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에 대한 실망

제가 대학이란 곳에 너무 환상을 가졌다가  들어와서 그런지, 오고 나서는 거의 실망 뿐이었어요.

경직된 선후배 관계, 강압적인 과 행사 등등..

그 중에서도 최고로 실망스러웠던 것은  '교수'라는 존재에 대한 것이네요.

 

 

들어오기 전에, 저에게 교수란 존재는 지식의 상아탑의 최고봉에 앉아있는 너무나 훌륭하고 우월한 존재라서, 학생들과는 

차원이 다른 신성한 존재라는 어마어마한 착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들은 그저 어떤 한 분야의 '지식'이라는 걸 계속해서 꾸준히 추구한 결과로써 얻어진 한 직책에 머무르는 인간에 지나지 않고,

절대 인격적으로 더 뛰어날 것도 없었는데 말이죠.

물론 모든 교수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인격적 차원에서도 우월한 존재가 특별히 교수라는 직책과 더 많은 관련이 있는 거 같지는 않더라는 거에요.

너무 당연한 결론인데, 전 몰랐네요. ㅠㅠ

 

물론 과마다 특성이 다 다르겠지만, 특히나 저의 과의 교수들은 더 제게 실망스러웠던 것 같아요.

일단 학생의 비판을 전혀 수용하지 못하는 보수성(글쎄, 보수성인지 특성인지..)에 굉장히 놀랐어요. 전 솔직히 저같은 학부생이 짹짹 되는게 뭐 그리

큰 압박이겠나, 내가 알아봤자 뭘 얼마나 알겠나, 어차피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 내 생각을 고쳐주고 진보시켜달라, 라는 생각으로

막 이것저것 이건 이런게 아니냐, 저런게 아니냐, 잘못된게 아니냐,.. 이런식으로 따졌는데, 강사든 교수든 모두  전혀 참지 못하시고, 저한테 오히려 그런 비판을

네가 감히 뭔데!.. 라는 느낌으로 받아치거나, 아니면 그냥 얼버무리고는 다음부터 저를 미워하고 공격하는 식으로 대응하더군요.(!)

 

역사과 수업을 들었을 때는 비판과 토론이 자유롭고, 비판하면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던데, 저희 과는 완전 적군 취급으로 교수가 학생을 공격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네요.

 

 

또 교수들의 관계라는 것도 상당히 실망스러웠는데.. 글쎄, 지식으로 움직인다기보다 정말 인맥이더군요. 개차반으로 수업했고 강의평가가 계속 엉망이었던 강사였는데

현재 권위있는 교수의 마음에 들어 결국 교수가 된다거나.. 성실하긴 해도 필요한 지식을 꿰뚫는 통찰력은 없던 평범한 지식의 소유자인데,  

같은 학교 출신의 남제자에, 유학 다녀왔다는 이유로 강의 1년만에 교수가 되질 않나..

교수 임용이 인맥에 좌우된다는 소리를 듣긴 했어도, 눈앞에서 한 때라도 존경했던 교수들이 바로 그런 행태를 보이니, 정말 실망이더군요..

 

교수 실적과 교수 끼리의 경쟁 때문에 학부생들을 개고생시키는  것도 정말 구역질나더군요. 대학원생들이 교수 시다 노릇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학부생도 거기에서 자유롭진 않더라구요. 뭔가 피라미드 조직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학생들은 학점 때문에 죽어라 뭐든 하고,  교수들은 그걸 이용해서 또

위로 실적 보고를 올리고(마치 학생 경쟁처럼).. 아, 이게 당연한거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저는 너무 경쟁사회에 덜 적응한건가 봅니다.

 

사실 이런 전반적인 문제들도 실망스러웠지만, 사실 요즘에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어떤 한 특정 교수의 변화, 혹은 본성이네요.

저는 이 분이 참 객관적이고 냉철하고 이성적이고 평등한 분인줄 알았습니다. 강사로 온 시절부터 학생들을  누가 잘하건 못하건 티내지 않고 보호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셨었고 그래서 저는 참 평등의식을 철저하게 생각하시는 분이구나..하고 호감을 느꼈죠.

사실 아마 이 분의 외모가 상당히 지적이었기 때문에 아마 저는 더욱더 그런 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적인 능력이 아니라, 정말 지적 능력만으로

승부하고, 그 성과로 젊은 나이에(40살 초반) 강사-전임강사-교수 코스를 초고속으로(3년 정도?) 승진할 수 있었던 거구나.. 하고 감동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알고보니 이 분은 누구보다도 감정적이고 자기 사람을 중시해서, 내 사람, 아닌 사람을 가르는 스타일이었어요.

몇 년 전에 저더러 자기 전공수업을 들으러 오라고 권유를 했고, 저는 교수라는 분이 그런 개인적 발언을 해주신 것에 대해 크게 감동하고 그 분을 따라갔죠. 헌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정말 자기 사람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의 일환이었던 것 같아요. 동대학원 진학도 생각이 있다는 발언도 비슷하게 했었는데(그 땐 이 분의 특성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존경하던 때였죠) 그 후에 제가 다른 교수님이 어쩌다가 적극적으로 맡고 있는 불교동아리에 가입을 했었는데 그 걸 보시고는 기독교에 다니시던 그 교수님이 저보고 " 잘 생각해~난 기독교야"라고 하시더군요. 세상에.  자기 뒤를 따를 생각이면 종교도 다른 종교에 가입하는건 안된다는 말인가요.

 

학과장이 된 후에는 자상하게 감싸안는다는 생각을 넘어서 정말 강압적이고 전제군주같은 느낌으로 학생들을 들들 볶더군요.

물론 학과를 활성화시키고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은 알겠어요. 하지만 애들이 무슨 자기 말이라도 되는양, 계속 터치합니다. 솔직히 이제 4학년이 된 저희 학번은 1~3학년 때까지 이어지던 필참 행사와 강압적 과모임에 너무 질려있고, 또 과 특성상 4학년 때는 다들 시험공부를 해야해요. 근데 계속 문자 보내서 특강 들어라, 어디 참석해라, 이번에 시험을 볼거냐, 안 볼거냐, 뭘 할꺼냐.. 계속 간섭을 합니다. 특강이 우리한테 도움이 되는건 알지만, 그건 그냥 개인이 판단해서 가면 될 일이에요. 왜 교수가 나서서 특강 들으라고 압력을 넣는지 모르겠고, 이번에는 도서관 특강까지 들으라고 문자가 왔습니다. 교수가 직접 한 번 돌리고, 과대한테 말해서 또 돌리게 하고, 과사에서도 한 번 또 돌리게 합니다. 덕분에 이 도서관 강의 한 번에 대한 참석 권유를 도서관 것까지 합쳐서 4번이나 받은 겁니다.

물론 안가면 되긴 합니다. 하지만 이 분은 앞으로도 계속 특강 들어라, 뭐해라 끝도 없는 간섭을 할거고, 저는 정말 너무 스트레스가 쌓이더군요. 전공 시간에도 은연중에 자꾸 그 얘길 하고, 정말 안 오면 또 단체로 모이게 해서 혼내거든요.

정말 왜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건지, 왜 이렇게 강압적으로 애들을 자기 맘대로 움직이게 하려고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가고 화가 나네요.

 

이 분이 어머니처럼 사적으로 꼼꼼하게 사람 챙기는 스타일이면서도 이렇게 지나친 간섭으로 전제군주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걸 보니, 이런 스타일 자체가 사람에 대한 지배욕구가 기본적으로 강한 것이 아닌가, 뭔가 자기가 원하는대로 사람을 움직이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이 넘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드네요.

저는 전공 때문에 매 주 이 분을 봐야하기에 정말 너무 짜증이 나고, 학교도 다니기 싫습니다, 요즘은..ㅠㅠ

 

교수라는 존재가 이렇게 사적으로 인격이 이상해 보이고, 그걸 학생들에게까지 여과없이 드러내고 또 괴롭히는  존재일 수도 있는 줄을 몰랐어요.

김인혜 교수일도 그렇고.. 덕분에 대학에 대해 가졌었던 큰 동경이 아주 바닥까지 떨어졌네요.      

    • 좋아하는 교수님이 종종 하시던 말이, "교수는 인격자다 아니다." 영어과 수업 들어갔는데 첫날 하는 말이 자기가 쓴 책사라는 말과, 수업 잘 안가고 시험 대충보니까 만나서 시험점수 올려주고 뇌물을 바라고... 법학과 수업 들어갔더니 교수가 동성애 '반대' 얘기를 하질않나..

      학과장 교수는 여학생이 담배피면 "너네는 임신해야 되기 때문에 담배피면 안된다"라는 얘기도 하고..
      음..그래도 별로 신경안쓰면 그만이었는데 답답하실듯..
    • 선생들 사이에서 환상이 깨지고 나면 '스승'을 만나게 됐을 때 기쁨이 각별하지요.
      못 만날 확률이 큽니다만.
    • 사실 이상할 게 없는 게,
      대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면 개중에 성취욕이 남다른 아이들이 도덕적으로나 인격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닌데,
      (오히려 좀 이기적으로 보이는 애들도 종종 있죠)
      그런 아이들이 성적 잘 받고 유학 갔다와서 교수가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제 주위의 아이들만 보면 공부를 잘 할수록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던데, 저 나름대로는 자기가 즐기고 싶은거 참고 공부하면서 그만큼 이룬 데에 대한 보상심리로 해석하고 있긴 해요.
    • 다른 건 모르겠고 수업에 관해선 일단 공부 잘하는 거 하고 잘 가르치는 거 하고는 별개의 문제더라고요 바꿔 말하면 못 가르친다고 학자로서의 능력도 떨어지는 건 아니더란 거지요. 물론 둘 다 잘하면야 가장 좋겠지만... 그리고 인맥 따라 줄 서느라 바쁜 교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말 연구나 조사에 열정적인 교수들은 또 수업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한마디로... "귀찮아서" 생각해보세요. 나는 만렙 찍은것도 모자라서 레이드 뛰며 템맞추고 있는데 쪼렙들이 이거 알려주세요 저거 알려주세요 난 잘 쓰지도 않는 스킬이나 깬것이 언제인지 아득히 기억도 나지 않는 퀘스트 알려달라고 재잘거리니 미치겠지요. 그래도 이게 "내 밥줄"이라서 하는 수 없이 알려주다가 혹시 실수라도 하거나 아님 귀찮아서 또는 좀 더 높은 레벨에선 필요 없는 부분이라 대충 알려주면 '이거 허당이네 제대로 안할래' 불평을 해대니...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지요. 뭐 그렇다고 쳐들어간 등록금이 안아깝다는 건 또 아니고. 그냥 이런 입장들도 있더라고요 조교일 하다보니까.
    • 저도 학문적 연구가 뛰어난 교수와 잘가르치는 교수와는 갭이 상당히 크다고 느낀....

      김춘수 시인이 교수 시절 그랬다고 들었네요 ㅎㅎㅎ
    • 유명한 교재를 쓴 교수치고 강의 잘 하는 사람없고 연구실적 뛰어난 교수 중에 밑의 학생들 죽이지 않은 사람 없다고도 하죠. 외국교수들 이야기고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교수들이 사회를 보는 눈이 더 협소하고 인간관계가 더 미숙한 경우가 많습니다만 사회 나가보면 직장 상사들도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오히려 더하거나...
    • 외국교수들은 학문적 업적이 뛰어나면 강의도 잘하지 않나요? 리차드 파인만같은 사람은 항상 학생들한테 제대로 설명할 수 없으면 제대로 알지 못하는거라고 생각했다죠. 한국교수와 외국교수의 차이점은 외국교수들은 교수하는 방법을 교수한다면, 한국교수들은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라서 아무도 강의에 대해 신경을 안쓴다는거죠.
      단적으로 자신들의 학문을 대중서적으로 쉽게 풀이한 서적들은 외국 기초과학에서 많이 보는데, 이건 단지 그들이 글을 잘써서가 아니라 그만큼 강의를 잘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거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 저명한 학자가 쉽게 기초서적을 쓴 사람들은 거의 없죠. 남한테 쉬게 알아듣게 쓴다는것도 상당히 연구해야 하는데 이런거 한국교수들은 별로 신경 안쓰거든요.
    • 분야에 따라 다른지 모르겠지만 자연계열인 제가 본 바로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젊은)교수는 강의에 신경쓰면 3년 안에 학교에서 쫓겨납니다. 재임용이 안됩니다. 누가 거기에 신경을 쓰겠어요.
      한 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는 요즘 상당히 바뀌었어요. 그런데 왜 아무도 그만두는 사람이 없느냐? 강의에 신경안쓰고 연구업적과 소셜에 신경쓰기 때문입니다. 좋은 학교는 정년보장 받기가 외국보다 훠~~~얼씬 어려워졌습니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교수하다 외국으로 가겠어요.
      그리고 한국 이공계에선 교재쓰면 인센티브나 주지 재임용이나 정년에 별로 도움이 안됩니다.
    • 정치인들과 근본적으로 똑같은 사람들이죠.
      교수들이 근엄하게 정치비판하는거 보면 웃겨죽겠음
    • 대학교수들이 오히려 세상물정 모르는 경우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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