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생각지도 못했던 전세대란 경험...

1.

올해 5월로 전세가 만료됩니다.

곧 태어날 둘째 아이의 양육까지 생각해서, 얼마를 올려달라고 하더라도 2년이상 더 있으려고 했습니다.

(몇 페이지 앞에 비슷한 글이 있더군요. 하하)

그런데,

만료일을 딱 3개월 앞둔 어제 전화가 왔습니다.

주인집인데, 들어오셔서 사신답니다.

뭐, 별 수 있나요. 네 하고 끊을 수 밖에.

그래도 친절하게 전화주셔서 감사하더군요.

 

 

2.

처음에 멋모르고 구했던 원룸 오피스텔은,

위치가 좋다는 걸 빼면 정말 악몽같았습니다.

10년을 사귀고 결혼을 했음에도, 신혼때 서로를 맞춰가는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런데, 틀어져도 딱 방한칸인 원룸에선 갈등을 푸는게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여름엔 찜통, 겨울엔 냉장고...

 

8개월만에 복비 물고 작은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요즘도 아내와 그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연애기간을 포함하면  두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의 반평생'을 통틀어서

그 아파트에서 2년이 제일 좋았다구요.

오전에 볕이 따사롭게 드는 남향집...

서로의 직장도 가까웠고, 거기에 우리의 첫 아이가 생겼고,

6시반에 사무실에 도착해야하는 상황에서도

꼬박꼬박 아침을 같이 먹고 출퇴근했죠. 임신 이후엔 저녁도 늘 같이 먹었습니다.

하지만, 맞벌이부부라, 출산휴가가 끝날 즈음

처가와 같은 단지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죠. 그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입니다.

 

 

 

3.

처가 근처에 집을 얻으니, 실제로 집에서 자는 날이 참 적어지더라구요.

첫 겨울엔, 저녁식사를 처가에서 하고, 애를 안고 집으로 내려와 잤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잠든 아이를 꽁꽁 싸매서 처가로 올라가곤 했죠.

둘째를 임신하고 맞은 올 겨울은(게다가 유난히 추웠죠) 집을 거의 비워두고 있었습니다.

애기가 많이 커서, 바람이 안 들어오게 꽁꽁 싸맬수가 없거든요....

 

 

4.

이동 계획이 없었으니, 우선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의 전세를 알아봤습니다.

헉!!

무려 8천만원이 올랐습니다.

도심지도 아니고(서울이긴 하지만, 몇분만 걸으면 경기도입니다.)

새 아파트도 아니고(96년 처음만날때도 있었던 아파트이니...)

브랜드 아파트도 아니고(망해버린 회사라 하자보수도 잘 안됩니다)

유동인구가 많지도 않아요(대형평형 위주의 단지라, 나이드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2년만에 8천이라니!!!

뭐 좋습니다. 그런데 시세는 그 정돈데, 물건이 없답니다.

몇몇 부동산에서 딱 얘기합니다. 연락오면 연락주겠다. 5월까진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아마 없을꺼다.

 

ㅡ,.ㅡ

 

 

 

5.

안되겠습니다.

본가 근처를 알아봤죠.

 

이럴수가!!!

그 8천만원을 올린 금액에 5천 정도를 더 얹어야 작은 아파트 전세가 된다네요.

역시나 싸이트마다 거래가 0으로 나옵니다.

대충 그 금액에 빌라도 힘들다고 합디다.

 

 

 

6.

아내는 직장인 11년차, 저는 8년차입니다.

결혼할때 집에 손 안벌리고 서로 모은 돈으로 시작했죠.

대출을 좀 받고 전세로 옮기고, 그거 갚으면서 또 대출받아서 전세를 옮기고...

건설회사에 다니지만, 집값은 언젠가 떨어지게 마련이라는 생각에

(골동품도 아닌데 시간이 지날수록 비싸지는건 집밖에 없는듯)

전세를 몇 번 더 생각했는데, 이건 도저히...

 

언젠가 마린블루스에 나왔던

'개미와 배짱이' 만화가 생각나더군요.

원래 잘 살던 사람들, 부러워요. ㅜㅠ

 

 

 

7.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다잡습니다.

전 제가 살던 시골동네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을 들어간 사람입니다.

중졸, 국졸이신 부모님께서는 절 공고에 보내려고 하셨고, 저는 농고에 가려고 생각했었답니다.

이렇게 서울 한복판에 큰 빌딩 30층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죠.

단 6개월 따라다닌 걸로, 무지무지 이쁜 서울 아가씨랑 결혼한 것도 정말 기적이구요.

맘만 먹으면 매일 고기반찬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기적입니다.

(농담같지만, 어릴때 정말로 쌀이 없어서 호박죽, 옥수수죽을 먹어본 적이 있었답니다)

절 쏙 빼닮은 아이가 있고, 또 다음달엔 그런 녀석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도 기적이죠.

 

 

 

8.

자자...

앞으로 몇 주 안에 다시 기적이 벌어질 것 같네요.

처가 근처든, 본가 근처든,

마님 눈에 쏙 들어오는 적당한 가격의 전세집이 나타날 겁니다.

으하하하하

 

 

 

9.

생각난 김에 영험한 듀게에 소원하나 빌어봅니다.

다음주 검진 전까지 우리 둘째아들이 엄마 뱃속에서 뱅그르르 돌아줬으면 좋겠네요.

율아~ 엄마 고생시키지 말고 니 그 큰 머리를 밑으로 돌리렴.

 

 

10.

아. 이제 일해야지...

    • 화이팅입니다. 아기도 화이팅.
    • 8. 나타나실 거에요.. 전세가는 올 4분기에 피크 찍고 내려갈거라는 희망섞인 관측도 있더라구요..
    • 더 힘내요 해드리겠어요.
    • 어머니 친구분 아들도 1년만에 집주인 사정으로 전세를 옮기게 되었는데, 같은동네 같은 평수인데 5천만원을 더 얹어줘야 갈수 있단 얘기를 좀전에 들었어요. 여기저기 난리이긴 한듯합니다. 봄까지 좋은 집 찾으시기를...
    • 예쁜글이네요.
      아기 얼른 밑으로 내려와야 할터인데요.
      꼭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어요.
      집도 아이도요.
    • 읽으면서 미소가 지어졌어요^^ 좋은 소식 있기를 저도 바래봅니다 :)
    • 6. 그 마린블루스 만화 명작이었죠.
    •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힘내요. 아가님. 아빠님!
    • 좋은 소식 있으실꺼에요~
    • ↑ 위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일들만 생기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 나중에 돌아보니 신혼의 첫 아이 생겼던 그 집에서 살던 때 참 좋았다, 이런 이야기 저희 부모님도 하시나 모르겠어요.
      또 좋은 집 구하시길 빕니다.
    • 전세대란 후 참 얘기만 들어도 집 없는 사람은 우울해진다능ㅠㅠ
    • 희망이 생기는 착한 글입니다. 좋은 일 생기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 전 똑같은 금액으로 전세 옮겼지만 집 평수가 반으로 줄었습니다. ㅠㅜ
    • 전 1억 정도 올려줘야 하는 신세....만기가 코앞으로...==;
    • 올 사분기라는건 일사분기 말하시는거죠ㅠㅠ 제발ㅠㅠ.... 저도 8월이면 원룸계약 끝인데 이 방 탈출하고 싶어요ㅠㅠ
    • 아이쿵... 힘내세요. 꼭 좋은 일 있길. 아기도 쑥 잘 나오고...!
    • 전세금이 상상초월로 오르니 매매가와 별차이없자 이가격이면 차라리 사서 가는게 낫겠다 싶어 주변에 은근 매매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별 그지같은 빌라도요.
      저희도 쫓겨나서 나갑니다. 정말 집이 없네요. 머리아파라.ㅜㅜㅜ 동네에 남아있는게 60평대밖에 없어요.ㅎㅎㅎㅎ(한숨이...)
    • 읽고나서 마음이 푸근해지는 글이었습니다. 어디서든 행복하게 사실 거 같아요. ^^ 이미 전세대란을 겪고 후유증에 휘청거리고 있는 1인입니다.
    • 꼭 마음에 드는 전세집 찾게 되시길 빌어요.
      이렇게 예쁜 글의 주인공들이 모두 행복하시고, 율이는 꼭 빙글~ 돌기를 빕니다.^^
    • 아아 진심으로 공감이 가서 두렵기까지한 글이에요. 가을에 전세가 끝나는데 얼마를 올려달랄지. 우리아가도 50일을 남기고 거꾸로 서있습니다. 자자 율이도 우리아가도 빙그르르 돌아가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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