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보았습니다.

0. 컨셉

프로그램이 방영하기 전 이런 방송을 한다는 광고가 나갈 때는 먼저 '황당한 컨셉이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심 깊게 정보를 찾아본 것은 아니라서 대체 어떤 시스템으로 평가를 할 것인가 의아했습니다.

막상 프로그램을 보니 관객들의 선호도에 따라서 표가 갈리는 시스템이라 가수 개인의 가창력보다는 그의 인지도와 어떤 곡을 만나느냐 하는

운빨이 좀 필요한 시스템이더군요. (그렇지 않으면 좀 어려운 컨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력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결국 운+인지도가 더 많은 부분을 좌우한다고 생각되기에

"나의 누구는 꼴지할 사람이 아니라능 꼴찌 준 사람들의 귓구멍이 막힌거라능"하고 쉴드 치는 정도가 아니라면

누가 떨어지더라도 어느 정도는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실력차가 너무 현격하면 어쩔 수 없지만요. ^^

 

1. 편집

다른 분들의 감상을 봐도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편집에서의 문제인데.

일단 런칭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접어주더라도 노래 중간에 자꾸만 보여지는 리액션들은 그냥 '넣어둬'라고 하고 싶습니다.

일단 노래가 끝난 후에 리액션들을 편집해서 보여주는 것 만으로 괜찮을 것 같습니다.

(노래 한 곡 당 4분 잡고 7명이면 28분입니다. 어제는 1시간 30분 정도를 방송 했으니 산술적으로는 노래를 풀로 보여줘도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고 이는 예능으로서의 리액션에도 충분한 시간이 라고 생각합니다. 런칭이라 길었다 치더라도 1시간 남짓한 시간이라면 최소 30분은 여유가 있으니까요.)

아마 앞으로 프로그램 포멧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시청자들의 피드백도 받아가며 조율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직은 주말 황금시간대의 "예능" 프로그램시간에 투입된 거라 음악프로그램과 버라이어티 쇼의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첫방인걸요^^)

어쩌면 첫 방송이고 일단은 본인들 곡이라 다들 처음 들어보는 게 아니니까 이런 편집을 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 사소한 걸지 몰라도 작사,곡도 표기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진행

이소라의 진행은 아주 좋았습니다. 관중들과의 호흡도 좋았던 것 같고(물론 실제로 방청을 한 사람들의 느낌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가수들의 소개라든가 리액션도 좋았고 심지어 개그감도 좋습니다. 세간에 아주 예민하고 독특한 성격이라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란 이미지로 알려진 것에 비해 진행할 때의 그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인 것 같습니다.

 

3. 가수들

처음 이 프로그램에 나온다는 가수들의 이름을 들었을 땐 "정말? 이 사람들이 정말?"이라는 어리둥절함이 앞섰습니다.

자기분야에서 나름 관록을 쌓은 사람들이 굳이 이런 컨셉으로 나올 필요가 있는가 했는데 한편으로는 그 만큼 현재의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이 아이돌에 점령당해서 그들이 황금 시간대에 설 자리가 별로 없었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이소라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는 정말 가수와 노래가 혼연일체라는 느낌입니다. 이별의 어느 시점에서도 느껴지는 그 스산함. 아니 때로는 이미 지나쳐 버린 옛기억 속에서도 문득 떠오르는 아련함이 느껴집니다. 이번 7인의 공연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전 이소라를 꼽겠습니다. (취향이니 존중해 주세요.^^)

 

정엽 "Nothing Better"

아이돌들이 이 곡을 참 많이 부르는 것 같았는데 오리지날의 느낌은 역시 넘사벽이더군요. 특히 "Than You~~"하는 부분에서 끊어질 듯 가늘게 뽑아내는 음색은 일품이었습니다.

 

백지영 "총 맞은 것처럼"

제 안에서의 이미지로 따지면 백지영씨가 가장 밑으로 분류될 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특정곡에서의 호소력은 그가 대중가수로 성공한 원동력이었다는 걸 느끼게 해준 무대입니다.

위탄으로 비교를 하자면 양정모씨는 노래 자체는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감정의 움직임을 느끼긴 어려웠습니다. 호소력이 없달까 개성이 없달까 건조했죠. (담백과 건조는 많이 다릅니다.)

그에 비해 백지영씨는 가사 전달력이 정말 좋습니다. 저음부분에서 불안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김범수 " 보고 싶다"

한 때 노래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고르고 좌절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창력 甲으로 칭송 받기도 하는 만큼 괜찮은 무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별반 할 말이 없네요.^^;

 

YB "It Burns"

다들 발라드를 할텐데 자기마저 그럴 수는 없었다며 인지도가 떨어지는 곡을 들고 나온 선택에 박수를 칩니다. 역시 락스피릿! ^^

지르는 창법 밖에 못한다며 면박을 받은 적이 있는 걸로 아는데(아마 이문세씨가 러브레터에서 웃으며 친 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것이 이미 그만의 개성으로 자리 잡았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락이잖아요^^

 

박정현 "꿈에"

제게 박정현의 이미지는 '과시형 보컬'이란 느낌이 강했습니다. (남자 보컬 중에는 조규찬의 스타일이 과시형이라고 느낍니다. 싫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조금 더 담백하게 불러주면 좋을텐데 기교가 과하게 들어가서 감동하려다가 마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좋은 가수이고 좋은 노래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애정할 수는 없었는데 그런 제게 박정현을 다시 보게 만들어준 노래가 바로 "꿈에"라는 노래였습니다. 노래의 드라마틱한 구성이 박정현의 보컬과 잘 어우려졌다고 할까요. 하지만 이번 7인의 무대에서는 제일 컨디션이 안좋았던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드라마틱한 창법과 노래라서 점수를 많이 받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그래도 그의 명성에 비하면 아쉬운 무대였던 것 같습니다.

 

김건모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역시 관록의 국민가수입니다. 유일하게 백댄서와 함께 나왔고(김건모 曰 "걔들 아무 것도 한 거 없어."^^) 또한 유일하게 새로 편곡을 해서 불렀습니다.(공연을 가본 적이 없어서 공연용으로 예전에 편집해 둔 레파토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여유가 느껴지는 것은 20년의 경력과 빠지지 않는 노래실력이 뒷받침 해주기 때문이겠죠. 위탄식으로 말하자면 관객 장악력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역시 압도적이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그와 시대를 양분했던 발라드의 제왕 신승훈은 같은 방송사에서 멘토로서 선생으로 대우 받으며 있는데 비해 여전히 개구쟁이 같고 악동 같은 면을 갖고 있는 김건모의 캐릭터가 독특하기도 합니다.

 

4. 마무리

평소엔 보기 어려운 '가수'들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만도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처럼 본방사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의 호감도 보다는 실제로 리모컨을 손에 쥔 주시청자층의 공략이 더 중요하겠지만요^^

아무튼 다음 주 방송이 기대됩니다. 초반에 좀 갈팡질팡하더라도 길을 잘 찾아서 정착했으면 좋겠습니다.

 

 

감기 때문에 헤롱거리면서도 잉여력이 폭발해서 써봤네요^^

    • 저는 지금 유튜브에서 노래 부르는 것만 몇 개 봤는데 진짜 이건 아니네요.
      어차피 최고의 가수들에게 경쟁구도로 서바이벌을 시키는 것도 무의미하고, 이런 방법으로 좋은 공연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고...
      차라리 가수들에게는 홍보용이고, 시청자에게는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총출동해서 반가운 가벼운 쇼라고 생각하고 볼 수 있다면 그냥 괜찮을 것 같아요.
    • 인지도나 대중성으로 순위가 가려질 것 같아요. 이러면 노래를 잘 부른다는 의미가 없어지겠죠.

      알짜를 다음 주로 너무 많이 미룬 감이 있지만 어제 영웅호걸 재밌었어요.

      유인나에 대한 사심 가득한 훈남 공군 장교님이 멜로 드라마 찍으셨죠.

      그런데 얼핏 봐도 중요한 기지와 기체를 막 공개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 무한경쟁 시대에 어울리는 컨셉 아닌가 싶어요. 그만큼 MBC가 천박해져가고 있다는거고. 결국 어떻게 저런 정상급 가수를 서열화 하냐 어쩌냐 하는 소리는 아마 조만간 쏙 들어갈겁니다. 우리가 무한경쟁 시대에 적응했듯이 말이죠. 나훈아나 이미자 같은 분도 나와서 서열을 매겨야 완벽할텐데ㅋㅋ
    • 어차피 나는 가수다는 상업적인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만든(시청률을 위한) 가벼운 쇼일 뿐이죠 맞습니다
      어디서 본 트윗 멘션으로 라라라와 수요예술무대를 버린 MBC가 잊혀진 음악이나 음악인들을 살리겠단 기획의도로 지금 프로를 만들었단
      생각을 하는 건 순진하다고 하던데 맞다고 생각하고요. 사과식초님 말대로 지금의 경쟁시대에 맞는 컨셉, 혹은 그저 하나의
      유행테크(쏟아져 나오는 오디션 컨셉프로그램)를 탄 것뿐이겠죠. 그렇지만 뭐 서열화하냐 어쩌냐 하는 소리는 여전히 남아있진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불편해하는 음악가들도 꽤 되더라고요.
    • 태클은 아니구요. 'and you'가 아니고 'than you'로 알고 있는데...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서요.
    • 저는 잘만 만들면 MBC를 살려줄 수 있을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일단 저기 나간 것만으로도 영광이 되는 가수들을 계속 섭외해야겠죠. 그리고 공연의 묘미를 살리고 개그맨들의 개입은 적절한 수준에서 차단/유지 시켜야 할 것 같구요.

      그리고 저는 오히려 정식 트레이닝도 못받은 아마추어들 오디션하면서 독설 내뿜는 것이 더 불편하더군요.
    • 7옥타브 고양이 // 잘못 썼네요. 하하.^^; 암파인앤듀?? 때문에 각인되었나봐요ㅠㅠ
    • '주말황금시간대에 가수들이 나와서 공연을 한다'는게 가장 큰 메리트죠.
      서바이벌 형식은 시청자들의 관심도와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있고요. 지금까지는 충분히 성공적인 선택이죠.
      이정도 맴버라면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가수들의 말처럼, 실력있는 가수들이 멋진 공연을 펼치고 탈락에 연연하지 않는 의미있는 무대로 자리잡는다면 예능의 판도를 한번 흔들만한 기획이라 생각됩니다.
    • 영화처럼 // "이 정도 멤버라면"하고 합의 가능한 가수가 계속 나와줘야 한다는 점이 걸리긴 하지만
      오디션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 떨어졌다고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풍문에는 5회 1등(연속인지는?) 하면 개인 공연을 방송해준다고 하던데 이럼 메리트 제법 있죠.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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