는데, 알고 보니 필름이 안감겨......-0-
      그 추억의 필름은 늘 제 책상에 모셔져 있답니다. 암튼 지금 이 상황을 보니 그때가 생각났어요.
      이 헤프닝을 계기로 좀 더 많이 놀러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러시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시러님이군요!)
    • 참 잘 쓴다 란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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