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논란을 보며 - 내가 내는 세금은 적절한가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도입된 지는 한 10년 된 것 같네요. 처음 도입될 때는 실질적으로 별 거 아니라는 비판도 많았는데, 막상 없애려고 하니 큰 반발을 부를 정도로 이젠 익숙한 제도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자영업자들이 카드 결제를 많이 받아주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예전엔 소비자가 굳이 카드를 쓰겠다고 할 이유가 별로 없었는데, 이젠 세금 공제 혜택이라는 당근이 있으니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카드 안받겠다고 할 근거가 미약해진거죠. 뭐 물론 '현금으로 하시면 깎아드릴게요' 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긴 합니다만.

 

하여간,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올해로 일몰된다는 것이 알려지자 난리가 났네요. 기사 헤드라인에는 "직장인 40% 세금 더 낸다"고 떴는데, 이걸 보고 일부에서는 세액이 40% 증가한다는 말인줄 알고 대흥분해서 난리난리를 쳤습니다. 그럴리가 있나요.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렇게 강력한 절세 수단이 아닙니다(근데 기사를 읽진 않았는데, 저 말은 직장인들 중에 카드소득공제를 1원이라도 적용받는 사람이 40%밖에 안된다는 뜻이겠지요?). 정말 돈을 절약하고 싶다면 카드 열심히 긁어서 세금 아낄 생각 말고 그냥 카드 자르고 돈 안쓰는 게 맞지요. 마침 비슷한 시기에 무상급식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서 한 신문에서는 "이건희 손자에게도 무상급식 해줘야 하는 이유" 라는 기사를 냈는데, 이걸 보고서 "공짜 좋아하지 마라. 이거 다 10배로 돌아오는 세금폭탄이다. 이건희 손자에게 무상급식이 왜 필요한데? 기자가 생각이 없구만" 이라고 씹는 글도 봤습니다. 보면서 "이건희 집에 불 나도 소방서에서 불 꺼줘야 하는 이유" 라는 기사였어도 같은 반응이었을지 궁금하더군요.

 

하여간에, 마침 연말정산 시즌이라 정산을 마치고 제가 최종적으로 내게 된 세금을 산출해 보았습니다. 좀 놀랐어요. 세전 소득 대비 세금 비율이 예상보다 아주 적었습니다. 보통 직장인들이 10% 대의 한계세율 구간에서 세금을 내는데, 최종적인 세율은 그것보다도 낮더군요. 각종 공제가 들어갔으니까요. 각종 복지 문제에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해온 입장인지라, 이 결과를 보고나니 증세 논의를 피하는 건 정말 비겁하다 싶더군요. 복지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려면, 적어도 저도 지금보다는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저에게서 세금을 더 받아가는 세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전 좀 열받을 겁니다. 절대적으로 세금을 더 내게 되어서가 아니라, 상대적인 조세 부담율이 높아지는 게 열받을 것 같아요. 저에게서 1% 세율을 더 받아가려면, 재산이 많거나 사치품을 소비하는 계층에게서는 훨씬 많은 세금을 뜯어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해당 세법 개정안에는 자영업자들, 소득은 별로 없지만 재산은 겁내 많은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왕창 뜯는 내용은 분명 없을겁니다. 한 때 농담삼아 "서울역에 있는 수많은 노숙자들에게 일당 주고, 병의원, 변호사 등 전문직종 사무소 경리 부서에 근무시키면서 매출 떼먹지 않는지 감시하게 하면 일당 지출보다 훨씬 많은 징세효과가 있을 것" 이라고 주장했는데, 그런 과격한 수단은 아니더라도 수십년간 "봉" "유리지갑" 이라고 불리워온 월급쟁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조치를 깔아준다는 전제로,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지금처럼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적이 없는데, 정치권이 다른 이슈에 집중하느라 이걸 놔버리기 전에 힘들게 찾아온 기회를 잡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선대인 부소장의 최근 책인 프리라이더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2001년부터 도입된 신용카드 공제혜택은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거라고 봅니다.
      1. 현금 무자료 거래를 줄이고 신용카드 거래를 통한 탈세 방지
      2.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소비촉진

      1번으로 인해 늘어나는 세수로 공제되는 세금을 커버할 수 있을거라고 판단한거고, 소비촉진을 통해 IMF 로 인해 망가진 내수경제를 살려보려는 것이었겠죠. 1번은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을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2번은 신용불량자 양산 테크트리...(...)

      그리고, 근로소득자라는 일부이긴 하지만, 신용카드로 쓰는 '각종 비용'을 공제해줌으로서 어느정도 복지시스템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지원을 해주는 효과도.. 우기면 있을랑가요?

      부자감세 해주고 보니 세원은 부족하고 그러니 공제해주던 것들에 눈이 가는건 당연한겁니다. 거꾸로 가고 있죠.
    • 프리라이더에 대해 소개해놓은 내용을 보니 헬마스터님 언급대로 재벌을 포함한 1% 부자들 탈세만 막아도 증세 효과가 상당하겠던데요.
      증세를 논하기 전에 무임승차하는 부자들의 탈세부터 손보는게 우선이라고 생각되네요.

      (올 상반기에 프리라이더도 독파해야겠어요.)
    • 법인세 감면분을 어떻게 메꾸나 했더니 이런 걸로 처리하네요.
      확실히, 공제 부분을 건드리면 사람들이 잘 모르고 지나가긴 하겠죠.

      그런데, 이거만 가지고는 모자랄텐데, 어디서 또 돈을 뽑으려나..
    • 부가세 올리기라는 매우 편리한 카드를 만지작거릴수도 있지요. OECD평균은 18%라는 드립 치면서. (실제로 유럽나라들은 25%, 24% 막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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