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젤과 고델의 관계에 대해

라푼젤에 대한 몇몇분들의 평들을 읽으며 좀 놀랐습니다.

고델이 라푼젤에게 나름 잘해줬는데 너무 심했다는 의견들을 보고서요.

아래도 어떤 분이 고델이 친모가 아님을 알았어도 라푼젤이 그렇게 갑자기 적대적이 될 필요가 있겠느냐고 하셨더라고요...

 

고델의 죄를 따져볼께요.

 

우선 고델은 라푼젤을 유괴했습니다.

그리고 감금했지요. 유괴와 감금은 엄청난 범죄입니다.

게다가 고델은 라푼젤을 속여가며 착취했죠. 그걸 약취라고 하던가요.

 

전  <완전한 사육> 의 여자 버젼이라고 생각해도 된다고 봤어요.

 

근데 고델의 죄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정서적인 학대도 있어요.

영화 초반에 고델과 라푼젤의 관계를 나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라푼젤을 불러서 머리카락에 올라타서 탑에 올라선 고델이 먼저 하는 말은

너는 왜 그렇게 애가 굼띠니? 라는 핀잔이죠. 그리고는 농담이야~ 라고 넘깁니다.

거울을 보며 여기 젊고 아름답고 멋진 여성이 있네 라고 감탄하다가 옆에 라푼젤을 보고 너도 거기 있네? 라고 말합니다.

라푼젤이 뭐라고 말만 하려고 하면 웅얼거리지좀 마 라고 핀잔을 주고.

밖에 나가고 싶다면 너 같은 멍청하고 한심한 애는 나가자 마자 세상에 잡아먹힐거라고 을러댑니다.

 

고델은 라푼젤에게 겁만 준게 아닙니다.

내가 잘났고, 넌 한심하다는 암시를 매일같이 심어준 겁니다.

고델에게 라푼젤은 그냥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죠.

고델은 라푼젤에게 사실 아무런 관심도 애정도 없어요.

그저 노예를 옭아매려는 주인의 심정일 뿐이라고요.

영화를 보며 그걸 못느끼셨나요?

 

라푼젤이 고델의 정체를 깨달았을때 함께 알게 된 건 이 모든 사실들이고요.

고로 라푼젤이 고델에게 적대적이 되는 건 논리적으론 매우 당연합니다.

 

물론 현실에도 고델 같은 부모, 상사, 선배 등등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상대를 속이고, 기죽이고, 조종해서 약취하는 사람들이죠.

 

자기애적 성격장애자들이 종종 그런 짓을 하고요.

고델도 사실 그 성격장애 진단에 딱 맞아요.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는 이런 캐릭터에 의외로 너그럽습니다.

아마 익숙해서일 거예요.

막장드라마들에 단골로 등장하는 자식 일에 간섭하는 부모가 딱 그렇고

실제로 부모 때문에 돌아버리겠다는 사연들을 읽어보면 대개 이런 부모예요.

그래도 부모라서 어쩌지 못하죠. 어쩌면 안되고요.

사실 정치인에 대한 태도도 비슷합니다.

박정희를 흠모하는 노친네들 대부분 그런 심정일걸요.

박통이 사람도 많이 죽였지만, 그래도 박통이야.

 

라푼젤을 보며 고델에 감정이입하실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건 뭔가 잘못된 겁니다.

 

    • 와 속시원한 평이십니다. 저도 고델이 불쌍하다 하시는 분들 볼때마다 기분이 좀 그랬거든요. 추천이라도 해드고 싶은 게시물이네요..
    • 공감해요. 때리고 내놓고 모욕주고 협박하는것만이 자식학대가 아니에요. 되려 저런 케이스가 더 악랄하죠. 정말 살을 부닥치는
      주변인이 아니면 모르죠.그리고 라푼젤처럼 성공적으로 건강하게(?)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케이스도 별로 없고. 그 악순환을 대물림 하는게 더 많을지도?..
    • 타보/ 네 디즈니만화가 아니라 현실에서는 라푼젤처럼 쉽게 떨쳐내질 못합니다.
      말씀대로 그걸 당연히 여기며 대물림하기가 더 쉽죠.
      그래도 라푼젤에겐 남친과 출생의 비밀이라는 계기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봐야겠지만, 모든 일이 너무 쉬웠어요.
    • 저도 속이 다 시원하네요. 고델이 불쌍하네 가엾네 어쩌구 할 때마다 좀 기분이 괴이했는데, 저도 정말 추천하고 싶습니다.
    • 카밀리온이 발을 건게 직접 사인이 되어서 좀 동정을 사게 되었지만 설마 고델에 감정이입하신 분이 많기야 하겠어요.

      그런분이 있다면 라푼젤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씬이 설득력이 없고, 왕-왕비 역할이 너무 적었던 데 원인이 있다고 봐요.
    • GREY// 카멜레온에 걸려 죽은 거는 매우 깔끔한 결말이죠. 라푼젤의 손을 더럽히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왕과 왕비의 역할이 크고 작고와는 아무 상관도 없지 않나요? 사실 왕과 왕비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여기에 너를 애타게 기다리는 우리가 있단다 라는 메시지를 매년 보냈으니...

      저는 영화를 보며 디즈니가 이번 영화의 숨은 메시지로
      "나르시스틱한 부모와의 관계로 상처입은 어른들"을 겨냥했을거라 생각했는데
      듀겔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전혀 그런 반응을 못봐서 놀랐어요.
      메시지가 약했거나, 우리네 정서엔 그런 학대가 당연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서 글을 쓴겁니다.

      고델이 납치하지 않았으면 왕궁에서 더 빛나게 살았을 아이가 단지 탑 밖으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에 겨워하는 모습을 보며 불쌍하다고 느끼는게 당연한데, 어떻게 고델이 더 불쌍할 수가...
    • 엄밀하게 말하면 카멜레온이 죽인건 아니죠. 이미 땅에 덜어졌을 땐 뼛가루밖에 안남았고. 고델나이가 한 삼백살?
      탑에서 떨어뜨린건 디즈니 영화의 클리쉐이자 전통을 따른걸로 보입니다. 시각적 임팩트가 강하니까...
      또 자기가 그렇게 집착하던 라푼젤의 머리에 걸려 떨어지니 상징적이기도 하고요.
    • 저도 속이 다 시원하네요. 444
      영화같이 본 사람이랑 좀 더 복잡한 악당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고델의 애정은 그냥 애완동물대하는 듯한 정도였다고 하니까 상대방이 그것도 한참 못된다고..
      그런데 듀게와서 반응을 보고 놀랬어요. 이게 아닌데 내가 잘못 생각한건가?
      근데 원래 연쇄살인범이 주인공이 되도 영화라서? 동조하거나 이해하려고 하는 뭔가가 있는 거 같아요.
    • 논리적으로 당연하죠. 다만 그게 정서적으로 단박에 적대감을 나타낼 수 있느냐? 전 글쎄올시다, 라는 거고요. 지난 18년간 라푼젤은 욕망이 억눌러지긴 했지만 고델과의 모녀관계에 있어서 그렇게 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잖아요? 아무튼 그 시간 동안 쌓인 관계라는 걸 무시는 못할텐데 말이죠. 벌써 잘 기억은 안납니다만 고델이 가엽다는 분들이 많았나요? 라푼젤이 그 상황에서 적대를 갑자기 드러낸 게 이상하다는 분들이 더 많지는 않았는지?
    • 저라면 지난 18년이 생각나면서 엄청난 갈등이라도 때릴 것 같던데 말이죠?
    • 저라면 지난 18년이 생각나면서 18년동안 화가 날것 같아요; 매일같이 혼자놀며 바깥세상에 나가고 싶어하던 아이에요.
    • 3pmbakery// 전 "욕망이 억눌러지긴 했지만 모녀관계에 그렇게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주 큰 문제가 있었다는 거죠. 모녀관계가 아니라 SOS에 나올 착취관계였다고요. 밥 잘 먹여주고 잘 입히고 재워줬으니 그건 고마워해야 한다는 노친네스러운 의견이 놀랍다고요. 그건 박정희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말이나 똑같아요. 이대 성악과 교수에 대해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비록 가끔 폭행을 하고, 금품요구를 했기는 했지만 제자 졸업시키고 취직도 시켜주는 등 교수가 할 일은 다 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 저는 전반적으로 제인구달님 의견에 동의하지만 3pmbakery님과 같은 의견은 영화 속에서 고델과 라푼젤이 표면적으로는 I Love You 배틀도 펼치고.. 그 외에도 헤이즐넛 수프, 페인트 등의 설정들 때문에 아무리 그것들이 피상적이고 도구적이었더라도 착취관계의 본질을 단 번에 깨닫기 전까지의 갈등 내지는 혼란 상황이 따라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시는 말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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