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대해 말하는 법

저는 가난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특히나 자신의 가난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요.

 

서울 변두리 지역 연탄 떼는 아파트에서 이혼하고 생활비없이 아이 하나 데리고 산 상황의 절박함을 말했지요.

원하면 영어강사를 할 수 있고 출판사에서 선금으로 150을 주며 글을 써달라고 하고 무엇보다도 부모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당연히 없으며 오히려 부모가 부유한 사람은 그 당시 자신의 가난한 상황이 주관적으로는 힘들지만 객관적으로는 아니라는 걸 안다는 제스츄어를 취해야 한다는 거지요.(그게 예의라는 거지, 그렇게 안하면 법에 걸린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적어도 굶어죽거나 아이가 아픈데 병원에 갈 돈이 없어 간단한 병으로도 아이를 잃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아요.


공지영씨는 내가 부자로 태어나서 자랐지만 부조리와 가난을 목도하고 바뀌었다고, 그리고 자신도 가난해서 생계를 위해 글을 썼다고 하는데 이걸 거칠게 말하면

 '나도 가난해봐서 아는데...'로 들려요.


정신적으로 힘들고 육체적으로 고되고 세상이 무섭고 막막하고.
이런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면 수긍하겠는데 어제 무릎팍에서는 가난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어요.

나이가 50이라면, 작가라면, 80년대 첫세대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빈곤이 뭔지 아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경우를 그렇게 자기연민에 차서 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어려움과 곤란했던 상황을 이야기하지 말라는게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법에서 이제 그만 자기연민과 나르시시즘을 놓아주어도 된다는 거지요. (사생활 부분을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반복된 이혼 등 개인사로 사람이 피폐해지는 걸 엄살이라고 말하는게 아니구요.

 

이런 점에서 벙찌고 기가 질렸어요. 예전부터.


근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최규석 만화에 나오는 가난배틀 등장인물이 된거 같아서 자괴감이 들어요.

부유한 사람을 증오하는게 아니에요.
다만, 가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거죠.
그건 내가 이쪽 눈높이에서 보면 가난한 사람이고, 저쪽 눈높이에서 보면 충분히 부유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 동감합니다. 그래서 저도 공지영씨가 말하는 가난에 대해서 불편해요.
    • 당장 먹고사는게 힘들정도의 가난을 겪어본적이 없지만(편히 산거죠 저는..) 정말 절박할 정도의 가난을 겪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대해서
      쉬이 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들더군요.
    • 어제 인터뷰 얄팍하더군요 저거 보는니 자는게 좋겠다 싶어서 자버렸습니다 피부로 느끼며 삶켜낸 가난이라는 단어의 간극이 이렇게나 다르다니.... 꼭 제게는 도시사람들이 가을에 잘 영글은 논을 보고 황금빛들판이 아름답다고말하는 것을 보는 시골사람이 느낄 감정이었습니다 가을 논을 보고 지금은 기계가 있어 편해졌지만 과거에 일일이 손으로 모내기하고 낫으로 베어 탈곡해서 추수하던 쌩고생이 생각나서 벼들이 징글징글하거든요 가난이 아름답다고 추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가난을 모르는 사람일겁니다 가난은 추억되지 않습니다 기억될뿐입니다
    • 개인의 감상에 이런 네거티브 코멘트 정말 죄송하고, 태클거는건 정말 정말 더 아닙니다만
      미나님이야 말로 남의 가난에 대해 함부로 말하시고 계시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 어제 무릎팍을 보며 불편했던 느낌이 이거였네요. 보다가 불편해져서 채널을 돌렸어요.
    •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가난해봤자 아프리카에서 굶어죽어가는 난민들보다야 훨씬 나으니까 가난어쩌고 하지 말라는 얘기와 별로 다르지 않은듯 하네요.

      자기연민과 나르시즘좀 있으면 어떻습니까.
    • 글의 상당부분에 공감하지만 누굴 상처 입히려는 게 아니고 자기 상처를 이야기하는 데
      너무 엄격할 필요 없을 것 같아요.. 누군가는 그 엄격함에 또 상처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 전 어제 그 부분이 걸렸어요. 자신이 가난에 대해 자신이 안게 기형도 시인글을 보고 알았다고.30세에.
      대학때 운동권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아버지에게 부르조아라고 하셨다는 분이 가난을 30세에 알다니...
      그 시기는 정말 눈만 돌리면 절대가난을 볼수 있는 시기였는데 말이죠.
    • 탄누투바 / 가난을 몰랐다는게 아니라;
      기형도가 그 정도로 가난했는지를(그러니까 기 시인 개인의 사정을) 공지영 30세에 나온 기형도 책(아마도 '입속의 검은잎')을 보고 알았다고 한거에요.
      대학 입학하면서 가난을 알게됐다고 말했지요. 1학년때 친구들이 밥값도 없는걸 알고 충격받았다고 했으니까요.
    • 가난이라는게 절대적인 현재 결핍의 상태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약속되는 것이 없는 미래에 대한 절망과 두려움이기도 하잖아요. 저도 공지영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럼 절대적인 가난은 어떤 수준에서 합의되는 건가요? 월수입 얼마 이하? 부양가족 몇명 이상? 모든 종류의 가난은 객관적인 지표라는 양적 모습과 주관적인 체험이라는 질적 모습으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맥도날드 할머니가 공지영보다 훨씬 가난하지만 공지영의 가난에 대한 공포가 더 컸을수도 있는거 아닐까요?

      사실 공지영 초기작이 가지는 운동에 대한 정서가 별로였고, 그 자기연민도 싫었는데 살면서 보니까 그정도의 개념조차 없는 무서운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자기연민이건 과시건간에, 가난이나 소외에 대한 관심은 일단은 좋게보기로 했어요. 뭐랄까 이런 부분에 엄격한 순혈적 잣대를 들이대는 교조적인 관점이 오히려 절대 가난이나 소외를 완화하고 해결하는데 도움이 안되더라구요. 그냥 제가 실용주의자, 타협인간이 된거겠죠.
    • 약간 예의 제스츄어를 갖추며 말하자는 거에요. [거칠게 표현하자면 나도 가난해봐서 아는데] 문장이 거칠었다는 건 인정합니다만, 강남좌파를 몰아내자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빨갱이 마인드라 하시니 당황스럽기 그지 없네요 당연히 난민이야기도 아니구요. 제가 한 말에서 이정도 비약이 가능하다면 공지영씨 인터뷰를 보고 제가 저정도 생각하는 것도 온당하지 않냐라고 항변하고 싶을 정도네요.
    • 아 그리고 "니가 뭘아냐"라는 반론 별로 좋은 반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는 너는 뭘아는데"라는 답밖에 얻을수 없거든요. 그냥 경험적으로, 저보다 훨씬 유복한 기득권에서 살아온 사회주의자들에게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여성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것만으로 아카데믹 된장녀 취급당하면서 너무 많이 들어본 말이예요.
    • 예의 제스츄어가 도대체 무언가요? 자기 이야기하러 나온 토크쇼에서 말끝마다 "물론 제 가난은 정말 심하신분들에 비하면..." 이런 사족을 계속 달아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에이 그런거 다 생각하고 고려해서 말꺼내면 자기 그늘 이야기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되게요. --;; 무릎팍 컨셉이 그게 아닌데. 이렇게 치면 이제껏 나왔던 무릎팍 게스트들 모두 예의 제스춰 못갖춘 사람들이게요. 추신수 미국에서 돈 못벌고 바게트 빵 하나로 고생했다고 말했던건 고학으로 고시준비하며 달동네 월세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쉽게 말하나 그렇게 되잖아요 그럼. 왜 유독 공작가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시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는 아니라는 걸 안다' 이 말씀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어요. 객관적으로 봐도 전 힘든 가난이었던거 같은데.... 이건 객관이 아니라 미나님 주관같아요.
    • 저는 공지영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 사람이지만 가난에 대한 태도들은 좀 이해가 안 가요.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양한데 굶어죽지 않으면 그냥 모두 가난에 대해 모른다고 해야 하나요. 사회적인 합의로 기초수급을 받는 사람이 아니면?
      인터넷에 어떤 사람이 자기 처지에 대해 한탄글 쓰면 누군가 꼭 '그래도 님은 ~~~하잖아요'나 자기 푸념 늘어놓는 거 좋아보이지 않는 거랑 비슷해요. 그보다 못한 사람은 당연히 비교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 정도의 태도도 곤란하다고 한다면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건데...현실적인 면에서 귀결이 어떤 게 더 나을지도 의문이구요.
    • '자신의 가난'보다는 '남의 가난'에 대해서 얘기할 때 더 조심스러워야 정상 아닌가요?
      자신의 가난을 포장하는 태도가 껄끄럽다면, 남의 가난을 함부로 재단하는것 또한 지양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부유했거나 부유한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 폭력적인가요?
    • 상대의 처지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는게 사람이 성장하는 단계 아니겠습니까.
    • 저도 말씀하신 자기연민과 나르시시즘이 느껴져(그런 작가가 어디 한둘도 아니지만) 공지영씨 글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게 그 작가 스타일인데 그러지 말라, 그러면 안 된다 하는 표현은 예의가 아니라고 봅니다.
    • 지나치게 도덕적으로 엄격하게 대하는 것 같네요. 공지영에게만은요.
      자기가 아는 선에서의 가난을 좀 많이 떠벌렸다고 이렇게까지 비난받아야 하나요? 글쎄.
      제가 보기엔 이건 그냥 '미움'입니다.(왜 미운지는 각자의 문제겠죠.)
      그 속에 고통이 어느정도인지는 제3자는 몰라요. 다른 가난하신 분들이나 공지영이나 그 점은 똑같습니다. 그 경중에 대해 뭐라 말하긴 어려워요. 근데 거기다대고 말을 조심하라고 하다니..어차피 세상의 모든 수많은 고통중에서 제일 아픈건 바로 자기의 고통이에요. 누구나 다 자기고통이 젤 힘들다구요. 근데 왜 공지영만 거기다대고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걸까요? "저는 제 고통이 세상에서 젤 힘든게 아니란걸 알아요"..요 한마디만 그녀가 하면 다 해결되나요?? 참 요상한 문제입니다.
      정말 조심해야 하는건 도덕적으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일입니다.
    • 정말 조심해야 하는건 도덕적으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일입니다. 222
      공지영의 작품은 좋아하지 많지만 세상이 공지영에게 너무 박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것보다 더 비난하기쉬울 법한 남자 작가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도, 도마 위에 올라가지도 않죠.
      박완서 선생님의 <도둑맞은 가난>이라는 책이 생각나는군요. "이제 부자들이 가난까지 훔쳐가는 구나" 라고 울부짖죠. 그 책의 시선과 여러분들의 말이 겹치는 부분이 있네요.
    • 저도 공지영 좋아하지 않고 읽지도 않은 채로 과대평가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축이지만
      이건 좀 공정하지 않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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