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한 라이브와 최고의 라이브

밑에 박정현 씨의 라이브에 대해 경탄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러니까 생각나는 몇몇 라이브들이 있습니다.

사실 가수의 노래를 직접 듣는 일에 별 흥미가 없는지라

제 인생에 라이브 콘서트에 간 것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상하게도 듣고 나서 만족했던 라이브가 별로 없던 거 같아요.

아마도 내 귀가 워낙 저질이라 그런 것이겠지요.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실망한 그 가수분들이 다 한가닥 하시는

분들이거든요.

 

하여튼 실망한 가수들 중에 가장 먼저 생간나는 가수가 이은미 씨...

나는 지금도 이 분이 왜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가요.

물론 노래를 잘 하는 건 분명한데 그렇게 받들어 모실 정도로

잘 하는지는 정말 모르겠더라구요. 맨발로 뛰는 건 인상적이지만

목소리가 터진다는 느낌도 없고 하여튼 사람을 압도할 수준은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제 주관이에요. 솔직히 이은미씨

성격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구요. 자기만 잘 부르면 되지 왜 다른

가수들보고 그건 가수가 아니네, 뭐네 하는지... 한두 번이면

몰라도 자꾸 그러니까 좀 그렇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정말 큰 돈 들이고 갔다가 실망한 가수가 바로

장사익 입니다. 저는 정말 장사익 팬이었어요. 씨디가 닮도록

듣고 또 듣고, 술 취하면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고 한 저였는데...

그 소리를 직접 내 귀로 듣고 싶어서 저로선 거액을 내고 갔던

콘서트... 지금은 그 장소가 기억은 안나지만 아주 큰 공연장이었어요.

그런데... 평소에 씨디로 듣던 그런 파워가 아니더라구요.

아니 솔직히 좀 답답했어요. 씨디에서는 정말 우렁차면서도

저 뱃속 깊은 곳에서 끄집어 올리는 '소리'가 기막혔는데 아....

아마 음향이 못 받쳐줬겠죠. 그랬을 거예요.

나중에 로비에서 인사할 때보니까 조정래 선생, 김근태 선생 등이

꽃다발도 주고 서로 껴안기도 해서 좋은 구경은 했지만...

하여튼 그 뒤로는 이상하게 씨디도 잘 안듣게 되더군요.

 

그리고 또 좀 별로였던 분이 그 유명한 한영애 씨...

이 분은 실망은 아니고... 좀 저랑 맞지 않았던 거 같아요.

거의 십오년도 더 전에 한번 들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실험적인 신곡들만 부르대요.

제가 아는 노래들은 메들리로 끝내버리고...

사실 무대는 정말 압도적이었어요. 와, 저렇게 부를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콱 조지는데... 너무 실험적이어서...

어떤 노래는 거의 10분은 되는 걸로 기억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귀신 소리 같은 처절한 괴음을 지르더라구요.

하여튼 실망...

 

제일 뻑 갔던 라이브는... 사실 라이브가 아니라 딱 한 곡을

들었는데, 대학 때 어느 저녁에 밥을 먹고 어슬렁 거리는데

아까부터 어디선가 음악이 들리더란 말입니다.

운동권 노래여서(제가 좀 오래된 학번임) 전 그게 학생회에서

음향좋은 스피커를 틀어놓은 건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운동장에서 하는 공연이였어요. 그래서 냅다 뛰어가서

봤더니 바로 안치환... 사실 그때 안치환은 그냥 노래 잘 부르는

운동권 가수였어요. 그래서 학생들도 별로 없었고... 한 백여 명

됐나... 아주 조촐한 공연이었는데 그것도 거의 끝나가는

분위기였습니다. 투쟁가 한 곡을 마치고 나서 안치환 씨가 마지막 곡은

분위기를 좀 바꿔 보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때 거의 무대 앞에 서

있었어요. 안치환 씨하고 한 2~3미터 떨어졌나.

다른 노래와 달리 백 뮤직을 녹음 테이프로 틀었는데

굉장히 느낌이 좋더라구요. 그게 바로 <소금인형> 이었어요.

와우... 정말 바로 앞에서 노래를 듣는데... 온 몸에 전율이 돋더군요.

가수가 이래서 가수구나... 싶었습니다.

그 어스름한 저녁에 초라한 무대 앞에 서서 딱 한곡 들었던

그 노래가 제가 기억하는 최고의 라이브였어요.

 

물론 이건 제 주관이 잔뜩 들어간 평가니까

위의 기라성 같은 가수분들의 노래 실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명성황후>를 보다가

하두 지루해서 잠이 들었던 사람입니다. 국민뮤지컬이라고

해서 봤더니... 아웅... 그때 하도 상처받어서 10년 동안

뮤지컬 안 봤음... <건달과 아가씨>는 재미있게 봤는데...

 

 

 

 

 

  

 

 

    • 전 최고는 지난 GMF때의 이소라.수많은 처자들의 눈물로 잔디가 소금밭이 되었습니다. 닭똥처럼 뚝뚝뚝.
      윤도현은 별로였어요. 아마 다른 공연에선 죽이지 않을까 싶은데, 제가 본 날이 유독 성의없었고요.

      아아. 최악은 페퍼톤스랑 하바드요. '힘을 내 힘을 내' 관객들이 외칠 정도로 펩톤은 둘다 라이브 최악인데, 여전히 귀엽긴 해요.
      반면 하바드는 정말 좋아했는데 라이브 본 후로 몽창 다 버리고 싶습..
      • 헛 저도 최근 본 라이브 중에선 이소라 최고, 펩톤 최악이었어요.ㅎㅎ
    • 한영애 같은 경우 독집 내기 전에 연극배우 및 야인생활 할때 듣고산 음악이 장난아니게 실험적인 것들이었죠. 그런 면이 발현된 것이겠죠. 언젠가 작정하고 그런 앨범 내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저는 이은미를 신촌블루스 시절에 두번인가 봤는데 신촌블루스에서 노래 일곱번째 아니면 여덟번째로 잘 부르는 가수(^^) 정도로 각인이 되어 있어서 실력파 가수라며 어깨에 힘주는 걸 보면 '흐음... 그 후에 많은 발전이 있었나보군~'하는 생각이 듭니다:-_) 개인적으로 이은미 최고의 곡은 이성우의 '미아리'라고 봅니다.

      확실한 건 아무리 라이브 실력이 뛰어난 가수/밴드도 엉망인 날이 있다는 거죠. 또 어떤 식의 음악이나 편곡은 라이브로 들으면 지루할 수밖에 없고요.
      저는 slayer 공연을 두 번 봤는데 (두번 다 dr 보스타프) 한번은 제 평생 본 공연 세 손가락에 꼽을 살벌한 라이브였고 한번은 정말정말 재미없고 후진 라이브였습니다.
      재작년에 외국에서 본 코코로지는 정말 최강이었는데 몇달전 서울 공연은 실망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게 후진 수준이었고요.
      exciter 투어 당시의 디페쉬모드 공연도 정말 별루였습니다.(오프닝으로 나온 fad gadget이 백배 낫더라는... 근데 몇달 뒤에 fad gadget 죽더라는..ㅠ.ㅠ) 진짜 신날줄 알았던 리빙칼라도 의외로 공연이 지루했고요. 괜히 혼자 찡했던 건 모터헤드^^.

      암튼 나이가 들수록 공연을 보고 나올때마다 '내가 또 공연구경 가나 봐라'하고 다짐하는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래도 또 가니 문제이지만...
    • 투쟁가 하니까 생각나는 꽃다지... 언젠가의 메이데이 전야제에서 우연히 봤는데 그냥 넋을 놔버리게 지르더군요;;
      라이브로 다시 보게 된 가수는 이승환씨가 있네요. 대학가요제 방청갔다가 우연히 직접 봤는데, 이 분 TV로 보던 것과는 완전 다르던걸요.
    • 페퍼톤즈의 뎁이 부른 노래는 씨디로 들으면 그렇게 상큼하고 좋은데..라이브 실력이 너무 안습이에요.라이브 여태 몇번 봤지만 항상 별로였어요.국내 뮤지션 공연은 많이 다녀서 라이브로 감동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았고 해외 뮤지션 라이브 공연에서 제일 감동하고 전율이 일게 했던 공연은 메탈리카 공연이었어요.메탈리카보다 더 좋아하는 밴드의 내한공연도 많이 봤지만 메탈리카는 정말 레전드였어요.
      실내 공연도 아니고 잠실 주경기장이었는데 너무 멋있어요.
    • 유니스/ 이소라 그 날 정말 대단했죠.
    • 전 장사익씨 공연보고 너무나 소리가 크고 아름다워서 바로 팬이 되었어요.
      주위에 장사익씨 모르던 분들도 전부 감탄을 하면서 같이 봤었는데...
    • 저는 수잔 베가 공연 갔다가 경악했어요. 소위 읊조리는 보컬인데... 그렇게 성량이 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읊조리실 줄이야. 강한 개성으로 성공한 사람이라도 기본기는 무시 못하는구나 하는 걸 느꼈죠. 비슷한 걸 느낀 게 김윤아 라이브. 다들 따라하는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들으니 울림이 장난 아니었어요.
    • 모터헤드 작년 혹은 재작년엔가 봤는데 담배 백대쯤 줄로 피우고 나오셨나 했어요 ㅎㅎ
      실망했던 공연은 노라 존스 - 라이브로 들으니까 앨범처럼 미성도 아니고 노래도 굉장히 잘한다 싶지는 않았어요. 무대에서의 존재감이랄까 그런 것도 별로 없었고.
      생각외로 좋았던 건 뮤즈 - 라이브도 좋고, 무대도 멋지고, 관중 호응도 괜찮았어요.
    • 저도 장사익 선생님 공연 보고 소리가 정말 크고 아름다워서 눈물 펑펑 쏟았어요.
      사뿐사뿐 박자 맞추던 발장단도 어찌나 곱던지..CD로 들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었어요.
      스피커가 안 좋았나봐요. 그랬을 거예요.
    • 흑흑... 정말 스피커가 안 좋았나 봅니다. 제가 원래 왕팬이었는데, 그런 거겠지요. 와, 그런데 공연들 많이 보시는군요. 역시 가수는 무대에서의 실력이 진짜 실력인 거 같아요. 그것도 어느 무대에서든 평균 이상을 유지한다면 더 실력파겠죠.
      저는 못 가봤는데 조용필 씨 라이브를 직접 들은 사람치고 실망한 사람 없다고 하데요. 언젠가는 꼭 가야지.
    • 윤도현이 누군지도 모르는 때였는데, 어느 대학 축제 갔다가 혼자서 어쿠스틱 기타 하나 달랑 매고 나와 옛날 팝송을 부르는데 완전 압도됐던 기억이 납니다.
    • 최고는 여럿 생각해야하는데 최악을 생각한다면 저도 페퍼톤스. 페퍼톤스는 꼭 시디로 들어야 해요. =_=
    • 전 제가 돈주고 본 첫 콘서트가 이소라 콘서트여서 아직까지 이소라 콘서트를 잊지 못해요.
      1집내고 막 활동할때, 대학로 소극장공연이였는데, 너무 좋았다는...
    • 저에게 최고는 07년 버드락때 본 스타세일러요.
      스타세일러를 원래 좋아하긴 했는데 제임스 월시가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지는 그때서야 새삼 제대로 느꼈어요.
      매너도 대박이었고, 분위기도 정말 좋았고
    • 페퍼톤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이브 진짜 안습의 절정이죠 저질 라이브의 궁극
      전 역시 부산 락페에서 본 YB랑 학교축제에서 본 노브레인이 제일이었어요. 음향 그런거 상관없이 그냥 그때는 미친듯이 뛰어놀았던듯.
    • 이승환 콘서트가 갑이죠.
      본공연 4시간에 앵콜만 30분. 일단은 공연시간부터 입장료가 아깝지 않고,
      중간에 초대가수 나와서 노래 한곡 부르는 시간을 제외하고 4시간 넘게 무대를 날아다니더군요.
      탁월한 연출에 콘서트에 맞게 재편곡한 곡도 많고, 콘서트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했습니다.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5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9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6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1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7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