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길어올리기, 클리셰의 종합선물세트

임권택 영화를 봐온 분들이라면 익숙한 클리셰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도입부 박중훈이 골목길을 걸어가는 씬, 대야에 달이 비치는 씬,  차를 타고 가면서 보는 만월의 밤하늘 씬은 역시 장인의 솜씨답습니다.

 

강수연은 그냥 강수연을 연기하는데 박중훈과 예지원의 연기는 주목할만 합니다. 박중훈 영화를 별로 안 봤었는데 많이 자연스러워졌어요.

 

평범한 속인의 역할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네요. 예지원은 단아한 가정주부 연기에 도전하는데 꽤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무릎팍에서 소개한 임감독님 아들도 등장하는데, 박중훈이 네 아버지 어디 있냐고 묻는 대사를 치는 건 좀 웃겼어요.

 

제목은 영화 속 다큐멘터리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그 다큐멘터리의 데두리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임감독님이 촬영하면서 관찰했을 지역 정치의 단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충격은 크지 않습니다.

 

중앙정부에 대한 예산 타내기 접대, 공무원과 미모의 여성의 스캔들,  예산 집행을 둘러싼 암투 등...건들면 터질 것 같은 소재들이 많지만

 

전주시 전폭적 지원으로 만든 건데 그럴 수는 없었겠죠. 임감독님이 원래 그런 분도 아니고요.

 

여기선 당연히 한옥이 많이 나오는데, 으리한 한옥이 아니라도 자기집 마당에서 달을 볼 수 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공무원이 주인공이니 전주시청 건물이 인서트 샷으로 자주 나오는데 흉하더군요. 소위 포스트모던 건축의 잘못된 사례로 들어도 손색 없을 것 같습니다.

 

임감독님이  대놓고 욕은 못하고, 전통과 문화를 들먹이는 놈들이 건물을 이 따위로 지었냐고 비아냥 거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게 전주시청이군요. 진짜 흉물이네요. 디자인한 사람하고 승인한 사람하고 참 무슨 생각이었는지 , 아님 그 시절엔 이게 멋져보인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 클리셰라는 건 보통 일반적으로 누구나 다 진부하고 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걸 통틀어 얘기하는 거지 특정 영화 감독의 영화에만 자주 나오는 걸 클리셰라 부를 수는 없지 않을까요? 클리셰는 영화 용어도 아니고 일반적으로 영어권에서 그냥 진부함이란 말을 대체하기 위해 쓰는 프랑스 출신 외래어고요.
    • 와 전주시청건물 아스트랄한데요;;;;;
    • 필수요소/ 이런 건물이 지어 놓으면 흉한데 프레젠테이션 할 때는 온갖 미사여구와 현란한 화면으로 분칠하면 꽤 멋져보이더라고요 ㅎㅎ

      백마탄환자/ 영화가 아니라도 예술가가 자기 작품의 특정요소를 반복하는 걸 클리셰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임감독님의 지난 영화들이 떠오른다면 익숙함으로, 혹은 진부함으로 생각될 수 있는것처럼요.
    • 전 심미안이 없어선가 별로 안흉해 보이던데요. 한옥엔 잔디밭이 없긴한데 시청마당 잔디밭이랑도 어울리고 주변에 위화감도 별로없고 . 포스트모던 건축물은 뭔지 모르겠지만.
    • 전주시청건물은 실제로 보면 꽤 위용넘치는 멋진 모습입니다. 듣기로 당시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디자인된 걸로 알고있구요.
    • 포스트모던 건축물은 저도 잘 모르지만...맥락과 기능에 관계없이 특정 건축 요소(주로 전통적인)를 빌려서 건물에 장식처럼 덧붙이는 걸 가리키는 거 같습니다. 보통 모던 건축이라고 하면 성냥갑 건물이란 말처럼 심심하니까, 무언가 의미있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심미적 영향을 주는 건물을 디자인 하려고 하는데, 그러다보면 맥락 없음, 건물자체 통일성 없음같은 비판이 나옵니다. 모든 포스트모던 건축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니고, 성공적인 작품도 많지만 전주시청 건물은 성공작이라고 보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임 감독의 영화에서만 반복적으로 쓰이는 장치를 '클리셰'라고 부르는 건 다른 사람에게는 그게 클리셰로 느껴지지가 않는다는 점에서 클리셰라 부를 수 없다는 거죠. 말씀하신 '한 작가가 자기 작품에서 특별히 자주 사용하는 기법'에 대한 영화 용어가 따로 있을텐데,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네요. ^^; 어쨌든 단어 하나로 딴지 걸려는 건 아니고... 어떤 목적에서 그렇게 쓰신지도 알지만 ^^; 클리셰는 창작물에 쓰이든 아니든간에 항상 그 뜻 자체는 '지독하게 진부하고 판에 박히고 뻔한 것'을 가리키는 거라서... 특정인의 작품을 많이 봤어야만 진부하다 느낄 수 있는 것에 그 단어를 붙이는 건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더군다나 이 글은 클리셰를 긍정적인 맥락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선물세트, 즐기다, 익숙하다, 등등) 클리셰는 판에 박힌 뻔함이라는 식으로, 매우 부정적으로, 때로는 심지어 작품을 '비하'할 때 쓰는 단어고요. '그 영화 완전 클리셰 천지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기계적으로 만든 뻔한 영화야'로 해석이 가능한 거니까요. 임 감독 작품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반가운 것들을 '클리셰'라 부르는 건 그래서 그런 두 가지 면에서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말씀드려봤어요.
    • 막상 가서 보면 그냥 그럭저럭 볼 만합니다. 중국 베이징이나 북한(...)에서 볼 수 있는 콘크리트 + 기와 양식으로 짓는게 낫긴 하겠지만
    • 익숙해서 반가운 것만 글에 쓰다보니 오해가 생긴 듯 하군요. 제가 클리셰라고 굳이 표현 한 건 글에 쓰지 않은 진부한 것들과 통속적 멜로 드라마나 감동을 자아 내는 휴먼 드라마의 틀에 매인 영화 내용을 부정적으로 의식해서 일거에요. 그러니까 작가가 가진 특정 요소의 반복이라는 의미와 일반적 의미의 틀에 박힌 뻔함이라는 의미를 같이 사용하고 있는 거죠. 임권택이 잘 만든 영화에선 미학적 기운?에 덮여서 잘 안보이지만, 임권택은 클리셰에 많이 의존하는 작가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주에 사시거나 이 건물을 보고 좋게 생각하신 분들에겐 죄송합니다. 더 멋진 건물이면 좋았을 텐데 하는 욕심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 매너리즘도 좋겠네요. 자주 쓰던 단어인데 안 쓰니 잊혀지는군요. 이 글은 그로 인해 달린 댓글도 있으니 다음부터 참고하겠습니다 ㅎㅎ
    • 뭐... 지나가다 사족처럼 몇 자 적어보자면

      전주시 청사는 1970년대 중반 부터 진행되어 1981년에 완공된 건물로 햇수로 30년이 되었네요.
      비교하자면 서울의 구청 청사나 경기도의 용인, 성남시청 등 거대한 건물을 지향하는 현대청사들 보다는 못하겠죠.
      전주시 청사는 한국 건축사에서도 심심찮게 입에 오르내립니다.
      건축계 평가는 한옥과 현대건축물의 포스트 모던적 결합이다 뭐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당시 1970년대 말의 사회 분위기를 본다면 이런 외관의 시청사 건축을 시도한 것도 국내에서도 획기적이었고 전주 시민들의 인식도 우호적이었죠.(현재진행형)
      게다가 정책적으로 한옥마을 조성, 지원하고 장려하는 전주시 고유의 정체성과 상징성, 전통을 나타내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옥하면 전주...로 연결되는 이미지가 연속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이 글타래 때문에 관련기사를 검색해보니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증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계속 미뤄지고 있다네요.

      아랫글은 한 번 읽어보면 한옥과 현대건축의 접목에 대하여 작으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같아 링크 걸어봅니다.

      http://blog.hani.co.kr/blog_lib/contents_view.html?BLOG_ID=bonbon&log_no=6102

      그나저나, 짬이 좀 나야 영화를 보러가야 할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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