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은 보수의 전유물인가.

1. 촛불집회 때로 기억합니다. 집회 도중에 여러 노래가 나왔습니다. '아침이슬'도 나왔고 '상록수'도 빠지지 않았죠.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집회 참여자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몇 소절 불러지다가 없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애국가를 선창했습니다. 동해물가 백두산이~로 시작되는 첫 구절이 나오자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곧이어 선창을 부르던 사람은 머쓱 한 듯이 다음 구절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무의식적이었는지 몰라도 그다음 구절을 제가 이어 받았던 것 같습니다. 끊어질 듯 하던 애국가를 불렀고  그제서야 애국가가 울려퍼지더군요. 그런 의미는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반복되었던 것 같습니다.

 

2. 우리는 '애국'을 보수의 것으로 생각합니다. 굳이 어버이 연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가를 자랑스러워 하고 충성을 다하는 모습은 보수만이 가지는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촌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역할에 대해 비딱하게 바라보고 국가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모습은 진보의 여러가지 본 모습 중에 하나로 여겨집니다. 물론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진보는 원래 기존의 정체에 대해 불만을 가짐으로 존재를 확립합니다, 그렇기에 진보가 국가를 좋아하는 것은 쉽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3. 노무현 대통령의 그 유명한 대선 출마 연설에서도 진보가 국가를 바라보는 모습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 노무현이 진보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만. 기본적으로 노무현 보다 왼쪽에 계시는 분들도 그가 대선 출마 연설에서 요약했던 국가와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  진보가 바라보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충성의 대상이 아니며 자랑스러워야 할 그 무엇도 아닙니다.

 

4. 일견 당연합니다. 대한민국은 출발부터 비틀거렸고 사악했습니다. 권력자의 욕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누명을 쓰고 처형당했고, 발전은 기형적이었습니다. 국가는 수없이 죄없은 사람을 괴롭혔고 무자비하게 탄압했습니다. 단지 나라라는 이름만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여겼습니다.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진보에게 대한민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봐 달라고 말할 수는 없을 껍니다.

 

5. 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분노와 비판만으로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뒤집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조중동의 프레임이 지배하고 아직도 독쟂의 딸이 지지율 1위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분노와 비판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옳은 걸까요.

 

6. 단언컨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언하건데 진보가 집권을 하려면, 그리고 성공적으로 남으려면 '애국'이라는 키워드를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진보는 마치 조선시대 선비들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조정에 출사하기 보다는 뒤로 물러나 말하기 좋아하고. 거친 탁류에 휩쓸리기 보다는 고고한 삶을 고집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꾼다는 의미는 사라져 버립니다. 그렇게 붕 떠인 상태로 진보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요.

 

7.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그가 유명하기 전부터 계속해서 연설마다 자신이 얼마나 건국의 아버지들을 존경해왔는지. 그리고 그 아버지들의 삶이 무엇이었는지를 피력합니다. 그것은 오바마가 진보주의자고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에게 그가 굉장히 온건한 사람으로 비추게 만들어줬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애국적인 진보입니다. 오바마는 미국을 자랑스러워 하기 때문에 조지 부시가 망쳐놓은 미국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많은 이유들을 분석가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찾아내지만. 저는 오바마가 애국이라는 키워드를 잡았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된다고 봅니다.

 

8.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대중적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분노와 비판만으로 부족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분노와 비판만으로는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의지'는 이미 다른 이들이 선점했습니다 진보는 사람이 없다는 타령을 하고, 세가 부족하다는 변명을 합니다.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만들어 나가면 되고 세는 모으면 됩니다. 진보가 그것을 못하는 이유는 조중동의 프레임 장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미래를 읽어내는 전략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가라는 괴물을 길들이길 원하면서도 '왜?'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는 진보가 필요합니다. 이 나라에서 정의를 실천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래서 대대손손 국가가 자랑스럽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진보에서도 나와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2012년 대선에서 진보가 짚어야할 첫 번째 의제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많이 중언 부언하네요.. 손질을 해야겠는데... 가능할런지'' 

    • 애국이란 무엇일까요 좀 애매하네요.
    • 대한민국이 출발부터 비틀거렸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사악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런 얘기를 저기 북쪽 사람들이 정체성 논쟁할 때 가끔 주장하긴 하지만... 적어도 유진오 박사 이하 수십명이 갈고닦은 제헌헌법은 제정신 맞았습니다. (심지어 일본 헌법보다 낫습니다. 얘네들은 헌법 전문부터 문법에 전혀 안 맞는 비문이죠...;;)
    • 와. 제목 딱 보는데 제가 고민하던 부분이랑 일치해서 놀랐어요.
      내일 아침에 다시 읽어야겠다..
      지우지 말아주세요 :)
    • 뭐 반민특위 사건만 봐도 사악한거 같아요. 물론 말장난 하자면 본질적으로 사악했는지는 의문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 애국은 우리나라 진보에서 더 많이 써먹지 않나요?
      친일파 청산, 전작권 회수 등 말이죠
      우리나라 보수는 친미사대주의로 성조기가 집회에서 자주 보이던데 이게 애국으로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지지세력 숙청하고 반대파하고 연합하려다 실패하고 남은 지지세력 관리도 못해서 실패한거죠 분노와 비판으로 뭘 제대로 시도하지도 못 했죠
    • 오바마의 경우는 단순히 애국심에 호소했다기보다 '미국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재정의하려는 의도가 보였어요. 그동안 '미국다움'은 기독교, 작은 정부, 자유로운 시장 등으로 대변되는 공화당의 가치와 동일한 것으로 이해됐죠. 오바마는 토마스 제퍼슨, 앤드류 잭슨처럼 민주당과 어울리는 건국의 아버지들을 통해 '미국다움'의 다른 측면들을 어필한 거죠. 일종의 프레임 싸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진보가 국가까는건 아시다시피 기본적으로 국가란 체제가 사람들을 억압한다고 보기 때문이죠.
      근데 이건 그 담론이 생긴 유럽의 상황에서 나온 건데, 우리나라가 과연 그 상태까지 왔는지는 의문이에요.

      국민체조같은거 시켜서 사람들 몸을 개조시킬려고 들었다,또 박정희가 민족이 어쩌구 국가가 어쩌구
      자꾸 그런거 써먹었다 이런 얘기가 대부분인데, 그걸 유럽에서처럼 지배층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써먹는
      그런 경우로 봐야되는건지 뭔지..... 좀 설득력이 떨어져요. 이론만 자꾸 신나서 수입하다보니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 현재의 보수 세력은 '나라를 사랑하는 것'과 '정권을 사랑하는 것'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 모자라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노무현의 저 유명한 연설이나 그를 지지한 사람들이나 진짜 애국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통했을 겁니다. 지난 역사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진 모두를 긍정하는 게 애국이 아니라면요.
    • 애국을 차용했던 진보내 정치세력이 실은 NL이자 주사파였죠. 그리고 그 일파의 주류는 민주당으로 넘어갔고 민노당에도 들어가 있구요. 아마도 그런 현실정치에서 벌어진 배반의 향연덕에 진보정치세력에서 애국이 대접 못받는 사연일지도 모릅니다.
      전 무릇 정치질을 하게 되면 애국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정치는 공동체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행위인데 그 지향점은 결국 애국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애국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는 마치 빈그릇 같은게 아닐까 싶네요.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독사발이 될 수도 있고 된장 뚝배기가 될 수도 있고
    • soboo/ 민노당의 경우는 애국보다는 애족 아닐까요?
    • "가스통을 든 애국" 과는 그만 좀 헤어졌으면 좋겠어요.
    • 우리나라에서 애국은 태생적으로 '순혈주의'와 '민족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진보와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또 진보는 개인의 인권을 강조하니깐 전체주의로 흐르기 쉬운 국가주의와 결부되기도 힘들구요. 전 진보가 우리나라에서 '애국'하는게 오히려 어느 정도 정체성을 잃는 행위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같은 '애국'의 정의 아래에서는요.
      (근데 NL이랑은 너무 잘 이어지는군요. 애국은 좌파의 산물이기도 하군요. 하지만 진보랑은...?)
      물론 진보적인 사람이 긍정적인 의미로 애국할 수 있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무엇이 긍정적인 의미의 애국이냐는건 굉장히 모호한 의미이긴 하네요. 현재 지금 우리가 행하는 '애국'과는 분명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 가스통 할배들이 애국 외치니까 애국은 싫은거가 되고,
      조갑제가 자유민주주의 외치니까 자유민주주의는 까야되는 대상이 되는 황당한 현실입니다.

      그사람들은 그냥 언어도단을 하고 있을뿐입니다.
      박정희가 이순신좋아하니까 이순신 나쁜놈 하는거와 전혀 다를바 없는 바보짓이죠.
    • 518 광주와 6월항쟁때도 시위군중들 사이에서 애국가는 많이 불려졌죠. 태극기도 많이 휘날렸구요.
    • 본문에 말씀하는 애국 혹은 민족주의 정서는 우리 진보가 가져서는 안될것이라 전 단언하고 싶군요.
      전 스스로 진보, 좌파라 생각하는데 민족주의에 거부반응이 매우 심하거든요.
      하지만 저도 그렇고 좌파라고 하는 이들이 일본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듯 일견 한국에서 애국이라 할 수 있는
      행동을 한다면 그건 민족주의, 국가주의적 이유가 아닌거죠.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에겐 국경이 없어야 합니다.
      소속된 국가만을 위한다면 좌파라는 딱지를 달 이유가 없어요.
    • soboo / 그 일파의 주류는 한나라당으로 넘어갔죠.
    • 박정희가 이순신좋아하니까 이순신 나쁜놈 하는거와 전혀 다를바 없는 바보짓이죠.2

      진짜 이렇게 말하는 진보쪽 사람들 몇 명 본적이 있습니다. 정말 황당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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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에겐 국경이 없어야 합니다.
      소속된 국가만을 위한다면 좌파라는 딱지를 달 이유가 없어요./

      안타깝게도 이런 이유로 좌파를 멀리하는게 대중의 정서입니다. 일반 대중의 민족주의, 애국 정서는 상당하거든요.
    • Bigcat/ 그 대중이 언제나 고정불변인것도 아닌데요? 물론 순치의 대상,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것도 아니지만
      대중은 이러이러하니까 너희들이 유해져야한다..이런 의견도 전 잘 이해를 못하겠네요. 민주주의가 발달했다는 나라들이
      대놓고 우리만큼 민족주의 정서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책에선 그러더군요.
      민족주의라는게 근대에 만들어진 것인데 당연히 가져야 할 것, 변함없는 가치 처럼 설명하는게 오히려 위험한 것 아닌가 합니다.
      좌파를 그런 이유로 멀리한다면 더더욱 좌파는 변할 필요가 없어보이고요. 민족을 기치로 세우지 않는다고 '나쁜' 이유는 전혀
      없어보이거든요. 좌파가 추구하는 무엇인가가 다른게 아니라 '틀리고', '나쁜' 요소가 있다면 대중의 정서에 맞출 수도 있겠지만..
      국가 경계없이 노동자, 소수자, 약자를 위한다는게 나쁠 건 없는데 왜 멀리할까요.
    • 국가 경계없이 노동자, 소수자, 약자를 위한다는게 나쁠 건 없는데 왜 멀리할까요.2

      저도 그 얘기에 반대하지는 않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고방식을 아주 황당하게 생각하거든요. 말씀하신 유럽만 해도 나치같이 막나가는 파시스트들의 대량살상이라는 대형사고를 당한 다음에나 좀 유해진 겁니다. 민족주의 원류가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바로 유럽입니다. 프랑스와 독일이 바로 민족주의의 본고장인데요.

      민족주의가 근대에 만들어진 이유가 바로 국민국가를 구성하는데 필수요소였기 때문이죠. 국왕과 귀족이 지배하는 수천년의 신분제 구조를 무너뜨리고 만든 새로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탱하는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바로 민족주의입니다. '상상의 공동체'인것이죠. 신분제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난 프랑스인 난 독일인 이러면서 서로 상상의 공동체를 구성하며 하나의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겁니다. 사람이란 동물은 소속감이 없다면 생존하기 힘든 것이고, 언제나 서로를 묶어줄 구심체를 가지려고 합니다. 그리고 특히 평범한 대중일수록 이런 소속감 속에서 안정을 찾는 법이구요.
      사회학적 인지와 지식이 높은 지성인들은 이런 민족주의 시스템을 폭력적이라고 인지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인식을 갖기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민족주의 테두리 안에서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죠.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실'인겁니다. 물론 국가 별 민족주의 전압은 제각각입니다만. (울나라는 그게 좀 심하긴 하죠)
    • 과격한 민족주의 정서가 사라졌다고 여겨졌던 서유럽조차도 최근에 다시 민족정서가 살아난다는 것이 감지되는 경향이 보이는데 바로 프랑스를 필두로 터지고 있는 '반이슬람 정서'를 보면 알 수 있죠. 프랑스나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같은 서유럽 선진국가들, - 특히 이들 나라들은 전후의 사민주의 정서가 강해서 민족주의 성향이 거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의 국가들이었는데 최근에 다시 인민전선같은 파시스트 정당들이 눈이 띄는 지지율을 얻으면서 그 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뭐랄까...우리같은 동아시아인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던 민족주의 정서를 서아시아권의 이슬람 인들에게는 유럽인들이 아주 적나라하게 표출한다는 느낌을 요즘 받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기독교건 이슬람이건 종교 근본주의를 아주 혐오하기 때문에 이러한 유럽인들의 정서를 이해 못하는건 아닙니다만.-_-;;) 아무래도 우리 동아시아인들은 서유럽인들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직접 연결되어있지 않기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이해관계가 바로 걸려있는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에겐 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던걸요.

      물론 그들은 이런 반이슬람적 정서가 민족주의에서 나온건 아니고 그들의 정교분리, 인권 수호의 가치를 지닌 공화국 정신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만 그 기저에 깔린 것이 민족주의 정서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겁니다.
      물론 유럽의 신민족주의는 그 근원이 '혈통'이 아닌 '문화'를 기저에 두고 있죠. 문화 민족주의의 폭력성은 혈통에 기반한 민족주의보다 덜 할려나요? 뭐, 두고 봐야 할 일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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