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이 영화보고 울었다면 너무 감상적일까요?(스포)
슬픈 영화는 보기 싫었는데 그럼 첨부터 선택을 잘못한거겠죠. 보다가 울었으니까. 영화보면서 우는건 참 창피한 일인데.
앞줄에 앉아있는 여자는 장례식 식당 장면에서부터 흐느끼기 시작하더라구요. 영화때문이 아니라 무슨 사연이 있는 것같았지만.
전 무척이나 빠져서 봤어요. 두 사람의 감성의 섬세한 변화를 느껴보면서,
두 사람의 눈빛이 만날 때가 좋더군요. 말안해도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많은걸 느낄 수 있고
감정이 열리는걸 알 수 있고. 이런 여백있다는 영화 좋아하지는 않지만 대사가 많지않아도
두 사람 눈빛이 많은걸 말해줘서 충분했다고 느꼈죠.
시애틀은 참 쓸쓸하고, 안개같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며 그 안개가 자욱한 풍경이,
'파주'이후에 풍경이 이렇게 기억속에 오래남을 영화는 거의 없을거 같군요.
애나와 훈이 범퍼카타고서 멀리 보이는 남녀의 대사를 더빙하던 장면같은거 좋았어요.
애나를 보면서 저 여자의 마음이 언제 열릴까, 언제나 웃을까 기다렸어요. 훈은 참 따뜻하고 위로가 되더군요. 위로가 된다,,,,
애나한테 불편한 질문들을 먼저 하지 않는거, 섹스가 실패했을 때도 아무 것도 안물어보잖아요. 그런게 좋았어요.
마지막 장면도 좋았고, 좋고 너무 슬펐고. 그 여자가 2년동안 그 남자를 생각하면서 내내 기다렸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까.
그리고 끝내 두 사람은 못만나겠네,라는거.
이상하게 '로마의 휴일'이 떠올랐어요. 분위기는 완전 다르지만 낯선 사람들이 하루동안 만나서 데이트를 하고
그리고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헤어져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잖아요.
현빈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다 비극적인 인물들만 나와서 훈이 발랄하고 밝은 성격이라는게 좋았는데 결국은 또 비극이구나,
마지막엔 누명까지 쓰고.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희망도 남겨지지 않았다는게 너무 슬프더군요.
첨부터 나는 환타지를 원했던건대, "절박한 인생의 밑바닥에 있는 남녀가 우연히 만나서 하룻동안 사랑을 나누고 헤어진다,"는 설정은 현실에서 거의 없는 일이니까
이건 멜로드라마만의 환상이야,라고 생각하면서 현실에서 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진 영화가 보고 싶었고, 두 사람의 사랑은 충분히 절박하고 애절할테니까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예상보다 더 슬퍼지더군요. 두 사람이 마치 현실 속에 정말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져서.
마지막 키스장면도, 그렇게 애절한 감정을 모두 담아서 키스하는건 영화에서 보기 드물잖아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너무 싱거운 영화일지도 모르지만 전 잊지 못할거 같아요.
* 영화관은 생각보다 많이 비어있더군요. 예매율 1위라더니 역시나 흥행작은 아닌가봐요.
여스님 두 사람이 영화를 보고 나오더군요. 내 편견이겠지만 스님들도 이런 영화를 보러온다는게 뜻밖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