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편안한 여건에서, 집중해서 읽으시나요?

예전에 장정일의 독서일기에서 본 내용. "독서를 권하는 글 중에는 지하철에서, 약속시간 기다리면서 등 하루에 10분 틈새시간에만 읽어도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고 하는데, 잘못된 독서법이다. 작가가 글을 쓰는 것과 같은 호흡으로 폭풍같이 밤을 새워 읽어나가야한다. 어떤 작가도 하루에 5분씩 틈새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지 않는다." 작가라는 직업상 그렇게 말한 것일 수 있지만, 취지는 공감이 갔어요. 사실 지하철에서 서서 읽는 것 자체가 피곤하기도 하고, 혹시나 내릴 역을 지나칠까봐 계속 어디까지 왔나 확인하느라 집중하기가 힘들죠. 역으로 제가 지하철에서 독서에 정말 집중했던 날은, 그러느라 내릴 곳을 지나쳐버려서 곤란했던 날이었어요. ㅡㅡ;

 

온전히 독서에만 집중해본 게 언제인가 싶네요. 드라마에서 부자집에 서재가 있는 걸 보면서 저런 곳이 왜 필요한가 했는데 요즘은 알겠어요. 더불어 서재가 왜 부자집에만 있었는지도 알겠어요. 단지 집이 넓고 빈 방이 하나 있어서가 아니더군요. 한 사람이 서재에 틀어박혀 조용히 책을 읽으려면, 특히 노후를 보내는 노부부가 아니라 애가 뛰어노는 젊은 부부의 경우에는 서재 밖에 있는 사람이 두 배의 중노동을 해야 하거든요. 그건 서재 밖에 있는 사람이 희생을 감수하거나, 혹은 돈이 많아서 도우미가 있거나 둘 중의 하나겠죠. 드라마에서는 대개 도우미로 해결. ㅡㅡ; 뭐 희생으로 커버하는 경우도 있겠죠. 만화 "천재 유교수의 생활"에 보면 유교수의 시집간 딸 가운데 하나가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며 친정에 와 하소연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때 친정엄마(유교수의 부인)가 이렇게 말해요. "그게 차라리 낫다. 내 라이벌은 평생 말 한마디 안하는 책이었어." 그림에는 유교수는 서재에서 공부하고 있고 서재 밖에선 부인이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있고...

 

문득 생각해보니 좀 웃기네요. 그렇게 집중해서 책 읽고싶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책만 읽으라"고 했던 중고교 6년동안 좀 읽지 왜 지금 와서 이런 생각을 할까요. 그땐 시험을 치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집중력의 한계가 올때까지(매우 짧음 ㅡ_ㅡ) 한다고 해도 취미생활용 독서를 할 시간이 차고 넘쳤던 것 같은데 말이죠. ㅡㅡ;

    • 전 그때 그때 좀 다른것 같아요. 컨디션의 차이일지도 모르는데.. 조용하고편안한 상태에서 봐야 집중이 잘되는 때가 있는 반면에.. 티비 다 켜놓고 옆집에서 공사를 해도... 책한권을 다 읽을때가 있더라구요.
    • 그렇게 짧은 시간단위로 끊어서 읽게 되면, 책의 흐름을 잃어버려서(흥미가 떨어져서) 완독을 잘 못하더라구요. 제가 나이가 들면서 완독이 힘들어지는 이유에요. 주구장창 책에 몰입해서 읽을 여유가 많이 부족하니까요.
      그래도 저는 혼자만의 공간이라면, '매우 시끄러운' 커피숍에서도 아주 잘 읽습니다. 오히려 너무 조용한 도서관에서는 잘 안읽혀요.

      다만,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북트럭을 미는 소음이 있으며 책장넘기는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도서관. 책장이 밀집된 공간의 구석에 쳐박혀서 소설들을 읽었던 기억이 아주 좋았습니다.
    • 그래서 나이먹고 책보기가 힘들어요. 짜투리 시간에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단편집 찾게됨.
      얼마전 듀게에서 보고 찾아 읽은 당신 인생의 얘기 정말 좋더군요. (단편집임에도 절대 만만하진 않았지만;;)
      얼음과불의노래 미드 앞두고 원작 재완독을 하고 싶은데 양장본에 책두께도 어마어마해서 엄두가 안나네요. 일단 휴대가 불가능;;
      책은 이미 갖고 있는데 어떻게 텍스트로 변환해서 스마트폰으로 넣고 볼 수 없을까;; (본문과 완전 무관한 댓글 -_-)
    • 독서는 환경과 관련 없는 것 같아요. 내용에 따라 어느 환경에서든 집중할 수 있고, 못 할수도 있고.
    • 아무리 책을 좋아했더라도 직장생활하고 애 둘 키우면서 온전히 독서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더군요. 님이 언급하신 것 처럼 서재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애들 내버려 두고 책 읽기가...마눌님 눈치 보여서 그렇게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저는 주로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읽습니다. 지하철 타고 있는 시간이 길어서 그 시간만이라도 온전히 책에 집중하면 일주일에 최소 1권은 읽더군요. 물론 님의 말씀대로 저도 가끔 내릴 지하철역 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습관이 되니 자고있더라도 내릴역 되면 깨어나듯이 집중하다가도 근처에 오면 역을 확인하게 되더군요. 대신 저는 앉아서 책을 보면 편해서 그런지 오히려 잠이 와서 집중이 잘 안되요. 그래서 저는 자리가 있어도 경로석 쪽에서 문에 기대어 독서합니다.
      장정일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지만 사실 저와 같은 상황에서는 로망에 가깝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즐기는 취미래야 그래도 독서니 이렇게라도 즐길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하철 타고 이동할 때 책을 읽는 것도, 도서관이나 집에 앉아서 작정하고 책을 읽는 것도 다 좋아하는데 앞쪽의 경우는 확실히 짧은 시간 단위로 끊어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다소 진지한 시론이나 소고를 모은 것까지도 가능)이나 단편소설집을 읽고 뒤쪽의 경우엔 장편소설이나 호흡이 긴 기타 논픽션 책들을 읽어요. 근데 단편소설이나 짧은 에세이 읽을 때도 아무튼 집중하다 보면 내릴 곳 놓치는 일은 다반사...ㅠㅠ
      저의 경우엔 도서관 서가나 열람실만한 곳이 없어요. 아무 것도 안 챙기고, 읽을 책 한 권만 달랑 들고 가니까 죽으나 사나 그 책만 읽어야죠. 집이나 다른 장소는 아무래도 주의를 분산시키는 게 있어요.
    • 지하철독서가 가장 집중률이 높습니다. 물론 낯선 길이라면 책에만 몰두하기 어렵겠지만 5년가까이 출퇴근하는 동선에서는 내릴 때가 되면 딱 책에서 눈이 떨어집니다.
    •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만 책을 읽긴 힘들더군요. 하지만 출퇴근시 대략 1시간 가까운 버스 안에서는 나름 집중이 잘돼요. 어릴 때부터 제 방이 없이 시끄러운 곳에서 공부해야만 해서 그런가 주변에 소음이 없으면 책에 집중도 잘 안되고요.
    • 저도 지하철에서 책 읽기 좋아해서 조명을 좀 밝게 해주었으면 싶어요. 모든 칸에 조명을 높이는 게 낭비이면 냉/난방 약하게 틀어주는 칸처럼 독서칸 몇 개만이라도?
      그런데 조명보다 시끄럽게 물건 팔고 선교하는 사람들이 더 방해가 되긴 하네요.
    • 아..전 이런 글 읽으려고 듀게에 오는 것 같아요. 좋아라 ㅎ. 전 지하철이나 까페에서가 책이 제일 잘 읽혀요. 특히 원두가는 향이 솔솔나는 까페 1층. 지금도 까페. 지하철도 가만히 타고 있는 시간이 20-40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책 읽기에 좋은 곳 같아요.
    • 재미있는 책은 저절로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재미없는 책은 한 시간을 붙들고 있어도 재미없지만 재미난 책은 10분을 보고 있어도 몰입하게 됩니다.
    • 어짜피 인간의 절대 집중력 지속시간에는 한계가 있으니(상상 이상으로 짧죠) 책 읽는 환경보다 책에 대한 흥미와 집중력트레이닝정도가 중요한 듯. 장서의 경우는..아무리 탁월한 저서라 하더라도 그 긴 분량 때문에라도 지루할 가능성이 많기때문에-_- 주변에 주의산만해질 자극이 덜 한 곳이 좋긴 하겠지만요. (그리고 책 쓰는 사람도 하루에 조금씩 나눠쓰시는 분도 계시지않나요? 읽는 사람도 하루에 일정분씩 읽어나가면 비슷할 듯 싶은데..)
    • 저는 제 독서습관보단 책의 내용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짧게 끊어 읽는 게 좋은 책들이 있고 책상 앞에 가서 읽지 않으면 안되는 책도 있는 것 같아요.
    • 작가가 글을 쓰는 호흡이라...몇십년동안 쓴 글이라면 몇십년동안 읽어야겠군요.
    • 너무 편안하고 조용하면 잠이 와서 말이죠...집중이 잘 되지만 곧 졸리다는 문제가 >.<

      그래서 좀 시끄럽고 적당히 부산스런 카페에서 책을 읽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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