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황상제를 믿는다는 데가 어딘가요?

어제 일요일에 서울대 도서관에 갔는데 그날 무슨 종교 집단이 캠퍼스 포교하는 날이었나 봅니다.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1명과 여자 1명이 저를 끈질기게 쫓아오더라구요. 제가 서울대생 아니라고 했고 유물론자라고까지 했는데 끝까지 쫓아오더군요. 열이 받쳐서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한 번 격파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무슨 자기네가 옥황상제가 땅 위에 내려올 것을 믿는다느니 음양오행이 어떻다느니 원한이 어떻다느니 질서가 어떻다느니 해서 일단 칸트의 이성비판으로 박살을 내주었지요. 경험을 벗어난 것은 어떤 것도 알 수 없다고 칸트가 이미 다 밝혔다고, 신 존재 증명은 선험적 가상에 빠질 뿐이라는 것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깐 그 남자가 어버버 하더라구요.ㅋㅋㅋ 계속 음양오행이 어떻고 사물의 본질이 어떻고 하길래 그 다음엔 관점주의 진리론으로 박살을 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언어의 바깥은 없다고 하니깐 또 미련을 못 버리고 사물의 본질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그 다음엔 아주 알아먹기 쉽게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통 속의 두뇌' 가설로 박살을 내줬지요. 그러니까 남자는 그로기 상태에 빠지고 여자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더라구요. 옥황상제 믿는다는 사이비 종교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별 거 아니네요.ㅋㅋㅋ

    • 일단 생각나는건 대순진리랑 증산도가 있네요.
    • 강증산이 우주의 상제입니다. 그 외에 성모에 해당하는 존재도 있구요,
      대순진리회는 조철제를 상제로 따로 섬깁니다. 따라서 대순진리회는 기독교로 비유하면 몰몬교같은 이단이라고...증산교는 주장합니다.

      포교를 하는 쪽은 주로 대순진리회이기 때문에 아주 쉽게 이기시려면 '나는 조철제를 상제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솥발 이론 빠이빠이' 이러시면 슬슬 물러납니다.
    • 사이비 혹은 요상한 사람들이 써먹고 있지요. 사실 옥황상제 우리나라 고유 무속신앙에 있는 신입니다. 여기저기서 이상하게 써먹고, 시대가 흐르고 다른 종교들의 유입에 따라 우리나라 무속신앙은 거의 사라지고 있구요.
    • 말린해삼 / 도교에서 기원하여 무속에 유입된 것...일 것 같습니다. 무속신앙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른 종교의 유입에 따라 예수나 맥아더 장군을 몸주로 모신다는 무당도 있지요 -_-;;; 개신교에도 특징이 현저히 남아있는 걸 보면..
      • 저도 덧글으 달까 생각하다 말아버린 부분인데. 도교와 무속의 경계가 뚜렷하게 정의내려지지 않더라구요. 위의 님이 정확하게 설명해주셨네요.
    • 예수나 맥아더 장군이면 신내림할때 히브리어나 영어 하겠네요.
    • 말린해삼님// 도교 자체가 도가의 사이비형태이기 때문에 도교와 무속신앙의 구분은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후한 삼국시대 장노의 오두미교, 진시황이 불로장생의 약을 찾는 것, 신선을 꿈꾸는 것 등 형이하학적이고 유물적인 관념을 지닌 것이 도교입니다. 도가(道家)와 도교(道敎)는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동양사상의 관점입니다. 도가는 노장철학을 근간으로 하는 정신의 자유와 초월, 인위와 작위를 배제한 생래적 본심을 강조하는 은자적 철학사상이고, 도교는 무속신앙과 다를바없는 싸구려 신비주의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서로 잘 통하지요.
      • 네 평소에 헤깔리던 부분을 설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런게 무속신앙과 도교는 싸구려 신비주의라는 말에선 좀 가슴이 답답해요. 우리나라에도 우리나라의 토속신앙이 있고 그것이 무속신앙으로 불리웁니다.하지만 거의 사라져버리고, 시대가 흐를수록 자취를 찾기 힘들어지는 게.. 예전 대학때 구비문학을 공부하면서 무속신앙에 대해 관심이 많았거든요.

        싸구려 신비주의란 말을 제가 잘못 이해한걸수도 있겠죠.
    • 우선 게시글의 본 내용에서 많이 가지쳐 나간 이야기를 하게 된 점 우선 잉여공주님께 양해 부탁드립니다.

      말린해삼님// 말씀 감사합니다. 사실 댓글을 쓰면서 그 부분에서 잠시 고민했습니다. 싸구려 신비주의란 말은 확실히 과격하기 때문이지요. 만약 말린해삼님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 자세히 해명(?)해도 되겠지, 하고 그냥 저런 용어를 썼습니다.

      전통적인 민간,무속,토속신앙의 가치를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 땅에 살던 옛 조상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알 수 있고 분명히 인문학적, 문화인류학적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특별히 싸구려라 칭한 것은 신비주의 맥락에서 읽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종교학에서는 고등종교와 샤머니즘, 토속신앙 등을 분명히 나누고 있는데 모든 종교를 막론하고 신비주의는 반지성주의, 비이성적 색채를 띄고 있어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종교의 불가지론적인 속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분명히 상식에 입각해서 어긋나느냐 아니냐는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옥황상제가 있어 사후에 생전 선악 행위의 여부를 판단한다는 개념은 인간행위 동기에 대한 자극을 줍니다. 그런 면에서는 확실히 어떤 가치가 함의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옥황상제조차도 우리나라 민간무속이 아닐뿐더러 도가의 사이비인 도교신앙에서 상정한 최고신의 지위에 있는 개념이지만요. 제가 왜 자꾸 사이비 사이비 하냐면, 도가철학에 대한 애착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도가철학을 따르진 않습니다만 그 나름의 정치하고 고급한 철학사상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도교신앙이 중국에서 백성의 피를 빨아먹은 것도 거부감이 큰 측면이 있습니다.)

      한편 정화수를 띄어놓고 보름달 뜬 밤에 아들낳기를 비는 행위나 신내림을 받아서 초혼행위를 하고, 귀신과 접붙임을 하는 행위 등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 대한 고찰, 인간 삶의 목적, 도덕성, 인격 등의 몇가지 사항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분명하게 말하자면 '인간의 인격문제'와 동떨어진 종교는 결국 인간의 사사로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저급한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현대의 점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양의 타로카드나 마녀 같은 개념은 제가 그 연원을 확실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지만 동양의 점치는 행위. 소위 명리'학'이라고까지 말하는 주역의 음양오행이론을 통한 점복행위 역시 그 근거가 허무맹랑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주역의 괘사를 주공단, 공자 등이 지었다는 설도 문헌학적으로 볼때 어불성설임이 밝혀졌고, 주역 역시 원래 점치는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어떤 종류의 것이든 그것이 기독교든, 유교든, 무속신앙이든 '신비주의는 위험하다'는 요지의 발언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속신앙이든 어떤 것이든 종교 문제에 다다르면 '진리' 문제이기 때문에 전통과 문화적 가치로는 긍정합니다만, 종교적 문제에 있어서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아무쪼록 말린해삼님께서 전통적인 무속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것 같은데 그 전체가 몰가치하다는 듯한 뉘앙스의 용어를 써서 죄송합니다.
      • 자세한 설명 감사드려요. 저도 문화인류학적으로 너무 많은 것들이 사라져가는 추세라 민감해졌었네요.

        바닷가 시골에서 자란 저는 어릴적부터 오만가지 무속행위를 보고 겪으며 자랐습니다. 대학에 와서는 대한민국구비문학대계란 거대한 전집에서 저의 고향부분이 빠져있는걸 보고 더욱더 관심이 가게 됐었지요. 저도 찔레꽃님 말처럼 상식적이냐 아니냐하는 기준에는 찬성해요. 어릴적 다 죽어가는 어린 애를 병원에 안보내고 어느 할머니에게 데려다가 안마(주무른단 표현이 더 맞겠네요)만 하다 잃어버린 부부님도 ㅂ핬었거든요. 이런 걸 찔레꽃님이 말씀하신 신비주의적인 쪽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맞나요) 그런 것이 아닌, 우리 토속신앙에 대한 것들은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많았었습니다. 종교학적으론 자세히 모르나, 우리나라 토속신앙도 다신교로 알고 있지만 그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는 이야길 들었었어요.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시고 제가 다 감사드려요.^_^
    • 말린해삼님 댓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뭔가 유쾌해지는 댓글이네요. 언젠가 고향마을의 무속신앙 이야기 한번 글로 써주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 인상깊게 남아있는지 궁금하고 구비문학속에 나타난 무속이야기도 양념으로 살짝 해주시면 더욱 풍성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
    • 토속신앙과 구비문학을 문화적인 유산으로 인지하는 것과 그것을 믿음의 하나로 맹신하는 것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봅니다.
    • Bigcat님 맞습니다. 모두 제가 댓글을 과격하게 달아서 생긴 불찰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말린해삼님, Bigcat님. 두분께 동일한 일로 오래전에 감사한 일이 있는데 아마 두분은 생각조차 못하고 계시겠지요? 두분 댓글이 한창에 보여 쉰소리 한번 남기고 갑니다. 두분 그때 감사했었습니다. 꾸벅.
    • 아 뭘까요?-_-?궁금해요 궁금해. 근데 알려달라고하면 공치사 하는 것 같고..;;; 찔레꽃님 어떡해야 하나요? ^_^이럼표정으로 아니에요. 그런게 있답니다. 란 말씀은 하지 않으실테죠..... ㅎㅎ
    • 저..쉬운사람입니다. ^^; 일년전 무척 힘들었을때 논어 관련 글을 시리즈로 올려서 극복하고자했는데 그때 잘읽었다, 잘읽고 있다, 코멘트 남겨주셨던 분들 닉네임을 한분 한분 기억하고있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분도 그분들중의 한 분 한 분이시고, 두 분은 기억못하셔도 저한테는그게 위로고 큰 힘이었거든요.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꾸벅. 지나가는 인터넷 댓글 하나가 사람을 살릴수도 있습니다.
    • 아!!기억나요!!ㅎㅎ 저도 그 전에 논어, 명심보감 등 한자원문강독을 듣고 관심이 있었던지라(왤케 산만하게 관심만 많니;;;-_-)그때 그 글이 반가웠거든요. 페이지가 많이 지나가서 사람들이 별로 안 보는 곳에서 몰래 만나는 기분이라 더 반갑고 재밌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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