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고, 그리고 애니메이터

오늘 랭고를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뻔한 스토리에 뻔한 내용이지만, 여태 나왔던 애니메이션들과는 무언가 다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연기는 보통 애니메이터에게 맡겨집니다. 애니메이터가 샷을 분배받고 음성과 스토리보드를 받아서
많은 분석과 섬네일을 거친 후 작업에 들어갑니다.
할리우드의 대형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예를들면 픽사나 드림웍스) 같은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하면 애니메이터 한명이 일주일에 2~5초 사이를 작업한다고 합니다. 가끔은 1초를 가지고 몇 주씩 작업할 때도 있다고 하네요.
영화 흐름상 중요한 부분에 특정 캐릭터는 감독이 믿을만한 한명의 애니메이터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애니메이터가 맡은 샷에 나오는
대부분의 캐릭터를 모두 작업하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애니메이터는 한명이 수십명을 역할을 맡아야 하는거죠. 오전에는 마초스타일의 근육맨이 됬다가 오후에는 엉덩이 살랑살랑 움직이는
아가씨가 되고, 퇴근하기 전에는 꼬마여자아이가 됩니다.
조니 뎁도 캐러비안 해적을 찍을 때는 캡틴 잭 스페로우가 되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찍을 때에는 윌리 웡카가 되지만 애니메이터는 배우의 연기 변신에 비해서
그 간극이 너무 큽니다.
또한 배우들이 연기 할때는 연기 그 자체에 몰입을 하지 걸을때 발의 각도가 어떻게 되고 이때 고개는 몇 도로 치켜들어야 하며 손가락은 자연스러운 모양을 위해
어느 정도로 굽혀야할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터들은 캐릭터를 컨트롤 할때 스토리를 전달 할 수 있는 연기의 밑에 몸의 매커니즘에 맞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깔려있어야 합니다. 관객들은 10년~ 수십 년 동안 주위에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살아 왔기 때문에 동작에 1/24초라도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눈이 그걸 발견하고 어색하게 느껴지면서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신경 써야 할게 무지하게 많은 작업이다 보니 작업 들어가면서 분배받은 씬에서 캐릭터가 어떤 연기를 할지 '선택'할 때 클리셰를 반복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슬픈 씬이라면 단순히 미간을 올리고 입꼬리를 내리는 식으로 말이죠. 또 작업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 공식화가 되어버리니 분명 다른 내용의 애니메이션임에도
왠지 거기서 거기이며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픽사는 예외 입니다. 픽사는 그저 찬앙할 뿐)
애니메이터들도 이런 점에 가장 큰 고민을 느끼고 그 진부함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최근 몇 년 사이에 애니메이터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진 방법으로 바로 스스로 레퍼런스를 찍어 보는 겁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ouaspd_dr5o
이런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애니메이터가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실제 세계적인 배우들 만큼 잘하기는 정말정말 힘들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보통 레퍼런스를 찍을 때 혼자서 찍기 때문에 배경, 오브젝트 혹은 다른 캐릭터와 상호작용이 필요한 경우에 뭔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음... 이야기가 산으로 갔는데 아무튼 애니메이션은 이런식으로 제작이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랭고가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조니 뎁이 도마뱀으로 변신할 수는 없으니 대신 최고의 연기를 제공해주는거죠!
물론 아바타에서도 연기자가 연기를 하긴 했지만 그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홍보영상에서 스스로가 말했듯이 Animated movie가 아닙니다. CG의 형식을 빌린 '영화'죠.
랭고에서는 할리우드에서 난다 긴다 하는 배우들이 연기를 직접 합니다. 그 장면을 카메라로 실제 최종 아웃풋과 얼추 맞춰서 촬영 하구요. 하지만 이게 실제 관객에게
보여주는 영상은 아니기 때문에 주위 환경이나 조명 분장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때문에 촬영은 매우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구요.
이렇게 촬영된 영상들은 애니메이터들에게 보내져서 최고의 레퍼런스로 활용됩니다. 조니 뎁의 유니크한 연기 선택을 기본으로해서 과장할 부분을
과장하고 축소할 부분은 축소한 후에 도마뱀에 맞는 움직임을 입혀주는거죠.

스토리나 연출에서는 마음에 안드는 점이 몇군대 있었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의미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했거든요.
앞으로 이런 식으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 꽤 나올거라 생각이 됩니다. 연기잘하는 배우를 가져와서 더빙만 시키는 건 낭비하는게 맞긴 하거든요ㅋ

아참, 한국에서는 아이돌 대려와 더빙만 시켜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줄 요약: 다른 파트도 마찬가지지만 애니메이터들 정말 고생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보시면서 더빙배우말고 애니메이터들에게도 박수 좀...;ㅂ;

    • 쭉 써내려가니 오타가 너무 많네요 :-o
    • 이런 방식인줄은 몰랐네요.늘 관심은 있었는데.
      1초를 몇주일동안 한다라..
      후아;;
    • 네 정말 티끌 모아 태산죠 ^_^;
    • 코코아매스 // 그렇죠. 그래서 한국은 언급 안했습니다 :0
    • 전문배우에게 연기를 시켜서 레퍼런스로 삼는거야 뭐 월트디즈니 초창기부터 나온 방법이긴 하죠. 스타들이 너무 바쁘니 부르기 힘들어졌을 뿐이지...



      로버트 저메키스가 퍼포먼스 캡쳐에 그리 열을 올렸던 것도 이해는 가요. 다만... 애니메이터가 추가로 다듬어주는 걸 잊어버렸을 뿐이지;;;







      *P.S: 픽사 애니메이션을 보면 마지막에 '(모션캡쳐 등의 편법을 쓰지 않은) 순도 100% 애니메이션 인증마크'를 붙이던데... 보면서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목소리를 제공한 배우와 전혀 딴판인 외모지만 절묘하게 맞는 걸 보면 "오오 픽사느님"이 절로 나온다니까요
    • illusion of life라는 책에 보면 디즈니는 그런식으로 레퍼런스 분석해보기위해서 한프레임씩 볼 수 있는 기계를 만들었다고 나와있죠. 애니메이터를 위해 그런 기계까지 만들 그런 집념이 픽사에 까지 이어지지않았나 싶습니다. 요즘에야 카메라나 동영상 분석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보급 잘되있어서 보통 애니메이터들도 쉽게 레퍼런스 찍어 볼 수 있지만요. 로버트 저메키스의 영화들이 uncanny valley를 건널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애니메이터라기보다는 기술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죠. 얼굴의 미묘한 근육과 그에 영향받는 피부들을 표현하기에 폴라익스프레스 같은 경우에는 너무 그 과정이 단순화 되있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선구자적인 도전에는 박수를 보내지만요 ㅋ 그걸 제임스 카메론이 매우 훌륭하게 해낸게 아바타구요. 그리고 퍼포먼스 캡쳐한다고 해서 그걸 바로 영화에 쓰지는 않아요. 아바타같은 경우도 퍼포먼스 캡쳐와 이모션 캡쳐(?)를 한 후에 대부분 애니메이터들을 통해서 다시 다듬어지고 어떤부분은 아에 뒤엎어서 작업하고 그랬거든요.
    • 별 관심없던 랭고가 이 글 때문에 보고싶어짐;
    • 어쨌거나 랭고는 재미없더군요.. 오랫만에 극장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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