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책기부 vs 헌책방 책판매

안녕하세요, 오늘 드디어 봄날씨가 완연해서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는 하루였습니다.

 

어제는 그 전단계로 집 대청소를 한 김에 서재정리도 같이 하면서 제가 더 이상 읽지 않을 책들을 기부 or 판매하는 것 중에 결정하려고 했습니다.

얼마전에 매우 감명깊게 읽은 김영하 작가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에 보면, 김영하 작가가 시칠리아로 떠나기 전에 서재정리를 한 후에

그 책들을 모두 헌책방에 판매하면서, "도서관에 보낸 책은 먼지쌓인 채로 방치될 수 있겠지만 헌책방에 보낸 책은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갈 것이므로 나는 시장의 힘을 믿는다" 라는 구절이 같이 나옵니다.

저도 이 구절에 상당히 공감을 해서 사실 헌책방에 책을 팔고 싶었지만 차가 없기 때문에 책을 실어나르는 것이 큰 일인 것 같아서 결국 "전화하면 책 가지러 직접 와준대" 라고 지인이 알려준 아름다운 가게에 그냥 기부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

그런데 아름다운 가게에 책 기부하는 과정에서, 저는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요약하자면

 

1. 홈페이지 상에서 책 기부를 하려면 어떻게해야 하는지 찾기가 쉽지 않았음 (더 열심히 뒤지면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몇번 클릭해서는 제대로 나오지가 않았어요)

 

2. 그래서 결국 대표 문의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오전 10시 경) "지금 통화량이 많으니 나중에 다시 전화해 주십시오" 라고 하면서 전화가 갑자기 끊어지더군요. 요즘 시대에 아직도 이런 전화응답 시스템을 쓰더군요. 대기시간이 얼마 더 걸린다던지, 혹은 전화번호를 남겨주면 연락해 주겠다던지, 이런 안내도 없이 그냥 끊어졌어요. - 여기서부터 열받기 시작

 

3. 인내심을 가지고 2~3분 후에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이 때는 어떤 직원분이 받으시더군요. 그래서 상황 설명을 했는데

1)  제가 사는 동네에는 월/수에만 책을 수거하러 가는데 이번주에는 물량이 다 차 있어서 다음주 월요일에야 갈 수 있겠다. (저는 이미 책을 현관문 입구에 높이 쌓아놓은 상황...이 상태로 1주일을 더 기다리라는 거죠)

2)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 언제 오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것은 그날 아침이 되어서야 알 수 있다, 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하더군요. 집에 하루종일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계획 예측을 하지 못하게 한채로, 그저 월요일 아침에 책 수거하는 사람이 전화를 할 테니 그 때 시간을 맞추시라, 라는 응답 밖에 상담직원이 반복하지 못했습니다.

3) 그래서 비합리적이지 않냐 라고 항의를 했더니 그러면 박스에 넣어서 집 앞에 놔 두시면 찾아가겠다, 라고 하더군요. - 폭발했습니다. 분실될 수도 있다는 걱정은 하지도 않는지, 이 책들이 그냥 버리는 책도 아니고 나름 소중하게 읽었던 책들을 "기부"하는 목적 자체를 이해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4. 그래서 저는 제가 아르바이트 하면서 번 돈을 쪼개서 + 월급으로 다른 거 안 산 대신에 사 모은 소중한 책을 시장의 힘을 믿고 헌책방에 파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으로서는)

 

물론 이 상담직원은 더 이상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아름다운 가게 자체의 운영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 현재 다수의 NGO 가 있고, 또한 앞으로 더 많은 NGO / 사회적 기업이 국민들에게 만족감과 자랑스러움을 주면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개선이 되어야 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재정적 투명성은 작년에 많이 지적이 되었지요) 일단 저는 기부자 (저 같은 일반 시민) 관점에서 철저하게 운영되는 것이 이러한 비영리단체의 Sustainable Growth 를 위한 반드시 필요조건이라고 강력히 생각합니다. (여러 단체의 기부자로서 각종 불만사항이 많았기에)

 

혹시 아름다운 가게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이 있다면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그리고 기부자에게 불만족스러운 감정을 주게끔 운영을 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는 헌책방 판매를 하기 위한 좋은 창구가 있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알라딘, 인터파크도 가능하다고는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름다운 가게에 종종 기증을 합니다만 시스템이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요일 별로 수거를 해 가는 게 오히려 효율적 이라고 생각하는 쪽 이고 방문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건 대부분의 일반 택배 회사도 마찬가지죠. 집에 사람이 없는 경우엔 집 앞에 박스를 쌓아 두라고 하는 데 저 처럼 하루종일 밖에 나가 있는 사람에게는 이게 정말로 편합니다. 분실이 걱정 되시면 아름다운 가게 주소로 대한 통운 택배 착불로 보내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두번 만에 통화에 성공하는 건 여타 통신사나 일반 쇼핑몰에 비하면 대단히 양호한 경우인 건데 이건 절대적인 비교는 좀 힘들겠네요. 결론은 많이 소중하게 생각 하시는 책 이면 차라리 헌책방에 파는 게 나으실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 쪽도 대부분 택배 거래가 가능할 겁니다. 번거롭게 들고 나를 필요가 없지요.
      + 비영리 단체와 기부자의 관계에 대해서는... 글쎄요. 아름다운 가게 정도면 저는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 하는 거 라고 생각합니다. 기부나 기증은 말 그대로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거고 비영리 단체는 서비스 업종은 아니니까요. 기부 하는 쪽이 조금 더 움직여도 괜찮지 않을까요. 물론 책은 처치가 쉽지 않은 부피와 무게라는 데는 동의 합니다만.
    • 들개/네..근데 저는 돈의 액수는 중요하지는 않아서요. ^^; 제가 즐겁게 읽었던 책들인 만큼 (비록 소장용 가치만큼은 아니었지만), 다른 분들께도 잘 읽힐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몰락하는 우유/몰락하는 우유님 글을 읽어보니, 제가 상당히 흥분한 상태에서 쓴 티가 많이 나서 좀 송구하네요. 대한통운 택배 착불로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는 방법을 안내 받았더라면 서로서로 기분좋게 ok 할 수 있었을텐데, 통화과정에서 다소 일방적으로 시간을 통보(?) 받는 기분이 들어서 불쾌한 느낌을 가졌던 듯 합니다. 내일 다시한번 아름다운 가게와 통화해 본 후에, 헌책방 대안을 모색해 봐야 겠네요. 조언 감사드립니다. :)
    • 링컨/저도 그 장서가분들의 관점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됩니다. 책을 잘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된 하루네요. 감사합니다.
    • 야구소녀 / 아름다운 가게 홈페이지가 좀 불친절하게 구성 되 있는 건 맞습니다. 저도 한두번 기증 해 보고 나서야 익숙해 졌으니까요. 그리고 전화는 말씀하신 대로라면 상담원이 미숙했던 거네요. 소중하게 보셨던 책인 거 같은 데 아름다운 가게나 헌책방 보다는 정말로 이 곳에 벼룩을 하시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싶긴 해요. 굉장히 번거로워 진다는 게 최대 단점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잘 해결 되시길 바랍니다. :-)
    • 몰락하는 우유/네, 감사합니다! 예전에 아름다운 가게에서 책을 몇권 구입해 본적은 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기부하는 입장으로서 배우는 계기가 되네요. 기부 성공한 후에 다시한번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
    • 저도 손은 많이가지만 인터넷 판매후 기부를 추천드리려고 했는데, 금액 문제가 아니고요. 아름다운 가게 사정은 모르지만 주변의 thrift store의 경우를 보면 책이 부피를 차지하는 상품이라서 그런지 조금 있다가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팔더라고요. 이해는 가요. 한정된 공간에 계속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리고 물론 전 덕분에 횡재를 한 적이 몇번 있지만 책에 애착이 있는 분들은 슬플 것 같기도 해서요.
    • 그래서 e-book 이 진리인거라능 (딴소리). 전 그냥 동네 폐지수집 어루산께 기부해요. 제가 읽은걸로 갸는 뽕을 다 뽑은(힌)거라능
    • http://www.nl.go.kr/sun/index.php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책다모아'라고 장서기부를 받아 희귀본이나 도서관에 없는 책은 소장하고,
      그외의 책들은 병영문고, 작은 도서관 등에 재기증됩니다.
      착불로 택배 보내시면 받아준다네요.

      이런 제도도 고려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알라딘/인터파크 헌책방도 그렇게 금방 수거하러 오진 않는답니다. 홈페이지에 목록을 올리고 나서 대략 3-4일 가량 걸리는 듯. 물론 그때마다 다르긴 한데요. 지난 번엔 생각보다 너무 빨리와서 택배기사님 앞에서 포장했다는...ㅠㅠ
    • loving_rabbit/loving_rabbit 님 글을 읽어보니, 또 이런 면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네요...(이전에 아름다운 가게에서 책을 샀을 때는 얼추 표지정가의 30~50% 가격에 팔더라구요) 기부하려 모아둔 책들을 다시한번 분류해 봐야 겠네요.
      being/아 저도 아이패드 구입 후에는 e-book 정말 좋아합니다. 한글책 시장이 제발! 좀 더! 빨리! 크게! 형성이 되었으면 하지요. ^^
      좋은사람/와 좋은 정보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런 좋은 제도도 있었네요. 더 널리 홍보가 되어야 할텐데
      초록미피/택배라는 것이 참 편리하면서도 시간 조율을 하기가 참 어려워요. ㅠ_ㅠ 공감합니다.
    • 좋은 조언과 정보, 댓글 + 쪽지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만약 이 글을 안 올렸더라면, 계속 마음 속으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궁시렁 거리면서 혼자 끙끙 앓고 있었을 겁니다.
      덕분에 제가 몰랐던 정보습득은 물론, 책 + 기부라는 것에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을 익히고 또 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역시 듀게 최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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