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들을 보고. 예술과 제도.
-일단 상업/대중 예술과 순수예술을 구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열받는김에 일단 씁니다. 각각 예술은 수익모델이 다르니 - 순수예술은 콜렉터 잘만나는게 장땡, 아니던가요.
-생각할수록 열받고, 화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단지 낭만적인 동정으로는 해결이 안될 문제에요.
저는 비디오를 만듭니다. 미술쪽이에요. 작업이 팔린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전시는 몇 번 했어요. 예술가라는 말은 근지러워서 못쓰지만 일단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남들 일할 시간에 같이 일하는데 돈이 안들어오는 일이라, 그만큼 수입이 안들어온다는 진리를 저는 학교를 들어오고 몇년 후에나 깨달았어요. 미련하죠. 그런데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제 먹을 입, 살 방값을 제가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생계가 달린 예술가로서 일단 살아있습니다.
미친 자아? 그런 예술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느 정도의 자아도취가 있으니 하는 거겠죠. 단지, 이건 자아 도취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그것을 작업을 계속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 그건 철저히 개인적인 거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미쳐라, 너도 미쳐봐라, 라고 권하는 것은 선생으로서 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던져볼 수 있는 화두이고, 졸업반 학생들에게는 "일단 자리잡고 작업을 계속해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보게"(밑에1)정도로 말을 바꿔야 맞는 일이겠죠. 그게 필요없다면 은둔하며 창작하는 헨리 다거? 다져?가 되면 될 것이고. 그런데 은둔하면서 소통도 필요없고 오로지 혼자 창작과 감상을 나누는, 그런 게 가능한 존재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적어도 지금 제 머릿속에는 한 국가에서 Sustainable한 창작이 가능하려면 시스템이 바뀌어야하고, 제도가 달라져야 한다 -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줄 것은 국가이고, 세금이다, 라고 하는 생각밖에는 나지 않습니다. 왜냐면, "나는 보르헤스가 가치 있는 글을 몇 편 썼다는 사실은 별 어려움 없이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글이 나를 구원할 수는 없다. 좋은 글은 다른 나를 포함하여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니라 언어나 전통에 속하기 때문이리라." (보르헤스와 나, 보르헤스) 이라잖아요. (밑에2랑 3)
그래서 솔직하게, 아까도 말했죠, 작업이 팔린 적은 한번도 없다구요. 전시를 하면 공짜이거나 한번에 몇십만원 돈이 들어올 때도 있어요. 상받으면 상보다 상금이 그렇게 고마워요. 그렇지만, 작업하는데에 반년이 넘게 걸렸는데 그동안 통틀어 50만원을 번다면 수지가 안맞아요. 그래서 저는 과외선생을 하고, 기술을 배우고, 가능하면 오래오래 살아남으려고 해요.
제도를 바꾸려고 노력해야하는데, 어디서부터 그 노력을 시작하면 좋을까요.
위에서1)
근대의 예술가가 가진 조건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여가, 혹은 일을 하더라도 그 비는 사이에 창작이 가능한 직업과 일의 내용, 그런것들이었다면, 현대에 와서는 다른 일을 하면서 예술을 할만한 일이 무척 제한되어 있지 않던가요. 영화나 다른 매체들은 아르바이트 식으로 접근하는게 아예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예 "투자"를 한다 치고 몇년에서 십년 넘는 기간을 그 바닥에 심어야 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아예 없어요.
위에서2)
그리고 그 기금을 타는 사람들이 국가와 세금제도와 그 이외 모든 것을 비판할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준다는 것이 체제 옹호적, 길드 옹호적인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그래야 몇몇이 두려워하는 프로파간다 예술이 되지 않을 수 있겠죠. 이런 심사제도가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가 제도 그자체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이창동 "시"의 각본 빵점 기억나시는지요)
위에서3)
이번에도 소개가 많이 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프랑스식 앵떼르미땅 Intermittent du spectacle과 같은 제도는 몇백시간 고용이 된 경우 너가 정말 이 분야의 프로로구나, 하는 상황이 마련된 상태에서 다음해부터 그 급여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 실업급여를 나라에서 줍니다. 그거 달성하기가 무지 까다로워서 "올바른 계약서"가 있어야지만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제가 조명 역으로 고용이 되었는데, 일주일 40시간 오버는 좀 무리일거고, 직종이 직종이니 시간당 얼마 이하는 말이 안될거고, 그렇게 고용이 되면 고용주는 저에게 주는 돈 플러스 1/3가량은 국가에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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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공하고 지금은 다른 쪽에서 돈 버는 사람인데요. 그림 그리기는 때려치운 대신 그림의 소비자가 되어서 그림구입을 생각한 적 많아요. 작은 그림 하나는 웬만한 가방값 정도밖에 안 되잖아요. 그런데 뜻밖에도 그림이란 게 구입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림을 팔고 싶다면,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소비자들에게 그림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편리하게 판매하는 인터넷 숍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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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본문이랑 약간 떨어진 것 같기도..하지만, 말씀하신 의도는 이해합니다. 화랑/갤러리에서 보고 그림을 구매하기까지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요즘 대부분의 작가들은 각기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자기 작업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고, 사치 갤러리같은 경우는 온라인에서도 무척 활발하던데…
첨부로, 그림을 구입하고 판매한다는 것으로 생활이 가능한 "미술"작가는 많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 친구들과도 가끔 이야기를 해보지만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갤러리를 운영하고 유지한다는게 누구 한명의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고, 아예 사업으로 접근하거나, 아니면 수익은 생각치 않는 동인 활동의 연장선으로 가는거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제가 너무 비관적인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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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으로써 참 할말이 없어지는 논쟁입니다. 운좋고 실력있어서 학교에 자리잡은 경우나 가족이 지원하는 경우 외에는 창작활동하면서 생계걱정하지 않을 수 없죠. 공공지원금 공정성 논란들을 보면 해결책을 공공영역에서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렵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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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y/ 네, 그래도 저는 논쟁이 있는게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가슴이 싸하게 답답해서, 뭔가 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마음이라 두서없이 써봤습니다. 내 친구도 아니건만 그저 죄스럽고, 또 나 스스로 처지를 생각하며 불안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