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록" 오랜만에 보고 - 죽어도 못알아듣겠는 영어로 가득찬 영화, 어떤 번역이 맞을까

여러 악평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마이클 베이 감독의 이후 작품에 많이 실망했음에도, "더 록"은 여전히 저에게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극장에서는 한 번밖에 안봤지만 비디오 대여점에서 테이프를 구매한 첫번째 영화네요. 하도 봐서 테이프 씹혔습니다. 그 후에도 여러 경로로 봤어요. 가장 최근엔 이번주에 케이블에서 방영하기에 봤습니다.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이젠 확실히 처음 몇 번 볼 때의 박진감은 없더군요.

 

좋아하는 영화인만큼 정말 수없이 봤고, 스크립트를 구해서 읽어보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영화를 보니... 전혀 못알아 듣겠더군요. 군인들끼리 주고받는 말이라 알아듣기 어려웠을 수도 있고, 숀 코너리의 영국식 발음이 안익숙했을 수도 있고, 하여간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정도로 많이 봤으면 좀 들릴 법도 한데 정말 안들립니다.

 

그리고 저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더군요. 여기 저기에 자막을 보면서 갸우뚱 하는 지점이 깔려있었습니다. 예전에 봤던 내용과 번역이 다른겁니다.

 

예를 들어, 존 메이슨(숀 코너리)을 감옥에서 꺼내주자, 존은 고급 호텔에서 이발을 하고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타일리스트가 불려오는데, FBI 국장이 가위를 빼앗으며 커터기(바리캉)만 쓰라고 하지요. 스타일리스트가 항의하자 "가위를 주면 당신을 죽일 수도 있어." 라고 겁주는데, 이 때 존 메이슨이 등장하면서 한 마디 합니다.

 

제가 예전에 봤을 때는 분명히 "커터기로는 사람을 죽일 수 없지." 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주에 봤을 때는 "커터기로는 잘도 못죽이겠군." 이었어요. 의미가 정 반대잖아요?

 

스크립트를 찾아보니 원 대사는 이렇군요. 정말 이대로 읊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I can't cut anyone's balls off with a trimmer now, can l?


음.. 원문을 읽어봐도 어떤 번역이 맞는건지 모르겠으니 안들리는 건 당연한가요 ㅡㅡ;;

    • 직역 스타일로 옮기자면...
      "(제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런 다듬기용 도구로 누구 불알이라도 따버릴 수 있겠느냐" 정도의 뜻입니다. (19금? 단어 죄송)
      그러니까 "커터기로는 사람을 죽일 수 없지"가 일단은 맞을 듯 싶습니다.
      근데 뭐 몇분 안돼서 그 말을 간단하게 뒤집는 상황이 벌어지니 (스포일러도 죄송)
      번역가가 그 대사에 일종의 거짓말을 암시하는 뉘앙스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뭐 크게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있는 걸까요?
    • now가 붙는 걸로 봐서 "이젠 (나이가 들어/감옥에서 오래 썩어서) 트리머로는 xx도 딸 수 없어"의 의미인 것 같아요. lyh1999님 얘기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고요.
    • 다른 의견을 제시하자면,
      직역하자면 "내가 바리깡으로는 fireball 도 못 딴단 말야?" 라는 소리가 되겠고
      의역하자면 (필요하다면) 바리깡으로도 얼마든지 해치울수 있다는 농담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커터기로는 잘도 못죽이겠군." 이 좀더 맞는 번역이 되겠죠.
    • "바리깡(이발기?)으로는 못 죽이고?" 정도 되지 않을까요?
    • lyh님 말씀대로 뒤에 상황으로 봐서 거짓말이라면 이젠 못한다는 이야기 아니에요?
    • 어렵네요. 당시 상황이 힘없고 불쌍한 척 하면서 친 대사였다면 "이젠 늙어서 못죽여. 안심해." 라고 뻥치는 게 되겠는데, 실제 영화로 보면 능글능글 쪼개면서 이야기 하거든요. 태도를 봐서는 "못죽일거같냐?" 쪽에 더 공감이 가긴 하는데, 앞뒤 없이 저 문장만 누가 던져주고 번역해보라고 하면 "이젠 못죽일거야. 혹시 가능할까?" 정도로 번역할테니...
    • 저도 두번째 번역이 더 정확한 의미전달인듯 싶습니다.
      직역에 가깝게 옮기자면 (비아냥대는 투로)이젠 바리캉으로 XX 따는짓은 못하겠지. 아닐라나? 정도 아닐까요?
    • 두가지 다 맞는 거 아닌가요? 두번째가 의역을 좀 하긴 했지만. 첫번째 것 뒤에다 "(죽일 수)있을까?"를 덧붙이고요.
    • 둘 다 받아들이기 나름으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XX은 못까지(만 죽일 순 있다)" 쪽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 now는 꼭 짚어줘야할듯
    • 첫번째 번역(순수 직역)이 좀 더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영화 장면을 보면, 이 앞장면에서 이발사에게 면도칼은 커녕 사소한 가위 하나도 제대로 못쓰도록 FBI가 일일이 통제합니다. 특별한 이유도 안가르쳐 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발사가 막 불평을 합니다.
      이 꼴을 보고 존 메이슨이 비아냥 거리는 겁니다.

      "이제 바리깡 밖에 없으니까 사람은 못죽이겠네. 그렇지?"

      그러니까, 이 말에 숨어 있는 뜻은 머리 깎는 가위로 사람이라도 죽일까봐 그렇게 유난을 떠냐? 라고 그 앞 상황을 비웃는 겁니다.

      재미난 점이자, 각본의 정교한 점은, 이 다음 대목에서 존 메이슨은 "커튼에 연결된 비닐끈"으로 난리를 치며 탈출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 이 대사는 결국, "아무것도 없는 맨손이라도 나는 사람을 죽이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단다, 아가야." 라는 복선으로 결국 기능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더 록"이 듀나님께서는 살짝 혹평도 곁들이신 편이지만 각본의 세부가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 국내 "더 록"팬들은 "더 록"에서 기억에 남는 번역으로 대부분 SBS 방영 더빙판에서, 폭파해서 날아온 전차에 부딛혀 니콜라스 케이지의 페라리가 박살이 났을 때 오토바이 타고 길가던 사람이, "페라리가 떡이 됐네요."라고 말하는 부분 꼽지 싶습니다. 이거 좋ㅎ아하는 사람 의외로 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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