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저녁먹으러 갔다가 폭격맞았어요. 갑자기 남편님이 대화중에 합가에 대한 얘기를 꺼냈고 어머님이 호응하셨어요. 집만 넓다면 같이 살고 싶다고.+니(저예요)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근데 전 아니예요.ㅠㅠ
일단 남편님이 외아들이니 궁극적으로는 모시게 될테지만 그건 두분중 어느한분이 먼저 돌아가시거나 거동이 불편하셔서 자식의 손길이 필요한 때를 전제한거거든요. 두분다 좋은 분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건 역시 시댁식구는 시댁식구일뿐이라는 결론이예요.
게다가 전 스무살부터 친정으로부터 독립해 살아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고 간섭받는걸 못견디는 편이죠.그런데 이제와서 뜬금없이 친부모도 아닌 시부모와의 합가라뇨. 결혼제도의 모순이..ㅠ
물론 당장 합가는 아니라도 제 의사표현을 분명히 해야겠기에 집에 온후 남편님과 2시간 가량 토론했구요. 전 왠지 감정적이 되어서 조금 울었어요. 남편님은 자신의 말실수를 사과하고, 니가 okay하지 않는 이상 합가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나갔는데요. 전 잠이 안 오네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다면 제가 희생해야(마음을 바꿔야) 하는걸까요?
상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말씀하신 남편분이 좀 잘못하신거 같지만 사과하시고 원하지 않으신다면 합가 안하신다고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요즘은 부모님들도 처음에는 합가해서 같이 살다가 다들 후회하시고 결국 나중에 따로 살고 하는 경우들이 많더라고요. 같이 살면 서로서로 불편한 부분들이 많이 생기니까요. 저희 어머니만 해도 특별하지 않은경우 결혼한 자식과는 절대 같이 살면 안된다고 하시더군요.
다만, 아무리 좋고 온화하고 이해심많고 아량넓으신 시어른들이라 하시더라도 '내'부모는 아니며 그 것은 얇디 얇은 막으로 존재합니다. 게다가 합가하게 되면 여성의 마음 속에는 "너님,은 편하고 좋겠지. 네가 살았던,부모님과 함께 사는, 네 집이니까 하지만 나는.." 이라는 것이 뭔가 서운한 일이 생기면 모락뭉게 피어오를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어르신들도 '한 소리' 하고 싶지만 '며느리' 라는 것 때문에 참고 삭히시다 속병이 나실 수도 있고(어머님 미안-) 그러다 어느 날 한 소리 하시게 되면 며느리는 또 '별 것도 아닌 일인데 너무하신다' 라는 생각이 울컥(제 부모에게도 하는 생각이죠 이건 사실. 하지만 제 부모에게는 "엄마! 너무하잖아!" 하고 터뜨리고 얘기할 수 있는 일이 시어른께는 안되니까요..) 들면서 서러워지는데 그 와중에 남편은 '나 오늘 회식 고고-' 하면서 늦게 하고..
뭐 이런 일이 생기거나 하면 양 측(며느리 & 시어른) 에 우울증과 짜증과 울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 뿐이에요.
저 8년째 살고 있는데 별 일 크게 없이 잘(..내 생각에만-_- )살고 있습니다. 다만, 서로 불편함을 감수할 자신이 있고, 양 측 다 성격이 좋으며(내가 성격좋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시어른들과 함께 어울렁 더울렁 잘 지낼 자신있고, 외로웁고 슬퍼도 나는 안울어 캔디 정신이 투철 하시다면.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